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틸 가 최고의 유산, 신역에 도달했다고 화자되었던 연금술의 대가 마즈다 라틸의 5대 걸작 중 하나인 마즈다 아버...의 모사품.
우르술라가 산토스 공방에서 찾아가려는 물건은 바로 그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물건에 엮인 라틸 가가 아이다가 속한 프라즈나 가와 지독하게 험악한 관계라는 것이다.
프라즈나 가는 과거 라틸 가와의 만색광석 정제법의 특허권 문제로 자그마치 50년에 달하는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그리고 표면적인 법적 공방 뒤에는 수많은 뒷공작이 난무했다. 가문 간의 적대감이 가장 고조되었던 때에는 데바스 정부에서 중재하지 않았더라면 살육전으로 번졌을 거라는 추측마저 암암리에 돌 만큼 두 가문의 관계는 험악했다.
프라즈나의 일원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아이다도 그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해 고등학교 시절 웬디 라틸과 끝없이 치고받으며 4년을 보냈다.
'그 한복판에 있었던 나는 진짜 죽을 맛이었지......'
우르술라는 무심코 과거를 회상하고 눈빛을 흐렸다. 데바스에서 손에 꼽을 만큼 대단한 마법사 가문의 자제들이 매일같이 부딪치는데 학교가 평화로울 리가 없다. 아이다와 친구였던 그 시절에 5번쯤 환생해도 다 못 겪을 진귀하고 개같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죄다 겪었다. 더군다나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 학부모 참관일이 되면 학교는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위장과 정신 건강을 제물로 바쳐 물리적으로 학교가 지도 상에서 지워질 뻔한 위기를 겨우 넘겼을 정도니.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우르술라는 아이다와 함께 산토스 공방에 가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의뢰인이 부탁했던 물건이 아이다의 분노 앞에 세상에서 증발하는 일만큼은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즈다 아버의 모사품은 진품이 아니라 해도 돈으로 환산하면 대도심 한복판에 수십 층짜리 빌딩 하나를 너끈히 지을 만한 가치의 물건이다. 손해배상금과 의뢰 실패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주게 된다면 우르술라는 하루 아침에 노숙자가 되어 길거리에서 객사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다를 따돌리고 혼자 가려고 하는 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목적지가 같은 데다 지금도 달에 한 번은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 사이다. 갑자기 핑계를 댄다 한들 꿰뚫어볼 것이고 그렇다고 그녀를 속였다가 들킨다면 우르술라가 모사품과 함께 세상에서 증발할 것이다. 아이다는 온화하고 사려깊은 친구지만 라틸 가와 관련된 일에서는 꼭지가 돌기 때문이다.
'......좋아, 태연함을 가장하고 고도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자.'
결국 우르술라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비장하게 마음의 준비를 마친 후 아이다에게 권했다.
"아무래도 우리들의 목적지가 같은 모양이야. 동행하는 게 어때?"
"아, 그거 좋지요. 가는 동안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네요!"
아이다는 흔쾌히 긍정하며 웃었다. 우르술라는 태연한 척 하하 웃으며 최대한 은밀하게 방어 주문과 회피 주문을 중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