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꽃뱀!?
나 낚인거야? 증거 남길려고 명함두고갔나?
진짜 별에 별 생각이 다들었다.
"김건우씨, 티엘에스 컴퍼니 환웅 대리입니다."
'티엘에스?'
들어본 적이... 있다.
어제 주현이와 딩굴다가 잠시 쉴때 얘기했었... 던 것 같다.
기억이 드문 드문 난다.
자신이 '어떤' 연구를 하는 중에 테스트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해줄 수 있냐는 말에...
한다고 했구나... 이 호구새끼.
원래 거절을 잘 못하기도 한데 술취한데다 발가벗고 유혹하면서 그딴 얘기를 하면 나란놈은 분명히 한다고 했을 걸?
"김건우씨."
"잠시만요!"
일단 옷을 입고, 침착하게.
찰칵.
문을 열어보니 말끔하게 잘생긴 또래? 한 두살쯤 어려보이는 환웅이라는 대리가 서 있었다.
"아... 아직 주무셨었군요? 제가 너무 일찍 왔나요?"
"아닙니다, 나가야죠."
"... 일단 좀 씻으시죠."
"잠시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왜 저렇게 당황하나 싶었더니? 어제 격렬하긴 했었나 보다.
주현이의 립스틱 자국이 얼굴이며 목이며... 젠장.
후다닥 씻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밖으로 나왔다.
"해장이라도 하시면서 얘기들으시죠."
끄덕.
마침 나한테 꼭 필요한 일을 권해주니 좋네.
커피숍이라도 가자고 했으면 섭섭할뻔.
후루루룩.
캬~
이집 칼칼하니 괜찮네.
"입에 맞으세요?"
"예! 너무 맛있네요."
"먹으면서 들으세요. 부장님이 김건우씨를 테스터로 추천하셔서 일단 제가 온 거구요."
"우물우물.. 쩝쩝.."
"앞으로 일에 관련 된 모든 부분은 저를 통하시면 됩니다."
"주현이는...?"
"부장님은 개발쪽 책임자라 업무진행은 저와 하실 겁니다."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연락하셔도 됩니다."
"... 예."
그렇지, 굳이 일을 같이 할 필요는 없지.
근데 무슨 일?
"무슨 일을 하는 거죠?"
"이제부터 제가 그걸 설명 드릴겁니다."
"일단... 믿으셔야 되요."
"?"
다단계? 사이비? 대뜸 뭘 믿어?
뭔 소릴 하나 들어나 보자 했더니.
멀뚱멀뚱.
"안 믿으시죠?"
"예."
"상관없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하니까."
"정리하면 저는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되는거죠?"
"그럼 돈을 준다?"
"무조건은 아닙니다."
"그러니까...호구? 등처먹히면... 돈을 준다?"
"바로 그겁니다! 비슷하긴 한데..."
"한데?"
"저희도 이게 명확하게 딱, 로직이 발견된건 아니라서 말이죠."
"자잘한 오류나 버그도 있을 수 있고 뭐 아무튼 손해보는 일은 아니니까."
"돈을 받지 않으면요?"
"명석하시군요.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하하."
'같이 일하자는 새끼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면 돼요... 안돼요?'
개소리.
뭔 말이되는 소릴 해야지?
드럽게 할 일 없는 회산가 보다.
무슨 돈세탁 같은 일 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환웅 대리가 한 말들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불행, 즉 호구를 잡히면?
호구잡힌 두 배로 돈을 쏴준단다.
그 '호구'라는 명확한 규정을 테스트를 통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게 우리의 일이다.
또한 만약 내가 호구잡힌일에 대해 댓가, 즉 돈을 거부했을 때.
상대방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또한 확인해야될 부분.
참 드라마틱한 얘기다.
예를 들어 길가다 소매치기를 당한다?
그래서 100만원을 잃어버렸다 치자.
이 부분이 호구 잡힌걸로 인정이 되었다.
그럼 다음날이 오기전이니까 밤 12시에 내 통장으로 200만원이 꽂힌다.
물론, 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만약 거절을 할 수도 있고.
돈 준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을 까 싶은데.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니?
내가 무슨짓을 하고 다니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라도 하겠다는 건가.
마음속으로는 갖잖아서 웃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표정정도는 관리 할 수 있지.
나는 어엿한 프로 직장인 이니까.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환웅의 표정은 진지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웃지 못한 것도 있다.
세상이 점점 미쳐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