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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178 추천 : 0 글자수 : 1,531 자 2022-12-31
*
치이이익-!
고기가 꼬챙이 위에서 익어가며 뚝뚝 기름을 떨어뜨렸다.
고소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반투명하게 익은 비계는 불에 그슬리며 한눈에 보기에도 감칠맛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멧돼지 고기가 질기고 냄새난다는 건 누가 한 말인지 몰라. 이렇게 맛있는데.”
토핑이는 이미 옆에서 혀를 쭉 뺀 채로 침을 뚝뚝 흘리는 중이었다.
“그래, 오늘은 토핑이 먼저 줘야지.”
토핑이에게 고깃덩이 하나를 물려주자, 눈을 희번득이며 달려든 녀석은 꿀떡꿀떡 순식간에 그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야, 잘 먹네, 토핑이! 잘 먹는 게 최고지. 암, 그럼.”
나는 꼬챙이에 꽂힌 고기를 이빨로 물고 길게 찢어서 입에 넣었다. 터질 듯한 육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크으, 죽인다!’
감동에 차있던 것도 잠시,
나는 힐끔 옆을 보았다.
“키이잉······.”
울타리 구석에 엎드린 채 힐끔힐끔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견인족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먹고 싶지?”
“크으으으!”
슬쩍 다가가자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 팔다리가 묶여있어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아니, 누가 뭐 한데? 그냥 이거 준다고. 봐 바.”
나는 녀석의 눈앞에서 가장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를 내밀고 좌우로 흔들었다.
고개를 다른 쪽으로 외면하고 있던 녀석의 푸른빛 눈동자가 고기를 슬금슬금 따라오기 시작했다.
“먹어. 자. 먹어.”
가까이 내밀자 녀석의 코가 반사적으로 킁킁- 거리고 입이 살짝 벌어졌다. 군침이 뚝뚝-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낮게 내린 꼬리를 느릿하게 흔드는 것에서 갈등이 엿보였다.
“맛있다니까?”
끈기의 싸움. 불리한 쪽은 굶주린 쪽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녀석이 혀를 내밀어왔다.
할짝할짝 고기를 핥기 시작하자 고개가 완전히 이쪽을 향한 것이다.
‘그렇지.’
나는 슬쩍 고기를 내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눈을 크게 뜬 녀석의 입이 따라 들어와 콱! 고기를 깨물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우욱, 우구국!”
“......”
“하국! 구구국!”
“얼마나 굶은거야.”
나는 완전히 고기에 정신 팔린 녀석을 보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슬슬 기다리던 문구가 나올 때가 되었다. 먹이로 길들였다는 바로 그 문구 말이다.
하지만.
‘뭐지? 왜 안 나오는 거지?’
나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이 고기를 반쯤 먹어치울 때까지도 길들였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쉽게 길들여지지는 않는다 이건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음 수단을 사용했다.
먹는 데에 정신이 팔린 녀석의 등줄기, 푸른색 털이 척추를 따라서 길게 나있는 곳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이다. 개를 쓰다듬듯이 한차례 훑어 내렸다.
“욱!”
견인족 소녀는 순간 털을 세우고 경계하면서도 한 번 입에 넣은 고기를 포기하진 않았다. 먹는 것도 녀석에게는 생존 문제인 것이다.
눈치로 나와 고기를 연신 살피면서도, 묶여있는 양손 가득 고기를 찢어들어 입안에 욱여넣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왜 안 나오는 거야? 배가 덜 차서 그런 건가?’
반면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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