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조회 : 1,691 추천 : 1 글자수 : 4,140 자 2022-10-22
“어? 오늘 업데이트가 있었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경쾌한 오프닝 음악과 함께 화면에는 [업데이트 파일을 내려받고 있습니다. Downloading 5%...]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번 이벤트 끝나려면 좀 남았는데 뭐지?
업데이트 중인 핸드폰은 내려두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게임 커뮤니티부터 접속했다.
[10월 23일(일) 업데이트 안내]
안녕하세요. 용병단 관리 협회입니다.
아우레아에 오신 모든 단장님들께 협회에서 안내드립니다.
- 신규 캐릭터 「라우라(★5)」, 「이오(★4)」, 「라스(★3)」 업데이트
픽업 모집 일정: 10월 23일(일) 점검 후 ~ 11월 7일(월) 오전 11시 59분
“뭔 신캐가 벌써 또 나와?”
정기 점검을 하는 수요일도 아닌데 신규 캐릭터 추가한다고 갑자기 이렇게 업데이트라니. 아주 그냥 돈독이 올랐구만.
1년 넘게 하고 있는 「아우레아 크로니클」은 흔한 수집형 RPG 모바일 게임, 소위 말하는 가챠 게임이었다. 크리스탈로 캐릭터를 뽑아서 키운 다음에 모험, 레이드, 대전 등을 하는 거다. 아, 크리스탈은 당연히 현금으로 사야한다. 게임 내에서는 얻을 수 있는 양이 적거든.
처음 시작하면서 이런 게임에 돈 쓰진 말아야지 하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새로 나오는 성능 좋은 캐릭터들을 매번 뽑지 않더라도 게임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아, 아리사 있으면 충분히 불지옥도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미오만 있으면 이 기록 30초는 단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번 레이드에는 세리나가 필수라고? 아, 그때 뽑아둘 걸...‘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카드 명세서를 보다가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결국 또 지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못뽑으면 꼬우니까.
다만 이번에는 신규 캐릭터가 너무 빠르게 추가되었다.
“이거 진짜 꼭 뽑아야되는건가?”
바로 직전 픽업 이벤트에서도 지출이 꽤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긴 했다. 더군다나 좀 있으면 월급날이니까... 카드 대금은 빠져나가고 지르는 게 낫지.
“오, 일러스트는 예쁘네...”
스크롤을 내리니까 신규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한 설명이 나왔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단연 5성 캐릭터인 라우라였다. 검신이 얇고 긴 레이피어를 들고 정면을 찌르는 자세였는데, 좌우에 흩날리는 금발 머리로 인해서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그리고 가슴이 컸다.
“얘도 좀 귀엽네.”
4성 캐릭터 이오는 초록색 중단발의 궁수였다. 한 손으로는 활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에 메고 있던 화살을 하나 꺼내는 자세였는데 웃고 있는 게 참 해맑아 보였다.
“...”
마지막 3성 캐릭터 라스는... 남캐였다.
신규로 나오는 3성은 대부분 성능이 애매했다. 저등급 캐릭터만 가지고 공략을 연구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그런 소수의 변태들이 아니면 키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미 키워둔 4성, 5성 캐릭터들이 상위호환일 테니까.
그런데 아무리 사람들이 신경 안 쓸 거라 해도 이번 3성 캐릭터는 좀 너무했다. 일러스트에 들어간 노력부터 너무 차이가 났다.
짧고 검은 머리에 흐리멍텅해 보이는 얼굴, 무기도 없고 추레한 옷차림에 한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진짜 대충 만들어서 낸 거 같은데...”
설명이 뭐라고 쓰여있긴 했는데 눈에 잘 안 들어왔다. 3성 남캐 따위... 라우라나 한 번 더 봐야지.
[작성자 : ㅇㅇ]
[제목 : 라우라 흔들리는 가슴.gif]
인게임 모션을 보니까 음... 라우라는 성능캐가 맞는 거 같다.
업데이트가 다 끝난 핸드폰 화면에는 [Start To Click]라는 문구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터치.
「어서오세요. 단장님」
부관 조이와 함께 달력에 10월 23일이 출석 체크가 되었다.
터치.
피로도는 210/500, 아직 급하게 쓸 필요 없다.
일일 임무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있지만 있다가 하면 된다.
[용병 모집] 버튼부터 눌렀다.
터치.
“우오오오!”
[픽업 모집! 라우라(★5), 이오(★4), 라스(★3) 출현확률 UP!]
이벤트 문구와 함께 배경에는 라우라의 일러스트가 먼저 떠올랐다. 포커스가 얼굴, 상체, 검, 전신으로 바뀌더니 뒤이어 인게임 장면에서 몬스터한테 찌르는 동작을 취하는데...
이건! 일단 뽑아야한다!
[모집 10회]
터치.
접수원 캐서린이 서류 뭉치를 한 아름 안고 달려오더니 내 앞 책상에 내려놓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뒤집힌 서류 뭉치에서는 파란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역시 한 번에는 안 나오는구나.”
파란색 빛은 3성 캐릭터만 나왔다는 의미였다. 황금색 빛이 나와야 5성이 떴다는 신호다.
[건너 뛰기]
서류를 하나 하나 뒤집는 모션을 생략하고 결과만 확인했다. New 없이 전부 보유하고 있던 캐릭터들만 나왔기에 이내 영혼석으로 바뀌었다.
다시 [모집 10회]
음... 또 파란색이었다.
[건너 뛰기]
다시.
[모집 10회]
파란색
다시 다시.
[건너 뛰기]
[모집 10회]
파란색
음... 오늘 날이 아닌가. 라우라는커녕 이오도 보이질 않았다.
남은 크리스탈은 1064개. 딱 10번 돌릴 만큼만 남았다. 지난 픽업 이벤트 때 충전을 했었지만, 그 때 그걸 거의 다 썼기 때문에 애초에 많이 남아있지 않았었다.
“제발! 라우라! 라우라!”
손가락으로 [모집 10회] 버튼 주위에 별모양을 그리다가 마지막 획을 긋기 위해 내리면서 힘을 주어 버튼을 눌렀다.
“제발!”
서류 뭉치를 가지고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향해 달려드는 접수원 캐서린.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는 모습이 조금은 더 느릿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뒤집힌 채 널브러진 서류들 사이로
번쩍!
황금빛이었다.
“와 씨발! 이게 나와? 씨발! 라우라!”
순간 소름이 돋았다. 딱 10번 남았는데 여기서 나와? 50연차 돌려서 픽업 5성이 나온 거면 운이 정말 좋은 편이었다. 저번에는 얼마를 쏟아부었는데...
[건너 뛰기]를 누르진 않았다. 한 장, 한 장 서류가 뒤집힌다.
2성 가르, 3성 에드가, 3성 루카...
설마, 픽업으로 올라간 확률을 뚫고 다른 5성 캐릭터가 나오진 않겠지.
한 장, 한 장 뒤집히는 서류를 보면서 가슴을 졸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 황금빛.
번쩍!
[라스(★3) New!]
“응?”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황금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난 캐릭터는 신규 3성 남캐, 라스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일러스트였다.
“...버근가?”
몇 번이고 눈을 비벼봤지만, 라우라가 아니라 라스였다.
*
“……신참! 정신차려! 신참!”
뒤통수가 얼얼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린다. 콜록거리면서 기침을 하니까 내 어깨를 흔들던 손이 사라졌다.
누구지?
험상궂게 생긴 대머리의 거한이었다. 인중에만 양쪽으로 얌생이 수염이 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흙냄새... 어? 하늘이 뻥 뚫려있다. 방이 아니다.
“어? 어?”
어제 분명히 방에서 잠들었는데. 버그 가지고 커뮤니티에 글 썼다가 주작이라는 새끼들하고 싸우던 거까지 기억난다.
나는 그제야 내가 있는 곳이 야외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위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있었다. 나무 상자, 깨진 병, 앞에 있는 저 커다란 건 뭐지? 마차? 영화에서만 보던 건데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그러면 말은?
철썩!
뺨에 강렬한 충격이 새겨졌다. 순간 고통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얌생이 수염의 거한이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애새끼 돌보는 취미는 없으니까 정신차리라고!”
“네? 네, 네”
나는 주위를 살펴보려는 시도를 그만두었다. 일단 더 맞긴 싫었다.
거한은 내가 멍청하게 자신만 쳐다보고 있자 다시 으르렁거렸다.
“빨리 검 들어, 라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경쾌한 오프닝 음악과 함께 화면에는 [업데이트 파일을 내려받고 있습니다. Downloading 5%...]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번 이벤트 끝나려면 좀 남았는데 뭐지?
업데이트 중인 핸드폰은 내려두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게임 커뮤니티부터 접속했다.
[10월 23일(일) 업데이트 안내]
안녕하세요. 용병단 관리 협회입니다.
아우레아에 오신 모든 단장님들께 협회에서 안내드립니다.
- 신규 캐릭터 「라우라(★5)」, 「이오(★4)」, 「라스(★3)」 업데이트
픽업 모집 일정: 10월 23일(일) 점검 후 ~ 11월 7일(월) 오전 11시 59분
“뭔 신캐가 벌써 또 나와?”
정기 점검을 하는 수요일도 아닌데 신규 캐릭터 추가한다고 갑자기 이렇게 업데이트라니. 아주 그냥 돈독이 올랐구만.
1년 넘게 하고 있는 「아우레아 크로니클」은 흔한 수집형 RPG 모바일 게임, 소위 말하는 가챠 게임이었다. 크리스탈로 캐릭터를 뽑아서 키운 다음에 모험, 레이드, 대전 등을 하는 거다. 아, 크리스탈은 당연히 현금으로 사야한다. 게임 내에서는 얻을 수 있는 양이 적거든.
처음 시작하면서 이런 게임에 돈 쓰진 말아야지 하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새로 나오는 성능 좋은 캐릭터들을 매번 뽑지 않더라도 게임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아, 아리사 있으면 충분히 불지옥도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미오만 있으면 이 기록 30초는 단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번 레이드에는 세리나가 필수라고? 아, 그때 뽑아둘 걸...‘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카드 명세서를 보다가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결국 또 지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못뽑으면 꼬우니까.
다만 이번에는 신규 캐릭터가 너무 빠르게 추가되었다.
“이거 진짜 꼭 뽑아야되는건가?”
바로 직전 픽업 이벤트에서도 지출이 꽤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긴 했다. 더군다나 좀 있으면 월급날이니까... 카드 대금은 빠져나가고 지르는 게 낫지.
“오, 일러스트는 예쁘네...”
스크롤을 내리니까 신규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한 설명이 나왔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단연 5성 캐릭터인 라우라였다. 검신이 얇고 긴 레이피어를 들고 정면을 찌르는 자세였는데, 좌우에 흩날리는 금발 머리로 인해서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그리고 가슴이 컸다.
“얘도 좀 귀엽네.”
4성 캐릭터 이오는 초록색 중단발의 궁수였다. 한 손으로는 활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에 메고 있던 화살을 하나 꺼내는 자세였는데 웃고 있는 게 참 해맑아 보였다.
“...”
마지막 3성 캐릭터 라스는... 남캐였다.
신규로 나오는 3성은 대부분 성능이 애매했다. 저등급 캐릭터만 가지고 공략을 연구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그런 소수의 변태들이 아니면 키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미 키워둔 4성, 5성 캐릭터들이 상위호환일 테니까.
그런데 아무리 사람들이 신경 안 쓸 거라 해도 이번 3성 캐릭터는 좀 너무했다. 일러스트에 들어간 노력부터 너무 차이가 났다.
짧고 검은 머리에 흐리멍텅해 보이는 얼굴, 무기도 없고 추레한 옷차림에 한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진짜 대충 만들어서 낸 거 같은데...”
설명이 뭐라고 쓰여있긴 했는데 눈에 잘 안 들어왔다. 3성 남캐 따위... 라우라나 한 번 더 봐야지.
[작성자 : ㅇㅇ]
[제목 : 라우라 흔들리는 가슴.gif]
인게임 모션을 보니까 음... 라우라는 성능캐가 맞는 거 같다.
업데이트가 다 끝난 핸드폰 화면에는 [Start To Click]라는 문구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터치.
「어서오세요. 단장님」
부관 조이와 함께 달력에 10월 23일이 출석 체크가 되었다.
터치.
피로도는 210/500, 아직 급하게 쓸 필요 없다.
일일 임무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있지만 있다가 하면 된다.
[용병 모집] 버튼부터 눌렀다.
터치.
“우오오오!”
[픽업 모집! 라우라(★5), 이오(★4), 라스(★3) 출현확률 UP!]
이벤트 문구와 함께 배경에는 라우라의 일러스트가 먼저 떠올랐다. 포커스가 얼굴, 상체, 검, 전신으로 바뀌더니 뒤이어 인게임 장면에서 몬스터한테 찌르는 동작을 취하는데...
이건! 일단 뽑아야한다!
[모집 10회]
터치.
접수원 캐서린이 서류 뭉치를 한 아름 안고 달려오더니 내 앞 책상에 내려놓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뒤집힌 서류 뭉치에서는 파란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역시 한 번에는 안 나오는구나.”
파란색 빛은 3성 캐릭터만 나왔다는 의미였다. 황금색 빛이 나와야 5성이 떴다는 신호다.
[건너 뛰기]
서류를 하나 하나 뒤집는 모션을 생략하고 결과만 확인했다. New 없이 전부 보유하고 있던 캐릭터들만 나왔기에 이내 영혼석으로 바뀌었다.
다시 [모집 10회]
음... 또 파란색이었다.
[건너 뛰기]
다시.
[모집 10회]
파란색
다시 다시.
[건너 뛰기]
[모집 10회]
파란색
음... 오늘 날이 아닌가. 라우라는커녕 이오도 보이질 않았다.
남은 크리스탈은 1064개. 딱 10번 돌릴 만큼만 남았다. 지난 픽업 이벤트 때 충전을 했었지만, 그 때 그걸 거의 다 썼기 때문에 애초에 많이 남아있지 않았었다.
“제발! 라우라! 라우라!”
손가락으로 [모집 10회] 버튼 주위에 별모양을 그리다가 마지막 획을 긋기 위해 내리면서 힘을 주어 버튼을 눌렀다.
“제발!”
서류 뭉치를 가지고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향해 달려드는 접수원 캐서린.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는 모습이 조금은 더 느릿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뒤집힌 채 널브러진 서류들 사이로
번쩍!
황금빛이었다.
“와 씨발! 이게 나와? 씨발! 라우라!”
순간 소름이 돋았다. 딱 10번 남았는데 여기서 나와? 50연차 돌려서 픽업 5성이 나온 거면 운이 정말 좋은 편이었다. 저번에는 얼마를 쏟아부었는데...
[건너 뛰기]를 누르진 않았다. 한 장, 한 장 서류가 뒤집힌다.
2성 가르, 3성 에드가, 3성 루카...
설마, 픽업으로 올라간 확률을 뚫고 다른 5성 캐릭터가 나오진 않겠지.
한 장, 한 장 뒤집히는 서류를 보면서 가슴을 졸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 황금빛.
번쩍!
[라스(★3) New!]
“응?”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황금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난 캐릭터는 신규 3성 남캐, 라스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일러스트였다.
“...버근가?”
몇 번이고 눈을 비벼봤지만, 라우라가 아니라 라스였다.
*
“……신참! 정신차려! 신참!”
뒤통수가 얼얼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린다. 콜록거리면서 기침을 하니까 내 어깨를 흔들던 손이 사라졌다.
누구지?
험상궂게 생긴 대머리의 거한이었다. 인중에만 양쪽으로 얌생이 수염이 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흙냄새... 어? 하늘이 뻥 뚫려있다. 방이 아니다.
“어? 어?”
어제 분명히 방에서 잠들었는데. 버그 가지고 커뮤니티에 글 썼다가 주작이라는 새끼들하고 싸우던 거까지 기억난다.
나는 그제야 내가 있는 곳이 야외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위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있었다. 나무 상자, 깨진 병, 앞에 있는 저 커다란 건 뭐지? 마차? 영화에서만 보던 건데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그러면 말은?
철썩!
뺨에 강렬한 충격이 새겨졌다. 순간 고통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얌생이 수염의 거한이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애새끼 돌보는 취미는 없으니까 정신차리라고!”
“네? 네, 네”
나는 주위를 살펴보려는 시도를 그만두었다. 일단 더 맞긴 싫었다.
거한은 내가 멍청하게 자신만 쳐다보고 있자 다시 으르렁거렸다.
“빨리 검 들어, 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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