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조회 : 785 추천 : 0 글자수 : 1,505 자 2022-12-02
월폴 공작의 진정한 정체가 궁금해 그를 자꾸만 힐끔거렸다. 눈길이 지나쳤는지 할 말이라도 있냐고 물은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여행길이었다.
아,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주문한 여행복이 도착한 직후에 나는 드물게도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렌빌씨가 불러준 재봉사가 지었던 표정이 그의 얼굴에도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재봉사가 말하기를, 혹시 농사를 지을 때 입을 옷이 필요하냐고 했는데, 월폴 공작도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면 정말 창피하다.
그래도 그런 문제는 사소해서 문제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이었다. 겨우 그런 게 문제라는 것은 이 여정이 생각 외로 대단히 평화롭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메리와의 대화로 얻은 것은 월폴 공작이 이름있는 자선가라는 점뿐이었다.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였다.
나는 그 점에 대한 고민을 일단 덮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말이다. 궁금한 것은 못 참지만 일단은 웨스트엄에 머무르는 동안 만이라도.
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와 단 둘이 있는 동안은 허튼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이로울 것이었다.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마르바스의 영향력이 컸다. 하찮지만 본인 말로는 위대하다고 하는 이 악마는 월폴 공작을 시야에서 차단하기 위해 내 두건 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모든 병마의 지배자? 영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니, 그쪽에 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르바스는 내게 그의 앞에서 까불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악마와 얽히는 일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그는 내가 조심해야할 대상이었다.
자칭 하계의 왕자라는 마르바스가 이런 앙증맞은 찌르레기의 모습으로 벌벌 떠는 것이 괜한 겁쟁이 행세는 아닐 테니까.
그런 생각에 골몰하던 나를 방해한 것은 급정지에 따른 반동이었다. 돌연 차체가 황급히 멈춰 서면서 내 코는 차체와 부딪힐 뻔했다. 코피를 흘리는 불상사만은 피한 뒤 정면을 보자 자동차 바로 앞에 잿빛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부피가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했다. 구름 같은 것과 비교 가능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구역질이 이는 형상이었다.
“뭐, 뭐죠?”
대답은 월폴 공작 대신 두건에서 들려왔다.
“역마로군. 위험한 놈은 아니다. 한데 지금 발견한 건가?”
마르바스가 심드렁하게 말하다가 물었다. 저렇게 큰 덩치를 이제서야 발견한 것은 내가 월폴 공작의 옆모습만 쳐다보고 있어서였다. 마르바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이왕 낯선 곳에 왔으면 매일 보는 저자보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견문을 넓히는 편이 좋지 않겠나, 조이스?”
그런 말을 소리내서 하면 어떡해. 이 악랄한 악마 같으니! 나는 이쪽을 쳐다보는 월폴 공작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마르바스에게서 두건을 빼앗았다.
마르바스의 말을 못 들은 척해주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고맙게도 월폴 공작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아,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주문한 여행복이 도착한 직후에 나는 드물게도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렌빌씨가 불러준 재봉사가 지었던 표정이 그의 얼굴에도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재봉사가 말하기를, 혹시 농사를 지을 때 입을 옷이 필요하냐고 했는데, 월폴 공작도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면 정말 창피하다.
그래도 그런 문제는 사소해서 문제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이었다. 겨우 그런 게 문제라는 것은 이 여정이 생각 외로 대단히 평화롭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메리와의 대화로 얻은 것은 월폴 공작이 이름있는 자선가라는 점뿐이었다.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였다.
나는 그 점에 대한 고민을 일단 덮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말이다. 궁금한 것은 못 참지만 일단은 웨스트엄에 머무르는 동안 만이라도.
왜,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와 단 둘이 있는 동안은 허튼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이로울 것이었다.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마르바스의 영향력이 컸다. 하찮지만 본인 말로는 위대하다고 하는 이 악마는 월폴 공작을 시야에서 차단하기 위해 내 두건 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모든 병마의 지배자? 영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니, 그쪽에 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르바스는 내게 그의 앞에서 까불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악마와 얽히는 일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그는 내가 조심해야할 대상이었다.
자칭 하계의 왕자라는 마르바스가 이런 앙증맞은 찌르레기의 모습으로 벌벌 떠는 것이 괜한 겁쟁이 행세는 아닐 테니까.
그런 생각에 골몰하던 나를 방해한 것은 급정지에 따른 반동이었다. 돌연 차체가 황급히 멈춰 서면서 내 코는 차체와 부딪힐 뻔했다. 코피를 흘리는 불상사만은 피한 뒤 정면을 보자 자동차 바로 앞에 잿빛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부피가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했다. 구름 같은 것과 비교 가능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구역질이 이는 형상이었다.
“뭐, 뭐죠?”
대답은 월폴 공작 대신 두건에서 들려왔다.
“역마로군. 위험한 놈은 아니다. 한데 지금 발견한 건가?”
마르바스가 심드렁하게 말하다가 물었다. 저렇게 큰 덩치를 이제서야 발견한 것은 내가 월폴 공작의 옆모습만 쳐다보고 있어서였다. 마르바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이왕 낯선 곳에 왔으면 매일 보는 저자보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견문을 넓히는 편이 좋지 않겠나, 조이스?”
그런 말을 소리내서 하면 어떡해. 이 악랄한 악마 같으니! 나는 이쪽을 쳐다보는 월폴 공작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마르바스에게서 두건을 빼앗았다.
마르바스의 말을 못 들은 척해주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고맙게도 월폴 공작은 다시 정면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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