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편하게 말하라고 해도 루시카는 아직도 존댓말을 하네? 그렇게 내가 불편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요.”
“예전에는 그렇게 편하게 대해줬으면서. 이제 내가 싫어진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요.”
“좋아, 그럼 앞으로 반말하기. 이제 한 번만 더 존댓말하면 벌칙이다?”
“무슨 그런,”

조지아는 곤란해 하는 루시카의 표정을 보면서 어쩐지 너무 귀여워서 놀리는 걸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역시 아직은 어린애라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왜, 어린 남자애는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힌다지 않는가.

“…조?”

조지아가 루시카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느라 말이 없자, 조지아의 반응이 없어 의아하게 생각한 루시카가 살며시 조의 팔을 잡았다. 그 바람에 루시카의 팔을 쳐다 본 조지아는 잠시 잊고 있던 루시카의 의상과 마주쳤다. 아까 의상담당이 나가버린 후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으니 루시카는 심장에 안 좋은 루돌프 의상을 입은 채였던 것이다.

“으왓!”
-쿠당

갑자기 다가온 루시카 때문에 놀란 나머지 볼썽사납게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버린 조지아였지만, 그런 영문을 모르는 루시카는 깜짝 놀라 물었다.

“조?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그냥 쪽 팔릴 뿐이야, 라는 뒷말은 생략한 채 조지아는 자신의 무안함을 덮기 위해 루시카의 존댓말을 지적했다.

“그런데 루시카, 금세 또 존댓말하네? 벌칙 당첨!”
“...맘대로 하세요.”

조지아는 살짝 토라진 루시카를 보며 안 들리게 킥킥 대고는 무슨 벌칙이 좋을까 고민하면서 팔짱을 끼려다가 아직 라헬이 준 서클렛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이거 루시카가 써!”
“그게 뭔데요?”

조지아는 일부러 설명 없이 루시카의 머리에 서클렛을 씌워주었다. 역시 자신보다는 루시카에게 더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뭐에요? 서클렛?”
“응, 오늘 행사할 때 써야하는 건데 지금 줄 테니까 이따가 꼭 쓰고 와야 해?”
“네, 알겠어요. 근데 이게 벌칙이에요?”
“그런 셈인가.”

혹시 서클렛이 뭔가 이상한 모양인가 의심하여 벗어서 만져보았지만 평범한 서클릿이자 루시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지아는 굳이 서클렛의 비밀을 말해주지 않고 혼자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