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대도 멀쩡한 잘생긴 청년이 어쩌다 사이비에 빠져서...
비웃거나 화내면 해코지 당할 수 있으니까 대꾸 하지말자.
"예, 그러죠."
"오늘은 예행 연습이니까... 국밥은 잘 먹었습니다."
"허?"
바로 이렇게 통수를 치네.
밥사줄 것 처럼 데리고 오더니.
꼴랑 국밥 얻어먹으려고 이렇게 썰을 풀었단 말이야?
주현이를 생각하니 허탈했다.
몇년 만에 만난 동창이... 그것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놓곤.
하긴...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이쪽이 미안해서 어떡하냐, 땡전한푼 없어서 털어먹을 것도 없는 사람이라...'
'하룻밤이지만 사랑했다. 잘 살아라.'
환웅은 먼저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물 한 잔을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시고 보니 그래도 고마웠다.
어제의 그 개같은 기분을 황당하지만 즐겁게 만들어줬으니.
폭발적인 밤은 덤이고.
허탈하지만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지갑에 카드를 꺼내어 계산을 했다.
"만 사천원이요~ 영수증 드릴까요?"
"....."
"손님?"
"예? 아 예?"
"영수증 여기요."
"아...."
"손님?"
"죄, 죄송합니다."
"?"
농담이... 아니었어.
카드를 계산하는 순간.
내 눈앞에 떠오른 자그만한 알림판.
[호구코인이 적립되었습니다]
[매일 일일 정산은 24시 입니다]
[정산일은 영업일 기준2일이내 마감하셔야 하니 주의하십시오]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내가 미친줄 알았을 것이다.
황급히 거울앞에 다가가 눈과 머리를 살폈다.
연구소 라는 세글자가 SF영화를 떠올리게했다.
상처는 없고 눈에도 이상없고.
"저기... 저기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선생님?"
"....."
전화, 전화 빨리.
뚜르르르륵.
-네 티엘에스 컴퍼니 환웅 대리 입니다.
"... 이거 뭡니까?"
-하하, 많이 놀라셨죠? 저희쪽에서 테스트 해본건데 잘 됐나 보네요?
"내, 내 몸에 무슨짓을 한거야!?
-그런거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일단 믿으셔야 해요.
-손해보실일도 없으시지 않습니까?
"야...이... 미친! 눈앞에 헛것이 보이는데 그게 무슨!?
-알림은 '손해'라고 판단할 때만 뜨니까 불편하지는 않으실겁니다. 입금도 되실거구요.
"계좌도 안알려 줬는데?"
-계좌번호가... X협 332-xxxx-xxxx 맞죠?
"너... 도대체 누구야!?"
-환웅 대리요.
"내 계좌 번호를 어떻게 알아!?
-그게 중요합니까? 돈 받으시면 좋은 일 아니에요?
"그, 그래도 이게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돈세탁 같은거 아냐?
-하하하하, 세탁은 돈을 다시 가져가야 세탁이죠.
-내부적인 비밀이라 제가 말씀드릴 순 없지만 확실히 애기드리는데 이거, 합법입니다.
-저희 사장님이 사업크게 하시거든요? 이번에 새사업 해보고 싶다 하셔서 꽤 오래 준비한 겁니다.
-믿으세요.
"아니... 말이 되야 믿지... 이걸 어떻게..."
-일단 며칠 겪어보고 다시 연락할까요?
할말을 잃었다.
눈앞에 보인 헛것이 너무 생생했고.
환웅이 진지하게 얘기를 했기 때문인가...
그래 일단 며칠 겪어보자.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손해볼 것도 없잖아?
아니지, 엄밀히 따지면 이제 것 살아오면서 손해를 봤다면 앞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건데.
국밥값 14,000원에 이리도 가슴이 두근 거리다니.
로또당첨이라도 바라는 것 처럼 밤 12시가 되기만을 두 손 꼭 잡고 기다린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가냐?
째깍, 째깍, 째깍.
땡!
[일일 정산을 시작합니다]
[정산금을 지불받으시겠습니까 Y/N]
"예, 예스."
[정산금 지불에 동의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 합니다 Y/N]
"한다고! 예쓰!"
[확인되었습니다]
[정산을 마감하였습니다]
띠링.
알림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핸드폰에 알림창이 올라온다.
입금
(주)테이크럭키스트라이크컴퍼니
14,000원
"... 진짜 들어왔다."
"어...? 근데 왜 만 사천원...."
아.
내가 처먹은 건 호구잡힌게 아니구나.
지 주둥이로 넣은 것 까지 호구잡힌 거는 아니니까.
일리가 있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짜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비슷한 내용도 없다.
회사도 검색해 보지만... 왜 안나와?
사업 크게 한다며?
외국계? 페이퍼 컴퍼니?
테스터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어떤 돈 많은 미친새끼가 이런짓을..."
몇몇 떠오르는 미국 기업이 있긴 있다.
혁신이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지.
"하....하하... 하하하."
헛웃음이 나온다.
믿지 못 할 일이기에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민경이와 민우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아니면 이 쓸쓸함을 뭘로 달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