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조회 : 1,258 추천 : 0 글자수 : 7,235 자 2022-10-05
우빈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는 현주의 모습을 보며 그가 크게 웃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편의점에서 멀어져 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새벽에 들어온 현주는 남은 집안일을 하고 난 후 방에 들어가 통장에 남은 잔액과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했다.
“조금 있으면 월급이니까 이것만 남겨두고 주면 되겠네.”
다음날 일찍 아버지의 식사를 챙겨주고 나와 은행에 갔다가 샵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점심이 지나서 출근했던 다영이는 우빈이가 대표가 된 뒤로 매일 점심 전에 샵에 나와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었고 우빈이가 지나갈 때마다 슬쩍 손을 흔들기도 했다.
“어쩜~ 우리 대표님 날이 갈수록 멋있어지지 않니?”
“아, 네...”
“현주 씨는 정말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
“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남자 만나서 뭐 하게요?”
“결혼하면 남편이 도와줄지 누가 알아.”
“절 도와줄 수 있는 건 저 자신밖에 없다는 걸 뼈아프게 겪어봐서 그런 거 믿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어요.”
“현주 씨....”
“죄송해요, 제가 또...”
“난 가끔 현주 씨가 차가워 보여.”
“네?”
“상처받은 것처럼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의 문을 꼭 닫아버린 거 같아.”
“상처라니...전 아픈 아버지도 계시고 동생도 학교 졸업해야 하니까 힘들다는 거죠.”
저도 모르게 차가워진 말투가 나오자 가족 핑계를 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다영이를 못 본 척 손님이 나간 테이블로 다가가 정리를 했다.
오후가 되어 갈 때쯤 우빈이와 김 비서가 샵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작업대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머~ 대표님, 현주 씨가 맘에 드나 봐요?”
“네. 첫눈에 반한 거 같아요.”
“!”
“정말요?”
“네. 그런데 현주 씨는 제가 싫다고 하네요.”
“커피 나왔습니다. 두 분 절 두고 이상 말 좀 하지 마세요!”
“이상한 말이라니 전 진심을 말한 건데요.”
“하아.....그만 가 주세요.”
“김 비서 여기서 마시고 갈까?”
“대...대표님?”
획 돌아서는 현주를 보며 우빈이는 비어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작업대로 들어간 현주는 우빈이가 샵을 나갈 때까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자 그녀 등을 세게 내리친 다영이가 혀를 찼다.
“현주 씨, 정말 왜 그래?”
“아얏! 사장님!”
“대표님이 오고 나서부터 매상도 오르고 현주 씨한테도 잘해주는데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굴어?”
“말했잖아요, 대표님이 찾는 여자랑 제가 닮아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현주 씨 쓰러졌을 때도 대표님 아니었으면...”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충분히 감사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현주 씨 사정 모르는 건 아닌데 이제는 현주 씨 인생 살아야지.”
“.......”
“내가 보기엔 대표님이 찾는 여자하고 현주 씨가 닮아서 그런 거 같지는 않아 보이거든, 좀 마음을 열고 보면...”
“필요 없어요,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다영이가 현주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자 붙잡을 수도 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다영이는 그녀 어깨를 툭툭치며 샵을 나갔다.
‘난 박 민희가 아니야.’
계산대에 서 있는 현주의 뺨 위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자 재빨리 손등으로 닦아냈다.
대표실로 들어온 우빈이에게 김 비서는 미간을 좁히며 다그치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시면 안 됩니까?”
“뭘?”
“약혼녀도 있으신 분이 자꾸...”
“미안한데 부탁할 게 있어.”
“하아....이번엔 또 뭡니까?”
“박 민희 아버지하고 재혼녀와 딸에 대해서 좀 알아봐.”
“대표님!”
“뭔가 있을 거야. 재혼하고서 민희가 바로 사라졌으니까 분명히 뭔가 있어.”
“제발요, 약혼녀...”
“걱정하지 마, 오늘 아버지께 파혼한다고 말할 거니까.”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책상에 놓인 서류들을 보는 우빈이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대표실을 나갔다.
그날 저녁에 본가에 들어간 우빈이는 서재에서 아버지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래, 할 말이라는 게 뭐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파혼하려고요.”“뭐?”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
“제가 따로 만나서 말할 테니까 아버지는 알고 계셔야 하니까요.”
“혹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이유야 많죠, 그중에 제일 큰 이유는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확실해지면 말씀드릴 테니까 궁금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알았다, 도와줄 일 있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씀드릴게요.”
빈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서재를 나가는 우빈이를 보며 우빈 아버지인 형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루에 한 번씩 현주가 일하는 샵에 갔었지만,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며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그에 반면 현주는 그가 올 때마다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우빈이를 보며 난처했고 주위 여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불편했다.
“오늘도 아메리카노로 부탁해요.”
“......”
“현주 씨?”
“네.”
“다른 손님처럼 웃어주면 안 돼요? 나한테만 차가워.”
“따뜻한 거로 드릴까요?”
“아니, 내말은...”
우빈이 앞에 커피를 주고 현주는 그에게 인사한 후 계산대에서 손님에게 주문을 받았다.
눈매가 쳐진 우빈이는 커피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서에게 커피를 주며 미간을 좁혔다.
“김 비서가 마셔.”
“네?”
“회의 시작할 거야,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대표 회의실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비서실에 남아 있는 다른 비서들에게 업무 지시한 후 회의실로 들어가 그가 앉은 테이블 앞에 서류철을 올려놨다.
잠시 후 회사 임원들과 각 사무실 팀원들이 회의실 의자에 앉아 우빈이를 중심으로 지루하고 긴 회의를 시작했다.
그 시간 회사 건물 안으로 진한 향수를 풍기며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들어오자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탄 여자는 대표실에서 내려 비서실에 남아 있는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 회장님 계시나요?”
“부...부 회장님이요?”
“아! 여기선 대표님이시죠?”
“대표님이요?”
“네, 대표님 계시죠?”
“계시기는 한데 지금...어? 저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고 막는 거야! 안 비켜!”
대표실로 들어가려는 그녀 앞을 막는 비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비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지...지금 대표실에는 안 계십니다.”
“그래? 그럼 어디 계시는지 말해.”
“회의실에서 회의 중이라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아까도 회의 중이라고 하더니 몇 시간째 회의 중이라는 거야. 거짓말 아니야?”
요란한 구두 소리를 내며 여자는 대표 회의실 문을 벌컥 열자 회의실에 앉아 있는 회사 사람들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우빈이와 김 비서만은 여자를 보자마자 인상을 썼고 김 비서는 우빈이가 말하기도 전에 여자를 밀어내며 회의실 문을 닫았다.
여자의 등장에 수군거리던 회사 사람들은 문이 닫히자 우빈이 눈치를 보며 회의는 다시 시작했다.
회의실 밖에 나온 김 비서는 여자를 보며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 약혼자 보러 오는데 일이 있어야 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회의실 문을 그렇게...”
“몇 시간째 회의 중이라고만 하니까 거짓말인 줄 알았지.”
“가시죠, 대표실로 모시겠습니다.”
당당해 보이는 말투였지만 우빈이의 약혼녀인 지영이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고 김 비서는 대표실 문을 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표실 소파에 앉자마자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증세를 보이는 지영이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가방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고 김 비서가 지영이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좀 길어지실 겁니다.”
“알았어. 김 비서는 나가봐.”
한 시간이 지나도 우빈이가 돌아오지 않자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던 지영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면서 피곤해 보이는 우빈이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지영이는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그의 팔에 손을 뻗으려다가 인상을 쓰고 자신을 바라보는 우빈의 표정에 뻗은 손을 거두었다.
“우...우빈 씨?”
“앉지.”
“.....”
“하....”
“저....우빈 씨...”
손가락을 걸어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소파에 앉은 우빈이 눈치를 보던 지영이가 자신을 불렀지만, 그는 미간을 좁히며 김 비서를 불렀다.
“김 비서.”
“네, 대표님.”
“시원한 것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아가씨도 더 필요하십니까?”
“아...아니...에요.”
반말하려던 지영이는 힐끗 우빈이를 보며 존댓말을 하자 살며시 미소를 짓던 김 비서가 대표실을 나갔다.
김 비서가 가져다준 얼음물을 마시며 지영이보다 우빈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무슨 일로 온 거야?”
“그게....그냥 우빈 씨가 보고 싶기도 하고...”
“당신 나랑 약혼할 때 약속한 거 잊어버렸어?”
“아니요.”
“그럼, 왜 매번 약속을 어기지?”
“.......”
“나도 더는 못 참겠으니까 파혼해.”
“네?”
“못 들었어, 파혼하자고.”
덤덤하게 파혼 얘기를 하는 우빈이를 보며 지영이의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가며 우빈이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파혼이라고 했어요?”
“어.”
“왜요? 내가 약속을 어겨서 그래요? 그깟 약속...”
“그깟?”
“.....”
“내가 일하는 회사에 무턱대고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그건...”
“게다가 회의 중인 회의실 문을 내 허락도 없이 열고.”
“우빈 씨...그건...”
약속을 어긴 자기 잘못을 모르는 지영이는 너무나 태연한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내가 다 잘못한 거 인정해요, 미안해요. 다시는...”
“당신이 잘못한 건 그것뿐만 아니잖아.”
“네?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
“알아듣게 얘기해요!”
참고 있던 흥분이 폭발한 지영이는 앙칼진 목소리로 우빈에게 되물었지만,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여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놀려면 조용히 놀던가, 아니면 깨끗하게 놀던가. 둘 중 하나만 하지 그랬어.”
“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계속 발뺌하시겠다?”
“우빈 씨! 자꾸 이러면 나도 못 참아요.”
“못 참아서 그렇게 더럽게 놀았어?”
“우빈 씨!”
“김 비서!”
우빈의 커진 음성에 기다렸다는 듯 김 비서가 대표실로 들어와 지영이 앞에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우빈이는 지영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이...이게 뭔데요?”
“열어봐.”
“대체 뭐 길래....!”
종이봉투를 열어 안에 내용 들을 확인한 지영이의 얼굴이 파래지고 두 손이 바들바들 떨며 빨개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날 미행한 거예요?”
“미행?”
“그럼 이걸 어떻게 안 건데요?”
“내가 말 했잖아, 놀려면 조용히 놀던지 깨끗하게 놀던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
“그놈들이 날 찾아왔었어.”
“네?”
“자기를 사랑하니까 놔주라고 하는 놈들도 있었고 돈 안 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놈들도 있었지.”
“.......”
“적당히 했어야지.”
상체를 앞으로 숙인 그가 무릎에 턱을 괴며 가늘게 뜬 눈으로 지영이를 바라보자 수치심을 느낀 지영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알아들은 거로 알고 그만 나가 주지.”
“......”
“비서들한테 끌려나가길 바라는 건 아니지?”
두 주먹을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을 나가는 지영이를 향해 우빈이가 다시 경고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허튼짓할 생각하지 마, 당신보다 내가 한 수 위고 당신 아버지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진 않겠지?”
“.......”
“그나마 그냥 파혼으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여겨.”
하얗게 질려 나가는 지영이를 보며 김 비서가 대표실로 들어와 테이블에 널려있는 종이들을 정리하며 우빈이를 살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지 않으면?”
“좀 불안해서...”
“걱정하지 마, 경고했으니까 허튼짓은 못 할 거야. 현주 존재를 알아도 내가 지켜줄 거니까 상관없어.”
“만약에 정 현주 씨가 박 민희가 아니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럴 일 없어. 내가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조사해, 밑바닥까지 싹 다!”
“알겠습니다.”
길게 숨을 내쉬고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은 우빈이를 본 김 비서는 조용히 대표실 문을 닫고 현주가 일하는 샵으로 내려갔다.
샵 안으로 김 비서가 들어오자 손님에게 미소 지었던 현주의 얼굴이 굳어지자 당황한 손님이 현주를 불렀다.
“현주 씨?”
“네?”
“왜 그래요?”
“아...아니에요, 뭐 주문하셨죠?”
주문을 끝낸 손님이 빈 테이블로 가자 김 비서가 현주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현주 씨?”
“네.”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싫어요.”
“들어보지도 않고 대답하시네요.”
“죄송하지만 대표님하고 김 비서님이 부탁하시는 거면 다 거절이에요.”
“지금 대표님 아파요.”
“......”
순간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한 것을 느낀 김 비서는 살며시 미소를 짓다가 일부러 더 슬퍼하면서 울먹이듯 말을 이었다.
“저번에 현주 씨 아팠을 때 대표님이 보살펴줬잖아요.”
“......”
“이번 한 번만 부탁해요.”
“어....어디가 아프신데요?”
“많이 아프신 건 아닌데 현주 씨가 잠깐만 만나주면 안 될까요?”
“저보다 병원부터 가시는 게...”
“부탁해요.”
“하지만 지금 아무도...”
잠시 외출 중이었던 다영이가 가게로 들어오자 김 비서는 반갑다는 듯 다영이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갔다 와.”
“사장님...”
“괜찮아, 손님도 없고 한가하잖아.”
“.......”
“대표님 아니었으면 현주 씨 큰일 날뻔했잖아, 갚아야지.”
“아...알았어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자신이 만든 커피를 들고 김 비서를 따라 대표실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릴 줄 알았던 현주는 조용히 대표실 문을 열고 자신만 들여보내는 김 비서를 보며 물었다.
“그냥 들어가도 돼요?”
“괜찮아요, 주무시고 계실지 몰라서요.”
“그럼...”
“잠깐만 옆에 있어 줘요.”
“......”
“부탁 들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알았어요.”
심호흡한 후 대표실로 들어가자 긴 소파에 누워 팔로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우빈이를 보자 그녀의 눈매가 움찔 떨렸다.
천천히 우빈이 곁에 다가가 소리가 나지 않게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우빈이 외투를 가져와 아무것도 덮지 않고 누워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진짜 많이 아픈가?’
얼굴이 반쯤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이 안쓰럽게 느껴져 조심스럽게 외투를 덮어주고 나가려고 할 때 우빈이가 자신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새벽에 들어온 현주는 남은 집안일을 하고 난 후 방에 들어가 통장에 남은 잔액과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했다.
“조금 있으면 월급이니까 이것만 남겨두고 주면 되겠네.”
다음날 일찍 아버지의 식사를 챙겨주고 나와 은행에 갔다가 샵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점심이 지나서 출근했던 다영이는 우빈이가 대표가 된 뒤로 매일 점심 전에 샵에 나와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었고 우빈이가 지나갈 때마다 슬쩍 손을 흔들기도 했다.
“어쩜~ 우리 대표님 날이 갈수록 멋있어지지 않니?”
“아, 네...”
“현주 씨는 정말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
“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남자 만나서 뭐 하게요?”
“결혼하면 남편이 도와줄지 누가 알아.”
“절 도와줄 수 있는 건 저 자신밖에 없다는 걸 뼈아프게 겪어봐서 그런 거 믿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어요.”
“현주 씨....”
“죄송해요, 제가 또...”
“난 가끔 현주 씨가 차가워 보여.”
“네?”
“상처받은 것처럼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의 문을 꼭 닫아버린 거 같아.”
“상처라니...전 아픈 아버지도 계시고 동생도 학교 졸업해야 하니까 힘들다는 거죠.”
저도 모르게 차가워진 말투가 나오자 가족 핑계를 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다영이를 못 본 척 손님이 나간 테이블로 다가가 정리를 했다.
오후가 되어 갈 때쯤 우빈이와 김 비서가 샵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작업대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머~ 대표님, 현주 씨가 맘에 드나 봐요?”
“네. 첫눈에 반한 거 같아요.”
“!”
“정말요?”
“네. 그런데 현주 씨는 제가 싫다고 하네요.”
“커피 나왔습니다. 두 분 절 두고 이상 말 좀 하지 마세요!”
“이상한 말이라니 전 진심을 말한 건데요.”
“하아.....그만 가 주세요.”
“김 비서 여기서 마시고 갈까?”
“대...대표님?”
획 돌아서는 현주를 보며 우빈이는 비어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작업대로 들어간 현주는 우빈이가 샵을 나갈 때까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자 그녀 등을 세게 내리친 다영이가 혀를 찼다.
“현주 씨, 정말 왜 그래?”
“아얏! 사장님!”
“대표님이 오고 나서부터 매상도 오르고 현주 씨한테도 잘해주는데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굴어?”
“말했잖아요, 대표님이 찾는 여자랑 제가 닮아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현주 씨 쓰러졌을 때도 대표님 아니었으면...”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충분히 감사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현주 씨 사정 모르는 건 아닌데 이제는 현주 씨 인생 살아야지.”
“.......”
“내가 보기엔 대표님이 찾는 여자하고 현주 씨가 닮아서 그런 거 같지는 않아 보이거든, 좀 마음을 열고 보면...”
“필요 없어요,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다영이가 현주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자 붙잡을 수도 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다영이는 그녀 어깨를 툭툭치며 샵을 나갔다.
‘난 박 민희가 아니야.’
계산대에 서 있는 현주의 뺨 위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자 재빨리 손등으로 닦아냈다.
대표실로 들어온 우빈이에게 김 비서는 미간을 좁히며 다그치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시면 안 됩니까?”
“뭘?”
“약혼녀도 있으신 분이 자꾸...”
“미안한데 부탁할 게 있어.”
“하아....이번엔 또 뭡니까?”
“박 민희 아버지하고 재혼녀와 딸에 대해서 좀 알아봐.”
“대표님!”
“뭔가 있을 거야. 재혼하고서 민희가 바로 사라졌으니까 분명히 뭔가 있어.”
“제발요, 약혼녀...”
“걱정하지 마, 오늘 아버지께 파혼한다고 말할 거니까.”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책상에 놓인 서류들을 보는 우빈이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대표실을 나갔다.
그날 저녁에 본가에 들어간 우빈이는 서재에서 아버지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래, 할 말이라는 게 뭐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파혼하려고요.”“뭐?”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
“제가 따로 만나서 말할 테니까 아버지는 알고 계셔야 하니까요.”
“혹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이유야 많죠, 그중에 제일 큰 이유는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확실해지면 말씀드릴 테니까 궁금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알았다, 도와줄 일 있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씀드릴게요.”
빈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서재를 나가는 우빈이를 보며 우빈 아버지인 형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루에 한 번씩 현주가 일하는 샵에 갔었지만,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며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그에 반면 현주는 그가 올 때마다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우빈이를 보며 난처했고 주위 여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불편했다.
“오늘도 아메리카노로 부탁해요.”
“......”
“현주 씨?”
“네.”
“다른 손님처럼 웃어주면 안 돼요? 나한테만 차가워.”
“따뜻한 거로 드릴까요?”
“아니, 내말은...”
우빈이 앞에 커피를 주고 현주는 그에게 인사한 후 계산대에서 손님에게 주문을 받았다.
눈매가 쳐진 우빈이는 커피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서에게 커피를 주며 미간을 좁혔다.
“김 비서가 마셔.”
“네?”
“회의 시작할 거야,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대표 회의실로 들어가는 그를 보고 비서실에 남아 있는 다른 비서들에게 업무 지시한 후 회의실로 들어가 그가 앉은 테이블 앞에 서류철을 올려놨다.
잠시 후 회사 임원들과 각 사무실 팀원들이 회의실 의자에 앉아 우빈이를 중심으로 지루하고 긴 회의를 시작했다.
그 시간 회사 건물 안으로 진한 향수를 풍기며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들어오자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탄 여자는 대표실에서 내려 비서실에 남아 있는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 회장님 계시나요?”
“부...부 회장님이요?”
“아! 여기선 대표님이시죠?”
“대표님이요?”
“네, 대표님 계시죠?”
“계시기는 한데 지금...어? 저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고 막는 거야! 안 비켜!”
대표실로 들어가려는 그녀 앞을 막는 비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비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지...지금 대표실에는 안 계십니다.”
“그래? 그럼 어디 계시는지 말해.”
“회의실에서 회의 중이라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아까도 회의 중이라고 하더니 몇 시간째 회의 중이라는 거야. 거짓말 아니야?”
요란한 구두 소리를 내며 여자는 대표 회의실 문을 벌컥 열자 회의실에 앉아 있는 회사 사람들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우빈이와 김 비서만은 여자를 보자마자 인상을 썼고 김 비서는 우빈이가 말하기도 전에 여자를 밀어내며 회의실 문을 닫았다.
여자의 등장에 수군거리던 회사 사람들은 문이 닫히자 우빈이 눈치를 보며 회의는 다시 시작했다.
회의실 밖에 나온 김 비서는 여자를 보며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 약혼자 보러 오는데 일이 있어야 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회의실 문을 그렇게...”
“몇 시간째 회의 중이라고만 하니까 거짓말인 줄 알았지.”
“가시죠, 대표실로 모시겠습니다.”
당당해 보이는 말투였지만 우빈이의 약혼녀인 지영이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고 김 비서는 대표실 문을 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표실 소파에 앉자마자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증세를 보이는 지영이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가방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고 김 비서가 지영이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좀 길어지실 겁니다.”
“알았어. 김 비서는 나가봐.”
한 시간이 지나도 우빈이가 돌아오지 않자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던 지영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면서 피곤해 보이는 우빈이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지영이는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그의 팔에 손을 뻗으려다가 인상을 쓰고 자신을 바라보는 우빈의 표정에 뻗은 손을 거두었다.
“우...우빈 씨?”
“앉지.”
“.....”
“하....”
“저....우빈 씨...”
손가락을 걸어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소파에 앉은 우빈이 눈치를 보던 지영이가 자신을 불렀지만, 그는 미간을 좁히며 김 비서를 불렀다.
“김 비서.”
“네, 대표님.”
“시원한 것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아가씨도 더 필요하십니까?”
“아...아니...에요.”
반말하려던 지영이는 힐끗 우빈이를 보며 존댓말을 하자 살며시 미소를 짓던 김 비서가 대표실을 나갔다.
김 비서가 가져다준 얼음물을 마시며 지영이보다 우빈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무슨 일로 온 거야?”
“그게....그냥 우빈 씨가 보고 싶기도 하고...”
“당신 나랑 약혼할 때 약속한 거 잊어버렸어?”
“아니요.”
“그럼, 왜 매번 약속을 어기지?”
“.......”
“나도 더는 못 참겠으니까 파혼해.”
“네?”
“못 들었어, 파혼하자고.”
덤덤하게 파혼 얘기를 하는 우빈이를 보며 지영이의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가며 우빈이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파혼이라고 했어요?”
“어.”
“왜요? 내가 약속을 어겨서 그래요? 그깟 약속...”
“그깟?”
“.....”
“내가 일하는 회사에 무턱대고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그건...”
“게다가 회의 중인 회의실 문을 내 허락도 없이 열고.”
“우빈 씨...그건...”
약속을 어긴 자기 잘못을 모르는 지영이는 너무나 태연한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내가 다 잘못한 거 인정해요, 미안해요. 다시는...”
“당신이 잘못한 건 그것뿐만 아니잖아.”
“네? 무슨 소리예요?”
“무슨 소리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
“알아듣게 얘기해요!”
참고 있던 흥분이 폭발한 지영이는 앙칼진 목소리로 우빈에게 되물었지만,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여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놀려면 조용히 놀던가, 아니면 깨끗하게 놀던가. 둘 중 하나만 하지 그랬어.”
“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계속 발뺌하시겠다?”
“우빈 씨! 자꾸 이러면 나도 못 참아요.”
“못 참아서 그렇게 더럽게 놀았어?”
“우빈 씨!”
“김 비서!”
우빈의 커진 음성에 기다렸다는 듯 김 비서가 대표실로 들어와 지영이 앞에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우빈이는 지영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이...이게 뭔데요?”
“열어봐.”
“대체 뭐 길래....!”
종이봉투를 열어 안에 내용 들을 확인한 지영이의 얼굴이 파래지고 두 손이 바들바들 떨며 빨개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날 미행한 거예요?”
“미행?”
“그럼 이걸 어떻게 안 건데요?”
“내가 말 했잖아, 놀려면 조용히 놀던지 깨끗하게 놀던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
“그놈들이 날 찾아왔었어.”
“네?”
“자기를 사랑하니까 놔주라고 하는 놈들도 있었고 돈 안 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놈들도 있었지.”
“.......”
“적당히 했어야지.”
상체를 앞으로 숙인 그가 무릎에 턱을 괴며 가늘게 뜬 눈으로 지영이를 바라보자 수치심을 느낀 지영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알아들은 거로 알고 그만 나가 주지.”
“......”
“비서들한테 끌려나가길 바라는 건 아니지?”
두 주먹을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을 나가는 지영이를 향해 우빈이가 다시 경고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허튼짓할 생각하지 마, 당신보다 내가 한 수 위고 당신 아버지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진 않겠지?”
“.......”
“그나마 그냥 파혼으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여겨.”
하얗게 질려 나가는 지영이를 보며 김 비서가 대표실로 들어와 테이블에 널려있는 종이들을 정리하며 우빈이를 살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지 않으면?”
“좀 불안해서...”
“걱정하지 마, 경고했으니까 허튼짓은 못 할 거야. 현주 존재를 알아도 내가 지켜줄 거니까 상관없어.”
“만약에 정 현주 씨가 박 민희가 아니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럴 일 없어. 내가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조사해, 밑바닥까지 싹 다!”
“알겠습니다.”
길게 숨을 내쉬고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은 우빈이를 본 김 비서는 조용히 대표실 문을 닫고 현주가 일하는 샵으로 내려갔다.
샵 안으로 김 비서가 들어오자 손님에게 미소 지었던 현주의 얼굴이 굳어지자 당황한 손님이 현주를 불렀다.
“현주 씨?”
“네?”
“왜 그래요?”
“아...아니에요, 뭐 주문하셨죠?”
주문을 끝낸 손님이 빈 테이블로 가자 김 비서가 현주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현주 씨?”
“네.”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싫어요.”
“들어보지도 않고 대답하시네요.”
“죄송하지만 대표님하고 김 비서님이 부탁하시는 거면 다 거절이에요.”
“지금 대표님 아파요.”
“......”
순간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한 것을 느낀 김 비서는 살며시 미소를 짓다가 일부러 더 슬퍼하면서 울먹이듯 말을 이었다.
“저번에 현주 씨 아팠을 때 대표님이 보살펴줬잖아요.”
“......”
“이번 한 번만 부탁해요.”
“어....어디가 아프신데요?”
“많이 아프신 건 아닌데 현주 씨가 잠깐만 만나주면 안 될까요?”
“저보다 병원부터 가시는 게...”
“부탁해요.”
“하지만 지금 아무도...”
잠시 외출 중이었던 다영이가 가게로 들어오자 김 비서는 반갑다는 듯 다영이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갔다 와.”
“사장님...”
“괜찮아, 손님도 없고 한가하잖아.”
“.......”
“대표님 아니었으면 현주 씨 큰일 날뻔했잖아, 갚아야지.”
“아...알았어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자신이 만든 커피를 들고 김 비서를 따라 대표실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릴 줄 알았던 현주는 조용히 대표실 문을 열고 자신만 들여보내는 김 비서를 보며 물었다.
“그냥 들어가도 돼요?”
“괜찮아요, 주무시고 계실지 몰라서요.”
“그럼...”
“잠깐만 옆에 있어 줘요.”
“......”
“부탁 들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알았어요.”
심호흡한 후 대표실로 들어가자 긴 소파에 누워 팔로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우빈이를 보자 그녀의 눈매가 움찔 떨렸다.
천천히 우빈이 곁에 다가가 소리가 나지 않게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우빈이 외투를 가져와 아무것도 덮지 않고 누워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진짜 많이 아픈가?’
얼굴이 반쯤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이 안쓰럽게 느껴져 조심스럽게 외투를 덮어주고 나가려고 할 때 우빈이가 자신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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