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마왕 이야기(5)
조회 : 990 추천 : 0 글자수 : 1,076 자 2022-12-14
“저희 길다가… 성녀라고요.”
“그렇습니다. 저희 성기사들이 오 년을 찾아 헤맨 그 성녀님이 맞습니다. 이 황금을 녹여낸 듯한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홀리몰리 신님의 가호를 받는다는 증표이지요.”
“세상에…. 오 년 전이라면 길다가 갑자기 머리색이 변했던 때예요. 설마 우리 길다가 성녀였다니.”
“성녀님을 신전으로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성녀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부모님의 사이에 끼어 앉아 잠자코 어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길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잠깐! 저는 가기 싫어요….”
하지만 본심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자신이 신전에 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아차린 이 똑똑한 소녀는 이내 말을 흐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고집부리는 대신 성기사에게 질문했습니다.
“아저씨. 그렇다면 제 친구도 저와 함께 가도 되나요? 착한데,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따돌림당하고 있어요.”
“저런, 딱한 사정이군요. 그렇게 하십시오. 성녀님의 권한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이상하다. 왜 길다가 안 오지?
이미 한참 전에 갈 준비를 마친 첼이 불안해서 집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길다가 분명 해 뜨자마자 짐 싸는 걸 도우러 오겠다고 했으니 원래라면 한참 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물론 첼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괜히 중간에 엇갈릴까 봐, 그래서 길다가 헛걸음하게 될까 봐, 조금 더 수고로워질까 봐 문밖을 떠나지도 못하고 야속한 시간만 흘러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첼은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가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요.
그래도 덕분에 길다를 먼저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첼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원고들을 소중하고 품고 대문을 밀었어요.
끼익-.
“어?”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우연히 마주친 그것은 첼이 기다리지도, 그렇다고 예상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소름 돋아 얼굴이 새파래진 첼을 보며 그것이 끔찍한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습니다.
“찾았다.”
“그렇습니다. 저희 성기사들이 오 년을 찾아 헤맨 그 성녀님이 맞습니다. 이 황금을 녹여낸 듯한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홀리몰리 신님의 가호를 받는다는 증표이지요.”
“세상에…. 오 년 전이라면 길다가 갑자기 머리색이 변했던 때예요. 설마 우리 길다가 성녀였다니.”
“성녀님을 신전으로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성녀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부모님의 사이에 끼어 앉아 잠자코 어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길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잠깐! 저는 가기 싫어요….”
하지만 본심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자신이 신전에 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아차린 이 똑똑한 소녀는 이내 말을 흐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고집부리는 대신 성기사에게 질문했습니다.
“아저씨. 그렇다면 제 친구도 저와 함께 가도 되나요? 착한데,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따돌림당하고 있어요.”
“저런, 딱한 사정이군요. 그렇게 하십시오. 성녀님의 권한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이상하다. 왜 길다가 안 오지?
이미 한참 전에 갈 준비를 마친 첼이 불안해서 집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길다가 분명 해 뜨자마자 짐 싸는 걸 도우러 오겠다고 했으니 원래라면 한참 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물론 첼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괜히 중간에 엇갈릴까 봐, 그래서 길다가 헛걸음하게 될까 봐, 조금 더 수고로워질까 봐 문밖을 떠나지도 못하고 야속한 시간만 흘러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첼은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가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요.
그래도 덕분에 길다를 먼저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첼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원고들을 소중하고 품고 대문을 밀었어요.
끼익-.
“어?”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우연히 마주친 그것은 첼이 기다리지도, 그렇다고 예상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소름 돋아 얼굴이 새파래진 첼을 보며 그것이 끔찍한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습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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