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술라는 어떻게든 과거를 추억하고자 필사적이었던 선조들의 마음을 보고 있었다. 행성 링요의 레브, 서기 2075년부터 프랑스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이 나라의 수도는 그야말로 파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경관이었다. 그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집념으로 에펠탑 아닌 에펠탑을 세웠고, 속에 채워넣을 것 태반이 사라진 하얀 유리 피라미드를 지었으며 아무 역사적 가치를 지니지 못할 노트르담 대성당을 쌓아올렸다. 모든 지구인들이 버리고 떠나야 했던 지구, 그들이 죽고 80년이 더 지나서야 돌아갈 수 있게 된 지구에 대한 향수는 그 정도로 지독했던 것이다.
"크레프 맛있네."
물론 그로부터 800년 넘게 지난 지금, 지구권에 있는 행성이되 지구는 물론이고 링요로부터도 수백 광년 떨어져있는 행성 에페라에서 온 우르술라는 그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레브인들을 비롯한 지구 출신의 인류는 80년 뒤에 우주선을 자체개발해서 지구로 돌아가 미처 가져오지 못했던 자국의 문화재들을 죄다 쓸어담아왔다. 그 후 지구는 더이상 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게 마법적으로 박제되어 행성 전체가 관광지로 쓰이다가 결국 방치된 유적 꼴이 되었다. 그런 결말이 났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독한 향수고 뭐고 실질적인 가치가 없으면 끝내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상념을 마친 후 우르술라는 남은 크레프를 한 입에 다 털어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류가 자원을 고갈시킨데다 본래 마법적으로도 황폐하기 짝이 없었던 지구와는 달리 링요에는 마력이 그야말로 넘쳐흘렀다. 몇백만 단위의 마법 영역을 거뜬히 유지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폰을 꺼내 투명한 홀로그램을 허공에 띄웠고, 머지않아 자신이 찾는 마법 영역이 어딘지 발견할 수 있었다.
"롤리팝 랜드, 애플민트 12번가 라인..."
오케이, 하고 우르술라는 폰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했고ㅡ다음 순간 롤리팝 랜드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Welcome to lol lol lol~ lollipop land! 카운터에서 명부를 작성하고 입장해주세요!"
유명한 놀이공원 겸 던전임에도 롤리팝 랜드의 입구 앞은 한산했다. 아마 다들 지금쯤이면 만색광석을 모으러 버려진 조각상 무덤 쪽에 몰려갔겠거니 생각한 우르술라는 명부에 이름을 적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꼭 찾아야 할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