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 혼령
조회 : 1,999 추천 : 1 글자수 : 7,194 자 2022-11-03
1. 반 혼령
공중 부양을 하듯 내 몸이 높이 올랐다. 몽롱했다. 꿈인가. 마치 텔레비전의 정지 화면처럼 난 공중에 붕 떠 있었다. 순간 헷갈렸다.
‘아, 뭐지……?’
어린 시절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라면 환장했다. 서서히 레일을 따라 올라갈 때의 두근거림이 좋았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 박동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급격히 하강할 때의 짜릿함이란, 번번이 오줌을 지렸는데도 불구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것을 타게 했다. 심할 때는 놀이공원의 개장 시간에 들어가서 폐장까지 롤러코스터만 반복해서 탄 적도 있었다. 급기야 같이 갔던 친구들이 학을 떼서 먼저 돌아간 후, 녹초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지금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삼백 육십도 회전을 하듯 내 몸은 공중을 돌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시멘트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하늘이 노랗다, 머리가 띵하다, 삭신이 쑤신다 등 그동안 알고 있던 단어들의 고통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통고였다. 일순간 머리 뒤에서 뜨겁고 찐득한 액체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재호, 나의 재호가 떠올랐다.
‘살려주세요! 제발 재호와 갈라놓지 마세요!’
한결같이 날 배반하던 신이었지만 그래도 절규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죽기 싫었다. 어떻게 한 결혼인데……. 신혼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음주 차량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반대편 차선의 마주오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며 우리 차와 충돌했다. 오픈카에 앉아있던 그와 난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갔다.
‘재호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또 소리가 목에 갇혔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다쳤어요. 빨리 119좀 불러주세요.”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며 모여드는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내 눈은 재호만을 찾았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같이 튕겨져 나갔는데 어디로 간 거지. 재호야.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또다시 그를 애타게 불렀다. 그리고 어느샌가 정신을 잃었다.
***
“코마입니다.”
“보호자는?”
“경찰에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처음 듣는 굵직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날 내려다보며 대화중이었다. 누구지.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주위를 살폈다.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남자들은 다름 아닌 의사였고.
‘맞다, 교통사고!’
불현듯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남들은 한 번 당하기도 힘들다는 차 관련 사고를 난 삼십 년 동안 두 번이나 겪었다. 신의 심술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첫 번째 사고가 내 삶 전체를 흔들어 놓았기에 더럭 겁부터 났다. 그러다가 전광석화처럼 재호의 얼굴이 스쳤다.
‘아, 재호!’
재호는 어디에 있는 거지. 두리번거렸지만 그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저랑 같이 실려 온 남잔 어디에 있나요?”
“…….”
간절한 질문에도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재차 물었다.
“제 신랑이요, 저랑 있던 남자 괜찮나요?”
여전히 그들은 별 대꾸 없이 내 얼굴이 아닌 아래를 쳐다보며 본체만체했다. 말 그대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뭐야, 이 사람들?’
불쾌한 생각이 들면서 포기하듯 그들이 응시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아악!’
소리쳤지만 비명은 목에서만 맴돈 채 분출되지 않았다.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건 바로 나였다. 의식불명의 또 다른 내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럼 난 누구란 말인가.
‘도플갱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이미 죽어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광경은 영화에서나 보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장면을 똑같이 패러디하고 있었다. 혼수상태라면 아직 죽은 건 아니고, 유체 이탈이라도 했단 말인가. 꿈이길 바랐다. 그러나 지독한 현실이었다.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며가며 의식 없는 나만 쳐다볼 뿐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니 아무도 듣지 못하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러면서 재호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오도카니 서서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난 원치도 않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아니, 죽은 게 아니니 귀신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명명할 수 없는 존재, 그게 나 한영미였다. 암튼 난, 죽지도 제대로 살아있지도 않은 그 무엇이 되고 말았다.
‘반 혼령?’
그간 고단한 삶을 살아왔는데 또 이꼴이라니 허망했다. 처참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누구라도 붙잡고 시비 걸고 싶었다.
“우라질!”
속에서 욕부터 나왔다. 그 망할 놈의 신 탓이라도 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신은 내겐 한없이 가혹한 인사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내 모든 것을 뺏어갈 만큼 나와 철천지원수라도 진 게 분명했다. 갈 수만 있다면 가서 물어야겠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따져야겠다. 대체 전생에 뭔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기에 날 힘들게 하냐고, 송두리째 앗아갈거면 애당초 왜 준거냐고 캐물어야겠다.
“대체 왜?”
인간 세상에도 ‘행불행 질량보전의 법칙’ 이란 게 존재하는데 왜 당신은 내게 불행만 주냐고 추궁할 것이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대가 절정의 행복을 느낄 때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거라고 했다. 아마도 신에게 내가 그런 존재인 듯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잔인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담판이라도 짓고 싶었다. 날 그만 좀 괴롭히라고.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반 혼령 신세였다.
***
“넌 누구더냐?”
“한영미라고 이미 말했잖아!”
“어허! 산 자냐, 죽은 자냐?”
염라대왕은 목에 감긴 칡넝쿨로 인해 안간힘을 쓰며 내게 물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고! 난 뭐야?”
난 염라대왕의 목을 옭아맨 칡넝쿨을 잡아당기며 더 세게 틀어쥐었다.
“망자의 명부에 올라있지 않은 반 혼령입니다. 이보시오, 당장 그 손을 놓으시오! 당장! 어느 안전이라고, 무엄하도다!”
저승 차사는 상황 보고를 하면서도 안절부절못하며 내게 엄포를 놓았지만 죽기 살기를 각오한 나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더이상 잃을게 없어서인가, 무서울 게 없었다. 지옥불이든 염라왕이든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재호가 없는 세상은 내겐 무간지옥이었다.
“여긴 어떻게 왔단 말이더냐?”
“몰래 저승 열차를 탄 듯합니다.”
차사의 설명에 염라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고압적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여긴 죽은 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함부로 들어와서 행패를 부려도 되는 곳이 아니다.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는 그 누구도 용서치 않는다. 얼른 이걸 놓지 못하겠느냐?”
“못 놔!”
“아비지옥에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이미 지옥 맛을 보고 살아서 겁나지 않거든? 당신이야말로 왜 그래?”
“무엇을 말이더냐?”
“나한테 왜 그러는데? 왜 매번 줬다 뺏는 거야? 내가 뭔 잘못을 그리 많이 했는데? 세상에 나쁜 놈들 천진데도 다들 잘 처먹고 잘 사는데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고? 왜, 대체 왜?”
난 흡사 미친 듯이 고래고래 염라대왕의 면전에 소리쳤다.
“찾아내, 우리 재호! 내놔, 우리 재호! 살려내라고, 나도 재호도! 아니면 당신 모가지를 따버리고 말거야.”
나의 협박에도 염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망자가 아니기에 너의 선행이나 악업은 아직 석경으로 볼 수가 없다. 그건 사후에나 볼 수 있는 거라. 넌 명부에 이름이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니가 뭐가 그리 억울해서 날 찾아온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니가 찾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재호, 민재호.”
“차사! 그 이름이 명부에 있는지 찾아 보거라.”
“네에.”
염라는 차분하게 명령하였고 차사는 명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잡고 있던 칡넝쿨을 느슨하게 쥐었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내 몸은 그 칡넝쿨로 칭칭 동여매졌다. 마법처럼 염라의 목에서 내게로 칡넝쿨이 넘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소리도 지를 수가 없었다. 입도 막혀버렸으니까. 박수무당의 충고를 잊은 게 잘못이었다. 절대 한눈팔지 말라고 했는데…….
***
내 눈엔 롤러코스터고, 저승에선 망자들을 실어 나른다는 열차를 타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반 귀신 상태로, 행방불명된 재호를 찾으러 한 달을 쏘다녔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 말을 듣지 못했다. 물을 수도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난 그저 허공에 불과했다. 천애고아인 그를 챙겨줄 사람도, 연락할 곳도 없었다. 우리는 세상에 사고무친, 둘뿐이었다. 그렇기에 무작정 그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나를 찾고 있을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얍!”
급한 마음에 영화에서 본대로 기합까지 넣으며 도술을 흉내냈으나 허사였다. 영화 속의 귀신들에겐 갖가지 능력이 있었지만 난 ‘반 혼령’ 상태여서 그런가, 아무런 재주도 부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운 좋게 귀신과 소통하는 박수무당과 맞닥뜨렸다. 혹시라도 함께 갔던 놀이공원에 그가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갔던 참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나를 알아보는 박수와 마주쳤다. 박수는 흠칫 놀라며 내 눈을 피해 도망쳤지만 난 기어이 따라갔다.
“아저씨! 나 보이죠?”
“아냐, 난 아무것도 안 봤어. 안 보인다고!”
“근데 어떻게 대답을 해요?”
“몰라, 난 몰라!”
반가움에 눈물까지 보이며 말을 시켰지만 박수는 화들짝 놀라면서 모른다고 도리질만 쳐댔다. 하지만 나를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뻥마요! 나 본거 맞잖아요?”
“아니래도! 귀신아 물렀거라!”
“나 죽지 않았어요, 귀신 아니라고요.”
“그래서 너랑 말하면 안 돼! 난 귀신과 대화하는 사람이지 반 혼령과는 상대 안 해! 아니 못 해!
“그래도 내 얘기 좀 들어봐 줘요. 부탁 좀 들어달라고요. 제발요.”
“안된다니까! 저리 꺼져!”
애원했지만 박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도망갔다. 그에 질세라 나 또한 거머리처럼 따라다녔다. 그렇게 보름을 쫓아다니자 두 손 두 발 다 들은 듯 박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부탁이 뭔데?”
“사람을 찾고 있어요.”
“누구?”
“신랑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요.”
박수는 내 얘기를 다 들은 후, 고민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날, 내가 거기 왜 갔는지 알아? 망자 배웅 하러 갔다가 너랑 마주친 거야.”
“망자 배웅?”
“그래. 그 놀이공원에 매달 음력 보름밤이면 저승으로 가는 열차가 서. 망자들만 탈 수 있는 거라 차사들 몰래 타야 돼. 저승으로 가봐, 거기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현재의 넌, 이승에선 암 것도 할 수 없어.”
반 혼령이 된 나 자신도 믿기 어려웠지만 박수가 말하는 망자 배웅이니 저승 열차니 하는 따위의 말들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인 박수에게 치댈 수밖엔 없었다.
“아저씨가 찾아봐주면 되잖아요? 네? 제발요.”
“안 돼. 너랑 난 소통할 수 없다니까! 그걸 어기면 나부터 잡혀갈 거다.”
“누구한테요?”
“누구긴? 저승의 임금한테지.”
“저승 임금이 누군데요?”
“염라대왕.”
“진짜 그런 게 있어요?”
“당근이지. 사후 세계가 있는데, 귀신도 있고.”
“염라가 흔히 말하는 신이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날 반 혼령으로 만든 것도 염라에요?”
“어찌 된 영문인지 거기 가서 알아봐. 근데 쉽게 염라왕을 알현하긴 힘들 거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너, 뭐가 젤 무서워?”
“재호랑 헤어지는 거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니 약점.”
“아, 개라면 질색팔색 해요. 어릴 때 물려서 응급실 다녀온 데다 커서도…….”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진저리를 치는데도 아랑곳 않고 박수는 계속 떠들어댔다.
“그래, 칡넝쿨. 염라왕의 아킬레스건이 그거거든. 그걸 염라의 목에 감아서 틀어쥐고 있으면 돼. 그것도 쉽지는 않을 거다.”
“그걸 어떻게 해요?”
“자고 있을 때 하면 되지. 그렇게 담판을 짓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사람을 내가 알거든. 너도 잘 해봐, 쉽지는 않을 테지만. 참! 절대로 한눈팔면 안 돼. 상황이 역전될 수 있어.”
“무슨 상황이요?”
“천기누설까지 해줬으니 그 담은 니가 알아서 해.”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천신만고 끝에 난 저승 열차에 몰래 오를 수 있었고, 삼엄한 경계를 뚫고 자고 있는 염라의 목에 칡넝쿨까지 감을 수 있었다. 전부 사랑의 힘이었다. 오로지 재호의 생사 여부를 알고 싶고, 그와 재회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결과였다. 진짜 내가 신과 ‘맞장을 뜨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화풀이로 한말이었는데 난 그렇게 염라와 대면했다. 하지만 박수의 말을 숙지하지 못한 대가로 오히려 칡넝쿨에 묶여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저승의 시계로 얼마가 흘렀는지 모르겠으나, 얼마 후 난 다시 염라대왕 앞으로 불려갔다.
“넌 죽은 자가 아니라 저승 법이 네겐 적용되지 않는다. 억울해서 죽지 못한 자들이 반 혼령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십왕들과 상의한 결과 일단은 너의 사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겁 없이 여기까지 찾아온 너의 억울함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테고 어디서 잘못된 건지도 알 수 있을 거라 사려 된다. 네게 소명할 기회를 줄 테니 너 역시 예를 갖추어라.”
“재호는요? 우리 재호는요?”
비로소 나는 염라왕에게 존댓말을 쓰며 제일 먼저 그에 관해 채근했다.
“그도 망자 명부엔 없다.”
“정말요? 진짜요?”
쐐기를 박듯 난 반복해서 되물었다. 그건 재호가 죽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질 만큼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부디 어딘가에 잘 살아있길 바라고 바랐다. 설마 나처럼 반 혼령이 된 건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다.
“시작하거라.”
난 염라왕의 명령에 숨고르기를 한 후, 다짐을 주듯 물었다.
“이게 인간 세계의 신문고죠?”
“어허, 어서 하거라.”
잠시 후, 나는 저승의 왕 앞에서 나의 불행 연대기를 풀기 시작했다.
공중 부양을 하듯 내 몸이 높이 올랐다. 몽롱했다. 꿈인가. 마치 텔레비전의 정지 화면처럼 난 공중에 붕 떠 있었다. 순간 헷갈렸다.
‘아, 뭐지……?’
어린 시절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라면 환장했다. 서서히 레일을 따라 올라갈 때의 두근거림이 좋았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 박동이 날 미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급격히 하강할 때의 짜릿함이란, 번번이 오줌을 지렸는데도 불구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것을 타게 했다. 심할 때는 놀이공원의 개장 시간에 들어가서 폐장까지 롤러코스터만 반복해서 탄 적도 있었다. 급기야 같이 갔던 친구들이 학을 떼서 먼저 돌아간 후, 녹초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지금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삼백 육십도 회전을 하듯 내 몸은 공중을 돌았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빛의 속도로 시멘트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하늘이 노랗다, 머리가 띵하다, 삭신이 쑤신다 등 그동안 알고 있던 단어들의 고통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통고였다. 일순간 머리 뒤에서 뜨겁고 찐득한 액체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직감적으로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재호, 나의 재호가 떠올랐다.
‘살려주세요! 제발 재호와 갈라놓지 마세요!’
한결같이 날 배반하던 신이었지만 그래도 절규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죽기 싫었다. 어떻게 한 결혼인데……. 신혼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음주 차량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반대편 차선의 마주오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며 우리 차와 충돌했다. 오픈카에 앉아있던 그와 난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갔다.
‘재호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또 소리가 목에 갇혔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다쳤어요. 빨리 119좀 불러주세요.”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며 모여드는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내 눈은 재호만을 찾았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같이 튕겨져 나갔는데 어디로 간 거지. 재호야.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또다시 그를 애타게 불렀다. 그리고 어느샌가 정신을 잃었다.
***
“코마입니다.”
“보호자는?”
“경찰에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처음 듣는 굵직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날 내려다보며 대화중이었다. 누구지.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주위를 살폈다.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남자들은 다름 아닌 의사였고.
‘맞다, 교통사고!’
불현듯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남들은 한 번 당하기도 힘들다는 차 관련 사고를 난 삼십 년 동안 두 번이나 겪었다. 신의 심술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첫 번째 사고가 내 삶 전체를 흔들어 놓았기에 더럭 겁부터 났다. 그러다가 전광석화처럼 재호의 얼굴이 스쳤다.
‘아, 재호!’
재호는 어디에 있는 거지. 두리번거렸지만 그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저랑 같이 실려 온 남잔 어디에 있나요?”
“…….”
간절한 질문에도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재차 물었다.
“제 신랑이요, 저랑 있던 남자 괜찮나요?”
여전히 그들은 별 대꾸 없이 내 얼굴이 아닌 아래를 쳐다보며 본체만체했다. 말 그대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뭐야, 이 사람들?’
불쾌한 생각이 들면서 포기하듯 그들이 응시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아악!’
소리쳤지만 비명은 목에서만 맴돈 채 분출되지 않았다.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건 바로 나였다. 의식불명의 또 다른 내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럼 난 누구란 말인가.
‘도플갱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이미 죽어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광경은 영화에서나 보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장면을 똑같이 패러디하고 있었다. 혼수상태라면 아직 죽은 건 아니고, 유체 이탈이라도 했단 말인가. 꿈이길 바랐다. 그러나 지독한 현실이었다.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며가며 의식 없는 나만 쳐다볼 뿐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니 아무도 듣지 못하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무섭고 두려웠다. 그러면서 재호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오도카니 서서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난 원치도 않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아니, 죽은 게 아니니 귀신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명명할 수 없는 존재, 그게 나 한영미였다. 암튼 난, 죽지도 제대로 살아있지도 않은 그 무엇이 되고 말았다.
‘반 혼령?’
그간 고단한 삶을 살아왔는데 또 이꼴이라니 허망했다. 처참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누구라도 붙잡고 시비 걸고 싶었다.
“우라질!”
속에서 욕부터 나왔다. 그 망할 놈의 신 탓이라도 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신은 내겐 한없이 가혹한 인사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내 모든 것을 뺏어갈 만큼 나와 철천지원수라도 진 게 분명했다. 갈 수만 있다면 가서 물어야겠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따져야겠다. 대체 전생에 뭔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기에 날 힘들게 하냐고, 송두리째 앗아갈거면 애당초 왜 준거냐고 캐물어야겠다.
“대체 왜?”
인간 세상에도 ‘행불행 질량보전의 법칙’ 이란 게 존재하는데 왜 당신은 내게 불행만 주냐고 추궁할 것이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대가 절정의 행복을 느낄 때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거라고 했다. 아마도 신에게 내가 그런 존재인 듯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잔인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담판이라도 짓고 싶었다. 날 그만 좀 괴롭히라고.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반 혼령 신세였다.
***
“넌 누구더냐?”
“한영미라고 이미 말했잖아!”
“어허! 산 자냐, 죽은 자냐?”
염라대왕은 목에 감긴 칡넝쿨로 인해 안간힘을 쓰며 내게 물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고! 난 뭐야?”
난 염라대왕의 목을 옭아맨 칡넝쿨을 잡아당기며 더 세게 틀어쥐었다.
“망자의 명부에 올라있지 않은 반 혼령입니다. 이보시오, 당장 그 손을 놓으시오! 당장! 어느 안전이라고, 무엄하도다!”
저승 차사는 상황 보고를 하면서도 안절부절못하며 내게 엄포를 놓았지만 죽기 살기를 각오한 나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더이상 잃을게 없어서인가, 무서울 게 없었다. 지옥불이든 염라왕이든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재호가 없는 세상은 내겐 무간지옥이었다.
“여긴 어떻게 왔단 말이더냐?”
“몰래 저승 열차를 탄 듯합니다.”
차사의 설명에 염라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고압적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여긴 죽은 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함부로 들어와서 행패를 부려도 되는 곳이 아니다.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는 그 누구도 용서치 않는다. 얼른 이걸 놓지 못하겠느냐?”
“못 놔!”
“아비지옥에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이미 지옥 맛을 보고 살아서 겁나지 않거든? 당신이야말로 왜 그래?”
“무엇을 말이더냐?”
“나한테 왜 그러는데? 왜 매번 줬다 뺏는 거야? 내가 뭔 잘못을 그리 많이 했는데? 세상에 나쁜 놈들 천진데도 다들 잘 처먹고 잘 사는데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고? 왜, 대체 왜?”
난 흡사 미친 듯이 고래고래 염라대왕의 면전에 소리쳤다.
“찾아내, 우리 재호! 내놔, 우리 재호! 살려내라고, 나도 재호도! 아니면 당신 모가지를 따버리고 말거야.”
나의 협박에도 염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망자가 아니기에 너의 선행이나 악업은 아직 석경으로 볼 수가 없다. 그건 사후에나 볼 수 있는 거라. 넌 명부에 이름이 없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니가 뭐가 그리 억울해서 날 찾아온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니가 찾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재호, 민재호.”
“차사! 그 이름이 명부에 있는지 찾아 보거라.”
“네에.”
염라는 차분하게 명령하였고 차사는 명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잡고 있던 칡넝쿨을 느슨하게 쥐었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내 몸은 그 칡넝쿨로 칭칭 동여매졌다. 마법처럼 염라의 목에서 내게로 칡넝쿨이 넘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소리도 지를 수가 없었다. 입도 막혀버렸으니까. 박수무당의 충고를 잊은 게 잘못이었다. 절대 한눈팔지 말라고 했는데…….
***
내 눈엔 롤러코스터고, 저승에선 망자들을 실어 나른다는 열차를 타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반 귀신 상태로, 행방불명된 재호를 찾으러 한 달을 쏘다녔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 말을 듣지 못했다. 물을 수도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난 그저 허공에 불과했다. 천애고아인 그를 챙겨줄 사람도, 연락할 곳도 없었다. 우리는 세상에 사고무친, 둘뿐이었다. 그렇기에 무작정 그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나를 찾고 있을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얍!”
급한 마음에 영화에서 본대로 기합까지 넣으며 도술을 흉내냈으나 허사였다. 영화 속의 귀신들에겐 갖가지 능력이 있었지만 난 ‘반 혼령’ 상태여서 그런가, 아무런 재주도 부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운 좋게 귀신과 소통하는 박수무당과 맞닥뜨렸다. 혹시라도 함께 갔던 놀이공원에 그가 찾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갔던 참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나를 알아보는 박수와 마주쳤다. 박수는 흠칫 놀라며 내 눈을 피해 도망쳤지만 난 기어이 따라갔다.
“아저씨! 나 보이죠?”
“아냐, 난 아무것도 안 봤어. 안 보인다고!”
“근데 어떻게 대답을 해요?”
“몰라, 난 몰라!”
반가움에 눈물까지 보이며 말을 시켰지만 박수는 화들짝 놀라면서 모른다고 도리질만 쳐댔다. 하지만 나를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뻥마요! 나 본거 맞잖아요?”
“아니래도! 귀신아 물렀거라!”
“나 죽지 않았어요, 귀신 아니라고요.”
“그래서 너랑 말하면 안 돼! 난 귀신과 대화하는 사람이지 반 혼령과는 상대 안 해! 아니 못 해!
“그래도 내 얘기 좀 들어봐 줘요. 부탁 좀 들어달라고요. 제발요.”
“안된다니까! 저리 꺼져!”
애원했지만 박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도망갔다. 그에 질세라 나 또한 거머리처럼 따라다녔다. 그렇게 보름을 쫓아다니자 두 손 두 발 다 들은 듯 박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부탁이 뭔데?”
“사람을 찾고 있어요.”
“누구?”
“신랑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요.”
박수는 내 얘기를 다 들은 후, 고민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날, 내가 거기 왜 갔는지 알아? 망자 배웅 하러 갔다가 너랑 마주친 거야.”
“망자 배웅?”
“그래. 그 놀이공원에 매달 음력 보름밤이면 저승으로 가는 열차가 서. 망자들만 탈 수 있는 거라 차사들 몰래 타야 돼. 저승으로 가봐, 거기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현재의 넌, 이승에선 암 것도 할 수 없어.”
반 혼령이 된 나 자신도 믿기 어려웠지만 박수가 말하는 망자 배웅이니 저승 열차니 하는 따위의 말들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인 박수에게 치댈 수밖엔 없었다.
“아저씨가 찾아봐주면 되잖아요? 네? 제발요.”
“안 돼. 너랑 난 소통할 수 없다니까! 그걸 어기면 나부터 잡혀갈 거다.”
“누구한테요?”
“누구긴? 저승의 임금한테지.”
“저승 임금이 누군데요?”
“염라대왕.”
“진짜 그런 게 있어요?”
“당근이지. 사후 세계가 있는데, 귀신도 있고.”
“염라가 흔히 말하는 신이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날 반 혼령으로 만든 것도 염라에요?”
“어찌 된 영문인지 거기 가서 알아봐. 근데 쉽게 염라왕을 알현하긴 힘들 거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너, 뭐가 젤 무서워?”
“재호랑 헤어지는 거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니 약점.”
“아, 개라면 질색팔색 해요. 어릴 때 물려서 응급실 다녀온 데다 커서도…….”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진저리를 치는데도 아랑곳 않고 박수는 계속 떠들어댔다.
“그래, 칡넝쿨. 염라왕의 아킬레스건이 그거거든. 그걸 염라의 목에 감아서 틀어쥐고 있으면 돼. 그것도 쉽지는 않을 거다.”
“그걸 어떻게 해요?”
“자고 있을 때 하면 되지. 그렇게 담판을 짓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사람을 내가 알거든. 너도 잘 해봐, 쉽지는 않을 테지만. 참! 절대로 한눈팔면 안 돼. 상황이 역전될 수 있어.”
“무슨 상황이요?”
“천기누설까지 해줬으니 그 담은 니가 알아서 해.”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천신만고 끝에 난 저승 열차에 몰래 오를 수 있었고, 삼엄한 경계를 뚫고 자고 있는 염라의 목에 칡넝쿨까지 감을 수 있었다. 전부 사랑의 힘이었다. 오로지 재호의 생사 여부를 알고 싶고, 그와 재회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결과였다. 진짜 내가 신과 ‘맞장을 뜨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화풀이로 한말이었는데 난 그렇게 염라와 대면했다. 하지만 박수의 말을 숙지하지 못한 대가로 오히려 칡넝쿨에 묶여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저승의 시계로 얼마가 흘렀는지 모르겠으나, 얼마 후 난 다시 염라대왕 앞으로 불려갔다.
“넌 죽은 자가 아니라 저승 법이 네겐 적용되지 않는다. 억울해서 죽지 못한 자들이 반 혼령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십왕들과 상의한 결과 일단은 너의 사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겁 없이 여기까지 찾아온 너의 억울함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테고 어디서 잘못된 건지도 알 수 있을 거라 사려 된다. 네게 소명할 기회를 줄 테니 너 역시 예를 갖추어라.”
“재호는요? 우리 재호는요?”
비로소 나는 염라왕에게 존댓말을 쓰며 제일 먼저 그에 관해 채근했다.
“그도 망자 명부엔 없다.”
“정말요? 진짜요?”
쐐기를 박듯 난 반복해서 되물었다. 그건 재호가 죽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질 만큼 반가운 소식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부디 어딘가에 잘 살아있길 바라고 바랐다. 설마 나처럼 반 혼령이 된 건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다.
“시작하거라.”
난 염라왕의 명령에 숨고르기를 한 후, 다짐을 주듯 물었다.
“이게 인간 세계의 신문고죠?”
“어허, 어서 하거라.”
잠시 후, 나는 저승의 왕 앞에서 나의 불행 연대기를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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