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조회 : 744 추천 : 0 글자수 : 1,115 자 2022-11-30
가벼운 마음으로 물을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겨우 한 입 떠먹은 수프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부리를 쩍 벌리고 하품하는 마르바스를 흘겼다.
마르바스는 눈총을 무시하고 식탁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때 나타난 공작님은 구세주셨어요. 종종 빈민가나 고아원에 자선을 하러 방문하시더라고요. 물론 코를 가리시고요.”
그때는 고아들에게서 냄새가 나서 그런 줄 알았어요. 덧붙인 메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불운한 과거를 회상하며 웃는다는 것은 현재가 만족스럽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까마득히 멀리서나 뵐 수 있는 분이셨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짓가랑이에 매달렸죠. 저는 아마 평생 그날의 선택을 자축할 거예요. 공작님은 저를 이곳 화이트로지의 하녀로 고용해주시고, 당분간 쓸 생활비와 동생들이 지낼 거처도 구해 주셨답니다. 자라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공작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동생들이 어찌나 성화를 부리던지. 지난주에도 들었네요. 고용해주실 지는 모르겠지만요.”
요컨대 그가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서른다섯이나 곁에 두는 것은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고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악마들이 맡는다는 그 악취만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사용인을 내보내면 되겠지만, 그러면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자선으로 수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마침 내 마법이 그로서는 후각의 고통을 덜어낼 수단이었으므로, 굳이 쓸 필요 없는 돈까지 쓰면서 그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바뀐 몸으로는 일을 하기 어려우니까 거액의 시설까지 들여놓으면서.
어쩌든 그의 입장에서는 모두 자선을위한 선택이었으므로, 어떤 형태를 띠던지 별 상관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 행동 모두가 이들에게 있을 곳을 주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일이었다.
사람은 배만 부르다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많은 돈을 적선하는 다른 귀족들보다 어떤 의미로는 더 번거로울 것이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수프 그릇을 발견한 메리가 앞발로 그릇을 살짝 밀었다.
“마저 드세요. 이렇게 마르셔서는!”
아까보다 더 배가 고프지 않은 느낌이었으나 나는 다시 스푼을 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공작님은 구세주나 마찬가지세요.”
“제게도 그래요.”
“마법사님도요?”
마르바스는 눈총을 무시하고 식탁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때 나타난 공작님은 구세주셨어요. 종종 빈민가나 고아원에 자선을 하러 방문하시더라고요. 물론 코를 가리시고요.”
그때는 고아들에게서 냄새가 나서 그런 줄 알았어요. 덧붙인 메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불운한 과거를 회상하며 웃는다는 것은 현재가 만족스럽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까마득히 멀리서나 뵐 수 있는 분이셨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짓가랑이에 매달렸죠. 저는 아마 평생 그날의 선택을 자축할 거예요. 공작님은 저를 이곳 화이트로지의 하녀로 고용해주시고, 당분간 쓸 생활비와 동생들이 지낼 거처도 구해 주셨답니다. 자라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공작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동생들이 어찌나 성화를 부리던지. 지난주에도 들었네요. 고용해주실 지는 모르겠지만요.”
요컨대 그가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서른다섯이나 곁에 두는 것은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고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악마들이 맡는다는 그 악취만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사용인을 내보내면 되겠지만, 그러면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자선으로 수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마침 내 마법이 그로서는 후각의 고통을 덜어낼 수단이었으므로, 굳이 쓸 필요 없는 돈까지 쓰면서 그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바뀐 몸으로는 일을 하기 어려우니까 거액의 시설까지 들여놓으면서.
어쩌든 그의 입장에서는 모두 자선을위한 선택이었으므로, 어떤 형태를 띠던지 별 상관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 행동 모두가 이들에게 있을 곳을 주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일이었다.
사람은 배만 부르다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많은 돈을 적선하는 다른 귀족들보다 어떤 의미로는 더 번거로울 것이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수프 그릇을 발견한 메리가 앞발로 그릇을 살짝 밀었다.
“마저 드세요. 이렇게 마르셔서는!”
아까보다 더 배가 고프지 않은 느낌이었으나 나는 다시 스푼을 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공작님은 구세주나 마찬가지세요.”
“제게도 그래요.”
“마법사님도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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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마녀는 밤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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