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조회 : 749 추천 : 0 글자수 : 1,364 자 2022-11-26
나는 고개를 젓지 못했다. 월폴 공작이 근사한 얼굴로 의미심장한 대사를 읊으면 달아오르는 얼굴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지, 아니야. 나는 고작 스물을 한 해 넘긴 한창때라고. 그러니까 그처럼 멋진 남자라면 잠깐 흔들릴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갈 풋풋한 호감이란 말이지. 따지고 보면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고.
잠깐 흔들리고 말 것이었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여린 풀잎처럼.
월폴 공작 같은 남자가 나 따위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악마라고 하기는 애매한 존재지.”
“애매하다고? 어느 정도는 맞다는 뜻이잖아.”
그래서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구나. 악취라도 나는 양 코를 막았던 게 그 때문이었던 듯하다.
“나는 왜 예외야?”
새, 마르바스가 빤히 나를 쳐다봤다.
빨간 눈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네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야 매일 씻으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인간에게서는 특유의 냄새가 나. 하지만 너는 다르군. 인간이 아닌 건 아니야. 냄새의 흔적은 있어.”
마르바스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갔다.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겠어. 바싹 말라버린 냄새야.”
“너무 오래 말린 꽃에 향기가 없는 것처럼?”
“인간의 냄새는 꽃보다 훨씬 역하지만, 비유하는 의미라면 옳아.”
그래서 그가 사람을 피했구나.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그의 정체에 관한 의혹이었다.
“그러니까, 공작님이 악마라서 너처럼 사람을 혐오한다고?”
“그는 이 몸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악마가 아니라면, 그가 어떤 존재이건 중요하지 않다.
악마이더라도 변하는 게 있을까? 이미 한 번 그에게 목숨을 구명받았는데.
나는 손을 뻗어 마르바스를 잡았다. 새 모습의 마르바스는 순순히 손아귀에 잡혔다.
“그런데 너, 부하 주제에 말투가 그게 뭐야?”
“……. 미친 인간이군. 감히 누구에게 말투를 운운하는지 알고는 하는 말인가?”
“네가 뭔데?”
“평범한 인간도 아니고 냄새 없는 인간이 이 몸의 위명을 모른다니, 믿을 수 없다.”
잘은 몰라도 악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듯했다.
악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면, 그것은 악명일 것이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쁜 짓을 벌이거나 사람을 해치는 역마의 어버이인데, 아무렴 얌전히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온순한 성품은 아닐 터였다.
“나, 마르바스가 친히 소개하마. 이 몸은 하계에서 다섯 번째 성위의 악마다. 모든 병마의 지배자이며, 인간을 동물로 바꾸는 권능의 소유자이지.”
악마 마르바스는 내가 인상을 쓰건 말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람을 동물 모습으로 바꾸는 능력이라면 내가 가진 마법이었다.
아니지, 아니야. 나는 고작 스물을 한 해 넘긴 한창때라고. 그러니까 그처럼 멋진 남자라면 잠깐 흔들릴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갈 풋풋한 호감이란 말이지. 따지고 보면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고.
잠깐 흔들리고 말 것이었다. 봄바람에 살랑이는 여린 풀잎처럼.
월폴 공작 같은 남자가 나 따위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악마라고 하기는 애매한 존재지.”
“애매하다고? 어느 정도는 맞다는 뜻이잖아.”
그래서 사람을 그렇게 싫어했구나. 악취라도 나는 양 코를 막았던 게 그 때문이었던 듯하다.
“나는 왜 예외야?”
새, 마르바스가 빤히 나를 쳐다봤다.
빨간 눈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네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야 매일 씻으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인간에게서는 특유의 냄새가 나. 하지만 너는 다르군. 인간이 아닌 건 아니야. 냄새의 흔적은 있어.”
마르바스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갔다.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겠어. 바싹 말라버린 냄새야.”
“너무 오래 말린 꽃에 향기가 없는 것처럼?”
“인간의 냄새는 꽃보다 훨씬 역하지만, 비유하는 의미라면 옳아.”
그래서 그가 사람을 피했구나.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그의 정체에 관한 의혹이었다.
“그러니까, 공작님이 악마라서 너처럼 사람을 혐오한다고?”
“그는 이 몸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악마가 아니라면, 그가 어떤 존재이건 중요하지 않다.
악마이더라도 변하는 게 있을까? 이미 한 번 그에게 목숨을 구명받았는데.
나는 손을 뻗어 마르바스를 잡았다. 새 모습의 마르바스는 순순히 손아귀에 잡혔다.
“그런데 너, 부하 주제에 말투가 그게 뭐야?”
“……. 미친 인간이군. 감히 누구에게 말투를 운운하는지 알고는 하는 말인가?”
“네가 뭔데?”
“평범한 인간도 아니고 냄새 없는 인간이 이 몸의 위명을 모른다니, 믿을 수 없다.”
잘은 몰라도 악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듯했다.
악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면, 그것은 악명일 것이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쁜 짓을 벌이거나 사람을 해치는 역마의 어버이인데, 아무렴 얌전히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온순한 성품은 아닐 터였다.
“나, 마르바스가 친히 소개하마. 이 몸은 하계에서 다섯 번째 성위의 악마다. 모든 병마의 지배자이며, 인간을 동물로 바꾸는 권능의 소유자이지.”
악마 마르바스는 내가 인상을 쓰건 말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람을 동물 모습으로 바꾸는 능력이라면 내가 가진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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