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저 변태가 왜 이쪽으로 와!?
조회 : 1,302 추천 : 0 글자수 : 5,036 자 2022-10-06
Episode 6. 저 변태가 왜 이쪽으로 와!?
간호사를 따돌린 할머니가 급히 비상구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고 있다.
다다다 다다!
어, 할머니가 계단에서 뛸 수 있나? 그것도 저렇게 빨리.
계단을 빨리 내려가면서도 할머니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환자복 단추를 하나, 둘 풀어 젖힌 그녀는 거기서 옷을 벗었다.
꺅! 안 돼요, 할머니! 여기서 그러면.
그리고는 가방 안에 있던 옷을 꺼내 얼른 촌스러운 옷으로 갈아입는데.
그녀의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감탄할 노릇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 드러난 그녀의 반전 몸매가 찰나였음에도 뇌리에 각인되었다.
흡!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저리 아름다운 몸으로 저런 옷을 입다니.
차라리 입고 있던 크롭탑 그대로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로 시선이 간 순간, 그건 또, 아니다 싶었다.
할머니 얼굴로 배꼽이 드러난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아마 정상인으론 안 볼 터였다.
이제 막 비상구 계단을 빠져나온 할머니는 환자복을 세탁물 수거함에 넣었다.
그녀는 병원 로비로 빠져나가려다 검문하고 있는 경호원을 보곤 깊은 한숨을 삼켰다.
‘아, 진짜! 왜, 여기 있는데….’
*
잠시 입술을 잘근 강하게 씹은 그녀는 모르는 척 당당하게 로비로 발을 들였다.
“할머니! 잠시만요.”
“……!”
그렇게 그냥 지나치길 바랐건만, 그들은 귀신같이 그녀 발목을 잡았다.
덥석 잡힌 발목에 숨이 막힐 긴장감이 서렸다.
콩닥콩닥 콩닥
천천히 뒤돌아서는 할머니 심장이 널뛰기 시작했다.
이때 두려움에 떨던 심장이 또 다른 의미에서 깜빡이가 들어왔다.
아주 잠깐, 반가웠다가 욕지기할 뻔했던 변태를 보자 그녀는 기분이 엿 같았다.
그녀는 할머니를 상대로 끼 부리는 그를 상상한 뒤, 그와 눈도 맞추기 싫었더랬다.
그런 경하가 하필 지금, 로비로 오고 있었다.
‘또 왜. 저. 변. 태가 이쪽으로 와!?’
할머니는 이런 상황이 못마땅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 했다.
그때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온 경호원이 불러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머니!”
“……와? 뭐 땜에 그라노!”
‘그라노가 뭐지? 아, 저 사투리.’
“할머니! 혹시 좀 전에 VI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경호원은 서울 출신이라 사투리가 영 불편한 눈치였다.
“뭐라꼬?”
‘뭐라꼬는 또 뭐야? 후-!’
“VI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새어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경호원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야가 뭐라카노? 내 안 들린다 안 카나. 더 크게 말해 봐라.”
‘대체 언제 안 들린다 했데? 나, 참!’
얼굴 가득 주름을 잔뜩 만든 그녀가 답답하단 표정으로 귀 후비며 물었다.
경호원은 안 들린다는 말에 배에 잔뜩 힘을 준 뒤, 소리를 버럭, 버럭 질렀다.
“할머니!! 좀 전에… V. I. 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마치 산 정상에 오른 자가 벅찬 감정에 목청껏 소리치는 것과도 같아 시선을 모았으나 실제는 그것과 달랐다.
벅찬 감정은 개뿔! 얼마나 소릴 질렀으면,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일행들과 지나가던 경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시선을 돌리다가 눈이 커졌다.
‘어, 저 할머니가 왜 여기 계시지? 근데 뭘 저렇게까지 소릴 질러! 할머니 귀가 얼마나 밝으신데.’
그는 할머니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어느새 그들 옆으로 다가왔다.
그들 대화를 듣던 경하는 고막을 찢을 듯한 고성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구겼다.
본능적으로 경하는 귀를 막았다.
귀를 막고 있던 경하의 눈이 맞은 편에 있던 할머니에게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도 괴로운지, 가까워진 경호원의 입을 피해 고개를 뺑당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1초, 2초.
잠시 머문 시선이 그대로 시선을 돌리는 할머니로 인해 떨어졌다.
‘어, 뭐지? 지금 그거, 내 시선을 피하신 건가?’
경하는 기분이 묘했다.
잠깐 머문 시선에서 왜 그녀의 주름이 더 는 것 같은지.
그의 착각일까?
“아따, 야가 와 소리를 박박 지르노! 니, 누구랑 싸우나? 그렇게까지 소리 안 질러도 내 그 정돈 들린다! 근데, 브아피, 그게 뭐꼬?”
그녀 귀 옆으로 다가온 경호원을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팔을 툭, 건드렸다.
감정이 실렸을까?
그저 살짝 친다는 게 꽤 셌나 보다.
경호원의 몸이 끙, 소릴 내며 살짝 기울어지는 걸 보면.
‘……! 자기가 안 들린다 하고선…. 윽!’
경호원은 할머니의 순간적인 힘에 놀랐지만, 애써 표정을 숨겼다.
그 짧은 순간에 경호원의 표정을 누군가 읽었다.
‘오늘 왜 이러지? 계속 실수하게. 꽤 아플 텐데.’
“아이고야, 니 개않나? 내, 미안테이! 내가 힘이 좀 세다 아이가.”
‘개않나는 또 뭐야! 가만, 저 표정… 괜찮냐는 뜻인가?’
“아… 예, 괜찮아요. 할머니께서 힘이 세셔 봤자죠!”
힘 조절에 실패한 할머니는 부러 과장되게 살갑게 굴었다.
“캬! 젊은 게 좋긴 좋네! 내 소싯적에, 사내들 억시로 때려 눕혔는데. 니, 정말 개않다고? 아이고! 나도 다 죽었네, 다 죽었어. 니, 정말 개않나?”
‘다 죽기는. 그게 다 죽었으면.’
“……예, 괜찮습니다.”
할머니는 손자뻘 사내를 걱정하는 것 같은 말과는 달리 손은 여전히 그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그녀의 미운 손에 경호원의 몸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이건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다 늙어빠진 할머니 힘이 왜 이리도 센지.
예상치 못한 힘에 경호원이 미세하게 조금씩 뒤로 움직였다.
‘거짓말도 참 못한다. 괜찮다는 놈이 몸을 슬슬 뒤로 빼게. 하여튼 남자들이란, 죽어도 센 척은. 풋! 괜히 도발하고 싶어지네.’
경호원답지 않은 행동에 쓰게 웃던 그녀 눈빛이 갑자기 돌변했다.
팔까지 휘휘 휘젓곤 괜히 힘센 척 장갑 낀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녀 손놀림에 잠시 움찔한 경호원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괜찮은 척 몸에 힘을 팍 줬다.
“할머니!! 맞죠? VIP 병실에서 왔다 갔다 한 사람!!”
몸에 너무 힘을 줬을까? 목소리까지 조금 굵어졌다.
“니, 뭐라카노? 내 브아피도 모른다 안 캤나. 근데, 거를 우예 가노!”
‘소릴 왜 저렇게까지 질러? 내가 괜히, 안 들린다고 해서는. 아, 이러다 고막 다 나가겠다. 내가 다. 시. 는. 이런 말 하나 봐라.’
한쪽 손으로 고막을 보호하면서도 제 본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할 정도였다.
괴로움에 이를 뽀득뽀득 가는 소리가 그녀 안에서 열심히 울렸다.
말할 때마다 다가오는 경호원의 입을 바라보는 눈빛이 잠깐 살벌해졌다.
하지만 저 미련 곰탱이는 알지 못했다.
그저 어려운 사투리를 해독하느라 그럴 경황이 없었으니까.
‘브아피? 그게… 아, VIP구나. 그럼, 캤나는 또 뭐야? 아, 진짜, 어렵다!’
경호원은 무슨 말인지 몰라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답답했다.
그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대화를 포기하곤 핸드폰에 있던 사진과 할머니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
경호원의 눈빛에 불안해진 그녀가 시선을 돌려 옆에 있던 경하를 쳐다봤다.
‘도와 달라 할까? 아…, 아냐. 모른 척했는데, 어떻게 그래.’
입안이 바짝 타들어 가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체 왜 저러시지? 그리고 지금 저 행동….’
그녀의 달라진 표정에 불길함을 느낀 경하가 급히 나섰다.
“할머니! 왜 또, 여기 계세요? 병실에 가셔야죠.”
“누꼬? 나?”
경하는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천연덕스레 외면하는 그녀의 태도에 잠시 멈칫했다.
‘?’
“……네.”
그러다 그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곤 여상스럽게 여겼다.
“니, 내 아나? 나는 니, 모른다.”
“할머니, 좀 전에 저와 V…….”
당황한 할머니가 급히 화제를 전환하며 경호원이 못 보게 눈을 깜빡였다.
“와, 내가 그리 좋나? 어이그, 보는 눈은 또 있어 가꼬. 내가 좋으면 좋다 말해라. 찝쩍대지 말고.”
갖은 눈웃음을 다 치며 경하 곁으로 온 그녀가 부끄러운 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소녀 같은 몸짓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살며시 두드렸다.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아, 맞다. 그때도 그랬지. 내 코.’
“……예?”
눈꼬리가 어찌나 호선을 이루는지.
호선을 이루다 못해 축, 쳐졌다.
할머니는 저가 꽤 매력적으로 추파를 던진다고 여겼다.
그녀 눈빛은 정말 당당했지만, 현실은 그러질 못해 탈이었다.
경하 입장에선 정말 극혐일 거였다.
다 늙은이가 젊은 남자에게 보내는 추파라니.
그녀 애교에 어찌 반응할지 망설이던 경하가 무심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살폈다.
‘뭐야, 생전 윙크도 안 해 보셨나? 그래서 지금 내게 하시는 건가?’
“맞지,… 나 좋아하는 거… 으~응 응?”
어색한 눈웃음과 답지 않은 코맹맹이 소리를 듣던 그는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뭐지? 장단을 맞춰야 하나?’
경하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어찌나 눈웃음을 치는지.
그녀의 애교를 감상하던 그의 눈빛이 어쩐 일인지 점점 부드러워졌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동안 그를 유혹했던 예쁜 여자들에게도 시큰둥했던 그가 그도 모르게 웃었다.
머리가 다 센 할머니가 부리는 애교가 무에 그리 볼 게 있다고.
그의 여성 취향이 참으로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정말 그녀의 생각대로 그가 할머니에게 끌리는 ‘변태’ 기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다급함을 알 리 없는 경하는 할머니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 어쩌지? VIP 병실 앞에서 만났다고 하면, 안 되는데. 제발, 눈치가 있어야 할 텐데.’
한없이 휘어지는 할머니의 눈웃음에 자칫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그는 겨우 참았다.
그러다 문득 할머니의 눈웃음에 의도가 있음을 깨달은 경하 표정이 바뀌었다.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래서 이렇게 애교 부리는 거고. 하!’
그녀 장단에 맞춰 미소를 장전한 그가 할머니를 한쪽 팔로 감싸 제 쪽으로 당겼다.
“아, 예. 제가 할머니를 좋아하는 걸, 이제야, 눈치채셨어요. 지금 퇴원하십니까?”
그의 거친 듯 부드러운 손길에 그녀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 변태가, 그저 여자면 다 좋지? 이걸 그냥, 확!!’
그녀는 잠시 욱하는 성질을 힘겹게 누르며 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아냐, 어쩌면, 내 눈웃음에 눈치를 채고 그럴 수도.’
간호사를 따돌린 할머니가 급히 비상구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고 있다.
다다다 다다!
어, 할머니가 계단에서 뛸 수 있나? 그것도 저렇게 빨리.
계단을 빨리 내려가면서도 할머니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환자복 단추를 하나, 둘 풀어 젖힌 그녀는 거기서 옷을 벗었다.
꺅! 안 돼요, 할머니! 여기서 그러면.
그리고는 가방 안에 있던 옷을 꺼내 얼른 촌스러운 옷으로 갈아입는데.
그녀의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감탄할 노릇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 드러난 그녀의 반전 몸매가 찰나였음에도 뇌리에 각인되었다.
흡!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저리 아름다운 몸으로 저런 옷을 입다니.
차라리 입고 있던 크롭탑 그대로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로 시선이 간 순간, 그건 또, 아니다 싶었다.
할머니 얼굴로 배꼽이 드러난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아마 정상인으론 안 볼 터였다.
이제 막 비상구 계단을 빠져나온 할머니는 환자복을 세탁물 수거함에 넣었다.
그녀는 병원 로비로 빠져나가려다 검문하고 있는 경호원을 보곤 깊은 한숨을 삼켰다.
‘아, 진짜! 왜, 여기 있는데….’
*
잠시 입술을 잘근 강하게 씹은 그녀는 모르는 척 당당하게 로비로 발을 들였다.
“할머니! 잠시만요.”
“……!”
그렇게 그냥 지나치길 바랐건만, 그들은 귀신같이 그녀 발목을 잡았다.
덥석 잡힌 발목에 숨이 막힐 긴장감이 서렸다.
콩닥콩닥 콩닥
천천히 뒤돌아서는 할머니 심장이 널뛰기 시작했다.
이때 두려움에 떨던 심장이 또 다른 의미에서 깜빡이가 들어왔다.
아주 잠깐, 반가웠다가 욕지기할 뻔했던 변태를 보자 그녀는 기분이 엿 같았다.
그녀는 할머니를 상대로 끼 부리는 그를 상상한 뒤, 그와 눈도 맞추기 싫었더랬다.
그런 경하가 하필 지금, 로비로 오고 있었다.
‘또 왜. 저. 변. 태가 이쪽으로 와!?’
할머니는 이런 상황이 못마땅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 했다.
그때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온 경호원이 불러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머니!”
“……와? 뭐 땜에 그라노!”
‘그라노가 뭐지? 아, 저 사투리.’
“할머니! 혹시 좀 전에 VI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경호원은 서울 출신이라 사투리가 영 불편한 눈치였다.
“뭐라꼬?”
‘뭐라꼬는 또 뭐야? 후-!’
“VI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새어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경호원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야가 뭐라카노? 내 안 들린다 안 카나. 더 크게 말해 봐라.”
‘대체 언제 안 들린다 했데? 나, 참!’
얼굴 가득 주름을 잔뜩 만든 그녀가 답답하단 표정으로 귀 후비며 물었다.
경호원은 안 들린다는 말에 배에 잔뜩 힘을 준 뒤, 소리를 버럭, 버럭 질렀다.
“할머니!! 좀 전에… V. I. P. 병실 앞에!!… 있지 않았어요!?”
마치 산 정상에 오른 자가 벅찬 감정에 목청껏 소리치는 것과도 같아 시선을 모았으나 실제는 그것과 달랐다.
벅찬 감정은 개뿔! 얼마나 소릴 질렀으면,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일행들과 지나가던 경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시선을 돌리다가 눈이 커졌다.
‘어, 저 할머니가 왜 여기 계시지? 근데 뭘 저렇게까지 소릴 질러! 할머니 귀가 얼마나 밝으신데.’
그는 할머니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어느새 그들 옆으로 다가왔다.
그들 대화를 듣던 경하는 고막을 찢을 듯한 고성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구겼다.
본능적으로 경하는 귀를 막았다.
귀를 막고 있던 경하의 눈이 맞은 편에 있던 할머니에게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도 괴로운지, 가까워진 경호원의 입을 피해 고개를 뺑당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1초, 2초.
잠시 머문 시선이 그대로 시선을 돌리는 할머니로 인해 떨어졌다.
‘어, 뭐지? 지금 그거, 내 시선을 피하신 건가?’
경하는 기분이 묘했다.
잠깐 머문 시선에서 왜 그녀의 주름이 더 는 것 같은지.
그의 착각일까?
“아따, 야가 와 소리를 박박 지르노! 니, 누구랑 싸우나? 그렇게까지 소리 안 질러도 내 그 정돈 들린다! 근데, 브아피, 그게 뭐꼬?”
그녀 귀 옆으로 다가온 경호원을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팔을 툭, 건드렸다.
감정이 실렸을까?
그저 살짝 친다는 게 꽤 셌나 보다.
경호원의 몸이 끙, 소릴 내며 살짝 기울어지는 걸 보면.
‘……! 자기가 안 들린다 하고선…. 윽!’
경호원은 할머니의 순간적인 힘에 놀랐지만, 애써 표정을 숨겼다.
그 짧은 순간에 경호원의 표정을 누군가 읽었다.
‘오늘 왜 이러지? 계속 실수하게. 꽤 아플 텐데.’
“아이고야, 니 개않나? 내, 미안테이! 내가 힘이 좀 세다 아이가.”
‘개않나는 또 뭐야! 가만, 저 표정… 괜찮냐는 뜻인가?’
“아… 예, 괜찮아요. 할머니께서 힘이 세셔 봤자죠!”
힘 조절에 실패한 할머니는 부러 과장되게 살갑게 굴었다.
“캬! 젊은 게 좋긴 좋네! 내 소싯적에, 사내들 억시로 때려 눕혔는데. 니, 정말 개않다고? 아이고! 나도 다 죽었네, 다 죽었어. 니, 정말 개않나?”
‘다 죽기는. 그게 다 죽었으면.’
“……예, 괜찮습니다.”
할머니는 손자뻘 사내를 걱정하는 것 같은 말과는 달리 손은 여전히 그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그녀의 미운 손에 경호원의 몸이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이건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다 늙어빠진 할머니 힘이 왜 이리도 센지.
예상치 못한 힘에 경호원이 미세하게 조금씩 뒤로 움직였다.
‘거짓말도 참 못한다. 괜찮다는 놈이 몸을 슬슬 뒤로 빼게. 하여튼 남자들이란, 죽어도 센 척은. 풋! 괜히 도발하고 싶어지네.’
경호원답지 않은 행동에 쓰게 웃던 그녀 눈빛이 갑자기 돌변했다.
팔까지 휘휘 휘젓곤 괜히 힘센 척 장갑 낀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녀 손놀림에 잠시 움찔한 경호원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괜찮은 척 몸에 힘을 팍 줬다.
“할머니!! 맞죠? VIP 병실에서 왔다 갔다 한 사람!!”
몸에 너무 힘을 줬을까? 목소리까지 조금 굵어졌다.
“니, 뭐라카노? 내 브아피도 모른다 안 캤나. 근데, 거를 우예 가노!”
‘소릴 왜 저렇게까지 질러? 내가 괜히, 안 들린다고 해서는. 아, 이러다 고막 다 나가겠다. 내가 다. 시. 는. 이런 말 하나 봐라.’
한쪽 손으로 고막을 보호하면서도 제 본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할 정도였다.
괴로움에 이를 뽀득뽀득 가는 소리가 그녀 안에서 열심히 울렸다.
말할 때마다 다가오는 경호원의 입을 바라보는 눈빛이 잠깐 살벌해졌다.
하지만 저 미련 곰탱이는 알지 못했다.
그저 어려운 사투리를 해독하느라 그럴 경황이 없었으니까.
‘브아피? 그게… 아, VIP구나. 그럼, 캤나는 또 뭐야? 아, 진짜, 어렵다!’
경호원은 무슨 말인지 몰라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답답했다.
그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대화를 포기하곤 핸드폰에 있던 사진과 할머니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
경호원의 눈빛에 불안해진 그녀가 시선을 돌려 옆에 있던 경하를 쳐다봤다.
‘도와 달라 할까? 아…, 아냐. 모른 척했는데, 어떻게 그래.’
입안이 바짝 타들어 가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체 왜 저러시지? 그리고 지금 저 행동….’
그녀의 달라진 표정에 불길함을 느낀 경하가 급히 나섰다.
“할머니! 왜 또, 여기 계세요? 병실에 가셔야죠.”
“누꼬? 나?”
경하는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천연덕스레 외면하는 그녀의 태도에 잠시 멈칫했다.
‘?’
“……네.”
그러다 그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곤 여상스럽게 여겼다.
“니, 내 아나? 나는 니, 모른다.”
“할머니, 좀 전에 저와 V…….”
당황한 할머니가 급히 화제를 전환하며 경호원이 못 보게 눈을 깜빡였다.
“와, 내가 그리 좋나? 어이그, 보는 눈은 또 있어 가꼬. 내가 좋으면 좋다 말해라. 찝쩍대지 말고.”
갖은 눈웃음을 다 치며 경하 곁으로 온 그녀가 부끄러운 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소녀 같은 몸짓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살며시 두드렸다.
‘뭐야, 왜 이렇게 단단해? 아, 맞다. 그때도 그랬지. 내 코.’
“……예?”
눈꼬리가 어찌나 호선을 이루는지.
호선을 이루다 못해 축, 쳐졌다.
할머니는 저가 꽤 매력적으로 추파를 던진다고 여겼다.
그녀 눈빛은 정말 당당했지만, 현실은 그러질 못해 탈이었다.
경하 입장에선 정말 극혐일 거였다.
다 늙은이가 젊은 남자에게 보내는 추파라니.
그녀 애교에 어찌 반응할지 망설이던 경하가 무심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살폈다.
‘뭐야, 생전 윙크도 안 해 보셨나? 그래서 지금 내게 하시는 건가?’
“맞지,… 나 좋아하는 거… 으~응 응?”
어색한 눈웃음과 답지 않은 코맹맹이 소리를 듣던 그는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뭐지? 장단을 맞춰야 하나?’
경하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어찌나 눈웃음을 치는지.
그녀의 애교를 감상하던 그의 눈빛이 어쩐 일인지 점점 부드러워졌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동안 그를 유혹했던 예쁜 여자들에게도 시큰둥했던 그가 그도 모르게 웃었다.
머리가 다 센 할머니가 부리는 애교가 무에 그리 볼 게 있다고.
그의 여성 취향이 참으로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정말 그녀의 생각대로 그가 할머니에게 끌리는 ‘변태’ 기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다급함을 알 리 없는 경하는 할머니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 어쩌지? VIP 병실 앞에서 만났다고 하면, 안 되는데. 제발, 눈치가 있어야 할 텐데.’
한없이 휘어지는 할머니의 눈웃음에 자칫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그는 겨우 참았다.
그러다 문득 할머니의 눈웃음에 의도가 있음을 깨달은 경하 표정이 바뀌었다.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래서 이렇게 애교 부리는 거고. 하!’
그녀 장단에 맞춰 미소를 장전한 그가 할머니를 한쪽 팔로 감싸 제 쪽으로 당겼다.
“아, 예. 제가 할머니를 좋아하는 걸, 이제야, 눈치채셨어요. 지금 퇴원하십니까?”
그의 거친 듯 부드러운 손길에 그녀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 변태가, 그저 여자면 다 좋지? 이걸 그냥, 확!!’
그녀는 잠시 욱하는 성질을 힘겹게 누르며 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아냐, 어쩌면, 내 눈웃음에 눈치를 채고 그럴 수도.’
작가의 말
뭔가 단단히 오해한 할머니!ㅋㅋ
갑작스레 기온이 많이 떨어졌어요.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닫기가면 속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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