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 마왕 이야기(8)
조회 : 1,686 추천 : 0 글자수 : 1,107 자 2022-12-19
“마지막으로 이거라도….”
뒤에서 부하들이 요란 떠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성녀의 빛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운 그녀가 이제 와서 그 가녀린 팔을 뻗는다 한들 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할 것이 자명했습니다.
톡.
참 희한하지요.
“너에게 축복을.”
그를 쓰러트리러 온 적과 맞닿은 부분이 이리도… 아프지 않다니.
“너는 앞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 속에서 많이 사랑받고, 사랑을 주고, 행복하게 웃게 될 거야. 너에게 꼭 이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쿨럭!”
작은 반짝거림과 둔탁한 기침 소리를 마지막으로 성녀의 빛은 완전히 사그라들었습니다.
….
홀리몰리 신의 대리인마저 사라진 지금, 이제 마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마왕과 그의 부하들은 대륙을 온통 시커멓게 물들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던 드넓은 땅덩어리에는 침묵만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원하는 것은 전부 이뤘고 그가 원했던 복수 또한 마쳤을 터인데, 마왕이 결국 손에 넣은 것은 만족감이나 희열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마왕은 한때 증오로 물들었던 눈을 천천히 감았습니다.
그렇게 마왕 또한 어둠의 일부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
--.
“제이!”
어?
제이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양손과 몸을 여기저기 살폈습니다. 검고 긴 손들은 어느새 뽀얗고 보송한 살결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마치 그가 인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제이! 아까부터 불러도 왜 대답을 안 해? 어디 아파?”
얼굴에 주근깨가 난 주황 머리 소녀가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번 생의 마왕에게는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이번 생의 그는 확실히 아는 얼굴이었어요.
“…아니. 난 괜찮아, 엠마.”
“괜찮은 거 맞지? 지금부터 재앙의 핵을 부수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건데, 컨디션 안 좋으면 그전에 말해야 해.”
아, 그렇구나.
소꿉친구인 엠마의 말을 들으며 제이는 피식 웃었습니다.
자신의 전생을 자각하게 된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습게만 느껴질 뿐이었거든요.
한때 대륙을 위협하는 마왕이었던 그가 다른 세계의 다른 생명체로 환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용사로요.
뒤에서 부하들이 요란 떠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성녀의 빛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운 그녀가 이제 와서 그 가녀린 팔을 뻗는다 한들 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할 것이 자명했습니다.
톡.
참 희한하지요.
“너에게 축복을.”
그를 쓰러트리러 온 적과 맞닿은 부분이 이리도… 아프지 않다니.
“너는 앞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 속에서 많이 사랑받고, 사랑을 주고, 행복하게 웃게 될 거야. 너에게 꼭 이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쿨럭!”
작은 반짝거림과 둔탁한 기침 소리를 마지막으로 성녀의 빛은 완전히 사그라들었습니다.
….
홀리몰리 신의 대리인마저 사라진 지금, 이제 마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마왕과 그의 부하들은 대륙을 온통 시커멓게 물들였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던 드넓은 땅덩어리에는 침묵만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원하는 것은 전부 이뤘고 그가 원했던 복수 또한 마쳤을 터인데, 마왕이 결국 손에 넣은 것은 만족감이나 희열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마왕은 한때 증오로 물들었던 눈을 천천히 감았습니다.
그렇게 마왕 또한 어둠의 일부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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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어?
제이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양손과 몸을 여기저기 살폈습니다. 검고 긴 손들은 어느새 뽀얗고 보송한 살결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마치 그가 인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은….
“제이! 아까부터 불러도 왜 대답을 안 해? 어디 아파?”
얼굴에 주근깨가 난 주황 머리 소녀가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번 생의 마왕에게는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이번 생의 그는 확실히 아는 얼굴이었어요.
“…아니. 난 괜찮아, 엠마.”
“괜찮은 거 맞지? 지금부터 재앙의 핵을 부수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건데, 컨디션 안 좋으면 그전에 말해야 해.”
아, 그렇구나.
소꿉친구인 엠마의 말을 들으며 제이는 피식 웃었습니다.
자신의 전생을 자각하게 된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습게만 느껴질 뿐이었거든요.
한때 대륙을 위협하는 마왕이었던 그가 다른 세계의 다른 생명체로 환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용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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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김악마인 내가 이세계에 떨어졌는데 용사가 된 건에 대하여 (악마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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