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마지막 의거 2>
조회 : 1,224 추천 : 5 글자수 : 4,513 자 2022-11-23
도하는 재빨리 총을 들어 우가키 총독의 머리에 겨누었다.
“네 이놈! 삼천만 동포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해주겠다!”
“히이이익!!!”
이제 끝이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도하의 검지는 자신만만하게 방아쇠를 끌어당겼다.
‘딸깍- 딸깍-’
탕 소리와 함께 총알이 발사되어야 하는데, 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도하는 연신 방아쇠를 당겼으나 아무런 반응 없이 딸깍 소리만 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제길!”
도하는 자신이 쏜 총알 수를 계산해보았다. 총독이 탄 차를 멈추게 하느라 여덟 발, 차량 창문을 깨느라 두 발, 순사들을 제압하느라 두 발. 총 12발이었던 총알을 모두 소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하가 든 총이 비었다는 것을 눈치챈 우가키는 그를 밀치고 골목을 따라 도망쳤다. 그런 우가키를 도하는 다시금 사력을 다해 뒤쫓았다.
“우가키! 멈춰라!”
그때 우가키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세연이었다. 그녀는 총을 들어 총독을 조준했다. 세연을 보고 뜀박질을 멈춘 우가키를 향해 도하가 뒤에서 날아들며 무릎으로 그의 척추를 강타했다.
‘퍽-’
“크으악!”
우가키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세연이 다가와 넘어진 그에게 총을 쏘려는 순간, 뒤에서 순사 수십 명이 나타나 세연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세연의 뒤를 따라온 순사들이었다.
“총을 버려라 조센징!”
순사들을 마주하자 도하는 재빨리 총독을 일으켜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리고 빈 총을 들어 머리에 겨누었다.
“젠장, 세연 씨, 어떡하죠?”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린 반드시 살아나가야 합니다.”
“우선 난 총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있는 척을 하겠습니다. 세연 씨는 총알 몇 발 남았습니까?”
“아... 저도 한 발밖에 없습니다.”
“이런...”
그때 총독은 일본어로 순사들에게 소리쳤다.
“이 새끼 총알 없어! 얼른 이리로 와서 끌어내!”
그 말을 들은 순사 하나가 도하와 세연을 향해 뛰어왔다. 그러자 도하는 재빨리 세연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다가오는 순사를 향해 쐈다.
“탕!”
총에 맞은 순사는 뒤로 고꾸라졌다. 총독의 말과는 달리 도하의 총에 총알이 들어있는 것으로 오해한 순사들은 다시금 뒤로 주춤거렸다. 도하는 악을 쓰며 순사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조선말로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이놈 대가리에 구멍 날 줄 알아!”
세연은 도하에게 속삭였다.
“이제 어찌합니까! 총알이 없지 않습니까?”
“쉿! 조용히! 우리 이런 상황 익숙하지 않나요?”
총알 없는 총으로 위협하기. 그것은 두 사람이 처음 함께했던 추억이었다.
“지금이랑 그때랑 같아요?!”
“암튼 일단 뒤로 천천히 물러나요!”
.
.
.
‘탁탁탁-’
그때 뒤에서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 도하와 세연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는 총으로 순사들을 겨누었다. 도하는 그들의 행색을 보고는 단번에 의열단원들임을 알아챘다.
“의열단 동지들?”
“한인 애국단 동지, 반갑소.”
“와주었군요. 이 험한 곳까지.”
“영웅이 될 수 있는 영광을 한인 애국단에게만 양보할 수 있어야지. 세상에나, 총독 암살이라니.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어.”
“고맙습니다. 동지들.”
그러나 고작 서너 명의 인원이 더 왔다고 해도 여전히 불리하긴 매한가지였다. 눈앞에는 총으로 무장한 순사들이 수십 명이었다. 그에 반해 도하 일행은 무기도 인원도 부족했다. 총독의 목을 붙잡고 10분 여정도 대치했을까, 도하는 결단을 내렸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더 불리해집니다. 이곳저곳에서 순사들이 몰려올 겁니다.”
도하의 말에 의열단원 중 하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소? 뾰족한 수가 있으시오?”
“의열단 동지들, 하나만 더 부탁합시다.”
“무엇이오?”
도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여인을... 데리고... 먼저 도망쳐 주시오.”
세연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립니까! 절대 아니 됩니다!”
“세연 씨, 어차피 지금은 같이 살아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안 돼! 나보고 어떻게 혼자 도망치라고!”
“일단 먼저 몸을 피하세요. 제가 총독 놈을 붙잡고 있으니 저놈들도 쉽게 덤비지 못할 거에요.”
“...”
세연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지, 그리고 이제는 연인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사지에 홀로 두고 도망치라니. 그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하는 완강했다.
“의열단 동지들! 빨리 부탁입니다!”
의열단원 둘이 세연의 양팔을 잡아끌었다.
“여성 동지! 얼른 저 키 큰 동지의 말에 따릅시다! 지금은 이것 말고는 살아나갈 방법이 없어요!”
“안 돼! 이거 놔!”
어느새 세연의 새하얀 피부 위로 진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하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 고인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만들고 있었다.
“동지들! 그 여인을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도하 씨! 안 돼!”
“세연 씨, 뒤돌아보지 말고 가요! 꼭 당신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안 돼! 황도하! 야! 야!”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세연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순사들은 슬금슬금 도하와 우가키 총독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하는 권총을 총독의 머리에 더욱 가까이 가져다 대며 위협했다.
“멈춰!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오면 네놈들 총독은 죽는 거야!”
조선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순사들이었으나 도하가 내뿜는 살기를 느낀 탓인지 섣불리 가까이 오지 못했다. 도하는 떠나가는 세연을 향해 슬쩍 뒤돌아보며 말했다.
“세연 씨! 하나만 물어봅시다!”
뜬금없는 말에 세연을 끌고 가던 의열단원들도 멈추어 섰다. 세연은 양팔이 붙들린 채 눈물을 흘리며 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 나이가 몇입니까?!”
전에 도하가 스물다섯이라는 말을 듣자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하지 않던 세연의 모습이 생각난 도하였다. 세연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저 올해로 스물입니다! 오라버니!”
“하하, 역시 내가 오빠였네.”
도하는 눈물을 애써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세연을 향해 외쳤다.
“당신 곁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꼭 기다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도하는 더이상 뒤를 바라보지 않았다. 홀로 남은 도하의 임무는 세연과 의열단원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이제는 체력전이었다.
“이 개새끼들. 어디 한번 들어와 봐라.”
우가키 총독은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도하의 무릎에 척추를 강하게 맞은 후 뼈가 부러졌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겨워했다. 그로 인해 도하도 축 처진 우가키의 몸을 지탱하느라 체력이 두 배로 소모되었다.
.
.
.
시간이 꽤 흘렀다. 도하는 자신이 얼마나 버텼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우가키 총독은 사실상 기절한 상태였다. 어느새 몰려든 순사들은 골목길 사방에서 도하를 포위하고 있었다.
‘하, 너무 힘들다. 포기할까.’
정해진 시간 없이 버티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었다. 얼마나 버텨야 세연이 도망치기 충분할 시간일지 그것만을 생각했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지고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되겠지. 거리도 어두워졌으니 몸을 숨기기 더 쉬울 거야.”
도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총을 왼손으로 바꿔 들고 오른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졌다. 항상 품고 다니던, 처음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폭탄이 손에 잡혔다.
‘드디어 쓰는구나. 이렇게 쓰이려고 이 녀석이 내 손에 들어왔나 보다.’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모습에 순사들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웅성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도하는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 제물포로 오던 배에서 노를 젓던 노인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자네가 뜻한 바를 이루다가 세상을 떠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게. 젊은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부디 내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네.‘
“노 젓는 아저씨. 당신의 느낌이 맞았네요. 하하하. 세연 씨,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도하는 짧은 독백을 마치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틱-‘
안전클립이 튕겨 나가고, 도하가 움켜쥔 손잡이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순사들은 그 모습을 보자 도하와 우가키 총독에게로 뛰어왔다. 그리고 도하가 쥐고 있는 것이 폭탄임을 확인하자 다시 뒤를 돌아 도망쳤다.
“어서 피해!”
“폭탄이다!”
겁에 질린 순사들을 바라보며 도하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대사를 읊었다.
“멋진 여행이었다...”
’콰아앙-!!!‘
.
.
.
한편 세연은 울다 지쳐 쓰러져 의열단원의 등에 업힌 채 산기슭에 다다르고 있었다. 쓰러진 세연은 폭탄이 터지는 굉음이 울리자 눈을 떴다.
“어...어...? 어떻게 된 겁니까?! 도하 씨는요?!”
“...”
“흐흐흑... 왜 말이 없습니까?! 왜!!!”
세연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경성 시내 한복판을 바라보며 한없이 흐느꼈다. 그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의거이자, 두 사람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네 이놈! 삼천만 동포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해주겠다!”
“히이이익!!!”
이제 끝이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도하의 검지는 자신만만하게 방아쇠를 끌어당겼다.
‘딸깍- 딸깍-’
탕 소리와 함께 총알이 발사되어야 하는데, 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도하는 연신 방아쇠를 당겼으나 아무런 반응 없이 딸깍 소리만 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제길!”
도하는 자신이 쏜 총알 수를 계산해보았다. 총독이 탄 차를 멈추게 하느라 여덟 발, 차량 창문을 깨느라 두 발, 순사들을 제압하느라 두 발. 총 12발이었던 총알을 모두 소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하가 든 총이 비었다는 것을 눈치챈 우가키는 그를 밀치고 골목을 따라 도망쳤다. 그런 우가키를 도하는 다시금 사력을 다해 뒤쫓았다.
“우가키! 멈춰라!”
그때 우가키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세연이었다. 그녀는 총을 들어 총독을 조준했다. 세연을 보고 뜀박질을 멈춘 우가키를 향해 도하가 뒤에서 날아들며 무릎으로 그의 척추를 강타했다.
‘퍽-’
“크으악!”
우가키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세연이 다가와 넘어진 그에게 총을 쏘려는 순간, 뒤에서 순사 수십 명이 나타나 세연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세연의 뒤를 따라온 순사들이었다.
“총을 버려라 조센징!”
순사들을 마주하자 도하는 재빨리 총독을 일으켜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리고 빈 총을 들어 머리에 겨누었다.
“젠장, 세연 씨, 어떡하죠?”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린 반드시 살아나가야 합니다.”
“우선 난 총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있는 척을 하겠습니다. 세연 씨는 총알 몇 발 남았습니까?”
“아... 저도 한 발밖에 없습니다.”
“이런...”
그때 총독은 일본어로 순사들에게 소리쳤다.
“이 새끼 총알 없어! 얼른 이리로 와서 끌어내!”
그 말을 들은 순사 하나가 도하와 세연을 향해 뛰어왔다. 그러자 도하는 재빨리 세연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다가오는 순사를 향해 쐈다.
“탕!”
총에 맞은 순사는 뒤로 고꾸라졌다. 총독의 말과는 달리 도하의 총에 총알이 들어있는 것으로 오해한 순사들은 다시금 뒤로 주춤거렸다. 도하는 악을 쓰며 순사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조선말로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이놈 대가리에 구멍 날 줄 알아!”
세연은 도하에게 속삭였다.
“이제 어찌합니까! 총알이 없지 않습니까?”
“쉿! 조용히! 우리 이런 상황 익숙하지 않나요?”
총알 없는 총으로 위협하기. 그것은 두 사람이 처음 함께했던 추억이었다.
“지금이랑 그때랑 같아요?!”
“암튼 일단 뒤로 천천히 물러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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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그때 뒤에서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 도하와 세연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는 총으로 순사들을 겨누었다. 도하는 그들의 행색을 보고는 단번에 의열단원들임을 알아챘다.
“의열단 동지들?”
“한인 애국단 동지, 반갑소.”
“와주었군요. 이 험한 곳까지.”
“영웅이 될 수 있는 영광을 한인 애국단에게만 양보할 수 있어야지. 세상에나, 총독 암살이라니.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어.”
“고맙습니다. 동지들.”
그러나 고작 서너 명의 인원이 더 왔다고 해도 여전히 불리하긴 매한가지였다. 눈앞에는 총으로 무장한 순사들이 수십 명이었다. 그에 반해 도하 일행은 무기도 인원도 부족했다. 총독의 목을 붙잡고 10분 여정도 대치했을까, 도하는 결단을 내렸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더 불리해집니다. 이곳저곳에서 순사들이 몰려올 겁니다.”
도하의 말에 의열단원 중 하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겠소? 뾰족한 수가 있으시오?”
“의열단 동지들, 하나만 더 부탁합시다.”
“무엇이오?”
도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여인을... 데리고... 먼저 도망쳐 주시오.”
세연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립니까! 절대 아니 됩니다!”
“세연 씨, 어차피 지금은 같이 살아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안 돼! 나보고 어떻게 혼자 도망치라고!”
“일단 먼저 몸을 피하세요. 제가 총독 놈을 붙잡고 있으니 저놈들도 쉽게 덤비지 못할 거에요.”
“...”
세연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지, 그리고 이제는 연인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사지에 홀로 두고 도망치라니. 그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하는 완강했다.
“의열단 동지들! 빨리 부탁입니다!”
의열단원 둘이 세연의 양팔을 잡아끌었다.
“여성 동지! 얼른 저 키 큰 동지의 말에 따릅시다! 지금은 이것 말고는 살아나갈 방법이 없어요!”
“안 돼! 이거 놔!”
어느새 세연의 새하얀 피부 위로 진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하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 고인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만들고 있었다.
“동지들! 그 여인을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도하 씨! 안 돼!”
“세연 씨, 뒤돌아보지 말고 가요! 꼭 당신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안 돼! 황도하! 야! 야!”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세연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순사들은 슬금슬금 도하와 우가키 총독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하는 권총을 총독의 머리에 더욱 가까이 가져다 대며 위협했다.
“멈춰!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오면 네놈들 총독은 죽는 거야!”
조선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순사들이었으나 도하가 내뿜는 살기를 느낀 탓인지 섣불리 가까이 오지 못했다. 도하는 떠나가는 세연을 향해 슬쩍 뒤돌아보며 말했다.
“세연 씨! 하나만 물어봅시다!”
뜬금없는 말에 세연을 끌고 가던 의열단원들도 멈추어 섰다. 세연은 양팔이 붙들린 채 눈물을 흘리며 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 나이가 몇입니까?!”
전에 도하가 스물다섯이라는 말을 듣자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하지 않던 세연의 모습이 생각난 도하였다. 세연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저 올해로 스물입니다! 오라버니!”
“하하, 역시 내가 오빠였네.”
도하는 눈물을 애써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세연을 향해 외쳤다.
“당신 곁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꼭 기다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도하는 더이상 뒤를 바라보지 않았다. 홀로 남은 도하의 임무는 세연과 의열단원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이제는 체력전이었다.
“이 개새끼들. 어디 한번 들어와 봐라.”
우가키 총독은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도하의 무릎에 척추를 강하게 맞은 후 뼈가 부러졌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겨워했다. 그로 인해 도하도 축 처진 우가키의 몸을 지탱하느라 체력이 두 배로 소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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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흘렀다. 도하는 자신이 얼마나 버텼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우가키 총독은 사실상 기절한 상태였다. 어느새 몰려든 순사들은 골목길 사방에서 도하를 포위하고 있었다.
‘하, 너무 힘들다. 포기할까.’
정해진 시간 없이 버티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었다. 얼마나 버텨야 세연이 도망치기 충분할 시간일지 그것만을 생각했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지고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되겠지. 거리도 어두워졌으니 몸을 숨기기 더 쉬울 거야.”
도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총을 왼손으로 바꿔 들고 오른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졌다. 항상 품고 다니던, 처음부터 자신과 함께했던 폭탄이 손에 잡혔다.
‘드디어 쓰는구나. 이렇게 쓰이려고 이 녀석이 내 손에 들어왔나 보다.’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모습에 순사들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웅성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도하는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 제물포로 오던 배에서 노를 젓던 노인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자네가 뜻한 바를 이루다가 세상을 떠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게. 젊은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부디 내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네.‘
“노 젓는 아저씨. 당신의 느낌이 맞았네요. 하하하. 세연 씨,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도하는 짧은 독백을 마치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틱-‘
안전클립이 튕겨 나가고, 도하가 움켜쥔 손잡이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순사들은 그 모습을 보자 도하와 우가키 총독에게로 뛰어왔다. 그리고 도하가 쥐고 있는 것이 폭탄임을 확인하자 다시 뒤를 돌아 도망쳤다.
“어서 피해!”
“폭탄이다!”
겁에 질린 순사들을 바라보며 도하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대사를 읊었다.
“멋진 여행이었다...”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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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연은 울다 지쳐 쓰러져 의열단원의 등에 업힌 채 산기슭에 다다르고 있었다. 쓰러진 세연은 폭탄이 터지는 굉음이 울리자 눈을 떴다.
“어...어...? 어떻게 된 겁니까?! 도하 씨는요?!”
“...”
“흐흐흑... 왜 말이 없습니까?! 왜!!!”
세연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경성 시내 한복판을 바라보며 한없이 흐느꼈다. 그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의거이자, 두 사람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작가의 말
한 달 반이라는 기간 동안 도하의 나날들을 그려내다 보니, 감정이입이 깊게 됩니다. 최종화는 이틀 뒤인 11월 24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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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연재 후기조회 : 1,587 추천 : 5 댓글 : 1 글자 : 2,332 35.<35화. 돌아오다>조회 : 1,381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32 34.<34화. 마지막 의거 2>조회 : 1,233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513 33.<33화. 마지막 의거>조회 : 1,203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549 32.<32화.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조회 : 1,238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384 31.<31화. 독립군 구출 작전 2>조회 : 1,316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415 30.<30화. 독립군 구출 작전>조회 : 1,247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457 29.<29화. 기차에서 생긴 일>조회 : 1,483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28 28.<28화. 조선을 향하여>조회 : 26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432 27.<27화. 새로운 계획>조회 : 35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072 26.<26화. 재회>조회 : 292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431 25.<25화. 한밤중의 소동>조회 : 354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431 24.<24화. 다시>조회 : 333 추천 : 3 댓글 : 0 글자 : 4,465 23.<23화. 포기>조회 : 645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586 22.<22화. 육삼정의 함정>조회 : 324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296 21.<21화. 잠시만 안녕>조회 : 361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366 20.<20화. 일본 공사 암살 모의>조회 : 381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274 19.<19화. 아나키스트들을 만나다>조회 : 293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279 18.<18화. 돌아온 상해>조회 : 337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107 17.<17화. 약속>조회 : 301 추천 : 7 댓글 : 2 글자 : 4,241 16.<16화. 이별>조회 : 29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562 15.<15화. 사형장에 울린 총성>조회 : 36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721 14.<14화. 거짓 정보>조회 : 334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235 13.<13화. 훙커우 공원 의거>조회 : 817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853 12.<12화. 최후의 대화>조회 : 30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344 11.<11화. 도피>조회 : 563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440 10.<10화. 잘생긴 청년>조회 : 591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152 9.<9화. 동경 탈출>조회 : 437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16 8.<8화. 잔인한 밤>조회 : 506 추천 : 9 댓글 : 0 글자 : 4,354 7.<7화. 천운>조회 : 853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259 6.<6화. 동경으로 가는 길>조회 : 584 추천 : 10 댓글 : 0 글자 : 4,955 5.<5화. 봉창과의 하루>조회 : 872 추천 : 9 댓글 : 0 글자 : 4,523 4.<4화. 여행 준비>조회 : 995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385 3.<3화. 일왕 암살 계획>조회 : 875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517 2.<2화. 상해에서의 첫날 밤>조회 : 1,307 추천 : 12 댓글 : 0 글자 : 5,940 1.<1화. 역사를 바꾸고 싶은 남자>조회 : 4,248 추천 : 13 댓글 : 3 글자 : 4,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