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회 - 급만남
조회 : 1,022 추천 : 0 글자수 : 3,289 자 2023-01-10
-여보세요. 이윤영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기...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예전에...
-예, 안녕하세요. 선생님. 울진중학교 우선생님이시죠?
-어? 기억하시네요. 작가님. 바쁘신데 제가 불쑥 전화드린 건 아닌지...
-아니에요. 지금은 한가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 작가는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김 기자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하고 혼자 조금 전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아, 네 .제가 나상병..아니 필승이 아빠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그 방송 결방된 거는 너무 아쉽네요.
-아니에요. 괜히 제가 인터뷰한다고 선생님 시간만 빼앗았죠, 뭐. 방송 분량에 선생님 인터뷰 장면도 있었는데...
-그래요? 제가 지상파 TV에 나올 뻔했었네요?
-네. 저도 아쉬워요. 아 참 요즘 희정 학생은 잘 있죠?
-예 그럼요. 오늘도 수업 시간에 봤어요.
그녀가 예전에 직접 울진을 찾아가서 그와 몇 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후로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
-아, 저기 방금 제가 나상병...아니 필승이 아빠랑 통화를 했는데요.
-아, 네.
-지난 주말에 이상한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요?
-제가 지난주에 마니산에 등산을 하러 갔었거든요.
-네.
-혹시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거기 사셨던 거 아시나요?
-아뇨. 필승이 이모할머니라면...
-그러니까 필승이 아빠의 이모예요.
-아, 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그러셨구나. 암튼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거기에서 사시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 그래요?
-예전에 제가 우연히 찾아가서 대화도 장시간 나눈 적이 적이 있는데 장례식에도 못 가보고...
그녀는 그가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지만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제가 명색이 수학 선생이지만 그래도 그쪽에 관심이 좀 있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다 캐물어 봤었어요.
-그쪽 분야라는 게...
-아, 모르셨구나?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무속인이셨어요.
-아, 그래요? 마니산에서요?
-네.
그녀는 그제서야 그가 마니산에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근처 무속인 집에 들렀었고 그 집이 하필 필승이 이모할머니 집이었다고 대충 이해했다.
-전 필승이 이모할머니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리시구나. 암튼 그때 그분이랑 너무 대화가 잘 통해서 정말 감탄을 많이 했거든요. 점도 잘 봐주셨고...
-아, 네.
-그래서 지난주에 마니산에 다시 오르다가 그곳을 한번 들러봤어요.
-네.
-다른 분이 거기서 영업을 하시더라구요.
-아, 다른 무속인 분이요?
-네.
-그래서 그분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으로 들어가 봤는데 방안에 필승이 사진이 있는 거예요?
-예?
그녀는 순간 깜짝 놀라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피...필승이 사진이요?
-네. 사진은 아니고 그 사진을 보고 누가 그림을 그린 거 같았어요. 초상화처럼.
-필승이를요?
-네.
-그래서 혹시 작가님이 그쪽에 자문을 구하시면서 사진을 보내셨나 하고...
-예? 아니에요. 제가 왜...
-필승이 아빠가 좀 물어봐 달라 하더라구요. 자기가 물어보기 좀 그렇다면서...
-아..아니에요. 전 안 보냈어요. 어쩌지?
그녀는 예전에 희정이로부터 필승의 가족사진을 전송받았던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지금 아마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누구에게도 전송한 적이 없다.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든 그녀는 거의 울상이 되어 말했다.
-사실 조금 전 필승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거든요.
-아, 그래요?
-근데 그런 말은 전혀 없으시던데...
-아 저도 방금 필승이 아빠랑 통화하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어요. 전 필승이 아빠가 보낸 줄 알고 말했다가 나상병이 펄쩍 뛰는 바람에...희정이한테 물어보고 작가님한테 전화드린 거예요.
-희정이도 아니래요?
-네. 자기가 왜 아무한테나 외삼촌 가족사진을 보내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진짜 아니에요.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필승의 가족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 작가님. 근데 제가 전화드린 건 사실 그거 때문이 아니구요.
-예.
-지난번 그...방송하기로 한 날 며칠 전에 예고편 기사 났었잖아요?
-결방된 방송이요?
-네.
-아 그런데..그 기사는...
방금까지 함께 있었던 김지혜 기자의 작품으로 10분 만에 삭제되었던 오보다.
그 당시 편집부장한테 기사에 임팩트가 없다고 굴욕을 당한 그녀가 홧김에 쓴 그 기사는 올린 지 10분 만에 삭제되었지만 그 사이에 박제가 되어 SNS상에서 퍼졌었다.
-그때 자문을 구했던 무속인 단체에서 혹시 뭐 특별한 이야기 안 하던가요? 필승이에 대해서...
-특별한 이야기요? 저희는 아예 자문을 하지 않았는데..
-예? 기사에는 그렇게 났던 거 같은데...
-아 그게...보도국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소 착오가 생겼었거든요.
김지혜라는 기자가 홧김에 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것을 그에게 이해시키려면 너무도 긴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왜...
-아, 아니에요. 전 그쪽이랑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줄 알고...필승이 아빠한테 들은 이야기를 좀 확인해보려고 했었는데...
-예?
-아휴 바쁘실 텐데 이번엔 제가 괜히 작가님 시간을 뺏었네요.
-아니에요.
이번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 하지만 너무 길어서 관두려고 하는 느낌이다.
- 필승이 아빠랑 제수씨가 이모님이 돌아가시기 이틀 전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데...그 무속인 단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서...
그녀는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지 그리고 무속인 단체의 의견을 필승이 부모님이 궁금해한다는 건지 그 자신이 궁금하다는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저, 선생님.
-예?
-혹시 언제 서울에 오실 일 없으신가요?
-예? 제가요?
-네.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는 당황하여 말꼬리를 흐렸다.
-그..글쎄요 제가 서울에 갈 일이...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요. 그때 울진에서 인터뷰해 주신 거로 신세 진 것도 있고...
그는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그것이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게 되는 거 같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글쎄요. 조만간 갈 일이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또 알쏭달쏭한 그의 대답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쐐기를 박았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어떠세요? 제가 울진으로 갈게요.
-예?
그녀의 갑작스런 제안에 그는 당황하여 이번 주 토요일에 무슨 일정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텅 빈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예...그...그러죠. 그럼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네. 그럼 저녁이나 한 끼 사주세요.
-예. 뭐 그러죠. 그런데...
순간 그는 저녁에 오면 어떻게 돌아갈 것이냐고 물어보려다 말끝을 흐렸다.
-네?
-아..아닙니다. 그럼 토요일에 출발하실 때 전화주세요.
-네, 알겠어요.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그녀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재빨리 카페 밖으로 나왔다.
답답한 사람과 오래 대화를 하니 카페 안이 더 답답해진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기...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예전에...
-예, 안녕하세요. 선생님. 울진중학교 우선생님이시죠?
-어? 기억하시네요. 작가님. 바쁘신데 제가 불쑥 전화드린 건 아닌지...
-아니에요. 지금은 한가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 작가는 옆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김 기자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하고 혼자 조금 전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아, 네 .제가 나상병..아니 필승이 아빠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그 방송 결방된 거는 너무 아쉽네요.
-아니에요. 괜히 제가 인터뷰한다고 선생님 시간만 빼앗았죠, 뭐. 방송 분량에 선생님 인터뷰 장면도 있었는데...
-그래요? 제가 지상파 TV에 나올 뻔했었네요?
-네. 저도 아쉬워요. 아 참 요즘 희정 학생은 잘 있죠?
-예 그럼요. 오늘도 수업 시간에 봤어요.
그녀가 예전에 직접 울진을 찾아가서 그와 몇 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후로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
-아, 저기 방금 제가 나상병...아니 필승이 아빠랑 통화를 했는데요.
-아, 네.
-지난 주말에 이상한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요?
-제가 지난주에 마니산에 등산을 하러 갔었거든요.
-네.
-혹시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거기 사셨던 거 아시나요?
-아뇨. 필승이 이모할머니라면...
-그러니까 필승이 아빠의 이모예요.
-아, 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그러셨구나. 암튼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거기에서 사시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 그래요?
-예전에 제가 우연히 찾아가서 대화도 장시간 나눈 적이 적이 있는데 장례식에도 못 가보고...
그녀는 그가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지만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제가 명색이 수학 선생이지만 그래도 그쪽에 관심이 좀 있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다 캐물어 봤었어요.
-그쪽 분야라는 게...
-아, 모르셨구나? 필승이 이모할머님이 무속인이셨어요.
-아, 그래요? 마니산에서요?
-네.
그녀는 그제서야 그가 마니산에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근처 무속인 집에 들렀었고 그 집이 하필 필승이 이모할머니 집이었다고 대충 이해했다.
-전 필승이 이모할머니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리시구나. 암튼 그때 그분이랑 너무 대화가 잘 통해서 정말 감탄을 많이 했거든요. 점도 잘 봐주셨고...
-아, 네.
-그래서 지난주에 마니산에 다시 오르다가 그곳을 한번 들러봤어요.
-네.
-다른 분이 거기서 영업을 하시더라구요.
-아, 다른 무속인 분이요?
-네.
-그래서 그분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으로 들어가 봤는데 방안에 필승이 사진이 있는 거예요?
-예?
그녀는 순간 깜짝 놀라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피...필승이 사진이요?
-네. 사진은 아니고 그 사진을 보고 누가 그림을 그린 거 같았어요. 초상화처럼.
-필승이를요?
-네.
-그래서 혹시 작가님이 그쪽에 자문을 구하시면서 사진을 보내셨나 하고...
-예? 아니에요. 제가 왜...
-필승이 아빠가 좀 물어봐 달라 하더라구요. 자기가 물어보기 좀 그렇다면서...
-아..아니에요. 전 안 보냈어요. 어쩌지?
그녀는 예전에 희정이로부터 필승의 가족사진을 전송받았던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지금 아마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누구에게도 전송한 적이 없다.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든 그녀는 거의 울상이 되어 말했다.
-사실 조금 전 필승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거든요.
-아, 그래요?
-근데 그런 말은 전혀 없으시던데...
-아 저도 방금 필승이 아빠랑 통화하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어요. 전 필승이 아빠가 보낸 줄 알고 말했다가 나상병이 펄쩍 뛰는 바람에...희정이한테 물어보고 작가님한테 전화드린 거예요.
-희정이도 아니래요?
-네. 자기가 왜 아무한테나 외삼촌 가족사진을 보내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진짜 아니에요.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필승의 가족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 작가님. 근데 제가 전화드린 건 사실 그거 때문이 아니구요.
-예.
-지난번 그...방송하기로 한 날 며칠 전에 예고편 기사 났었잖아요?
-결방된 방송이요?
-네.
-아 그런데..그 기사는...
방금까지 함께 있었던 김지혜 기자의 작품으로 10분 만에 삭제되었던 오보다.
그 당시 편집부장한테 기사에 임팩트가 없다고 굴욕을 당한 그녀가 홧김에 쓴 그 기사는 올린 지 10분 만에 삭제되었지만 그 사이에 박제가 되어 SNS상에서 퍼졌었다.
-그때 자문을 구했던 무속인 단체에서 혹시 뭐 특별한 이야기 안 하던가요? 필승이에 대해서...
-특별한 이야기요? 저희는 아예 자문을 하지 않았는데..
-예? 기사에는 그렇게 났던 거 같은데...
-아 그게...보도국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소 착오가 생겼었거든요.
김지혜라는 기자가 홧김에 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것을 그에게 이해시키려면 너무도 긴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왜...
-아, 아니에요. 전 그쪽이랑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줄 알고...필승이 아빠한테 들은 이야기를 좀 확인해보려고 했었는데...
-예?
-아휴 바쁘실 텐데 이번엔 제가 괜히 작가님 시간을 뺏었네요.
-아니에요.
이번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 하지만 너무 길어서 관두려고 하는 느낌이다.
- 필승이 아빠랑 제수씨가 이모님이 돌아가시기 이틀 전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데...그 무속인 단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서...
그녀는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지 그리고 무속인 단체의 의견을 필승이 부모님이 궁금해한다는 건지 그 자신이 궁금하다는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저, 선생님.
-예?
-혹시 언제 서울에 오실 일 없으신가요?
-예? 제가요?
-네.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는 당황하여 말꼬리를 흐렸다.
-그..글쎄요 제가 서울에 갈 일이...
-제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요. 그때 울진에서 인터뷰해 주신 거로 신세 진 것도 있고...
그는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그것이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게 되는 거 같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글쎄요. 조만간 갈 일이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또 알쏭달쏭한 그의 대답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쐐기를 박았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어떠세요? 제가 울진으로 갈게요.
-예?
그녀의 갑작스런 제안에 그는 당황하여 이번 주 토요일에 무슨 일정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텅 빈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예...그...그러죠. 그럼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네. 그럼 저녁이나 한 끼 사주세요.
-예. 뭐 그러죠. 그런데...
순간 그는 저녁에 오면 어떻게 돌아갈 것이냐고 물어보려다 말끝을 흐렸다.
-네?
-아..아닙니다. 그럼 토요일에 출발하실 때 전화주세요.
-네, 알겠어요.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그녀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재빨리 카페 밖으로 나왔다.
답답한 사람과 오래 대화를 하니 카페 안이 더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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