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 - 딱 5분간
조회 : 1,097 추천 : 0 글자수 : 4,820 자 2023-01-18
3일 후(토요일) 저녁.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 예원 중화요리 전문점.
천천히 물잔에 물을 붓던 형철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이 울리자 물통을 내려놓고 얼른 폰을 집어 들었다.
-죄송해요ㅠ 거의 다 왔는데 다 와서 차가 너무 막히네요
벌써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다.
그는 괜찮다는 답장을 얼른 보내고 물컵에 든 물을 마셨다.
벌써 생수만 3잔째.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그는 하마터면 자리가 없어 기다릴 뻔했지만 마침 나가는 손님이 있어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이 식당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본다.
식당 앞에는 아예 대기 손님을 위해 플라스틱 의자까지 갖추어 두었다.
그렇게 20분을 더 기다린 그가 전자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식당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하자 그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는데 마치 자신이 그녀가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모습이 되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너무 늦었죠. 일찍 출발한다고 한 건데..."
"아니에요. 뭐 바쁜 것도 아닌데..."
"아직 주문 안 하셨어요?"
"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던 그녀는 생각보다 단출한 메뉴에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뭐가 맛있나요?"
"죽변짬뽕 한번 드셔보세요. 다들 오면 그거는 꼭 먹고 가더라고요."
"그래요? 전 이걸로 할게요."
그가 칠리새우와 죽변짬뽕을 주문하자 이 작가는 주문을 받고 돌아가려던 종업원에게 말했다.
"여기 참이슬도 한 병 주세요."
그녀가 술을 시키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운전하는데 괜찮겠어요?"
"하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여기 관광하러 온 거니까...주말이잖아요."
"그래요, 뭐. 그럼 저야 좋죠."
"술 잘 드세요?"
"아뇨 소주 한 병 정도 먹으면 더 이상 못 먹어요. 젊을 때는 서너병은 끄떡없었는데..."
"에이. 아직 젊으신데..."
"그럼 간만에 쏘맥을 먹어볼까?"
그가 종업원에게 맥주를 같이 달라고 외치자 종업원은 쩌렁쩌렁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데 거의 다 와서 차가 엄청 막혔거든요. 오늘 무슨 행사 하나요?"
"아니에요. 아마 전국에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몰려와서 그럴 거예요."
"사이비 종교? 아, 그 NPS 구원회요?"
"네. 서울에 계시면서 잘 아시네. 여긴 주말만 되면 난리예요."
"조금 있으면 로또 추첨 생방송을 할 거예요. 저기 있는 대형 TV 화면으로 잠시 틀어주는데 놀라지 마세요."
"왜요?"
"그때 돼 보면 알아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둘이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울 무렵 얼굴이 발그레해진 형철은 이 작가를 보며 말했다.
"작가님도 요즘 종말론을 믿으세요?"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묻자 칠리새우를 집어 든 그녀가 피식 웃었다.
"글쎄요. 종말이라..."
"......"
"백두산이 폭발해서 빙하기가 온다는 것은 그럴듯한데 인류가 멸망할 거 같진 않아요."
"그래요?"
"그 노스트라다무스도 1999년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이렇게 멀쩡히 잘살고 있잖아요."
"하긴 예언가의 말도 틀리는데 이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진 뜬소문이니..."
"그런데 조만간 인류 역사에 큰 변화가 일어날 거 같긴 해요?"
"예?"
그녀가 갑자기 인류 역사까지 들먹이자 그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만남?"
"외계인이요?"
"왜요? 외계인 안 믿으세요?"
"글쎄요. 전 외계인하면 축구밖에 생각이 안 나서..."
"축구요? 왜요?"
"메시, 네이마르 같은 외계인이 유럽에 살잖아요."
"아, 그 외계인?"
"작가님은 조만간 외계인이 나타날 거 같으세요?"
"네."
"어떤 이유로..."
"그건 비밀이에요. 1급 국가 기밀이거든요."
"예? 하하."
그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자 그녀는 소주잔을 들고 그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알겠어요. 작가님이 갑자기 정보국 여자 첩보원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첩보원? 여자 첩보원이 좀 멋있긴 하죠."
"작가님은 귀신을 믿으세요?"
"예?"
주제가 외계인에서 갑자기 귀신으로 바뀌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귀신이요?"
"네. 영혼."
"글쎄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저도 본 적 없어요."
"근데 왜 믿는 것처럼 말하세요?"
"조만간 귀신의 실체가 나타날 거 같아요. 아니 귀신이라기보다는 신의 존재?"
"종교가 있으세요?"
"아뇨. 그런데 이제 믿으려고요?"
"네? 하하. 무슨 종교요?"
"그건 1급 비밀이라..."
"하하하."
적당히 취기가 오른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그녀가 한동안 심하게 웃다가 멈추자 형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맥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갑자기 민망해진 그녀는 얼른 맥주병을 들어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갑자기 아까 그가 말했던 로또 추첨이 떠오른 그녀는 몸을 돌려 대형 TV 모니터를 힐끔 쳐다봤다.
"근데 저 TV는 평소에는 안 틀어주나 보죠?"
"원래 여기에 TV가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주인아주머니가 갑자기 설치를 했다는데 일주일에 딱 5분만 틀어준대요. 저도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거라..."
"딱 5분?"
"네."
"왜요? 언제 틀어주는데요?"
"토요일 저녁 8시 35분에 딱 5분만 틀어줘요."
"로또 추첨할 때?"
"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있죠. 지금 전부 그 방송 기다리고 있을걸요."
그가 상체를 숙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또 한 번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리고 이 식당에 있는 사람은 전부 이 지역 사람들이 아닐 거예요. 아마 내일 NPS 모임 때문에 왔을 거예요."
"그래요?"
"이곳뿐만 아니라 울진에 있는 모든 식당이 다 똑같은 상황일걸요."
"정말요?"
"주말에 울진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울진 인구보다 많다고 들었어요."
"설마?"
"저도 듣기만 하고 설마 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거짓말이 아닌 거 같아요."
"NPS 모임은 또 뭐에요?"
"일요일에 사람들이 무슨 집회하는 것처럼 거리에서 확성기를 틀고 방송을 해요."
"무슨 방송이요?"
"내용은 모르겠고 요즘엔 저도 주말에 일부러 집에 있지 않고 다른 데로 아예 여행을 가 버리거든요."
"와, 그 정도예요?"
잠시 후 8시 30분이 되자 식당 안 손님들의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르더니 종업원이 TV를 켜자 모두 숨죽인 채 TV 화면을 쳐다봤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로또 추첨에서 숫자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손님들의 탄성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마지막 7번째 보너스 번호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된 거지? 맞지?"
"맞어. 다 맞어. 보너스 번호까지 다 맞어."
"와, 심 봤다!"
손님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환호하며 만세를 외치자 형철도 실제로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이게 도..도대체 무슨..."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 보는 거라...설마설마했는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옆자리 손님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어르신. 저는 여기 관광 온 사람인데. 지금 뭐 때문에 다들 이러는 건가요?"
흥분한 채 일행들과 박수를 치며 환호하던 한 중년 남성은 그를 보더니 위아래를 훑어봤다.
"뭐? 여기 처음 왔다고?"
"예."
"NPS는?"
"예?"
"회원 아니야?"
"네, 아직..."
그는 의심스럽다는 듯 형철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곧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것도 모르고 여기에 왔다고?"
"네...그게 급하게 여행 오는 바람에..."
"거기 입회하면 신도들이 낸 헌금을 모아서 울릉도에서 로또를 사."
"아, 울릉도 현지에 있는 사람이요?"
"그래."
"그런데 아까 스마트폰으로 보신 건 뭐예요?"
"뭐긴? 로또 번호지. 8시에 판매 마감하면 바로 문자가 와. 구매한 번호를 신도들한테 공개해주는 거잖아."
"아, 그럼 7개 번호가 오나요?"
"아 몰라. 직접 해 봐."
그는 더 이상 길게 말하기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황을 파악한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 작가에게 내막을 설명해주자 그녀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테이블 곳곳에서 사람들이 제각기 무언가를 나지막이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들은 곧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구호로 합쳐져 가게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나필승!"
"나필승!"
"나필승!"
천천히 물잔에 물을 붓던 형철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이 울리자 물통을 내려놓고 얼른 폰을 집어 들었다.
-죄송해요ㅠ 거의 다 왔는데 다 와서 차가 너무 막히네요
벌써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다.
그는 괜찮다는 답장을 얼른 보내고 물컵에 든 물을 마셨다.
벌써 생수만 3잔째.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그는 하마터면 자리가 없어 기다릴 뻔했지만 마침 나가는 손님이 있어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이 식당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본다.
식당 앞에는 아예 대기 손님을 위해 플라스틱 의자까지 갖추어 두었다.
그렇게 20분을 더 기다린 그가 전자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식당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하자 그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는데 마치 자신이 그녀가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모습이 되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너무 늦었죠. 일찍 출발한다고 한 건데..."
"아니에요. 뭐 바쁜 것도 아닌데..."
"아직 주문 안 하셨어요?"
"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던 그녀는 생각보다 단출한 메뉴에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뭐가 맛있나요?"
"죽변짬뽕 한번 드셔보세요. 다들 오면 그거는 꼭 먹고 가더라고요."
"그래요? 전 이걸로 할게요."
그가 칠리새우와 죽변짬뽕을 주문하자 이 작가는 주문을 받고 돌아가려던 종업원에게 말했다.
"여기 참이슬도 한 병 주세요."
그녀가 술을 시키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운전하는데 괜찮겠어요?"
"하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여기 관광하러 온 거니까...주말이잖아요."
"그래요, 뭐. 그럼 저야 좋죠."
"술 잘 드세요?"
"아뇨 소주 한 병 정도 먹으면 더 이상 못 먹어요. 젊을 때는 서너병은 끄떡없었는데..."
"에이. 아직 젊으신데..."
"그럼 간만에 쏘맥을 먹어볼까?"
그가 종업원에게 맥주를 같이 달라고 외치자 종업원은 쩌렁쩌렁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데 거의 다 와서 차가 엄청 막혔거든요. 오늘 무슨 행사 하나요?"
"아니에요. 아마 전국에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몰려와서 그럴 거예요."
"사이비 종교? 아, 그 NPS 구원회요?"
"네. 서울에 계시면서 잘 아시네. 여긴 주말만 되면 난리예요."
"조금 있으면 로또 추첨 생방송을 할 거예요. 저기 있는 대형 TV 화면으로 잠시 틀어주는데 놀라지 마세요."
"왜요?"
"그때 돼 보면 알아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둘이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울 무렵 얼굴이 발그레해진 형철은 이 작가를 보며 말했다.
"작가님도 요즘 종말론을 믿으세요?"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묻자 칠리새우를 집어 든 그녀가 피식 웃었다.
"글쎄요. 종말이라..."
"......"
"백두산이 폭발해서 빙하기가 온다는 것은 그럴듯한데 인류가 멸망할 거 같진 않아요."
"그래요?"
"그 노스트라다무스도 1999년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이렇게 멀쩡히 잘살고 있잖아요."
"하긴 예언가의 말도 틀리는데 이건 사람들 사이에서 퍼진 뜬소문이니..."
"그런데 조만간 인류 역사에 큰 변화가 일어날 거 같긴 해요?"
"예?"
그녀가 갑자기 인류 역사까지 들먹이자 그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만남?"
"외계인이요?"
"왜요? 외계인 안 믿으세요?"
"글쎄요. 전 외계인하면 축구밖에 생각이 안 나서..."
"축구요? 왜요?"
"메시, 네이마르 같은 외계인이 유럽에 살잖아요."
"아, 그 외계인?"
"작가님은 조만간 외계인이 나타날 거 같으세요?"
"네."
"어떤 이유로..."
"그건 비밀이에요. 1급 국가 기밀이거든요."
"예? 하하."
그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자 그녀는 소주잔을 들고 그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알겠어요. 작가님이 갑자기 정보국 여자 첩보원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첩보원? 여자 첩보원이 좀 멋있긴 하죠."
"작가님은 귀신을 믿으세요?"
"예?"
주제가 외계인에서 갑자기 귀신으로 바뀌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귀신이요?"
"네. 영혼."
"글쎄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저도 본 적 없어요."
"근데 왜 믿는 것처럼 말하세요?"
"조만간 귀신의 실체가 나타날 거 같아요. 아니 귀신이라기보다는 신의 존재?"
"종교가 있으세요?"
"아뇨. 그런데 이제 믿으려고요?"
"네? 하하. 무슨 종교요?"
"그건 1급 비밀이라..."
"하하하."
적당히 취기가 오른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그녀가 한동안 심하게 웃다가 멈추자 형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맥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갑자기 민망해진 그녀는 얼른 맥주병을 들어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갑자기 아까 그가 말했던 로또 추첨이 떠오른 그녀는 몸을 돌려 대형 TV 모니터를 힐끔 쳐다봤다.
"근데 저 TV는 평소에는 안 틀어주나 보죠?"
"원래 여기에 TV가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주인아주머니가 갑자기 설치를 했다는데 일주일에 딱 5분만 틀어준대요. 저도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거라..."
"딱 5분?"
"네."
"왜요? 언제 틀어주는데요?"
"토요일 저녁 8시 35분에 딱 5분만 틀어줘요."
"로또 추첨할 때?"
"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있죠. 지금 전부 그 방송 기다리고 있을걸요."
그가 상체를 숙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또 한 번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리고 이 식당에 있는 사람은 전부 이 지역 사람들이 아닐 거예요. 아마 내일 NPS 모임 때문에 왔을 거예요."
"그래요?"
"이곳뿐만 아니라 울진에 있는 모든 식당이 다 똑같은 상황일걸요."
"정말요?"
"주말에 울진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울진 인구보다 많다고 들었어요."
"설마?"
"저도 듣기만 하고 설마 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거짓말이 아닌 거 같아요."
"NPS 모임은 또 뭐에요?"
"일요일에 사람들이 무슨 집회하는 것처럼 거리에서 확성기를 틀고 방송을 해요."
"무슨 방송이요?"
"내용은 모르겠고 요즘엔 저도 주말에 일부러 집에 있지 않고 다른 데로 아예 여행을 가 버리거든요."
"와, 그 정도예요?"
잠시 후 8시 30분이 되자 식당 안 손님들의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르더니 종업원이 TV를 켜자 모두 숨죽인 채 TV 화면을 쳐다봤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로또 추첨에서 숫자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손님들의 탄성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마지막 7번째 보너스 번호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된 거지? 맞지?"
"맞어. 다 맞어. 보너스 번호까지 다 맞어."
"와, 심 봤다!"
손님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환호하며 만세를 외치자 형철도 실제로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이게 도..도대체 무슨..."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 보는 거라...설마설마했는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옆자리 손님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어르신. 저는 여기 관광 온 사람인데. 지금 뭐 때문에 다들 이러는 건가요?"
흥분한 채 일행들과 박수를 치며 환호하던 한 중년 남성은 그를 보더니 위아래를 훑어봤다.
"뭐? 여기 처음 왔다고?"
"예."
"NPS는?"
"예?"
"회원 아니야?"
"네, 아직..."
그는 의심스럽다는 듯 형철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곧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것도 모르고 여기에 왔다고?"
"네...그게 급하게 여행 오는 바람에..."
"거기 입회하면 신도들이 낸 헌금을 모아서 울릉도에서 로또를 사."
"아, 울릉도 현지에 있는 사람이요?"
"그래."
"그런데 아까 스마트폰으로 보신 건 뭐예요?"
"뭐긴? 로또 번호지. 8시에 판매 마감하면 바로 문자가 와. 구매한 번호를 신도들한테 공개해주는 거잖아."
"아, 그럼 7개 번호가 오나요?"
"아 몰라. 직접 해 봐."
그는 더 이상 길게 말하기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황을 파악한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 작가에게 내막을 설명해주자 그녀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테이블 곳곳에서 사람들이 제각기 무언가를 나지막이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들은 곧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구호로 합쳐져 가게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나필승!"
"나필승!"
"나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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