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조회 : 851 추천 : 0 글자수 : 6,255 자 2022-10-07
낯선 남자와 웃으며 샵 문을 열고 들어온 현주는 우빈이와 정면으로 마주치자 당황하며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오셨어요.”
“......”
“사장님, 자리 비워서 죄송해요.”
“아...아니야, 그런데 누구야?”
“네?”
“옆에 남자분 누구? 혹시 애....애인이야?”
“!”
다영이의 말에 눈이 커진 우빈이는 그녀를 보다가 옆에 눈을 깜박이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자 순간 남자가 풉하고 웃는 소리에 다영이과 우빈이가 당황했다.
“아, 죄송합니다.”
“.....”
“전 이분 정 현주의 동생 정 도훈입니다.”
“아....”
“!”
“휴가 나와서 누나 대신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간다고 말하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반가워요.”
“저도 반가웠습니다. 누나, 갈게. 이번 주는 내가 아버지 보살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 내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누나보다 내가 더 낫지, 편의점도 내가 해주고 싶은데...”
“됐어, 얼른 가. 늦겠다.”
현주의 동생 도훈이는 두 사람에게 인사한 후 샵을 나갔고 동생이 나가자 우빈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 앞에 꽃다발을 내밀었다.
“현주 씨 주려고 내가 직접 샀어요.”
“.....”
“꽃말 알죠?”
“대표님....”
“딱 제 마음인 것도 알죠?”
“대표님.”
“나 대표인 거 아니까 그만 불러요, 예전에 못 줬던 꽃다발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다 받아야 할 거예요.”
“대표...”
붙잡기도 전에 샵을 나가는 우빈이를 보며 자신의 손에 들려진 튤립꽃다발을 보고 난처해했다.
그때 다영이가 다가와 꽃다발에 코를 가져다 대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향이 좋네, 현주 씨 방에 꽂아 놔.”
“사장님이 가져가실래요?”
“내가? 에이~ 그건 아니지. 대표님이 현주 씨 준건데.”
“......”
“그러지 말고 받아. 꽃이 뭐 어때서.”
할 수 없이 꽃다발을 들고 편의점에 갔다가 점장에게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고 급 피곤해졌다.
휴가 나온 동생이 아버지를 보살폈고 그녀가 해야 할 집안일을 다 해놔서 그녀는 오랜만에 샤워하고 일찍 방에 누웠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악몽에 시달리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아직 자는 동생과 아버지를 보고 일찍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고 동생에게 메모를 남긴 뒤 집을 나와 샵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갔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크락션을 울리며 다가오는 고급 외제차를 보고 눈이 점점 커져 갔다.
그녀 앞에 멈춘 외제차 문이 열리고 세련된 슈트를 입은 우빈이가 그녀를 보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샵에 가는 거죠? 타요.”
“어....어떻게...”
“얼른 타요.”
“그....그냥 가세요.”
“현주 씨 안 타면 안 가요.”
“대표님!”
“어? 저기 버스 오는데 안 탈 거예요?”
“......”
“사람들도 쳐다보는데요?”
“타...탈게요.”
조금씩 다가오는 버스와 자신과 우빈이를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 결국 현주는 우빈이 차에 탔다.
그녀가 차에 타는 것을 보고 입가에 호선을 그린 우빈이는 운전석에 앉아 그녀를 바라봤다.
“벨트 매야죠.”
“.....”
“내가 매줘요?”
“아...아니요, 내가 할 테니까 얼른 출발하세요.”
“훗!”
샵으로 갈 줄 알았던 우빈이의 차가 다른 길을 달리자 당황한 현주는 그를 보고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 가는 거예요!”
“걱정말아요, 납치하는 거 아니니까.”
“나...납치요?”
“아니라니까.”
“샵에 가야 한다고요.”
“그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대표님!”
“차 세울 수 없으니까 포기해요.”
“어...어디 가는 건데요!”
“비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현주는 답답했지만, 그가 말한 대로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도 없어 가만히 앉아 차가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던 차가 멈추자 우빈이가 스윽 다가와 그녀의 벨트를 풀어주며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차에서 내렸다.
갑자기 다가온 그의 향에 놀란 현주가 숨을 참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을 잊고 있을 때 차 문이 열렸고 그가 현주 앞에 손을 내밀었다.
“다 왔어요, 내려요.”
“......”
“잡아줘요?”
“아...아니요, 혼자 내릴 수 있어요.”
“훗! 놀라지 말아요.”
“.....!”
차에서 내리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이 커진 현주는 눈가가 촉촉해지다가 결국 저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소를 짓고 있었던 우빈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주를 보고 놀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손수건으로 그녀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울어요?”
“.....”
“여기 어딘지 알죠?”
“....아니요, 몰라요.”
“또 거짓말하네, 뭐 봐줄게.”
“.......”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해요.”
“......”
“이유는 나보다 현주 씨가 더 잘 알 테니까 말 안 할게요.”
“대표님.”
“네, 저 대표 맞아요.”
“하아....그만 가요.”
“좀 더 있다가요, 오늘 현주 씨 쉬는 날이에요.”
“네?”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붙잡으며 웃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쉬는 날이라뇨?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 현주 씨 쉬는 날이라고요.”
“대체 누가...”
“오늘 하루 현주 씨 휴가예요.”
“혹시 대표님 생각이에요?”
“그렇다면요?”
“샵으로 돌아가 주세요.”
차에 타려는 그녀 팔을 붙잡고 그녀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그녀에게 다정히 말을 했다.
“처음 말 꺼낸 건 나지만 샵 사장님도 편의점 점장님, 현주 씨 동생까지 다 동참했어요.”
“네?”
“현주 씨를 편안하게 하루 쉬게 해달라고 동생이 부탁했어요.”
“......”
“그래도 돌아갈 거예요? 정말 현주 씨가 간다고 하면 갈게요, 난 현주 씨가 싫어하는 건 안 해요.”
“....알았어요, 안 갈게요.”
털썩 포기한 듯 우빈이 옆에 앉아 눈앞에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현주 옆에 앉아 춥지 않도록 자신의 외투를 어깨에 걸쳐 주었다.
“추울 거 같아서.”
“감사합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보답해요.”
“할게요.”
“기대되는데요, 어떤 보답을 할지?”
“......”
“가고 싶을 때 말해요, 그때까지 옆에 있어 줄 테니까.”
“고마워요.”
그가 덮어준 외투를 두 손으로 잡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며 그저 말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우빈이가 현주를 데리고 온 곳은 민희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가장 좋아했고 민희도 좋아했던 시원한 파도가 치는 일반 바닷가가 아닌 절벽이 가파른 바닷가였다.
축제 다음 날 민희와 이곳에 오기로 약속했고 그날 하루를 민희와 보내려고 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주를 보며 우빈이는 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정 현주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현주가 야속했다.
‘기다려, 내가 다 밝혀낼 거야, 네가 왜 이러는지 어떻게 정 현주가 되어 살아가는지 알아갈 테니까 도망만 가지 마, 이제 안 놓칠 거야. 절대 안 놓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자 놀란 현주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의 손에 묻은 눈물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마른 줄 알았다.
5년이 넘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쏟아낸 현주는 이제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빈이가 데려간 곳을 보자마자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우빈이를 평생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길 바랐다.
자신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고 자신을 알아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현주의 바람대로 되질 않았다.
‘내가 뭐라고 이제 난 박 민희도 아니고 평범하지도 않고 생활고에 찌든 여자에 불과한데 왜 또 날 흔드는 건데.’
박 민희에서 정 현주로 살아가길 7년이란 세월 동안 누구도 현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박 민희 때와 너무 달라진 현주 모습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조차 마주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신했다.
우연히 우빈이와 마주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 할거라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초라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건 앳되고 어여쁜 박 민희였지 초라하고 볼품없는 정 현주가 아니었기에 끝까지 모르는 척했고 그의 마음을 거절해야만 했다.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빈이가 그녀에게 다가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가는 건 어때요?”
“.....”
“아침도 못 먹었잖아요, 근처에 맛집 있는데 가요, 내가 사줄게요.”
“....죄송하지만 그냥 샵에 가주세요.”
“현주 씨.”
“아까 제가 싫어하는 건 안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냥 샵에...!”
벤치에서 일어서는 그녀 손목을 잡아 돌려세우고 순간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 어깨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대...대표님?”
“도와줄 테니까 도망가지도 말고 날 밀어내지 마, 다시는 안 놓쳐, 그때 놓친 것도 죽도록 후회하고 있으니까.”
“전 대표님이 찾는 사람이...”
“그만, 더 하면 나 진짜 화날 거 같아요.”
“......”
“다 밝혀질 때까지 이대로 지내줄 테니까 겁내지 말고 도망가지 마.”
“대표님...전...”
“가요, 진짜 맛있을 거예요.”
그녀 손목을 잡고 차에 태운 우빈이는 근처 호텔 식당으로 들어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해주었다.
테이블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보며 우빈이는 그녀 앞으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현주 씨가 좋아하는 거로 시켰으니까 많이 먹어요.”
“.....”
“이거 먹고 좀 쉬가 갈래요?”
“네?”
“왜 놀라지? 이상한 생각한 건가?”
“누....누가요?”
“풉!”
화산이 폭발할 것처럼 얼굴이 빨개진 현주를 보며 웃음이 터진 그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겨우 웃음을 참고 말을 했다.
“동생이 현주 씨가 제대로 잠자지 못했다고 해서 잠 좀 재우라고 하더라고요.”
“.......”
“나도 좀 자고 싶기도 하고.”
“푹 자고 일어나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
“현주 씨가 생각하는 거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그러세요!”
“발끈하니까 더 수상한데요. 풉!”
“......”
“미...미안해요.”
웃음을 참고 겨우 음식을 다 먹은 우빈이는 얼굴이 빨개진 현주를 데리고 VVIP 룸에 들어가 제일 큰 침대가 있는 방을 가리켰다.
“안에 욕실 있으니까 편안하게 씻고 푹 자고 일어나요, 현주 씨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원한다면 같이 자 줄 수도 있는데.”
“돼....됐어요!”
“풉!”
우빈이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잠근 뒤 욕실로 들어갔다.
간단히 씻고 나온 현주는 넓은 침대에 눕자 딱딱한 바닥과 너무 다른 푹신한 감촉에 눈이 절로 감겼다.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이 닫히자 우빈이는 웃음을 그치고 다른 방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우빈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날 때 방에서 괴로워하는 현주의 음성에 그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현주 씨, 왜 그래요?”
“아.....안 돼! 오지 마.”
“정 현주! 문 열어.”
“시....싫어, 싫다고.”
잠긴 문을 열기 위해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고 우빈이는 직원을 돌려보낸 뒤 침대에 누워 신음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으으.....오지 마, 난 엄마 딸이야.”
“현주 씨, 일어나 봐요.”
“아니야, 아니라고!”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
허공에 맴도는 그녀 손을 잡아주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 얼굴을 쓰다듬어주자 조금씩 신음도 잦아들고 숨소리도 잦아들었다.
인상 쓰던 현주 얼굴이 점점 풀어지는 것을 확인한 우빈이가 일어나 나가려고 했지만, 현주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아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잠든 현주를 보며 이성과 싸우고 있는 우빈이는 자신의 손을 놓지 않은 그녀 손을 보고 미간에 주름이 늘어만 갔다.
피곤했던 우빈이는 그녀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 잠이 들었고 현주 역시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고 오랫동안 잠을 잘 수 있었다.
눈을 뜨지 않은 채 몸을 뒤척거리며 이불을 잡아당겨 덮은 현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다. 따뜻? 따뜻해?’
번쩍 눈을 뜬 현주는 자신의 눈앞에 남자의 넓은 가슴을 보다가 고개를 들자 그 위로 우빈이의 우월한 외모가 보였다.
‘헉!’
자신이 우빈이에게 안기듯 잠이 든 것을 알게 된 현주는 놀라 커진 입을 손으로 가리고 조금씩 뒤로 빠지려고 할 때 우빈이의 긴 팔이 뻗어와 그녀 허리에 팔을 감아 잡아당겼다.
“!”
“새삼스럽게 왜 도망가요?”
“.....”
“내가 안은 게 아니라 현주 씨가 안겨 온 거예요.”
“누....누가 뭐래요, 이제 됐으니까 놔주세요.”
“싫은데요.”
“네?”
“오셨어요.”
“......”
“사장님, 자리 비워서 죄송해요.”
“아...아니야, 그런데 누구야?”
“네?”
“옆에 남자분 누구? 혹시 애....애인이야?”
“!”
다영이의 말에 눈이 커진 우빈이는 그녀를 보다가 옆에 눈을 깜박이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자 순간 남자가 풉하고 웃는 소리에 다영이과 우빈이가 당황했다.
“아, 죄송합니다.”
“.....”
“전 이분 정 현주의 동생 정 도훈입니다.”
“아....”
“!”
“휴가 나와서 누나 대신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간다고 말하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반가워요.”
“저도 반가웠습니다. 누나, 갈게. 이번 주는 내가 아버지 보살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 내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누나보다 내가 더 낫지, 편의점도 내가 해주고 싶은데...”
“됐어, 얼른 가. 늦겠다.”
현주의 동생 도훈이는 두 사람에게 인사한 후 샵을 나갔고 동생이 나가자 우빈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 앞에 꽃다발을 내밀었다.
“현주 씨 주려고 내가 직접 샀어요.”
“.....”
“꽃말 알죠?”
“대표님....”
“딱 제 마음인 것도 알죠?”
“대표님.”
“나 대표인 거 아니까 그만 불러요, 예전에 못 줬던 꽃다발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다 받아야 할 거예요.”
“대표...”
붙잡기도 전에 샵을 나가는 우빈이를 보며 자신의 손에 들려진 튤립꽃다발을 보고 난처해했다.
그때 다영이가 다가와 꽃다발에 코를 가져다 대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향이 좋네, 현주 씨 방에 꽂아 놔.”
“사장님이 가져가실래요?”
“내가? 에이~ 그건 아니지. 대표님이 현주 씨 준건데.”
“......”
“그러지 말고 받아. 꽃이 뭐 어때서.”
할 수 없이 꽃다발을 들고 편의점에 갔다가 점장에게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고 급 피곤해졌다.
휴가 나온 동생이 아버지를 보살폈고 그녀가 해야 할 집안일을 다 해놔서 그녀는 오랜만에 샤워하고 일찍 방에 누웠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악몽에 시달리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아직 자는 동생과 아버지를 보고 일찍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고 동생에게 메모를 남긴 뒤 집을 나와 샵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갔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크락션을 울리며 다가오는 고급 외제차를 보고 눈이 점점 커져 갔다.
그녀 앞에 멈춘 외제차 문이 열리고 세련된 슈트를 입은 우빈이가 그녀를 보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샵에 가는 거죠? 타요.”
“어....어떻게...”
“얼른 타요.”
“그....그냥 가세요.”
“현주 씨 안 타면 안 가요.”
“대표님!”
“어? 저기 버스 오는데 안 탈 거예요?”
“......”
“사람들도 쳐다보는데요?”
“타...탈게요.”
조금씩 다가오는 버스와 자신과 우빈이를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 결국 현주는 우빈이 차에 탔다.
그녀가 차에 타는 것을 보고 입가에 호선을 그린 우빈이는 운전석에 앉아 그녀를 바라봤다.
“벨트 매야죠.”
“.....”
“내가 매줘요?”
“아...아니요, 내가 할 테니까 얼른 출발하세요.”
“훗!”
샵으로 갈 줄 알았던 우빈이의 차가 다른 길을 달리자 당황한 현주는 그를 보고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 가는 거예요!”
“걱정말아요, 납치하는 거 아니니까.”
“나...납치요?”
“아니라니까.”
“샵에 가야 한다고요.”
“그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대표님!”
“차 세울 수 없으니까 포기해요.”
“어...어디 가는 건데요!”
“비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현주는 답답했지만, 그가 말한 대로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도 없어 가만히 앉아 차가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던 차가 멈추자 우빈이가 스윽 다가와 그녀의 벨트를 풀어주며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차에서 내렸다.
갑자기 다가온 그의 향에 놀란 현주가 숨을 참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을 잊고 있을 때 차 문이 열렸고 그가 현주 앞에 손을 내밀었다.
“다 왔어요, 내려요.”
“......”
“잡아줘요?”
“아...아니요, 혼자 내릴 수 있어요.”
“훗! 놀라지 말아요.”
“.....!”
차에서 내리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이 커진 현주는 눈가가 촉촉해지다가 결국 저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소를 짓고 있었던 우빈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주를 보고 놀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손수건으로 그녀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울어요?”
“.....”
“여기 어딘지 알죠?”
“....아니요, 몰라요.”
“또 거짓말하네, 뭐 봐줄게.”
“.......”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해요.”
“......”
“이유는 나보다 현주 씨가 더 잘 알 테니까 말 안 할게요.”
“대표님.”
“네, 저 대표 맞아요.”
“하아....그만 가요.”
“좀 더 있다가요, 오늘 현주 씨 쉬는 날이에요.”
“네?”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붙잡으며 웃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쉬는 날이라뇨?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 현주 씨 쉬는 날이라고요.”
“대체 누가...”
“오늘 하루 현주 씨 휴가예요.”
“혹시 대표님 생각이에요?”
“그렇다면요?”
“샵으로 돌아가 주세요.”
차에 타려는 그녀 팔을 붙잡고 그녀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그녀에게 다정히 말을 했다.
“처음 말 꺼낸 건 나지만 샵 사장님도 편의점 점장님, 현주 씨 동생까지 다 동참했어요.”
“네?”
“현주 씨를 편안하게 하루 쉬게 해달라고 동생이 부탁했어요.”
“......”
“그래도 돌아갈 거예요? 정말 현주 씨가 간다고 하면 갈게요, 난 현주 씨가 싫어하는 건 안 해요.”
“....알았어요, 안 갈게요.”
털썩 포기한 듯 우빈이 옆에 앉아 눈앞에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현주 옆에 앉아 춥지 않도록 자신의 외투를 어깨에 걸쳐 주었다.
“추울 거 같아서.”
“감사합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보답해요.”
“할게요.”
“기대되는데요, 어떤 보답을 할지?”
“......”
“가고 싶을 때 말해요, 그때까지 옆에 있어 줄 테니까.”
“고마워요.”
그가 덮어준 외투를 두 손으로 잡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며 그저 말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우빈이가 현주를 데리고 온 곳은 민희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가장 좋아했고 민희도 좋아했던 시원한 파도가 치는 일반 바닷가가 아닌 절벽이 가파른 바닷가였다.
축제 다음 날 민희와 이곳에 오기로 약속했고 그날 하루를 민희와 보내려고 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주를 보며 우빈이는 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정 현주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현주가 야속했다.
‘기다려, 내가 다 밝혀낼 거야, 네가 왜 이러는지 어떻게 정 현주가 되어 살아가는지 알아갈 테니까 도망만 가지 마, 이제 안 놓칠 거야. 절대 안 놓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자 놀란 현주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의 손에 묻은 눈물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마른 줄 알았다.
5년이 넘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쏟아낸 현주는 이제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빈이가 데려간 곳을 보자마자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우빈이를 평생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길 바랐다.
자신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고 자신을 알아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현주의 바람대로 되질 않았다.
‘내가 뭐라고 이제 난 박 민희도 아니고 평범하지도 않고 생활고에 찌든 여자에 불과한데 왜 또 날 흔드는 건데.’
박 민희에서 정 현주로 살아가길 7년이란 세월 동안 누구도 현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박 민희 때와 너무 달라진 현주 모습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조차 마주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신했다.
우연히 우빈이와 마주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 할거라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초라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건 앳되고 어여쁜 박 민희였지 초라하고 볼품없는 정 현주가 아니었기에 끝까지 모르는 척했고 그의 마음을 거절해야만 했다.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빈이가 그녀에게 다가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가는 건 어때요?”
“.....”
“아침도 못 먹었잖아요, 근처에 맛집 있는데 가요, 내가 사줄게요.”
“....죄송하지만 그냥 샵에 가주세요.”
“현주 씨.”
“아까 제가 싫어하는 건 안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냥 샵에...!”
벤치에서 일어서는 그녀 손목을 잡아 돌려세우고 순간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 어깨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대...대표님?”
“도와줄 테니까 도망가지도 말고 날 밀어내지 마, 다시는 안 놓쳐, 그때 놓친 것도 죽도록 후회하고 있으니까.”
“전 대표님이 찾는 사람이...”
“그만, 더 하면 나 진짜 화날 거 같아요.”
“......”
“다 밝혀질 때까지 이대로 지내줄 테니까 겁내지 말고 도망가지 마.”
“대표님...전...”
“가요, 진짜 맛있을 거예요.”
그녀 손목을 잡고 차에 태운 우빈이는 근처 호텔 식당으로 들어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해주었다.
테이블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보며 우빈이는 그녀 앞으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현주 씨가 좋아하는 거로 시켰으니까 많이 먹어요.”
“.....”
“이거 먹고 좀 쉬가 갈래요?”
“네?”
“왜 놀라지? 이상한 생각한 건가?”
“누....누가요?”
“풉!”
화산이 폭발할 것처럼 얼굴이 빨개진 현주를 보며 웃음이 터진 그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겨우 웃음을 참고 말을 했다.
“동생이 현주 씨가 제대로 잠자지 못했다고 해서 잠 좀 재우라고 하더라고요.”
“.......”
“나도 좀 자고 싶기도 하고.”
“푹 자고 일어나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
“현주 씨가 생각하는 거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그러세요!”
“발끈하니까 더 수상한데요. 풉!”
“......”
“미...미안해요.”
웃음을 참고 겨우 음식을 다 먹은 우빈이는 얼굴이 빨개진 현주를 데리고 VVIP 룸에 들어가 제일 큰 침대가 있는 방을 가리켰다.
“안에 욕실 있으니까 편안하게 씻고 푹 자고 일어나요, 현주 씨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원한다면 같이 자 줄 수도 있는데.”
“돼....됐어요!”
“풉!”
우빈이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잠근 뒤 욕실로 들어갔다.
간단히 씻고 나온 현주는 넓은 침대에 눕자 딱딱한 바닥과 너무 다른 푹신한 감촉에 눈이 절로 감겼다.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이 닫히자 우빈이는 웃음을 그치고 다른 방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우빈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날 때 방에서 괴로워하는 현주의 음성에 그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현주 씨, 왜 그래요?”
“아.....안 돼! 오지 마.”
“정 현주! 문 열어.”
“시....싫어, 싫다고.”
잠긴 문을 열기 위해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고 우빈이는 직원을 돌려보낸 뒤 침대에 누워 신음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으으.....오지 마, 난 엄마 딸이야.”
“현주 씨, 일어나 봐요.”
“아니야, 아니라고!”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
허공에 맴도는 그녀 손을 잡아주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 얼굴을 쓰다듬어주자 조금씩 신음도 잦아들고 숨소리도 잦아들었다.
인상 쓰던 현주 얼굴이 점점 풀어지는 것을 확인한 우빈이가 일어나 나가려고 했지만, 현주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아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잠든 현주를 보며 이성과 싸우고 있는 우빈이는 자신의 손을 놓지 않은 그녀 손을 보고 미간에 주름이 늘어만 갔다.
피곤했던 우빈이는 그녀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 잠이 들었고 현주 역시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고 오랫동안 잠을 잘 수 있었다.
눈을 뜨지 않은 채 몸을 뒤척거리며 이불을 잡아당겨 덮은 현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다. 따뜻? 따뜻해?’
번쩍 눈을 뜬 현주는 자신의 눈앞에 남자의 넓은 가슴을 보다가 고개를 들자 그 위로 우빈이의 우월한 외모가 보였다.
‘헉!’
자신이 우빈이에게 안기듯 잠이 든 것을 알게 된 현주는 놀라 커진 입을 손으로 가리고 조금씩 뒤로 빠지려고 할 때 우빈이의 긴 팔이 뻗어와 그녀 허리에 팔을 감아 잡아당겼다.
“!”
“새삼스럽게 왜 도망가요?”
“.....”
“내가 안은 게 아니라 현주 씨가 안겨 온 거예요.”
“누....누가 뭐래요, 이제 됐으니까 놔주세요.”
“싫은데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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