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조회 : 685 추천 : 0 글자수 : 1,334 자 2022-11-28
화장대 거울을 들여다보던 마르바스가 끼어들었다.
“메리라고 했나?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군. 인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땅거북이 모습이 보기 좋으니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메리가 없었으면 조잘거리는 부리를 닫아줬을 것이었다.
“그가 어떤 작자인지 저 인간에게 물어보는 건 어떤가?”
마르바스가 눈앞으로 날아와 떠들었지만 메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폼으로 악마를 자칭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하찮은 찌르레기의 모습이더라도 어깨에 얹고 다니는 검은색 새가 심상치 않게 보일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악마를 데리고 다녀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인다니 잘 됐다.
거북이 시야가 사람이랑 똑같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쪽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눈짓으로 마르바스의 제안을 긍정했다.
공작의 뒷말을 하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내가 귀가 얇은 사람은 절대 아닌데 말이지. 사람을 꾀는 솜씨가, 역시 괜히 악마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내가 월폴 공작에게 특별한 의미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인들 사이의 평판을 파헤치려는 게 아니었다.
나는 감히 은인에게 품은 의문을 합당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다. 사용인들의 생계라도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그가 실속도 없이 마구 돈을 뿌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역마로부터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면서 인간혐오 귀족 나리라는 정의에 자비로운 자선가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그 모든 단어가 동시에 성립되다니 믿을 수 없다.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메리를 쳐다봤다.
“메리, 식사했어요?”
“그럼요.”
메리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거북이 머리라 웃는 건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 갔지만, 그녀는 대체로 웃는 얼굴이었으므로 대충 웃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었다.
“저, 메리. 궁금한 게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아요? 바쁘면 거절해도 돼요.”
“어머, 마법사님이라면 얼마든지요!”
나는 메리와 눈을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았다.
“별 의미는 없고요, 그냥 순전히 궁금해서요.”
“무얼 물으시려고요?”
“그… 공작님께서 모두에게 잘 대해주시나요?”
“음, 아니요?”
여태 목격한 사실 그대로의 대답이라 오히려 예상 밖이었다. 역시 고액의 봉급 때문에 여기서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인간을 귀애할 운명이었다면서? 모든진리를 알고 있다는 마르바스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마르바스는 본인이 한 말이 부정당하자 변명하듯 날개를 파닥거렸다.
메리는 곧장 말을 덧붙이며 까르르 웃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냄새 나니까 꺼지라고 말씀하셨기는 하지만, 공작님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메리라고 했나?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군. 인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땅거북이 모습이 보기 좋으니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메리가 없었으면 조잘거리는 부리를 닫아줬을 것이었다.
“그가 어떤 작자인지 저 인간에게 물어보는 건 어떤가?”
마르바스가 눈앞으로 날아와 떠들었지만 메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폼으로 악마를 자칭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하찮은 찌르레기의 모습이더라도 어깨에 얹고 다니는 검은색 새가 심상치 않게 보일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악마를 데리고 다녀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인다니 잘 됐다.
거북이 시야가 사람이랑 똑같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쪽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눈짓으로 마르바스의 제안을 긍정했다.
공작의 뒷말을 하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내가 귀가 얇은 사람은 절대 아닌데 말이지. 사람을 꾀는 솜씨가, 역시 괜히 악마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내가 월폴 공작에게 특별한 의미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인들 사이의 평판을 파헤치려는 게 아니었다.
나는 감히 은인에게 품은 의문을 합당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다. 사용인들의 생계라도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그가 실속도 없이 마구 돈을 뿌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역마로부터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면서 인간혐오 귀족 나리라는 정의에 자비로운 자선가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그 모든 단어가 동시에 성립되다니 믿을 수 없다.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메리를 쳐다봤다.
“메리, 식사했어요?”
“그럼요.”
메리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거북이 머리라 웃는 건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 갔지만, 그녀는 대체로 웃는 얼굴이었으므로 대충 웃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었다.
“저, 메리. 궁금한 게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아요? 바쁘면 거절해도 돼요.”
“어머, 마법사님이라면 얼마든지요!”
나는 메리와 눈을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았다.
“별 의미는 없고요, 그냥 순전히 궁금해서요.”
“무얼 물으시려고요?”
“그… 공작님께서 모두에게 잘 대해주시나요?”
“음, 아니요?”
여태 목격한 사실 그대로의 대답이라 오히려 예상 밖이었다. 역시 고액의 봉급 때문에 여기서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인간을 귀애할 운명이었다면서? 모든진리를 알고 있다는 마르바스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마르바스는 본인이 한 말이 부정당하자 변명하듯 날개를 파닥거렸다.
메리는 곧장 말을 덧붙이며 까르르 웃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냄새 나니까 꺼지라고 말씀하셨기는 하지만, 공작님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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