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언리얼의 환각인가 싶었는데, 환각 같은 것도 아니다. 
푹신푹신한 여관 침대의 감촉이라던가, 자기 자신이 서 있는위치를 의식하고 있으면 진짜라는게 느껴진다.
나, 방금 전까지 언리얼과 전투하고 있던 중 아니었나? 
세라핌이랑 차례로 쓰러져서 곤혹을 치르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내가 그동안 나쁜 꿈을 꾼 것인가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드디어 일어났군, 마스터.”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나는 그 남자의 이름을 안다. 명령 프롬프트…아니 커맨더 프롬프트다.
첫인상으로는 꽤 수수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꽤 잘생겼다. …크흠.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지만 꽤 잘 만들어졌네. 하지만 내 눈앞에 존재하는 이상 가상이 아니잖아?
어느새 딴 이야기로 새 버렸다. 그래서 이건 현실이라는 거지? 프롬프트는 내 생각이라도 읽은 사람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나는 프롬에게 지금 있는 위치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프롬은 순순하게 대답해주었다.
“여관이야. 아무래도 너만 여관으로 돌아온 것 같아.”
“나만 돌아왔다고?”
“제트의 수호. 너 자신의 시점을 과거로 돌린 모양이야.”
“그러면 내 용병들은? 세라핌이랑 케루빔은?”
“같이 오지 못했다는 건 죽었거나, 아직 그곳에 있겠지.”

그러고보니 내 게임의 장르를 잊고 있었다. 내 게임은, 한 번 죽으면 게임 세상이 완전히 리셋되어버리는 세계라고. 만약의, 혹시의 경우이지만. 내 용병들이 리셋되어 버리면? 죽은 것이 저장되어버리지 않았다면?

“… 함께 죽을 각오를 했는데. 그곳에서 죽지 못했어. 아아,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나는 최악이다.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야!
내가 그런 생각으로 넋을 잃고 있자 프롬이 내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아, 이야. 이 자식 힘도 좋은걸.
“이봐, 그들이 없는 상태에서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힘이 되어줄 수도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러니까, 나를 용병으로 고용하라는 소리야. 딜러가 모자라지? 내가 기꺼이 딜러가 되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