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잠이 안와요”
“우리 책 읽어주세요~”
“이런, 녀석들. 아직까지 깨어 있었어?”
“그렇지만 잠이 안 오는 걸요~동화책 읽어주세요~네?”
“아빠아~”
“그래, 좋아. 대신 듣고 나면 꼭 자는 거다?”
“와아~네!”
“무슨 책을 읽고 싶니?”
“아빠가 골라주세요!”
“음, 그럼...이걸로 할까?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 너희들 산타와 루돌프라고 들어 본 적 있지?”
“네~알아요!! 산타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나눠주는 할아버지죠?”
“...할아버지?”
“루돌프는 코 반짝거리는 사슴이구요!!”
“풉, 코 반ㅉ...크흠, 틀리진 않아. 하지만 루돌프 코가 원래부터 반짝이는 건 아니었단다. 그렇게 된 건 말이지~아주 오래전 이야긴데 말이야...”




***




아마 누군가가 수도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 왕국에서 제일 가는 가문이 어디냐 묻는다면, 대답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왕국의 3대 가문이 어디냐를 묻는다면, 아마 누구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왕족의 근친으로 어마어마한 친족의 수를 자랑하며, 왕국에서 가장 많은 작위를 보유함으로써 정계를 장악한 로렐하이트 공작가, 원래는 평민이었으나 뛰어난 장사수완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주변으로 당시 왕에게 신임을 받으며 작위까지 받은 선대의 영향 아래 막대한 부를 축적한 휠레 백작가, 그리고 그 대부분의 존재가 비밀에 쌓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문으로 떠도는 수많은 선행과 미담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진정한 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산 후작가. 바로 지금, 그 산 후작가의 본가 저택에 있는 중앙 응접실에서는 산 가문의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한 중요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투표 결과 찬성 32표, 반대 7표, 기권 1표로 제 27대 산타는 조지아 드 산 님으로 결정되었음을 알립니다.”
터지는 함성과 박수 소리, 주변사람들의 축하하는 목소리가 모이는 곳에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 때문에 소년이라 표현했지만, 자신감이 가득한 검은 눈동자와 의연하게 서 있는 자태에서 흘러넘치는 패기는 이미 젊은이의 것이라 하기 충분했다. 소년은 긴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유로운 태도로 자연스럽게 걸어가 단상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조지아입니다. 우선 아직 어리고 부족한 저를 산 가문을 대표하는 영광스러운 산타라는 자리에 선택해 주신 모든 친족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절대 후회하실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상의 올라서도 겸손함은 보이되, 결코 비굴하진 않았다. 그저 훌륭하게 해 내겠다는 그의 당당한 소감에 내빈에서는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3달가량 남은 가을의 첫 달 30일, 역대 최연소 산타인 27대 산타 조지아의 당선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