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조회 : 693 추천 : 0 글자수 : 1,274 자 2022-11-29
앞부분은 한치의 의심도 생기지 않는 사실이었기에 특별할 게 없었지만 뒤를 이은 말은 굉장히 의외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르게 깜빡였다.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메리에게 어려운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네?”
“그러고보니 서로 아는 게 별로 없네요, 마법사님. 마법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면 하녀장님도 별 말씀 않으실 테니까 농땡이 좀 부려야겠어요. 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것이지요?”
사실 메리의 과거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안 될 상황이었다.
“괜찮다면요.”
“마법사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제멋대로 착각한다고 화내지 않으시기예요!”
“그러지 않아요. 절대로.”
친구라고 할 만큼 친밀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였다. 또래가 친근하게 구는데 마음이 기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착각을 허락해주신 김에 마법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다른 하녀 언니들에게 자랑해도 될까요? 어머! 음식이 식겠어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드세요.”
과연 수프가 먹기 딱 좋을 정도로 식은 채였다. 지금 먹지 않으면 차가워질 것이었다. 나는 식기를 들고 다시 바닥에 앉았다.
“자랑해도 될까요, 마법사님?”
수프를 한 입 떠먹자 메리가 재차 물었다.
“허락씩이나 받을 필요도 없는 일인데요. 그러세요.”
메리는 방긋방긋 웃으며 좋다고 무어라 조잘거리다가 뚝 멈췄다. 그리고는 사뭇 진지한 투로 말했다.
“삼 년 전 가을에, 클로스던에 전염병이 돌았어요. 우드빌 출신이라고 하셨지요?”
“네, 전염병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그럼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수도 밖으로 퍼진 병은 아니었으니까요. 저희 집은 무척 가난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4남매 중 셋이나 살아남았어요, 저를 포함해서.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 이미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매일 술만 마시는 사람이었는데 병에 걸려 돌아가셨어요. 평범하게 불행한 집이죠?”
불행에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가 있을까? 나는 평범하게 불행했다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저는 맏이였어요. 아버지와 막내의 장례 비용을 대고 나니까 돈이 정말 한 푼도 남지 않더라고요. 동생들을 먹이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지만, 희생정신이 모자랐나 봐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장사 밑천도 없는 여자들이 돈을 벌 방법은 몇 가지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건 싫었어요. 차라리 죽고 말지. 그때는 배가 고프다는 동생들이 원망스러웠어요.”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메리는 쾌활하게 이야기했지만 아까보다는 차분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르게 깜빡였다.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메리에게 어려운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네?”
“그러고보니 서로 아는 게 별로 없네요, 마법사님. 마법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면 하녀장님도 별 말씀 않으실 테니까 농땡이 좀 부려야겠어요. 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것이지요?”
사실 메리의 과거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안 될 상황이었다.
“괜찮다면요.”
“마법사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제멋대로 착각한다고 화내지 않으시기예요!”
“그러지 않아요. 절대로.”
친구라고 할 만큼 친밀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였다. 또래가 친근하게 구는데 마음이 기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착각을 허락해주신 김에 마법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다른 하녀 언니들에게 자랑해도 될까요? 어머! 음식이 식겠어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드세요.”
과연 수프가 먹기 딱 좋을 정도로 식은 채였다. 지금 먹지 않으면 차가워질 것이었다. 나는 식기를 들고 다시 바닥에 앉았다.
“자랑해도 될까요, 마법사님?”
수프를 한 입 떠먹자 메리가 재차 물었다.
“허락씩이나 받을 필요도 없는 일인데요. 그러세요.”
메리는 방긋방긋 웃으며 좋다고 무어라 조잘거리다가 뚝 멈췄다. 그리고는 사뭇 진지한 투로 말했다.
“삼 년 전 가을에, 클로스던에 전염병이 돌았어요. 우드빌 출신이라고 하셨지요?”
“네, 전염병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그럼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수도 밖으로 퍼진 병은 아니었으니까요. 저희 집은 무척 가난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4남매 중 셋이나 살아남았어요, 저를 포함해서.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때 이미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매일 술만 마시는 사람이었는데 병에 걸려 돌아가셨어요. 평범하게 불행한 집이죠?”
불행에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가 있을까? 나는 평범하게 불행했다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저는 맏이였어요. 아버지와 막내의 장례 비용을 대고 나니까 돈이 정말 한 푼도 남지 않더라고요. 동생들을 먹이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지만, 희생정신이 모자랐나 봐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장사 밑천도 없는 여자들이 돈을 벌 방법은 몇 가지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건 싫었어요. 차라리 죽고 말지. 그때는 배가 고프다는 동생들이 원망스러웠어요.”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메리는 쾌활하게 이야기했지만 아까보다는 차분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마녀는 밤을 걷는다
31.31화조회 : 7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505 30.30화조회 : 7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94 29.29화조회 : 7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15 28.28화조회 : 6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274 27.27화조회 : 6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34 26.26화조회 : 7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536 25.25화조회 : 7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64 24.24화조회 : 7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048 23.23화조회 : 1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456 22.22화조회 : 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564 21.21화조회 : 1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69 20.20화조회 : 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251 19.19화조회 : 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58 18.18화조회 : 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424 17.17화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450 16.16화조회 : 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08 15.15화조회 : 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74 14.14화조회 : 1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488 13.13화조회 : 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057 12.12화조회 : 1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40 11.11화조회 : 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25 10.10화조회 : 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540 9.9화조회 : 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605 8.8화조회 : 14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94 7.7화조회 : 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262 6.6화조회 : 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123 5.5화조회 : 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526 4.4화조회 : 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824 3.3화조회 : 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037 2.2화조회 : 1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279 1.1화조회 : 1,4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