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에필로그
조회 : 2,108 추천 : 0 글자수 : 1,652 자 2022-12-20
48. 에필로그
진수의 전생 기억이 돌아온 후, 몇 십 년 잠들어 있던 내 육체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급기야 반 혼령을 졸업하고 육체와 영혼이 만나 온전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난 육 개월 째 재활치료에 전념중이다. 재호는, 아니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진수는 변함없이 날 소중하게 지켜주었다. 이제 그가 재호든 진수든 상관없었다. 그는 나의 연인일 뿐이었다. 난 그와 약속한 신혼여행을 다시 가기 위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부단히 노력했다.
“영미야! 넘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
“아냐, 빨리 자기랑 여행 가서 로망 실현하고 싶어서 그래.”
“엉큼하긴. 크크. 근데 어쩌냐? 진영이 데꾸 가야 하는데. 초딩을 혼자 두고 우리끼리 갈 수는 없잖아.”
“뭐야? 누가 신혼여행에 시누이를 데꾸 가냐? 싫어.”
“야! 니들 왜 그래? 사랑과 전쟁 찍어? 벌써부터 날 사이에 두고 시샘하면 어째?”
“시누이 데꾸 가서 퍽이나 잼나겠다. 나 안가!”
“맞다! 박수 아저씨한테 진영이 맡기고 갈까?”
“아, 그럼 되겠네.”
“자기야! 나 근데 어쩌지?”
“왜?”
“딸꾹!”
그는 우리만의 은밀한 암호를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십대냐? 나 아직 환자거든?”
“안될까? 딸꾹!”
난 눈을 흘기면서도 행복했다. 평온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이렇게 큰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문득 염라대왕이 생각났다. 신은 약속을 지켰다. 나의 능력치를 높게 평가해주었고 선처를 베풀었다. 난 이제 신을 믿는다. 신은 절대로 내 안티가 아니었다. 모든 것엔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게 부모의 죗값일지라도 그것 또한 내가 감당할 몫이라면 견뎌내야만 했다. 신은 그걸 내게 가르쳐 주었다. 먼 길을 돌아서 왔지만 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신께 감사드린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미워하지 않는다. 이정문은 아들과 함께 죗값을 치루고 있다. 이정문 부자 또한 스스로 깨닫기를 바랄뿐이다. 왜냐면 이정문이나 이경한이나 내 아버지의 피를 받은 자식이니까. 당장은 어려워도 그들 또한 용서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의 악업으로 또 다른 악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박수의 말을 듣고 더 확고해졌다.
“나도 차사에게 들은 얘기야. 너희 아버지가 염라대왕 앞에서 간청했대. 자신의 악업으로 자식들에게 죗값을 물리지 말아달라고. 억만년 지옥 불에 시달려도 좋으니까 부디 그렇게 해달라고. 아마도 그것도 염라대왕의 맘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암, 작용 했을 거야. 신은 너그럽잖아.”
“뭔 작용?”
“반씨에게 선처를 베푼 거. 나를 조력자로 임명한 거.”
“아, 맞다. 그때 그래서 울 아버지만 불쌍하다고 편들었구나? 울 엄마랑 계모 등쌀에 아버지만 불쌍하다고.”
“맞잖아. 저승법상 말할 수도 없고 답답해서 혼났어. 반씨가 아버지를 넘 오해하고 있어서 가슴 아팠다고.”
난 박수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왠지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나더러 반씨라고 할래? 반 혼령 졸업한지가 언젠대?”
“그럼 뭐라고 불러?”
“딸. 진수가 박수 모시고 살자던데. 효도할게. 크크크.”
“차라리 할머니랑 결혼할게.”
난 박수의 말을 들으며 박장대소했다. 행복했다. 이젠 이 행복이 도망갈까봐 불안하지 않았다. 신을 믿으니까. 신은 영원히 내 편이니까.
- 끝 -
진수의 전생 기억이 돌아온 후, 몇 십 년 잠들어 있던 내 육체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급기야 반 혼령을 졸업하고 육체와 영혼이 만나 온전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난 육 개월 째 재활치료에 전념중이다. 재호는, 아니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진수는 변함없이 날 소중하게 지켜주었다. 이제 그가 재호든 진수든 상관없었다. 그는 나의 연인일 뿐이었다. 난 그와 약속한 신혼여행을 다시 가기 위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부단히 노력했다.
“영미야! 넘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
“아냐, 빨리 자기랑 여행 가서 로망 실현하고 싶어서 그래.”
“엉큼하긴. 크크. 근데 어쩌냐? 진영이 데꾸 가야 하는데. 초딩을 혼자 두고 우리끼리 갈 수는 없잖아.”
“뭐야? 누가 신혼여행에 시누이를 데꾸 가냐? 싫어.”
“야! 니들 왜 그래? 사랑과 전쟁 찍어? 벌써부터 날 사이에 두고 시샘하면 어째?”
“시누이 데꾸 가서 퍽이나 잼나겠다. 나 안가!”
“맞다! 박수 아저씨한테 진영이 맡기고 갈까?”
“아, 그럼 되겠네.”
“자기야! 나 근데 어쩌지?”
“왜?”
“딸꾹!”
그는 우리만의 은밀한 암호를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십대냐? 나 아직 환자거든?”
“안될까? 딸꾹!”
난 눈을 흘기면서도 행복했다. 평온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이렇게 큰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문득 염라대왕이 생각났다. 신은 약속을 지켰다. 나의 능력치를 높게 평가해주었고 선처를 베풀었다. 난 이제 신을 믿는다. 신은 절대로 내 안티가 아니었다. 모든 것엔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게 부모의 죗값일지라도 그것 또한 내가 감당할 몫이라면 견뎌내야만 했다. 신은 그걸 내게 가르쳐 주었다. 먼 길을 돌아서 왔지만 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신께 감사드린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미워하지 않는다. 이정문은 아들과 함께 죗값을 치루고 있다. 이정문 부자 또한 스스로 깨닫기를 바랄뿐이다. 왜냐면 이정문이나 이경한이나 내 아버지의 피를 받은 자식이니까. 당장은 어려워도 그들 또한 용서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의 악업으로 또 다른 악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박수의 말을 듣고 더 확고해졌다.
“나도 차사에게 들은 얘기야. 너희 아버지가 염라대왕 앞에서 간청했대. 자신의 악업으로 자식들에게 죗값을 물리지 말아달라고. 억만년 지옥 불에 시달려도 좋으니까 부디 그렇게 해달라고. 아마도 그것도 염라대왕의 맘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암, 작용 했을 거야. 신은 너그럽잖아.”
“뭔 작용?”
“반씨에게 선처를 베푼 거. 나를 조력자로 임명한 거.”
“아, 맞다. 그때 그래서 울 아버지만 불쌍하다고 편들었구나? 울 엄마랑 계모 등쌀에 아버지만 불쌍하다고.”
“맞잖아. 저승법상 말할 수도 없고 답답해서 혼났어. 반씨가 아버지를 넘 오해하고 있어서 가슴 아팠다고.”
난 박수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왠지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나더러 반씨라고 할래? 반 혼령 졸업한지가 언젠대?”
“그럼 뭐라고 불러?”
“딸. 진수가 박수 모시고 살자던데. 효도할게. 크크크.”
“차라리 할머니랑 결혼할게.”
난 박수의 말을 들으며 박장대소했다. 행복했다. 이젠 이 행복이 도망갈까봐 불안하지 않았다. 신을 믿으니까. 신은 영원히 내 편이니까.
- 끝 -
작가의 말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닫기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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