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물어뜯으려고 하면 발길질을 당할 테고.’

입으로 물어뜯기 위해서는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지만, 크림슨 보어의 발길질이 워낙 강해 섣불리 다가갈 수 없다.

크르르릉!
“토핑아, 달려들지 마, 아직.”

나는 흥분하는 토핑이를 가라앉히며 천천히 놈의 주변을 돌았다. 이럴 거면 진화 타이밍에서 황금갈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쿠어어!

커다란 소리가 터져나오며 놈의 몸이 짓쳐들어왔다. 나는 황급히 몸음 빼서 바닥을 굴렀고, 토핑이는 번쩍 뛰어올라 놈의 목덜미를 물고 매달렸다.

“토핑아!”

꾸이이익!

놈은 목에 달라붙은 토핑이를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부닥치는 족족 나무가 꺾여나가고 흙먼지가 비산하며 먼지구름이 솟구쳤다.

‘이쪽이 밀린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
토핑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나서야하는데, 방법이…….’

아니, 저 사이에 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순식간에 찌부러진 고깃덩어리가 될 판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

[스킬 목록을 표시합니다]

[ 전투모드 각성 1 ]
[ 종속의 전투력을 1단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

[ 소울 링크 ]
[ 설명: 원하는 권속의 특성을 1개 빌려와서 발현합니다. ]

[ 선택 불가: 현재 토핑의 특성은 없습니다. ]
[ 선택 가능: 현재 이하루의 특성은 1개 보유 중입니다. ]

“선택 가능?”

나는 순간 소울링크라는 스킬을 확인하고 몸을 우뚝 멈추었다. 이전까지는 빌려올 특성이 없던 것이, 하루라는 존재에 의해 변하며 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대전에서 하루를 만났을 때, ㅂ을 사주고 각성시켰던 그 스킬이었다.

“괴력!”

하루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 무엇인지 기억해낸 나는 그 순간 찌릿찌릿한 감각에 휩싸였다.


[ 이하루 - 괴력 : 근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집니다. ]

“오오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에 감탄이 연달아 나왔다.
손을 쥐었다 피는 것을 반복했다. 낯선 느낌이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았다. 온몸에서 힘이 넘쳐흐르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컨디션 좋은 정도가 아니잖아, 진짜로!’

느낌이 점차 익숙해진 나는 이를 악 깨물고 크림슨보어를 응시했다. 이대로 주인 되는 사람이 멍청하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우리 강아지 가만 놔둬라, 멧돼지 새끼야!”

쾅! 땅을 박차는 순간 온몸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응축되었다. 실린더 속에서 터져나가는 폭발처럼 한순간에 다가 터져나가는 힘이 흙바닥을 송두리째 걷어 올렸다.

“크으으윽!”

어마어마한 힘으로 몸이 뛰쳐나갔다. 가속이 붙으면서 발걸음에 붙은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놈의 코앞까지 당도하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놈의 상판이 내 눈앞을 모두 채웠다.

“이 짐승 새끼야!”

본능적으로 주먹을 내리치자,
뻐어어억-! 수박 터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에에엑!”

놈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비틀비틀한 몸체에 주먹자국이 훤히 보일 만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