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마지막 의거>
조회 : 1,218 추천 : 7 글자수 : 4,549 자 2022-11-21
은신처로 돌아온 도하와 세연은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의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기에 충분히 잠을 자 두어야 했다. 거사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우가키 총독이 총독부에서 창경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4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적어도 서너 시부터는 근처에 자리를 잡고 총독의 행방을 쫓아야 했다.
“도하 씨, 선물은 배송이 잘 되겠죠?”
“그럴 거라 믿어야죠. 지금으로써는 그럴 수밖에요.”
“그래요. 안녕히 주무세요.”
“세연 씨도요.”
도하가 세연에게 선물이라고 건네준 소식은 거사와 관련이 깊은 듯 보였다.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각자 깊은 잠에 빠졌다.
.
.
.
이튿날 도하는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긴장된 나머지 숙면에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후... 피곤하다.”
“어, 일어나셨습니까?”
일찍 일어난 것은 도하뿐만이 아니었다. 세연 역시 거사에 대한 긴장감으로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너무 피곤하네요.”
“세연 씨도 잠을 설치셨나요?”
“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일찍 나가서 가배나 한잔 마실까요? 피곤을 쫓는 데는 가배만 한 것이 없어요.”
“좋습니다.”
“아, 어쩌면 세연 씨가 어제 가배를 마셔서 잠을 못 주무셨나 봅니다. 하하.”
두 사람은 거사에 필요한 모든 짐을 챙겼다. 도하는 권총 한 자루와 폭탄 하나, 세연은 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 며칠간 은신처를 제공해준 독립운동가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를 방에 놓고 나왔다.
“종로 거리에 있는 아무 다방이나 갑시다.”
종로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이기에 다방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오후에 있을 총독의 행차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작은 2층짜리 다방으로 들어갔다.
“가배 두 잔 부탁드립니다. 설탕은 따로 주시고요.”
도하가 다방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가배를 주문했다. 그리고 거리가 잘 내다보이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배가 나오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거리에는 순사들 몇 명이 나와 통제를 시작했다.
“총독 각하께서 다니실 길이다! 모두 비켜!”
“더러운 조센징들아, 길 비키라는 말이 안 들려?”
순사들은 괜히 조선인들에게 시비를 걸며 거리를 막아섰다. 도하와 세연에게 이제 그러한 모습은 익숙할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큰 거사를 앞두고 있기에 비교적 작은 일에 흥분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일부러 거리를 쳐다보지 않고 서로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시간은 어느덧 3시를 넘어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슬슬 우가키 총독이 총독부에서 나와 움직일 시간이었다.
“곧 시작입니다.”
“세연 씨, 긴장되십니까?”
“네. 긴장됩니다.”
“천하의 현세연이 긴장을 다 하다니, 이번 일이 정말 중요하긴 한가 봅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때 저 멀리 거리에서 총독이 탄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쪽입니다! 총독이 왔습니다!”
“좋아. 적당한 시간에 와주었군요. 이제 선물을 기다립시다.”
두 사람이 말하는 선물이란 도하와 의열단원들의 대화였다. 도하가 의열단원들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을 구출하고 난 뒤 나눈 대화. 그리고 그 내용은 이러했다.
.
.
.
때는 도하와 의열단원들이 산기슭에서 헤어지던 즈음이었다.
“한인 애국단 동지, 정말 고마웠소. 진심이오. 혹시 우리가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도울 것이라... 음...”
그때 도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정리한 뒤 말을 꺼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우리가 행할 의거를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의거? 무슨 의거를 말이오?”
“의열단이 근거지를 밝힐 수 없는 것처럼, 우리 한인 애국단도 구체적인 의거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다만 내일 총독이 창경원으로 갈 때, 작은 사고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사고를?”
“오후 4시경, 창경원 근처에 폭탄을 숨겨주세요. 아마 행사 직전에 일본군이 그 일대를 샅샅이 수색할 텐데, 필시 폭탄이 발견될 것입니다. 들킬 수 있도록 약간 허술하게 숨겨주셔야 해요. 그것이 어렵다면 그냥 작은 폭탄을 터뜨려주셔도 됩니다.”
“그다음은?”
“그 이후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세요. 혹시 돕고 싶다면 충분히 무장하고 종로 근처로 와주세요.”
“알겠네. 우리 모두 한인 애국단의 성공을 빌겠네.”
.
.
.
도하는 의열단이 창경원 근처에서 작은 소란을 피워주길 부탁했다. 그렇게 된다면 총독은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고자 다시 총독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폭탄이 발견된 곳으로 순사들이 모일 확률이 높으니, 총독의 경호가 순간적으로 허술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반대로 총독에게 경호가 몰릴 수도 있으나 확률은 반반이라고 보았다. 도하는 세연과 함께 이때를 노려 총독을 제거할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 전술인 셈이었다. 도하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이러한 계획을 다시금 세연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의열단원들이 제대로 해준다면, 한 30분 후에 총독이 지금보다 허술한 경호를 받으며 다시 이곳을 지나갈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럼 그때 우리는 여기서 총독을 저격하기로 하죠.”
“세연 씨의 사격술은 조선 최고이니 안심이 됩니다.”
“윤 동지의 사형장에서 보니 도하 씨 실력도 쓸만하더군요.”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종로 거리에서 멀어지는 총독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만 다방을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1분 1초 흐를수록 두 사람의 긴장감도 고조되었다. 도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감을 달랬다.
“도하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하하, 티가 많이 나나요?”
“아까부터 마른 침만 계속 삼키고 계시잖아요.”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풉, 저보고는 긴장하지 말라고 하셨으면서.”
“그건...”
“펑!! 쾅- 콰광-!!”
도하가 입술을 떼는 순간 어딘가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의열단원들이 창경원 근처에서 터뜨린 모양이었다.
“의열단이 성공했나 봅니다!”
“그러게요!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거리에 서서 시민을 통제하던 순사들이 일제히 폭발음이 난 곳으로 뛰었다. 도하와 세연은 침착하게 창밖을 주시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경원 방향에서 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 우가키 총독이 타고 가던 차와 똑같은 모양새였다.
“저놈이 총독입니다!”
“지금!”
도하의 외침을 신호로 두 사람은 차를 향해 맹렬히 총을 쏘았다. 무차별적인 난사였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끼이이익- 쿵-”
도하는 다친 오른팔이 아직 아물지 않았는지 총을 제대로 조준하기 어려웠다. 팔을 높이 들수록 통증으로 인해 덜덜 떨려왔다. 그러다 보니 과할 정도로 총알을 난사했다. 다행히 그렇게 날아든 총알은 꽤 효과가 있었다. 총독이 탄 차는 바퀴가 터져 뱅글뱅글 돌다가 전봇대를 때려 박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여기서 엄호하세요!”
도하는 세연에게 뒤를 맡기고 재빨리 뛰어 내려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차 안에는 순사 둘과 아리요시 전 상해 공사, 그리고 우가키 총독이 당황하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도하는 권총으로 차의 유리창을 부쉈다.
“탕! 탕! 탕!”
“웬 놈들이냐! 누구냐 네놈은!”
“네놈의 죄를 응징하러 왔다!”
우가키 총독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순사들이 허둥지둥 총을 꺼내는 모습을 보자 도하가 그들을 향해 발포했다.
“탕! 탕!”
가까운 거리였기에 도하의 총알은 정확히 순사들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그 틈을 타 우가키 총독은 덜덜 떨며 차 밖으로 도망쳤다. 도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방 2층에서 세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자 주저하지 않고 우가키 총독을 쫓았다. 마치 자신에게 뒤를 맡기고 마음 놓고 총독을 쫓으라는 신호 같았다.
“저놈을 부탁해요!”
도하의 말에 세연은 고개를 돌려 아리요시 공사를 찾았다. 아리요시는 총독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세연은 도망가는 아리요시를 향해 총을 쏘았고, 그의 허벅지에 총알을 꿰뚫었다.
“탕!”
“크악!”
세연은 넘어진 아리요시를 향해 뛰었다. 그러나 이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총소리를 들은 순사들이 거사 현장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오는 순사들에게 위협 사격을 한 뒤 세연도 도하가 사라진 골목으로 뛰었다.
한편 도하는 총독과 골목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자 거리에 나와 있던 시민들은 전부 어딘가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는 오직 우가키와 도하만이 있을 뿐이었다. 도하는 복잡한 골목으로 사라진 우가키를 찾아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도하가 조심스레 한 좁은 골목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반대편에서 뛰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쿵-’
“으악! 누구야!”
“크악!”
그것은 도하를 피해 도망치던 우가키 총독이었다. 복잡한 종로 거리의 골목길에 우가키가 헤매다가 우연히 도하와 마주친 것이었다. 도하는 그가 총독임을 파악하자 재빨리 총을 들어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
“네 이놈! 삼천만 동포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해주겠다!”
“히이이익!!!”
도하는 침을 꼴깍 삼킨 뒤 힘차게 방아쇠를 당겼다.
“도하 씨, 선물은 배송이 잘 되겠죠?”
“그럴 거라 믿어야죠. 지금으로써는 그럴 수밖에요.”
“그래요. 안녕히 주무세요.”
“세연 씨도요.”
도하가 세연에게 선물이라고 건네준 소식은 거사와 관련이 깊은 듯 보였다.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각자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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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도하는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긴장된 나머지 숙면에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후... 피곤하다.”
“어, 일어나셨습니까?”
일찍 일어난 것은 도하뿐만이 아니었다. 세연 역시 거사에 대한 긴장감으로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너무 피곤하네요.”
“세연 씨도 잠을 설치셨나요?”
“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일찍 나가서 가배나 한잔 마실까요? 피곤을 쫓는 데는 가배만 한 것이 없어요.”
“좋습니다.”
“아, 어쩌면 세연 씨가 어제 가배를 마셔서 잠을 못 주무셨나 봅니다. 하하.”
두 사람은 거사에 필요한 모든 짐을 챙겼다. 도하는 권총 한 자루와 폭탄 하나, 세연은 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 며칠간 은신처를 제공해준 독립운동가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를 방에 놓고 나왔다.
“종로 거리에 있는 아무 다방이나 갑시다.”
종로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이기에 다방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오후에 있을 총독의 행차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작은 2층짜리 다방으로 들어갔다.
“가배 두 잔 부탁드립니다. 설탕은 따로 주시고요.”
도하가 다방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가배를 주문했다. 그리고 거리가 잘 내다보이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배가 나오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거리에는 순사들 몇 명이 나와 통제를 시작했다.
“총독 각하께서 다니실 길이다! 모두 비켜!”
“더러운 조센징들아, 길 비키라는 말이 안 들려?”
순사들은 괜히 조선인들에게 시비를 걸며 거리를 막아섰다. 도하와 세연에게 이제 그러한 모습은 익숙할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큰 거사를 앞두고 있기에 비교적 작은 일에 흥분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일부러 거리를 쳐다보지 않고 서로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시간은 어느덧 3시를 넘어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슬슬 우가키 총독이 총독부에서 나와 움직일 시간이었다.
“곧 시작입니다.”
“세연 씨, 긴장되십니까?”
“네. 긴장됩니다.”
“천하의 현세연이 긴장을 다 하다니, 이번 일이 정말 중요하긴 한가 봅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때 저 멀리 거리에서 총독이 탄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쪽입니다! 총독이 왔습니다!”
“좋아. 적당한 시간에 와주었군요. 이제 선물을 기다립시다.”
두 사람이 말하는 선물이란 도하와 의열단원들의 대화였다. 도하가 의열단원들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을 구출하고 난 뒤 나눈 대화. 그리고 그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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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도하와 의열단원들이 산기슭에서 헤어지던 즈음이었다.
“한인 애국단 동지, 정말 고마웠소. 진심이오. 혹시 우리가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오.”
“도울 것이라... 음...”
그때 도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정리한 뒤 말을 꺼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우리가 행할 의거를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의거? 무슨 의거를 말이오?”
“의열단이 근거지를 밝힐 수 없는 것처럼, 우리 한인 애국단도 구체적인 의거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다만 내일 총독이 창경원으로 갈 때, 작은 사고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사고를?”
“오후 4시경, 창경원 근처에 폭탄을 숨겨주세요. 아마 행사 직전에 일본군이 그 일대를 샅샅이 수색할 텐데, 필시 폭탄이 발견될 것입니다. 들킬 수 있도록 약간 허술하게 숨겨주셔야 해요. 그것이 어렵다면 그냥 작은 폭탄을 터뜨려주셔도 됩니다.”
“그다음은?”
“그 이후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세요. 혹시 돕고 싶다면 충분히 무장하고 종로 근처로 와주세요.”
“알겠네. 우리 모두 한인 애국단의 성공을 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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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는 의열단이 창경원 근처에서 작은 소란을 피워주길 부탁했다. 그렇게 된다면 총독은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고자 다시 총독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폭탄이 발견된 곳으로 순사들이 모일 확률이 높으니, 총독의 경호가 순간적으로 허술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반대로 총독에게 경호가 몰릴 수도 있으나 확률은 반반이라고 보았다. 도하는 세연과 함께 이때를 노려 총독을 제거할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 전술인 셈이었다. 도하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이러한 계획을 다시금 세연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의열단원들이 제대로 해준다면, 한 30분 후에 총독이 지금보다 허술한 경호를 받으며 다시 이곳을 지나갈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럼 그때 우리는 여기서 총독을 저격하기로 하죠.”
“세연 씨의 사격술은 조선 최고이니 안심이 됩니다.”
“윤 동지의 사형장에서 보니 도하 씨 실력도 쓸만하더군요.”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종로 거리에서 멀어지는 총독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만 다방을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1분 1초 흐를수록 두 사람의 긴장감도 고조되었다. 도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감을 달랬다.
“도하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하하, 티가 많이 나나요?”
“아까부터 마른 침만 계속 삼키고 계시잖아요.”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풉, 저보고는 긴장하지 말라고 하셨으면서.”
“그건...”
“펑!! 쾅- 콰광-!!”
도하가 입술을 떼는 순간 어딘가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의열단원들이 창경원 근처에서 터뜨린 모양이었다.
“의열단이 성공했나 봅니다!”
“그러게요!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거리에 서서 시민을 통제하던 순사들이 일제히 폭발음이 난 곳으로 뛰었다. 도하와 세연은 침착하게 창밖을 주시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경원 방향에서 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 우가키 총독이 타고 가던 차와 똑같은 모양새였다.
“저놈이 총독입니다!”
“지금!”
도하의 외침을 신호로 두 사람은 차를 향해 맹렬히 총을 쏘았다. 무차별적인 난사였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끼이이익- 쿵-”
도하는 다친 오른팔이 아직 아물지 않았는지 총을 제대로 조준하기 어려웠다. 팔을 높이 들수록 통증으로 인해 덜덜 떨려왔다. 그러다 보니 과할 정도로 총알을 난사했다. 다행히 그렇게 날아든 총알은 꽤 효과가 있었다. 총독이 탄 차는 바퀴가 터져 뱅글뱅글 돌다가 전봇대를 때려 박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여기서 엄호하세요!”
도하는 세연에게 뒤를 맡기고 재빨리 뛰어 내려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차 안에는 순사 둘과 아리요시 전 상해 공사, 그리고 우가키 총독이 당황하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도하는 권총으로 차의 유리창을 부쉈다.
“탕! 탕! 탕!”
“웬 놈들이냐! 누구냐 네놈은!”
“네놈의 죄를 응징하러 왔다!”
우가키 총독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순사들이 허둥지둥 총을 꺼내는 모습을 보자 도하가 그들을 향해 발포했다.
“탕! 탕!”
가까운 거리였기에 도하의 총알은 정확히 순사들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그 틈을 타 우가키 총독은 덜덜 떨며 차 밖으로 도망쳤다. 도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방 2층에서 세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자 주저하지 않고 우가키 총독을 쫓았다. 마치 자신에게 뒤를 맡기고 마음 놓고 총독을 쫓으라는 신호 같았다.
“저놈을 부탁해요!”
도하의 말에 세연은 고개를 돌려 아리요시 공사를 찾았다. 아리요시는 총독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다. 세연은 도망가는 아리요시를 향해 총을 쏘았고, 그의 허벅지에 총알을 꿰뚫었다.
“탕!”
“크악!”
세연은 넘어진 아리요시를 향해 뛰었다. 그러나 이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총소리를 들은 순사들이 거사 현장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오는 순사들에게 위협 사격을 한 뒤 세연도 도하가 사라진 골목으로 뛰었다.
한편 도하는 총독과 골목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자 거리에 나와 있던 시민들은 전부 어딘가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는 오직 우가키와 도하만이 있을 뿐이었다. 도하는 복잡한 골목으로 사라진 우가키를 찾아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도하가 조심스레 한 좁은 골목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반대편에서 뛰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쿵-’
“으악! 누구야!”
“크악!”
그것은 도하를 피해 도망치던 우가키 총독이었다. 복잡한 종로 거리의 골목길에 우가키가 헤매다가 우연히 도하와 마주친 것이었다. 도하는 그가 총독임을 파악하자 재빨리 총을 들어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
“네 이놈! 삼천만 동포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해주겠다!”
“히이이익!!!”
도하는 침을 꼴깍 삼킨 뒤 힘차게 방아쇠를 당겼다.
작가의 말
끝이 보이네요. 35화가 마지막 화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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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연재 후기조회 : 1,617 추천 : 5 댓글 : 1 글자 : 2,332 35.<35화. 돌아오다>조회 : 1,421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32 34.<34화. 마지막 의거 2>조회 : 1,248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513 33.<33화. 마지막 의거>조회 : 1,226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549 32.<32화.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조회 : 1,275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384 31.<31화. 독립군 구출 작전 2>조회 : 1,365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415 30.<30화. 독립군 구출 작전>조회 : 1,286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457 29.<29화. 기차에서 생긴 일>조회 : 1,511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28 28.<28화. 조선을 향하여>조회 : 26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432 27.<27화. 새로운 계획>조회 : 35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072 26.<26화. 재회>조회 : 292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431 25.<25화. 한밤중의 소동>조회 : 366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431 24.<24화. 다시>조회 : 333 추천 : 3 댓글 : 0 글자 : 4,465 23.<23화. 포기>조회 : 695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586 22.<22화. 육삼정의 함정>조회 : 324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296 21.<21화. 잠시만 안녕>조회 : 361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366 20.<20화. 일본 공사 암살 모의>조회 : 381 추천 : 4 댓글 : 0 글자 : 4,274 19.<19화. 아나키스트들을 만나다>조회 : 293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279 18.<18화. 돌아온 상해>조회 : 337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107 17.<17화. 약속>조회 : 301 추천 : 7 댓글 : 2 글자 : 4,241 16.<16화. 이별>조회 : 29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562 15.<15화. 사형장에 울린 총성>조회 : 36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721 14.<14화. 거짓 정보>조회 : 334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235 13.<13화. 훙커우 공원 의거>조회 : 817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853 12.<12화. 최후의 대화>조회 : 30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344 11.<11화. 도피>조회 : 563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440 10.<10화. 잘생긴 청년>조회 : 591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152 9.<9화. 동경 탈출>조회 : 437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716 8.<8화. 잔인한 밤>조회 : 506 추천 : 9 댓글 : 0 글자 : 4,354 7.<7화. 천운>조회 : 853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259 6.<6화. 동경으로 가는 길>조회 : 584 추천 : 10 댓글 : 0 글자 : 4,955 5.<5화. 봉창과의 하루>조회 : 872 추천 : 9 댓글 : 0 글자 : 4,523 4.<4화. 여행 준비>조회 : 995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385 3.<3화. 일왕 암살 계획>조회 : 875 추천 : 11 댓글 : 0 글자 : 4,517 2.<2화. 상해에서의 첫날 밤>조회 : 1,308 추천 : 12 댓글 : 0 글자 : 5,940 1.<1화. 역사를 바꾸고 싶은 남자>조회 : 4,318 추천 : 13 댓글 : 3 글자 : 4,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