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조회 : 1,065 추천 : 0 글자수 : 1,042 자 2022-12-12
*겨울의 첫째 달 24일
밤에 정원을 헤매고 했던 평소와 달리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조지아는 초조한 듯 지도를 손에 쥐고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거리에서 5집, 동선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어진 곡선이었던가? 아, 까먹진 않겠지?”
“아직 여기 계셨습니까?”
“라헬!”
어떻게 알았는지 조지아를 찾아 온 라헬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조지아에게 건넸다.
“받으시죠.”
“이게 뭐야?”
살펴보니 머리를 장식하는 서클렛이었다. 딱히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가운데 박힌 반짝이는 흰색 구슬하며 조지아가 쓸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나 이거 써야 돼?”
“옆에 줄을 당겨보시지요.”
라헬의 말대로 구슬 옆에는 불필요한 줄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조지아가 조심스레 줄을 당기자 갑자기 구슬에서 강한 빛이 쏘아져 나왔다.
“우왓, 이거 뭐야?”
“빛이 나는 서클렛입니다. 이정도면 행사 중에 한치 앞도 안 보여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겁니다.”
“우와, 이런 건 어디서 구했대? 역시 우리 라헬이 최고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 앞에 ‘우리’를 붙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라헬은 오랜만에 애교를 부리는 조지아를 가당치도 않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한 달 전, 루돌프 마지막 심사 행사에서 그 전쟁터를 혼자서 수습했을 때를 생각하면 도저히 호의적으로 굴 수가 없었다. 라헬은 자신이 속이 좁은 게 아니라, 저 놈의 주인이 지나치게 자신을 막 부리는 것이라 합리화했다.
“루돌프 건도 그렇고, 오늘 행사 건도 그렇고, 제가 친족들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은 줄 알기나 하십니까? 일이 잘못되면 당장 쫓겨 날 각오는 해두세요.”
“걱정 마, 걱정 마. 동선이며 시간계획이며 모두 완벽하니까.”
“…부디 그 말이 사실이길 바랍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자신의 주인을 보며 결국 이게 내 업이지 라며 납득하고 마는 라헬이었다.
라헬은 한숨을 쉬면서도 행사를 위해 붉은 색의 얇은 정장 한 겹만 입고 있는 조지아가 추워 보이자, 자신이 두르고 있던 흰색의 목도리를 풀러 그에게 둘러주었다.
밤에 정원을 헤매고 했던 평소와 달리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조지아는 초조한 듯 지도를 손에 쥐고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거리에서 5집, 동선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어진 곡선이었던가? 아, 까먹진 않겠지?”
“아직 여기 계셨습니까?”
“라헬!”
어떻게 알았는지 조지아를 찾아 온 라헬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조지아에게 건넸다.
“받으시죠.”
“이게 뭐야?”
살펴보니 머리를 장식하는 서클렛이었다. 딱히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가운데 박힌 반짝이는 흰색 구슬하며 조지아가 쓸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나 이거 써야 돼?”
“옆에 줄을 당겨보시지요.”
라헬의 말대로 구슬 옆에는 불필요한 줄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조지아가 조심스레 줄을 당기자 갑자기 구슬에서 강한 빛이 쏘아져 나왔다.
“우왓, 이거 뭐야?”
“빛이 나는 서클렛입니다. 이정도면 행사 중에 한치 앞도 안 보여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겁니다.”
“우와, 이런 건 어디서 구했대? 역시 우리 라헬이 최고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 앞에 ‘우리’를 붙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라헬은 오랜만에 애교를 부리는 조지아를 가당치도 않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한 달 전, 루돌프 마지막 심사 행사에서 그 전쟁터를 혼자서 수습했을 때를 생각하면 도저히 호의적으로 굴 수가 없었다. 라헬은 자신이 속이 좁은 게 아니라, 저 놈의 주인이 지나치게 자신을 막 부리는 것이라 합리화했다.
“루돌프 건도 그렇고, 오늘 행사 건도 그렇고, 제가 친족들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은 줄 알기나 하십니까? 일이 잘못되면 당장 쫓겨 날 각오는 해두세요.”
“걱정 마, 걱정 마. 동선이며 시간계획이며 모두 완벽하니까.”
“…부디 그 말이 사실이길 바랍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자신의 주인을 보며 결국 이게 내 업이지 라며 납득하고 마는 라헬이었다.
라헬은 한숨을 쉬면서도 행사를 위해 붉은 색의 얇은 정장 한 겹만 입고 있는 조지아가 추워 보이자, 자신이 두르고 있던 흰색의 목도리를 풀러 그에게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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