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뭐가 말입니까."
"아니, 역시 라헬이 날 무지 아끼는구나 싶어서. 앗, 다시 가져가기 없기!”
“됐으니까 그대로 하고 다녀오세요. 하늘은 더 추울 겁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신경 써주는 라헬이 기쁜 듯 함박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조지아에게 라헬은 잠시 잊었던 말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루시카님이 찾으십니다. 루돌프 의상에 문제라도 있는 것 같던데요.”
“그래?”

***

-똑똑
“루시카, 찾았다면서…미안!”

가볍게 노크 두 번을 하고 자연스럽게 방문을 연 조지아는 눈 앞에 보이는 루시카의 옷차림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조? 왜 그래요? 들어와도 괜찮아요.”

그러나 이내 자신을 부르는 루시카의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다시 봐도 자신이 방안에 들어서기엔 민망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루시카가 서 있었다.

“루, 루시카. 그 옷은 대체?”
“안 그래도 이 의상 때문에 불렀어요. 이런 의상으로 수도의 하늘을 날아다녀야 한다니 너무 추울 거 같아서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아.”

루시카는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타이트한 미니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위에는 목을 감싼 데다 긴팔이어서 노출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달라붙는 재질이다 보니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쳐다보기 민망했고, 아래쪽은 허벅지까지 올라 간 짧은 치마다보니 역시 눈 둘 곳이 없었다. 조지아는 차마 루시카 쪽을 보지 못하고 애꿎은 방의 테이블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어라, 조지아님도 의상이 맘에 안 드시나요?”

루시카의 옷 매무새를 고쳐 주고 있던 안경을 쓴 여성 의상담당 디자이너가 조지아에게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 디자인은 선대 루돌프가 입었던 디자인과 같고 사이즈만 달리 해서 만들었는데요. 조지아님은 보신 적 없었나?”
“아니, 본 적이야 있지.”

물론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 옷을 입고 있었던 건 그냥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선대 루돌프였고 지금 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바로 루시카다. 그게 조지아에게는 매우 큰 차이였다.

“역시 춥겠죠? 이 옷.”
“뭐, 춥기도 하겠지.”
“그래도 정복이라면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열심히 참아볼게요.”
“아니, 참지 말아줘.”

그보다는 내가 못 참을 거 같아.
조지아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의상담당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