12화 나한테 다가오지마...
조회 : 1,181 추천 : 2 글자수 : 5,232 자 2022-10-06
기특하게?
남자한테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보통 어른들이 아이한테 하는 말 아닌가..? 아이 대하듯 말하며 그의 눈빛은 또 그윽하다.
그의 손이 여울에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조용한 차안 자신의 숨소리가 커질까 숨도 잠시 멈췄다. 다가오는 그의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읍-
그러나 여울의 예상과 다르게 그의 손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긴장해서 쏙 들어갔던 목에 힘이 저절로 풀어졌다. 멀뚱히 눈을 꿈뻑이는 여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두근-
피식 웃는 그의 미소에 또한번 여울의 가슴은 제멋대로 쿵쾅댔다.
‘아.. 이렇게 따뜻해지면 안 되는데...’
그의 따스함에 노곤해 질때쯤 정신을 붙들었다. 민망함을 지우려 급히 말을 돌렸다.
“아! 아까 저한테 연애 상담하고 싶다고 하셨죠?”
“아.. 네.”
“물어보세요. 명쾌하게 답변해 드릴게요.”
퀴즈쇼 진행자처럼 한껏 텐션을 끌어올린 여울은 사실 그의 연애가 궁금했다. 그러자 석진이 대답했다.
“한번 거절 당했던 사람인데.. 혹시 다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거절 당했던.. 혹시 공지수에요?”
‘!’
석진은 미간을 좁히며 의아한 듯 물었다.
“여기서 공지수가 왜 나옵니까?”
“네? 아니.. 한번 거절 당했던 사람이라고 하셔서.. 당연히...”
코웃음을 치는 석진을 보며 잘못 짚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뻘쭘함에 입술을 꼼질거렸다.
“이봐요. 송여울씨. 지수는 끝난 관계이지 다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석진은 끝난 사이를 강조하듯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여울은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대체 상대가 누구예요? 만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공지수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 여울은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에 반해 석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청혼을 거절 당했거든요. 당신한테.”
“네?”
눈을 마주 보고 있다가 여울은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그건 다 끝난 얘기 아닌가요? 전 사랑없는 결혼은 생각 해본 적도...”
“그럼 사랑이 있으면 하겠다는 말이네요?”
석진은 여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
“사랑에 감정이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럼 그거부터 알려줘 봐요. 어떻게 해야 감정이 생기는지.”
석진은 마음 급한 사람처럼 연이어 물었다. 여울은 이걸 왜 내가 설명해야하지?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게.. 일단, 서로를 알아가는 거부터 해야겠죠.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렇게 데이트를 하다보면...”
석진은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고민하듯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거 말고.. 좀 더 빠른 방법 없습니까?”
“빠른 방법이라니.. 무슨..?”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을 향하는 듯 했다. 여울은 가슴을 감싸며 석진을 째려봤다.
“응큼해! 아까 그 신랑이랑 이사장님이 다를 게 뭐예요!!!”
여울은 냅다 소리치고 차에서 내렸다. 석진은 순식간에 일이 황당할 뿐이었다.
“아니.. 난 그냥 멍하니 생각한 것 뿐인데... 여..울씨!!!”
여울은 이미 대문이 부서질 듯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콰앙!!!-
.
.
집에 돌아온 여울은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풀썩 누웠다. 차 안에서 석진의 시선이 가슴에 머물러 있던 모습이 생각나 허공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어휴~ 정말 남자들은 다 늑대라니까. 차석진... 이제 다신 상대 안하겠어!!!”
자신의 머리를 닦아내듯 세게 쓸어내렸다.
“깜빡 넘어갈 뻔했네. 매너 있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남자는 다 똑같아.”
열이 오르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손부채질을 연신 해대더니 또 혼잣말을 했다.
“그래. 결혼 하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뭐? 결혼이 장난이야? 비즈니스? 내일부터 당장 거리를 둬야겠어!!”
씩씩대던 여울은 이날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
.
노블레스 웨딩홀 메이크업 실_
“와- 우리 엄마 정말 예쁘다!”
“이쁘긴.. 우리 딸이야 말로 정말 예쁘다.”
모녀 사이로 보이는 여자 둘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일에는 예식이 잘 없어서 한가한 편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사진 촬영이 잡혔다.
다음주에 결혼식이 있는 신부가 엄마와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유였다.
웨딩 촬영 이외 다른 촬영은 하지 않지만 노블레스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부탁이어서 특별히 진행 됐다.
4년 전처럼...
나연이 두 모녀를 모시고 드레스 실로 이동했다. 메이크업을 마친 여울은 어딘가 힘들어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이 좋은 모녀를 보고 있으니 더 마음이 아려왔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무뎌지지도 않네...’
메이크업 용품들을 정리하는 것도 힘이 나지 않았다. 브러쉬를 툭 떨구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머리에 손을 올리자 이마가 뜨끈했다. 정리도 다 하지 못한 채 여울은 옥상으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을 조금 풀어보려고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하늘을 올려다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어린 아이처럼 부모님이 하늘나라에 계실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늘을 보며 읊조리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어차피 닿을 수 없는 걸 알지만, 부모님이 그리운 날에 높아진 하늘은 더 멀리 있는 듯 느껴졌다.
“보고싶다.. 엄마, 아빠.”
눈이 뿌옇게 흐려지자 행여 다른 사람들이 볼까 더 은밀한 장소로 옮겼다. 이 곳은 여울만 알고 있는 곳이다.
4년전 부모님을 잃고 울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철제 계단을 내려가야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부모님 돌아가시고 느닷없이 감정이 솟구쳐 오를때가 있었다. 울음을 주채할 수 없을 때 울음을 쏟아 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에 들어서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의식 중에 이곳은 편히 울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주르륵-
“흐윽... 윽...”
선선한 바람 마저 공허한 마음을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엄마.. 아빠.. 그렇게 갈 거였으면 예약해 뒀던 가족 사진이라도 찍고 가지.. 내가 직접 메이크업도 해주고 싶었는데.”
사고 나기 전 여울은 가족사진을 찍자며 특별히 정우림 작가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었다.
웨딩촬영 이외에는 하지 않던 정우림이 승낙해줬고 부모님에게 멋진 턱시도와 예쁜 드레스도 입혀드릴 생각이었다.
완벽한 계획을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결국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톡- 톡-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사무치는 그리움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냥 흐르던 눈물을 참으려 할수록 작은 어깨가 더 크게 떨려왔다.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하고 결국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우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울음소리가 묻힐 것 같았다.
솨아아아-
“으어어엉- 미치겠어.. 너무 보고 싶어서.”
얼굴을 감싼 채 한참 울었다.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두 손으로 눈물을 닦는 것도 버거웠다. 이렇게 한번 쏟아내고 나면 가슴은 후련해지지만, 기운이 쭉 빠진다.
여울은 마음을 추스른 뒤 옥상을 내려가기 위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
.
턱- 터엉-
계단을 내려가는 여울의 발소리만 퉁퉁 울려댔다. 힘없이 축쳐진 가느다란 어깨가 안쓰럽게 떨려왔다. 식은땀이 흘러 이마에 손을 올리자 열이 나는지 꽤 뜨거웠다.
더운 숨을 내뱉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 여울 앞에 비상문이 열렸다. 여울이 멈칫 하며 발걸음을 멈췄고 비상문으로 들어온 사람은 차석진이었다.
석진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 여울을 보고 그대로 멈춰섰다. 꽤나 가까운 거리였고 조금 놀란 석진은 조용히 말했다.
“송 실장님.. 왜 여기에...”
여울의 눈빛이 이상했다. 그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힘없이 꿈뻑거렸다. 이마의 식은 땀도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송 실장, 괜찮아요?”
“나한테.. 다가.. 오지..마.”
여울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내다 석진을 향해 쓰러졌다.
털썩-
“송 실장!! 송 실장!!!”
석진은 바로 여울을 엎고 자신의 사무실로 뛰었다. 사무실 앞에 있던 이호영 실장이 놀라 따라 들어왔다.
“이사장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건 나중에. 일단 의사부터 불러.”
“네.. 알겠습니다.”
이호영 실장이 다급하게 나가자 여울을 소파에 눕혔다. 서랍장을 열어 얇은 담요를 꺼내와 여울의 다리에 덮었다. 무슨 일인지 모른 채 석진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
.
여울은 반듯하게 소파에 누워있다. 머리에는 물수건이 올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석진이 앉아있다. 의사가 다녀간 뒤 피로 누적이라며 쉬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스트레스 받은 일 있어냐고 의사가 물을 때 어제 소리치며 들어가던 여울의 모습이 떠올라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0분 째 여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에 오히려 안정감이 들었다. 숨쉬는 작은 코와 붉은 입술.. 가녀린 목을 따라 시선은 밑으로 흘렀다.
광택이 흐르는 화이트 블라우스 단추가 두 개 풀려있고 뽀얀 속살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돌린다는게 멈춰진 곳은 가슴이었다.
“후우... 진짜 안쳐다 봤었는데...”
억울하다는 듯 가슴쪽을 노려보고 있던 그 순간 여울이 눈을 떴다. 여울은 자신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석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꺄아아아악!!!!”
여울은 있는 힘껏 손을 휘둘렀고 석진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어어억-
“악!!!”
밖에 있던 이호영 실장이 비명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들어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이호영 실장 눈에 들어온 광경은 여울은 가슴을 감싸고 있었고 석진은 소파 밑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사장님... 이게.. 무슨.”
석진은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문 닫고 조용히 나가주게.”
눈치를 살피던 이호영 실장이 나가려고 하자 여울은 소리쳤다.
“아니!! 왜 나가라고 하는 거죠? 또 내 가슴을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천천히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호영 실장은 그대로 서있었다. 억울한 석진은 그녀를 향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아.. 송 실장... 오해입니다.”
“이사장님 너무해요! 어제도.. 오늘도! 내 가슴만... 흑..”
여울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자 뒤에 서 있던 이호영 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제도.. 오늘도라니.. 이사장님..”
감정의 미동도 없던 석진은 억울함에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오해라니까!!!”
남자한테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보통 어른들이 아이한테 하는 말 아닌가..? 아이 대하듯 말하며 그의 눈빛은 또 그윽하다.
그의 손이 여울에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조용한 차안 자신의 숨소리가 커질까 숨도 잠시 멈췄다. 다가오는 그의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읍-
그러나 여울의 예상과 다르게 그의 손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긴장해서 쏙 들어갔던 목에 힘이 저절로 풀어졌다. 멀뚱히 눈을 꿈뻑이는 여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두근-
피식 웃는 그의 미소에 또한번 여울의 가슴은 제멋대로 쿵쾅댔다.
‘아.. 이렇게 따뜻해지면 안 되는데...’
그의 따스함에 노곤해 질때쯤 정신을 붙들었다. 민망함을 지우려 급히 말을 돌렸다.
“아! 아까 저한테 연애 상담하고 싶다고 하셨죠?”
“아.. 네.”
“물어보세요. 명쾌하게 답변해 드릴게요.”
퀴즈쇼 진행자처럼 한껏 텐션을 끌어올린 여울은 사실 그의 연애가 궁금했다. 그러자 석진이 대답했다.
“한번 거절 당했던 사람인데.. 혹시 다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거절 당했던.. 혹시 공지수에요?”
‘!’
석진은 미간을 좁히며 의아한 듯 물었다.
“여기서 공지수가 왜 나옵니까?”
“네? 아니.. 한번 거절 당했던 사람이라고 하셔서.. 당연히...”
코웃음을 치는 석진을 보며 잘못 짚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뻘쭘함에 입술을 꼼질거렸다.
“이봐요. 송여울씨. 지수는 끝난 관계이지 다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석진은 끝난 사이를 강조하듯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여울은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대체 상대가 누구예요? 만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공지수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 여울은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에 반해 석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청혼을 거절 당했거든요. 당신한테.”
“네?”
눈을 마주 보고 있다가 여울은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그건 다 끝난 얘기 아닌가요? 전 사랑없는 결혼은 생각 해본 적도...”
“그럼 사랑이 있으면 하겠다는 말이네요?”
석진은 여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
“사랑에 감정이 그렇게 쉽게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럼 그거부터 알려줘 봐요. 어떻게 해야 감정이 생기는지.”
석진은 마음 급한 사람처럼 연이어 물었다. 여울은 이걸 왜 내가 설명해야하지?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게.. 일단, 서로를 알아가는 거부터 해야겠죠.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렇게 데이트를 하다보면...”
석진은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고민하듯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거 말고.. 좀 더 빠른 방법 없습니까?”
“빠른 방법이라니.. 무슨..?”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을 향하는 듯 했다. 여울은 가슴을 감싸며 석진을 째려봤다.
“응큼해! 아까 그 신랑이랑 이사장님이 다를 게 뭐예요!!!”
여울은 냅다 소리치고 차에서 내렸다. 석진은 순식간에 일이 황당할 뿐이었다.
“아니.. 난 그냥 멍하니 생각한 것 뿐인데... 여..울씨!!!”
여울은 이미 대문이 부서질 듯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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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여울은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풀썩 누웠다. 차 안에서 석진의 시선이 가슴에 머물러 있던 모습이 생각나 허공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어휴~ 정말 남자들은 다 늑대라니까. 차석진... 이제 다신 상대 안하겠어!!!”
자신의 머리를 닦아내듯 세게 쓸어내렸다.
“깜빡 넘어갈 뻔했네. 매너 있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남자는 다 똑같아.”
열이 오르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손부채질을 연신 해대더니 또 혼잣말을 했다.
“그래. 결혼 하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뭐? 결혼이 장난이야? 비즈니스? 내일부터 당장 거리를 둬야겠어!!”
씩씩대던 여울은 이날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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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웨딩홀 메이크업 실_
“와- 우리 엄마 정말 예쁘다!”
“이쁘긴.. 우리 딸이야 말로 정말 예쁘다.”
모녀 사이로 보이는 여자 둘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일에는 예식이 잘 없어서 한가한 편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사진 촬영이 잡혔다.
다음주에 결혼식이 있는 신부가 엄마와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유였다.
웨딩 촬영 이외 다른 촬영은 하지 않지만 노블레스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부탁이어서 특별히 진행 됐다.
4년 전처럼...
나연이 두 모녀를 모시고 드레스 실로 이동했다. 메이크업을 마친 여울은 어딘가 힘들어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사이 좋은 모녀를 보고 있으니 더 마음이 아려왔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무뎌지지도 않네...’
메이크업 용품들을 정리하는 것도 힘이 나지 않았다. 브러쉬를 툭 떨구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머리에 손을 올리자 이마가 뜨끈했다. 정리도 다 하지 못한 채 여울은 옥상으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을 조금 풀어보려고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하늘을 올려다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어린 아이처럼 부모님이 하늘나라에 계실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늘을 보며 읊조리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어차피 닿을 수 없는 걸 알지만, 부모님이 그리운 날에 높아진 하늘은 더 멀리 있는 듯 느껴졌다.
“보고싶다.. 엄마, 아빠.”
눈이 뿌옇게 흐려지자 행여 다른 사람들이 볼까 더 은밀한 장소로 옮겼다. 이 곳은 여울만 알고 있는 곳이다.
4년전 부모님을 잃고 울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철제 계단을 내려가야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부모님 돌아가시고 느닷없이 감정이 솟구쳐 오를때가 있었다. 울음을 주채할 수 없을 때 울음을 쏟아 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에 들어서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의식 중에 이곳은 편히 울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주르륵-
“흐윽... 윽...”
선선한 바람 마저 공허한 마음을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엄마.. 아빠.. 그렇게 갈 거였으면 예약해 뒀던 가족 사진이라도 찍고 가지.. 내가 직접 메이크업도 해주고 싶었는데.”
사고 나기 전 여울은 가족사진을 찍자며 특별히 정우림 작가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었다.
웨딩촬영 이외에는 하지 않던 정우림이 승낙해줬고 부모님에게 멋진 턱시도와 예쁜 드레스도 입혀드릴 생각이었다.
완벽한 계획을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결국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톡- 톡-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사무치는 그리움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냥 흐르던 눈물을 참으려 할수록 작은 어깨가 더 크게 떨려왔다.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하고 결국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우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울음소리가 묻힐 것 같았다.
솨아아아-
“으어어엉- 미치겠어.. 너무 보고 싶어서.”
얼굴을 감싼 채 한참 울었다.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두 손으로 눈물을 닦는 것도 버거웠다. 이렇게 한번 쏟아내고 나면 가슴은 후련해지지만, 기운이 쭉 빠진다.
여울은 마음을 추스른 뒤 옥상을 내려가기 위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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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터엉-
계단을 내려가는 여울의 발소리만 퉁퉁 울려댔다. 힘없이 축쳐진 가느다란 어깨가 안쓰럽게 떨려왔다. 식은땀이 흘러 이마에 손을 올리자 열이 나는지 꽤 뜨거웠다.
더운 숨을 내뱉으며 한발 한발 내딛는 여울 앞에 비상문이 열렸다. 여울이 멈칫 하며 발걸음을 멈췄고 비상문으로 들어온 사람은 차석진이었다.
석진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 여울을 보고 그대로 멈춰섰다. 꽤나 가까운 거리였고 조금 놀란 석진은 조용히 말했다.
“송 실장님.. 왜 여기에...”
여울의 눈빛이 이상했다. 그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힘없이 꿈뻑거렸다. 이마의 식은 땀도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송 실장, 괜찮아요?”
“나한테.. 다가.. 오지..마.”
여울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내다 석진을 향해 쓰러졌다.
털썩-
“송 실장!! 송 실장!!!”
석진은 바로 여울을 엎고 자신의 사무실로 뛰었다. 사무실 앞에 있던 이호영 실장이 놀라 따라 들어왔다.
“이사장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건 나중에. 일단 의사부터 불러.”
“네.. 알겠습니다.”
이호영 실장이 다급하게 나가자 여울을 소파에 눕혔다. 서랍장을 열어 얇은 담요를 꺼내와 여울의 다리에 덮었다. 무슨 일인지 모른 채 석진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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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은 반듯하게 소파에 누워있다. 머리에는 물수건이 올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석진이 앉아있다. 의사가 다녀간 뒤 피로 누적이라며 쉬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스트레스 받은 일 있어냐고 의사가 물을 때 어제 소리치며 들어가던 여울의 모습이 떠올라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0분 째 여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에 오히려 안정감이 들었다. 숨쉬는 작은 코와 붉은 입술.. 가녀린 목을 따라 시선은 밑으로 흘렀다.
광택이 흐르는 화이트 블라우스 단추가 두 개 풀려있고 뽀얀 속살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돌린다는게 멈춰진 곳은 가슴이었다.
“후우... 진짜 안쳐다 봤었는데...”
억울하다는 듯 가슴쪽을 노려보고 있던 그 순간 여울이 눈을 떴다. 여울은 자신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석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꺄아아아악!!!!”
여울은 있는 힘껏 손을 휘둘렀고 석진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어어억-
“악!!!”
밖에 있던 이호영 실장이 비명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들어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이호영 실장 눈에 들어온 광경은 여울은 가슴을 감싸고 있었고 석진은 소파 밑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사장님... 이게.. 무슨.”
석진은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문 닫고 조용히 나가주게.”
눈치를 살피던 이호영 실장이 나가려고 하자 여울은 소리쳤다.
“아니!! 왜 나가라고 하는 거죠? 또 내 가슴을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천천히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호영 실장은 그대로 서있었다. 억울한 석진은 그녀를 향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아.. 송 실장... 오해입니다.”
“이사장님 너무해요! 어제도.. 오늘도! 내 가슴만... 흑..”
여울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자 뒤에 서 있던 이호영 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제도.. 오늘도라니.. 이사장님..”
감정의 미동도 없던 석진은 억울함에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오해라니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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