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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085 추천 : 0 글자수 : 1,360 자 2022-12-30
나는 구급상자 두 개를 꺼내들었다.
내가 아무리 대책이 없어도 구급용품을 안 가져왔을 정도로 겁 없는 놈은 아니었다. 개인지 인간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녀석한테 이게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럼.”
“크으으으!”
나는 위생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붕대와 항생제, 소독제, 거즈를 몽땅 펼쳐주고 한걸음씩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크으으으! 크어엉!
꽁꽁 묶인 녀석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나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나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그럼, 무면허 의사. 수술 시작합니다.”
“키이익!”
소독약이 상처에 닿을 때마다 놀라서 소스라치는 녀석을 붙잡고 치료를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 그냥 자면 안 되냐? 미쳐버리겠네, 진짜로.”
나는 울타리를 지을 때보다 훨씬 더 지친다는 생각이 들 지경, 녀석의 상처를 지혈하고 소독하고 붕대로 감는 과정은 그 정도로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진땀이 온몸을 적실 때가 되어서야 겨우 지혈을 끝냈다.
“구급법만 안 배웠으면 진즉에 포기했다, 젠장.”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수인을 보면서 나는 이마를 훔쳤다. 여전히 녀석의 팔과 다리는 부드러운 천과 끈으로 묶여있었다.
애써 상처를 치료했는데 바로 떼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아니던가. 묶어놓은 끊을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견인족을 1% 길들였습니다]
“응?”
나의 노고를 치하하는 듯한 한 자락 문구가 떠올랐다. 동시에 또 하나의 정보가 눈앞에 나타났다.
[은물결 견인족 - 암컷]
[레벨: 3]
[7살 유년체]
[호수 주변을 떠돌며 서식한다고 전해지는 고고한 사냥꾼의 후손. 생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뛰어나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배우면 완벽하게 그것을 따라할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몇 안 되는 야생의 지성체]
“은물결 견인족······.”
나는 짧은 설명 안에서 특이한 대목 몇 군데에서 눈을 멈추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배울 수가 있다······라는 건 설마.”
말하자면 수인은 짐승보다는 사람에 가깝다는 소리인가.
“크으으!”
지금 비록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는 했지만, 7살이라는 나이와 문명에서 떨어진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되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사람이라도 똑같았을 거다.
늑대소년 일화 같은 건 유명하지 않던가.
‘어쨌든 길들일 수가 있다는 건 희소식이네.’
나는 녀석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키이잉!”
불길함을 느낀 견인족 소녀가 복슬복슬한 꼬리를 말아서 다리 사이로 올려붙였다. 몸을 웅크리면서 슬금슬금 물러나려고 하는 것이, 겁을 먹었을 때 개들이 하는 행동이었다.
“개를 길들이려면 역시······그거밖엔 없지.”
나의 머릿속에서 문득 하루의 얼굴이 떠올랐다.
개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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