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창작임을 알려드립니다.
제7장 - 몹쓸 짓이란 걸 알면서도
별장에서 지호와 민아는 선선한 날씨 속에 베란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혼식이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지호 씨.”
“벌써 이번 주말이네요.”
“가족도 친척도 없는 결혼식이 될 거예요... 저에겐 부모님도 안 계시고, 물려받은 유산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내 기억이 돌아왔다면... 우리 부모님도 와서 기뻐해 주셨을 텐데...”
기억을 잃어 부모가 돌아가신 줄 모르는 지호와, 살아 계신 부모님을 일부러 외면하며 죽었다고 말하는 민아.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며 살아야만 했을까?
‘엄마, 미안해... 오빠랑 결혼하고 나서야 연락할게. 지금은 오빠와의 결혼이 더 중요하니까... 이런 못난 딸, 죽어서도 용서하지 마세요.’
“무슨 생각해요, 민아 씨?”
“우리 결혼 생각이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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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진호와 잠을 자버린 유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친구 효빈과 만나 어제의 일을 털어놓고 있었다.
“미쳤구나. 결국 일을 저질렀네?”
“그럼 어쩌겠어! 그 자식은 술에 취해서도 민아만 찾는데... 그것도 내 집에서!”
“야, 니가 그 자식 데려간 거잖아. 그래 놓고 욕정을 그렇게 풀어? 같은 여자로서 참 비참하다, 유하야.”
“비참하든 말든 상관없어! 난 그냥 내가 원했던 남자랑 잤을 뿐이야.”
유하의 태도에 효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진호가 그렇게 나오는데도 넌 포기가 안 되냐?”
“나도 모르겠어. 이젠 포기해야 할 상황인데... 이젠...”
유하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이 식은 줄 알면서도 계속 진호를 붙잡는 건, 그를 가질 수 없다는 미련 때문이었다.
“내가 충고 하나 해줄까? 나도 여러 남자 만나봤잖아. 그런 남자들 상대로 미련은 버려야 해.”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내가 이러겠냐?”
“당연히 쉽지 않지. 하지만 포기할 생각이 있으면 그 고통도 참아내야 해.”
“포기할 생각 없어. 그래서 그 자식이 도망가지 못하게 일부러 자버렸고, 아이까지 가질 생각이야.”
“아이 갖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그랬으면 세상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왜 있겠냐? 진짜 어이가 없네.”
“난 믿을 거야. 아이가 생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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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별장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거실로 돌아온 지호와 민아는 함께 담요를 덮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지호가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으... 머리가... 머리가... 으, 아...”
다급해진 민아는 약을 가져오겠다며 방에서 약을 찾아왔다.
“지호 씨, 이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네?”
지호가 먹은 약은 통증을 줄여주지만, 동시에 그의 기억을 점점 더 지워버리는 성분이 포함된 불법 약물이었다. 민아는 의사에게 부탁해 이 약을 몰래 구해왔고, 지호가 머리에 통증을 느낄 때마다 이 약을 먹여왔다.
“괜찮아질 거예요... 지호 씨, 분명 괜찮아질 거예요.”
시간이 지나자 지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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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