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조회 : 819 추천 : 0 글자수 : 5,033 자 2022-11-05
리브의 표정은 태연했다.
익숙하니까.
코어로부터 주체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손끝에 쏠려오는 마력이.
주위를 삼켜버릴 듯 나타난 거대한 마력구가.
리브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폭주성마저항장애.
이 될 수 있는 단어는 다 가져다 붙은 어이없는 병의 결정체가 바로 눈앞에 마력구다.
'······.'
이제는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이 몸에 마력저항이라고는 눈곱만큼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평민이라도 기본적인 마력저항이 있는데···.
이 몸에는 티끌만 한 마력저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
리브는 빤히 더욱 거대해지는 마력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새하얀 빛을 띠던 마력구가 이제는 짙은 하늘색을 띠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파란색을 띄겠군.'
마력구는 마력을 모아 외부로 발산하는 간단한 마법이다.
그랬기에 마력을 쏟아부을수록 그 크기와 색이 진해진다.
하얀색에서 하늘색,
하늘색에서 파란색,
파란색에서 남색.
남색에서 검정색.
그런데 리브의 손끝에 발현되고 있는 마력구는 곧 파란색과 견줄만한 짙은 하늘색을 띄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마법사라도 5~6번 쓸까 말까 한 마력량이었다.
그런 마력구를 마법사도 아닌 리브가 발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크기도 방안을 채울 정도로 말이다···.
'······.'
리브는 그런 마력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본적인 마력저항이라는 게 몸에 내재되어 있지 않은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마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탈진해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발현을 시작한 이 마력구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몇 분 뒤면···.'
그때.
"뭐 하는 겁니까!"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턱.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 리브의 손목에 낯선 손길이 느껴졌다.
?
'뭐지?'
의문이 샘솟았으나, 이내 낯선 손길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린 리브는 태연하게 반응했다.
다짜고짜 마력을 쏟아부어 거대한 마력구를 만들어내는데 누가 막아서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 마음 이해가 된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런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러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마력구를 겨냥한 창가 쪽은 몇 달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낸 피해가 전혀 없는 곳이니까.
그리고.
이 몸은 마력저항이 없는 몸.
마법을 발현하는 중간에 마력을 차단하여 마법을 자발적으로 완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담.
마력구가 자신의 손을 떠나갈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당황할 만도 하지.'
그러나.
퉁.
무언가 강력한 기운이 리브의 손끝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
리브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음?'
이 낯선 느낌은 무엇인가.
손끝에 전해지는 허전한 느낌.
이건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 느낌이 일어날 리가 없기에 리브는 확인차 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빠르게 팔을 따라갔다.
손목이 보이고.
다음에 손이 보이고.
이제는 마법구가 보일.
······.
······.
'없다.'
리브의 눈이 한순간 확장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주위의 빛을 밀어내고.
짙은 하늘색을 띠며.
거대한 크기를 가진.
마력 덩어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디에?'
의문과 황당함이 동시에 돋아나는 순간.
시선을 돌린 리브의 감정선에는 다급함이 퍼져 나왔다.
"안돼!"
쿠과과과과과과!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오오.
동시에 대기를 몰아내는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분명히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마력구가···.
저 멀리 창가 너머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미리 겨냥해 놓은 하늘이 아닌,
별장 뒷마당 바닥을 향해···.
그것도 창가 바닥을 그대로 통과한 채 말이다.
'이러면!'
리브는 멍하니 멀어져가는 거대 마력구를 바라보았다.
곧 저 마력구가 땅에 닿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도 이 별장을 단번에 쓸어버릴 폭발력을 가지고 말이다.
'아······.'
죽는다.
리브의 머릿속에 절로 죽음이 떠올랐다.
수십 번 주체하지 못하는 마력구를 쏘아댔기에 그 파괴력을 알고 있었다.
산 중앙을 베어 물듯 한 뭉텅이 사라지게 만들고.
울창한 숲 중간에 거대한 공터를 만드는 파괴력.
그런 파괴력이 별장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간 알고있는 파괴력이라면···.
죽음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 순리였다.
펑!!!!
"으아아아악!"
푸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풍압이 뒤쪽으로 퍼져나갔다.
'아아. 죽는구나.'
이리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구나.
어머니의 생명을 댓가로 태어나.
아버지의 관심 밖에서 하녀의 손에 길러지고.
삼촌이라는 작자의 꾀에 넘어가 가문의 재산을 탈취당하고.
어떻게든 지켜낸 별장과 비상금으로 근근이 살아갔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구나.
뭐······.
나쁘지 않지.
버려지고.
외면받고.
배신당한 허탈한 삶을 살 바에야.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가 되어 내 멋대로 살아보겠다는 조그마한 꿈조차도.
허무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리브였다.
그때.
터억.
공상에 빠져있는 리브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동시에 목 뒤로 무언가 감겨오더니.
수욱.
그림자 안쪽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
생각이 떠오를 틈이 없었다.
머리가 수그러지며 자연히 몸이 둥글게 말려졌다.
그리고.
푸와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풍압에 밀린 흙먼지가 밀려들어 왔다.
"으윽!"
리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숨을 참았다.
그 덕일까?
몰아오는 흙먼지가 생각과는 달리 숨구멍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 때문이 아니란 것을 리브는 깨달을 수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미세하게 피부에 느껴져 오는 흙먼지.
리브는 그제야 자신을 잡아당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모험가님?'
그 예상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이를 꽉 깨문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색 머리에 연갈색 눈을 가진 남자가.
날카롭게 눈빛을 새우고는 자신을 바라본 채 버티고 있었다.
***
'크윽.'
이를 꽉 깨문 제이슨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뭐 같이 됐다는 것을.
'젠장. 가만히 지켜봤어야 하는 건데···.'
리브가 만들어낸 마력구가 거대해지자.
제이슨은 위험을 감지했다.
주체할 수 없이 커지는 마력구.
딱 초보 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여 마력을 끊임없이 소모하는 '과부여' 상태와 같았다.
과부여 상태가 지속되면 시전자에게 피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시전자도 알 수 없는 마법의 피해 범위가 가장 큰 문제였다.
마법 범위를 알지 못하니 어느 정도의 피해가 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제이슨은 리브의 손목을 잡았다.
당장 마법 시전을 중지시키려고···.
그런데 리브의 손에서 마법구가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니겠는가?
'이런 멍청한.'
리브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으면 깜짝 놀라기 마련.
발현되고 있던 마법이 취소가 아닌, 발사가 되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남의 손목을 잡았으니··· .
과거의 자신을 탓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손목을 부여잡는 반동으로 마력구의 궤도가 정면이 아닌 바닥으로 향했다.
마력구의 크기만 보았을 때, 주위를 초토화 시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 자신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제이슨은 이를 꽉 깨물었다.
폭발의 여파로 산산조각난 건물의 잔해들로 살결이 찢어지고 꿰뚫으려 서가 아니다.
의뢰자인 리브가 변상을 요구할 상황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왔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그런 생각을 하는 제이슨이었지만.
···.
···.
'젠장···.'
자신의 품 안에서 올려다보는 리브와 눈을 마주친 제이슨은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지금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모험가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이상. 리브는 어떻게든 제이슨을 찾아낼 것이다.
여기서 도망치는 짓은 멍청한 짓이다.
그렇담···.
제이슨은 고개를 돌려 초토화된 주위를 돌아보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창문을 시작으로.
건축재료가 휜히 보이는 철골을 들어낸 벽.
땔감에 가까운 주위 가구들.
모두 제이슨이 변상해야 할 풍경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이 엉망인 환경은 제이슨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니까.
마력구를 만들어낸.
마력구를 통제하지 못한.
리브의 잘못도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리브의 잘못이 더 크니까.
아무리 마법이 서툴다고 할지라도. 창가와 별장을 반파시킨 것은 리브의 마법구였으니까!
원인제공과 문제발생은 리브에서 시작해서 리브에서 끝났다는 말이다.
그렇담!
이 부분을 잘만 구슬린다면 변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터다.
아니, 오히려 변상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제이슨은 주위를 둘러보았던 시선을 돌려 여전히 자신의 품에 있는 리브에게 돌렸다.
곧 해가 뜰듯한 남색의 눈동자가 동시에 제이슨과 마주쳤다.
은회색 머릿결은 휘날리며 새벽녘 하늘을 옅게 덮는다.
어째서 일까···.
그 새벽녘 눈동자가 깊이 제이슨의 눈에 박혀온다.
조그마한.
너무나도 조그마하고 초라한.
새벽녘 눈동자에 제이슨은 잠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게···.
리브와 제이슨이 첫 만남이었다.
익숙하니까.
코어로부터 주체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손끝에 쏠려오는 마력이.
주위를 삼켜버릴 듯 나타난 거대한 마력구가.
리브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폭주성마저항장애.
이 될 수 있는 단어는 다 가져다 붙은 어이없는 병의 결정체가 바로 눈앞에 마력구다.
'······.'
이제는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이 몸에 마력저항이라고는 눈곱만큼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평민이라도 기본적인 마력저항이 있는데···.
이 몸에는 티끌만 한 마력저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
리브는 빤히 더욱 거대해지는 마력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새하얀 빛을 띠던 마력구가 이제는 짙은 하늘색을 띠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파란색을 띄겠군.'
마력구는 마력을 모아 외부로 발산하는 간단한 마법이다.
그랬기에 마력을 쏟아부을수록 그 크기와 색이 진해진다.
하얀색에서 하늘색,
하늘색에서 파란색,
파란색에서 남색.
남색에서 검정색.
그런데 리브의 손끝에 발현되고 있는 마력구는 곧 파란색과 견줄만한 짙은 하늘색을 띄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마법사라도 5~6번 쓸까 말까 한 마력량이었다.
그런 마력구를 마법사도 아닌 리브가 발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크기도 방안을 채울 정도로 말이다···.
'······.'
리브는 그런 마력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본적인 마력저항이라는 게 몸에 내재되어 있지 않은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마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탈진해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발현을 시작한 이 마력구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몇 분 뒤면···.'
그때.
"뭐 하는 겁니까!"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턱.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 리브의 손목에 낯선 손길이 느껴졌다.
?
'뭐지?'
의문이 샘솟았으나, 이내 낯선 손길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린 리브는 태연하게 반응했다.
다짜고짜 마력을 쏟아부어 거대한 마력구를 만들어내는데 누가 막아서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 마음 이해가 된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런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러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마력구를 겨냥한 창가 쪽은 몇 달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낸 피해가 전혀 없는 곳이니까.
그리고.
이 몸은 마력저항이 없는 몸.
마법을 발현하는 중간에 마력을 차단하여 마법을 자발적으로 완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담.
마력구가 자신의 손을 떠나갈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당황할 만도 하지.'
그러나.
퉁.
무언가 강력한 기운이 리브의 손끝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
리브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음?'
이 낯선 느낌은 무엇인가.
손끝에 전해지는 허전한 느낌.
이건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 느낌이 일어날 리가 없기에 리브는 확인차 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빠르게 팔을 따라갔다.
손목이 보이고.
다음에 손이 보이고.
이제는 마법구가 보일.
······.
······.
'없다.'
리브의 눈이 한순간 확장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주위의 빛을 밀어내고.
짙은 하늘색을 띠며.
거대한 크기를 가진.
마력 덩어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디에?'
의문과 황당함이 동시에 돋아나는 순간.
시선을 돌린 리브의 감정선에는 다급함이 퍼져 나왔다.
"안돼!"
쿠과과과과과과!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오오.
동시에 대기를 몰아내는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분명히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마력구가···.
저 멀리 창가 너머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미리 겨냥해 놓은 하늘이 아닌,
별장 뒷마당 바닥을 향해···.
그것도 창가 바닥을 그대로 통과한 채 말이다.
'이러면!'
리브는 멍하니 멀어져가는 거대 마력구를 바라보았다.
곧 저 마력구가 땅에 닿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도 이 별장을 단번에 쓸어버릴 폭발력을 가지고 말이다.
'아······.'
죽는다.
리브의 머릿속에 절로 죽음이 떠올랐다.
수십 번 주체하지 못하는 마력구를 쏘아댔기에 그 파괴력을 알고 있었다.
산 중앙을 베어 물듯 한 뭉텅이 사라지게 만들고.
울창한 숲 중간에 거대한 공터를 만드는 파괴력.
그런 파괴력이 별장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간 알고있는 파괴력이라면···.
죽음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 순리였다.
펑!!!!
"으아아아악!"
푸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풍압이 뒤쪽으로 퍼져나갔다.
'아아. 죽는구나.'
이리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구나.
어머니의 생명을 댓가로 태어나.
아버지의 관심 밖에서 하녀의 손에 길러지고.
삼촌이라는 작자의 꾀에 넘어가 가문의 재산을 탈취당하고.
어떻게든 지켜낸 별장과 비상금으로 근근이 살아갔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구나.
뭐······.
나쁘지 않지.
버려지고.
외면받고.
배신당한 허탈한 삶을 살 바에야.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가 되어 내 멋대로 살아보겠다는 조그마한 꿈조차도.
허무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리브였다.
그때.
터억.
공상에 빠져있는 리브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동시에 목 뒤로 무언가 감겨오더니.
수욱.
그림자 안쪽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
생각이 떠오를 틈이 없었다.
머리가 수그러지며 자연히 몸이 둥글게 말려졌다.
그리고.
푸와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풍압에 밀린 흙먼지가 밀려들어 왔다.
"으윽!"
리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숨을 참았다.
그 덕일까?
몰아오는 흙먼지가 생각과는 달리 숨구멍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 때문이 아니란 것을 리브는 깨달을 수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미세하게 피부에 느껴져 오는 흙먼지.
리브는 그제야 자신을 잡아당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모험가님?'
그 예상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이를 꽉 깨문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색 머리에 연갈색 눈을 가진 남자가.
날카롭게 눈빛을 새우고는 자신을 바라본 채 버티고 있었다.
***
'크윽.'
이를 꽉 깨문 제이슨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뭐 같이 됐다는 것을.
'젠장. 가만히 지켜봤어야 하는 건데···.'
리브가 만들어낸 마력구가 거대해지자.
제이슨은 위험을 감지했다.
주체할 수 없이 커지는 마력구.
딱 초보 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여 마력을 끊임없이 소모하는 '과부여' 상태와 같았다.
과부여 상태가 지속되면 시전자에게 피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시전자도 알 수 없는 마법의 피해 범위가 가장 큰 문제였다.
마법 범위를 알지 못하니 어느 정도의 피해가 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제이슨은 리브의 손목을 잡았다.
당장 마법 시전을 중지시키려고···.
그런데 리브의 손에서 마법구가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니겠는가?
'이런 멍청한.'
리브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으면 깜짝 놀라기 마련.
발현되고 있던 마법이 취소가 아닌, 발사가 되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남의 손목을 잡았으니··· .
과거의 자신을 탓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손목을 부여잡는 반동으로 마력구의 궤도가 정면이 아닌 바닥으로 향했다.
마력구의 크기만 보았을 때, 주위를 초토화 시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 자신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제이슨은 이를 꽉 깨물었다.
폭발의 여파로 산산조각난 건물의 잔해들로 살결이 찢어지고 꿰뚫으려 서가 아니다.
의뢰자인 리브가 변상을 요구할 상황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왔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그런 생각을 하는 제이슨이었지만.
···.
···.
'젠장···.'
자신의 품 안에서 올려다보는 리브와 눈을 마주친 제이슨은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지금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모험가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이상. 리브는 어떻게든 제이슨을 찾아낼 것이다.
여기서 도망치는 짓은 멍청한 짓이다.
그렇담···.
제이슨은 고개를 돌려 초토화된 주위를 돌아보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창문을 시작으로.
건축재료가 휜히 보이는 철골을 들어낸 벽.
땔감에 가까운 주위 가구들.
모두 제이슨이 변상해야 할 풍경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이 엉망인 환경은 제이슨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니까.
마력구를 만들어낸.
마력구를 통제하지 못한.
리브의 잘못도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리브의 잘못이 더 크니까.
아무리 마법이 서툴다고 할지라도. 창가와 별장을 반파시킨 것은 리브의 마법구였으니까!
원인제공과 문제발생은 리브에서 시작해서 리브에서 끝났다는 말이다.
그렇담!
이 부분을 잘만 구슬린다면 변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터다.
아니, 오히려 변상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제이슨은 주위를 둘러보았던 시선을 돌려 여전히 자신의 품에 있는 리브에게 돌렸다.
곧 해가 뜰듯한 남색의 눈동자가 동시에 제이슨과 마주쳤다.
은회색 머릿결은 휘날리며 새벽녘 하늘을 옅게 덮는다.
어째서 일까···.
그 새벽녘 눈동자가 깊이 제이슨의 눈에 박혀온다.
조그마한.
너무나도 조그마하고 초라한.
새벽녘 눈동자에 제이슨은 잠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게···.
리브와 제이슨이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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