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독립군 구출 작전 2>
조회 : 1,355 추천 : 8 글자수 : 4,415 자 2022-11-17
‘탁탁탁탁-’
순사들이 누군가가 침입한 상황을 파악하고 고문실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분명했다. 빠르게 들리는 발소리보다 도하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런, 벌써 왜놈들이 온 건가? 빨리 일어나세요!”
“으으... 당신은 누군데...”
기진맥진한 목소리의 한 독립운동가가 말했다. 도하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다친 오른팔이 아려왔지만 억지로 통증을 참아냈다. 양쪽 어깨에 두 사람을 기대게 한 다음 창문으로 올려보내려는 순간, 문을 쾅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쿵-’
그런데 순사들이 아니었다. 검은 복장을 하고 복면을 쓴 사람 셋이었다. 그중 맨 앞에 들어오던 사람은 도하를 보고 순간 멈추어 섰다. 그리고 이내 총을 꺼내 겨누었다.
“물러서라!”
도하도 총을 꺼내어 겨누며 맞섰다.
“네놈들은 누구냐!”
복면을 쓴 사람들은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도하가 일본 순사 복장을 하고 있음에도 능숙하게 조선말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너는 왜놈이냐?”
“아니, 나는 이자들을 구하러 왔다. 너희는 누구냐?”
“우리 동지들을? 네놈은 누구길래?”
“그건 말할 수 없다. 이자들의 동지라면 우선 피신시키는 것이 먼저다. 얼른 이쪽 창문으로 나가야 해!”
“닥쳐! 네놈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데 어찌 동행한단 말이냐? 어서 총을 버리고 물러서라!”
“에잇! 우선 피해야 한다니까!”
도하는 곧 일본 순사들이 몰려올 것만 같았다. 어차피 일본 순사들의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괜히 순사복을 빼앗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분명 목적은 같으나, 서로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때 팽팽한 대치 상황을 깨고 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신 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독립군가였다. 도하가 읊는 익숙한 가사에 복면을 쓴 세 명 중 한 명이 슬슬 눈치를 보더니 다음 가사를 이어갔다.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이 너와 나로다-”
그들은 독립군가로 서로의 신뢰를 회복했다. 적어도 서로 죽여야 할 적은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그러자 맨 앞에 서 있는 복면의 남자가 먼저 신원을 밝혔다.
“우리는 약산 선생님과 뜻을 같이하는 의열단원들이야. 당신은 누구지?”
도하는 의열단이라는 말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나는 백범 선생님 밑에 있는 한인 애국단원입니다. 얼른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분 선생님들이 편지에 늘 적으시는 글자가 무엇인지 아는가?”
“옳을 의(義)가 아닙니까.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빨리 나가야 해요!”
“그럽시다. 동지들! 조금만 힘을 내시오!”
도하가 뚫어놓은 창문 구멍으로 고문당하던 두 사람을 먼저 내보내고, 복면을 쓴 세 사람도 곧이어 따라나섰다. 마지막으로 도하가 창문을 나섰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도하가 물었다.
“어디로 가야 안전합니까?”
“삼각산 자락에 의열단의 근거지가 있소. 조금만 벗어나면 근처에 차를 대기시켜놨으니, 얼른 갑시다.”
“네!”
그렇게 다섯 명의 독립운동가들, 아니 도하까지 여섯 명의 독립운동가는 종로경찰서를 탈출했다. 뒤늦게 그들을 쫓기 위해 나온 일본 순사들은 멀리서 총을 쏘며 위협했다.
‘탕! 탕!’
“고개 숙이세요!”
“이쪽이오!”
다행히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일본 순사들은 끝까지 떠나는 차량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몸을 웅크린 독립운동가들을 맞추기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휴... 정말 다행입니다.”
“자네 덕에 창문으로 도망칠 수 있었네. 고마워.”
“아닙니다. 조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산길 입구에 차가 멈추어 섰다. 길이 너무 좁아 더이상 차가 진입하기는 어려웠다. 의열단의 간부 격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으로 올라가야 하오. 근데... 아무리 자네가 한인 애국단이라 해도, 우리의 근거지를 알려주기는 어렵소.”
“이해합니다. 저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가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순사복으로 경성 시내에 가면 위험하니, 나와 옷을 바꿔입읍시다.”
“아, 그렇군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또 이 순사복은 앞으로 우리 의열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도하는 이름 모를 의열단원과 옷을 바꿔입었다. 역시나 도하의 거구에 비하면 한참 작았으나 그런대로 몸을 가리기는 충분했다.
“한인 애국단 동지, 정말 고마웠소. 진심이오. 혹시 우리가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도울 것이라... 음...”
그때 도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정리한 뒤 말을 꺼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며 도하와 의열단원들은 한참을 서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도하는 의열단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경성 시내로 향했다. 어느덧 작열하는 태양이 산 너머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
.
.
도하는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무사히 방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세연은 아직 잠에 빠져 있었다.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누웠다.
‘길고 긴 새벽이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했다.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도 결코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와 같은 유명 독립운동가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훌륭한 인물들이고, 따라서 자신이 그러한 존재를 구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드디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조금은 이루었네. 이제 다음은...’
다음 목표는 계획했던 대로 총독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득 자신이 세연에게 남긴 편지와 폭탄이 생각났다. 미처 그것을 치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으나 기왕이면 세연이 모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편지와 폭탄을 급하게 치웠다. 편지를 찢어서 삼키고, 폭탄을 주머니에 막 넣자마자 세연이 눈을 떴다.
“도하 씨, 일어나셨습니까.”
“아, 네. 잘 주무셨나요?”
“상쾌한 아침이네요.”
“그러게요. 제가 아침거리를 장만해오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도하는 급하게 방을 나왔다. 방문을 닫자마자 미처 삼키지 못한 편지 조각을 마저 씹었다. 그리고는 아침거리로 근처 국밥집에 가서 국밥 두 그릇을 받아왔다.
“아주머니, 저 여기 바로 옆집 사는데 금방 먹고 그릇 가져다드릴게요!”
“그려. 천천히 갖다줘 총각!”
새삼스럽게 말이 통하는 행복을 느끼는 도하였다. 국이 식기 전에 세연이 있는 방으로 돌아온 도하는 바닥에 국밥 두 그릇을 내려놓았다.
“근처 국밥집에서 사 왔습니다. 얼른 드세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도하가 갑자기 오른팔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아앗-”
“오른팔이 아프십니까?”
“아, 아닙니다. 살짝 아리네요.”
확실히 죽을 위기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시점과 평상시는 달랐다. 급한 상황에서는 고통을 느낄 새조차 없지만, 잠시라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통증이 다시 찾아오곤 했다.
“그러게... 몸도 성치 않으신 분이 어찌 그 험한 곳에 다녀오셨습니까.”
“네?”
“새벽에 말입니다. 종로경찰서에...”
“아... 어찌 아셨습니까?”
사실 세연은 새벽에 도하가 방을 나가는 순간에 깨어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가자마자 남긴 편지를 읽었다. 세연이 어떻게 알았는지 말해주지 않자 도하가 연이어 물었다.
“왜 모른 척을 하셨습니까?”
“모른 척을 했다니요. 그저 믿었을 뿐입니다.”
“무엇을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요.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항상 돌아왔으니까요. 사실 도하 씨가 나갈 때부터 깨어있었답니다.”
“...”
도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세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당연한 것을요.”
“세연 씨가 믿어주신 덕분에, 제가 선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선물이요?”
“네. 아마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지 않을까요? 잠깐 귀를 빌려주시겠어요?”
도하는 세연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을 했다. 도하가 속삭이는 말을 듣자 그렇지 않아도 왕방울만큼 커다란 세연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진짜요?!”
세연의 얼굴이 그 어느 때 보다 밝아졌다. 도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나 잘했지요?”
“그럼요! 진짜 최고!”
“다 세연 씨 덕분이에요. 만약 나가려는 저를 믿지 못하고 말리셨다면 이런 선물도 없었을 테니까요!”
“에이, 새벽에 고생하고 돌아온 도하 씨 덕분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손을 맞잡았다. 실로 얼마 만에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 둘은 이러한 분위기가 낯설기까지 했다. 도하가 가져온 선물이라는 것이 꽤 효과가 큰 듯했다. 선물을 전달하고 난 뒤 도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모든 것은 우리 둘에게 달려 있습니다.”
순사들이 누군가가 침입한 상황을 파악하고 고문실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분명했다. 빠르게 들리는 발소리보다 도하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런, 벌써 왜놈들이 온 건가? 빨리 일어나세요!”
“으으... 당신은 누군데...”
기진맥진한 목소리의 한 독립운동가가 말했다. 도하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다친 오른팔이 아려왔지만 억지로 통증을 참아냈다. 양쪽 어깨에 두 사람을 기대게 한 다음 창문으로 올려보내려는 순간, 문을 쾅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쿵-’
그런데 순사들이 아니었다. 검은 복장을 하고 복면을 쓴 사람 셋이었다. 그중 맨 앞에 들어오던 사람은 도하를 보고 순간 멈추어 섰다. 그리고 이내 총을 꺼내 겨누었다.
“물러서라!”
도하도 총을 꺼내어 겨누며 맞섰다.
“네놈들은 누구냐!”
복면을 쓴 사람들은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도하가 일본 순사 복장을 하고 있음에도 능숙하게 조선말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너는 왜놈이냐?”
“아니, 나는 이자들을 구하러 왔다. 너희는 누구냐?”
“우리 동지들을? 네놈은 누구길래?”
“그건 말할 수 없다. 이자들의 동지라면 우선 피신시키는 것이 먼저다. 얼른 이쪽 창문으로 나가야 해!”
“닥쳐! 네놈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데 어찌 동행한단 말이냐? 어서 총을 버리고 물러서라!”
“에잇! 우선 피해야 한다니까!”
도하는 곧 일본 순사들이 몰려올 것만 같았다. 어차피 일본 순사들의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괜히 순사복을 빼앗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분명 목적은 같으나, 서로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때 팽팽한 대치 상황을 깨고 도하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신 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독립군가였다. 도하가 읊는 익숙한 가사에 복면을 쓴 세 명 중 한 명이 슬슬 눈치를 보더니 다음 가사를 이어갔다.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이 너와 나로다-”
그들은 독립군가로 서로의 신뢰를 회복했다. 적어도 서로 죽여야 할 적은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그러자 맨 앞에 서 있는 복면의 남자가 먼저 신원을 밝혔다.
“우리는 약산 선생님과 뜻을 같이하는 의열단원들이야. 당신은 누구지?”
도하는 의열단이라는 말에 반가웠다. 그래서 얼른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나는 백범 선생님 밑에 있는 한인 애국단원입니다. 얼른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분 선생님들이 편지에 늘 적으시는 글자가 무엇인지 아는가?”
“옳을 의(義)가 아닙니까.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빨리 나가야 해요!”
“그럽시다. 동지들! 조금만 힘을 내시오!”
도하가 뚫어놓은 창문 구멍으로 고문당하던 두 사람을 먼저 내보내고, 복면을 쓴 세 사람도 곧이어 따라나섰다. 마지막으로 도하가 창문을 나섰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도하가 물었다.
“어디로 가야 안전합니까?”
“삼각산 자락에 의열단의 근거지가 있소. 조금만 벗어나면 근처에 차를 대기시켜놨으니, 얼른 갑시다.”
“네!”
그렇게 다섯 명의 독립운동가들, 아니 도하까지 여섯 명의 독립운동가는 종로경찰서를 탈출했다. 뒤늦게 그들을 쫓기 위해 나온 일본 순사들은 멀리서 총을 쏘며 위협했다.
‘탕! 탕!’
“고개 숙이세요!”
“이쪽이오!”
다행히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일본 순사들은 끝까지 떠나는 차량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몸을 웅크린 독립운동가들을 맞추기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휴... 정말 다행입니다.”
“자네 덕에 창문으로 도망칠 수 있었네. 고마워.”
“아닙니다. 조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산길 입구에 차가 멈추어 섰다. 길이 너무 좁아 더이상 차가 진입하기는 어려웠다. 의열단의 간부 격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으로 올라가야 하오. 근데... 아무리 자네가 한인 애국단이라 해도, 우리의 근거지를 알려주기는 어렵소.”
“이해합니다. 저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가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순사복으로 경성 시내에 가면 위험하니, 나와 옷을 바꿔입읍시다.”
“아, 그렇군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또 이 순사복은 앞으로 우리 의열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도하는 이름 모를 의열단원과 옷을 바꿔입었다. 역시나 도하의 거구에 비하면 한참 작았으나 그런대로 몸을 가리기는 충분했다.
“한인 애국단 동지, 정말 고마웠소. 진심이오. 혹시 우리가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도울 것이라... 음...”
그때 도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정리한 뒤 말을 꺼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며 도하와 의열단원들은 한참을 서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도하는 의열단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경성 시내로 향했다. 어느덧 작열하는 태양이 산 너머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
.
.
도하는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무사히 방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세연은 아직 잠에 빠져 있었다.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누웠다.
‘길고 긴 새벽이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했다.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도 결코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와 같은 유명 독립운동가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훌륭한 인물들이고, 따라서 자신이 그러한 존재를 구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드디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조금은 이루었네. 이제 다음은...’
다음 목표는 계획했던 대로 총독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득 자신이 세연에게 남긴 편지와 폭탄이 생각났다. 미처 그것을 치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으나 기왕이면 세연이 모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편지와 폭탄을 급하게 치웠다. 편지를 찢어서 삼키고, 폭탄을 주머니에 막 넣자마자 세연이 눈을 떴다.
“도하 씨, 일어나셨습니까.”
“아, 네. 잘 주무셨나요?”
“상쾌한 아침이네요.”
“그러게요. 제가 아침거리를 장만해오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도하는 급하게 방을 나왔다. 방문을 닫자마자 미처 삼키지 못한 편지 조각을 마저 씹었다. 그리고는 아침거리로 근처 국밥집에 가서 국밥 두 그릇을 받아왔다.
“아주머니, 저 여기 바로 옆집 사는데 금방 먹고 그릇 가져다드릴게요!”
“그려. 천천히 갖다줘 총각!”
새삼스럽게 말이 통하는 행복을 느끼는 도하였다. 국이 식기 전에 세연이 있는 방으로 돌아온 도하는 바닥에 국밥 두 그릇을 내려놓았다.
“근처 국밥집에서 사 왔습니다. 얼른 드세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도하가 갑자기 오른팔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아앗-”
“오른팔이 아프십니까?”
“아, 아닙니다. 살짝 아리네요.”
확실히 죽을 위기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시점과 평상시는 달랐다. 급한 상황에서는 고통을 느낄 새조차 없지만, 잠시라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통증이 다시 찾아오곤 했다.
“그러게... 몸도 성치 않으신 분이 어찌 그 험한 곳에 다녀오셨습니까.”
“네?”
“새벽에 말입니다. 종로경찰서에...”
“아... 어찌 아셨습니까?”
사실 세연은 새벽에 도하가 방을 나가는 순간에 깨어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가자마자 남긴 편지를 읽었다. 세연이 어떻게 알았는지 말해주지 않자 도하가 연이어 물었다.
“왜 모른 척을 하셨습니까?”
“모른 척을 했다니요. 그저 믿었을 뿐입니다.”
“무엇을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요.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항상 돌아왔으니까요. 사실 도하 씨가 나갈 때부터 깨어있었답니다.”
“...”
도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세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당연한 것을요.”
“세연 씨가 믿어주신 덕분에, 제가 선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선물이요?”
“네. 아마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지 않을까요? 잠깐 귀를 빌려주시겠어요?”
도하는 세연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을 했다. 도하가 속삭이는 말을 듣자 그렇지 않아도 왕방울만큼 커다란 세연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진짜요?!”
세연의 얼굴이 그 어느 때 보다 밝아졌다. 도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나 잘했지요?”
“그럼요! 진짜 최고!”
“다 세연 씨 덕분이에요. 만약 나가려는 저를 믿지 못하고 말리셨다면 이런 선물도 없었을 테니까요!”
“에이, 새벽에 고생하고 돌아온 도하 씨 덕분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손을 맞잡았다. 실로 얼마 만에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 둘은 이러한 분위기가 낯설기까지 했다. 도하가 가져온 선물이라는 것이 꽤 효과가 큰 듯했다. 선물을 전달하고 난 뒤 도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모든 것은 우리 둘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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