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하지만 눈이 피곤하지 않도록 절묘하게 조절된 채도의 색이 모든 곳에 있었다. 도시 하나 규모의 마법 영역에 돈과 인력을 아낌없이 사용해 쌓아올린 놀이공원 겸 던전인 롤리팝 랜드. 내부 지리를 파악하려면 놀이공원 전단지를 보는 게 아니라 네비게이션을 써야 할 정도로 복잡하고도 거대한 이 곳에서, 우르술라는 애플민트 12번가 라인에 가기 위한 전용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던전 구역이 아닌 곳에는 공간이동 금지 마법, 비행 금지 마법을 비롯해 수백 개에 달하는 제한이 걸려있는 터라 우르술라도 버스가 올 때까지 폰이나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버스의~ 목적지는~! 애플민트 라인! 애플민트 라인~!"
머지않아 CM에서 줄기차게 들었던 노래와 함께 버스가 도착했다. 우르술라는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버스에 탔다. 내부 확장 마법에 의해 대형 유람선에 가까운 크기와 온천, 편의점, 병원에 이르기까지 편의시설이 한가득 들어있는 위용을 자랑하지만 어쨌든 버스는 버스다. 우르술라는 자리를 예약한 뒤 편의점에서 스트로베리 글레이즈드 드래곤을 한 박스 샀다. 단 게 마구마구 당겼다.
"아, 우르술라 양?"
막 드래곤을 이로 짓이긴 용사가 되려던 차에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다. 우르술라가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그녀가 예상했던 인물이 서 있었다. 남색의 굽슬거리는 단발과 오색으로 빛나는 눈의 매 수인 여성.
"아이다잖아. 너 집안 쪽 일은 어쩌고 여기 있어? 차기 가주직 때려치고 놀이공원 취직했어?"
"농담 센스는 여전하네요, 우르술라. 제가 그럴 리가 있나요. 애플민트 라인에서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서 그리로 가는 것뿐이랍니다."
아이다는 살풋 웃으며 대답했다. 우르술라는 흐응, 하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툭 던졌다.
"12번가?"
"음? 어떻게 아셨나요?"
잠깐, 쟤도 12번가에 볼 일이 있다고? 우르술라는 멈칫했다.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질문을 계속했다.
"혹시 네가 가려는 곳, 산토스 공방이야?"
"......당신도 그 곳에 볼 일이 있나요, 우르술라?"
아이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우르술라는 어어... 하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상 무언의 긍정이었다.
'그걸 아이다가 보면 어떻게 반응할 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
우르술라는 자신이 찾아야 할 물건을 떠올리며, 과연 그것이 눈에 띄었을 때 옛 친구의 반응이 어떨지 고민하며 난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