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조회 : 1,129 추천 : 0 글자수 : 5,581 자 2022-12-06
십자가의 장갑을 낀 남성이 감염자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이 총은 악마를 녹여 만든 총입니다.”
그의 말에 다들 협회의 사람들은 당황하며 서로를 보았다.
“구어억!”
감염자의 괴성.
“어디 악마 따위가 신의 대리인 앞에 서느냐?!”
쾅!
거대한 총소리와 함께 감염자의 몸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성스러운 무기.”
김대현은 그가 말한 악마라는 것의 정체를 듣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당신은 누굽니까?”
“전, 한때 아이들이 가리켰던 홍연기라 합니다.”
“홍···, 연기?”
김대현은 과거 구현진의 개인정보를 읽어본 적이 있다.
‘희망 중학교 집단 자살 사건’
세상은 이 사건 이후,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길 원했다.
그러나 가해자 ‘홍연기’는 증거 부족으로 낮은 형량을 살고 나왔다.
“당신이 원흉이었군.”
혐오스러운 얼굴. 그러자 홍연기는 활짝 웃으며 김대현에게 다가가 그의 양어깨를 두드렸다.
“전 신의 뜻을 받아 당신들을 구원하려 왔습니다. 그들은 사람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제 행동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간 것입니다.”
“악마? 넌 미성년에게 성추행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한 쓰레기라고···.”
김대현과 홍연기의 대화 중,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던 군복을 입은 나이 든 남성이 끼어들었다.
“내가 듣기에 이 친구의 말이 맞는 거 같군.”
군복을 입은 남성은 현, 국방부 장관이었다.
“범죄자입니다.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김대현의 충고에 그의 얼굴에 핏줄이 올라섰다.
“국민들을 위협하는 그것들을 사람으로 볼 수는 없어.”
“돌연변이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나? 사람이 저런 재앙을 만들 수 있나?”
바닥에 싸늘한 재가 되어버린 감염자.
김대현은 더 이상 답하지 못하였다.
저런 자의 힘을 빌려야 되는 건가?
“돌연변이를 처리할 수 있는 무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가?”
“악마의 시체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홍연기의 말에 만족하듯, 회의는 종료되었다.
***
“죽어."
칼을 든 영웅이 구현진에게 다가왔다.
“스승님. 오늘은 쉬죠. 피곤해요.”
“누가 스승이야?!”
2년간을 서로 같은 공간에서 온종일 싸웠으면 스승과 제자 아닌가?
빛을 잃지 않은 영웅의 검기. 그것은 구현진의 육체를 몇 번이고 배웠다.
“뭐가 진짜일까요?”
그러나 구현진은 여유로웠다.
지금 그의 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2년을 영웅과 싸우며 자신도 모르던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영웅!”
“여깁니다!”
“스승, 전 뒤에 있어요.”
검붉은 에너지는 구현진과 동일한 인물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을 베면 피고 나고 숨도 멈춘다.
아무리 봐도 죽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구현진의 분신은 아무리 베도 계속 생성되었다.
“힘내요! 스승!”
멀리서 책을 읽으며 응원하는 구현진. 짜증이 난 영웅은 하체에 힘을 줘, 단번에 구현진의 눈앞으로 도약하였다.
쓱!
2년이란 시간은 최강이라 불리던 영웅마저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으악!”
책을 읽던 현진은 방금 죽었다.
그러나
“전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구현진들이 있었다.
“적당히 좀 해! 이게 진짜 악몽이야!”
그에게 [악몽]이란 능력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건 단순한 나와 동일한 인물에 불과하다.
“대체 뭐가 본체인 거야?!”
“몇 번을 말합니까. 모두가 본체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난 과거 구현진이 했듯,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나와 동일한 나 자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면 이길 방법이 없잖아!”
“정말 누가 아니래요? 솔직히 불사의 능력을 가진 건 사기죠.”
그의 말을 그대로 갚아줬다.
나한테는 죽음이 찾아오지만, 영웅이 가진 불사의 능력은 아무리 그를 죽여도 다시 되살아난다.
“후~ 그만하지.”
“왜요?”
“2년 동안 통감했다. 우리의 싸움은 무의미하다고.”
대짜로 누워버린 영웅의 앞에 다가갔다.
“영웅 씨~ 정말 포기하신 겁니까?”
“그래. 네가 사람을 해칠만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
영웅의 매서운 눈이 날 노려보았다.
“밖은 어떤 상황이야?”
그의 질문에 난 눈을 감았다.
“여전하네요.”
“여전하다니?”
“사람은 사람을 해치며 살아가는 거죠.”
내 말이 끝나자 영웅은 배에 힘을 줘, 일어났다.
“재앙.”
“예?”
“네가 만들려는 세상은 대체 뭐야?”
그의 말에 고민하였다.
내가 만들 세상.
옛날 같으면 모두가 웃는 세상이라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말의 모순점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현실적인 답은.
“제 친구들이 행복하게 사는 거요.”
구현진의 웃음에 영웅은 어이없다는 듯, 질문했다.
“모두가 다치고, 사라져도 괜찮다는 건가?”
“물론이죠.”
***
이하연은 감염자와 싸웠다.
“은희야.”
“후~ 이거 꼭 해야 돼?”
“응? 아니, 응. 해야지!”
이하연의 눈은 특별했다.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감염자를 보는 것만으로 무력화시켰다.
그녀가 무력화에 성공하면 진은희는 검붉은 안개를 이용해 괴물을 없애버렸다.
“성공했네!”
“저 정도의 에너지는 별거 없어.”
“에너지?”
“결국 저것도 이예은이 만든 에너지 덩이에 불과하잖아.”
세상은 저들을 감염자라 불렀지만, 진은희는 에너지 덩이라 불렀다.
따분하다는 한숨을 쉬는 진은희의 눈이 갑작스레 커졌다.
“왜 그래?”
하연이 묻자 진은희는 말하였다.
“싸움 끝났네.”
“싸움이···, 현진은 괜찮은 거야?!”
과격해진 하연의 동작에 진은희는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그래.”
“현진이 이겼구나···.”
“이겼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은희가 붉은 하늘의 세상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굳게 닫힌 문이 열리듯 차원의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야.”
“현진아!”
상처투성이의 모습인 현진을 보며 하연은 안겼다.
“이제 나올 수 있구나!”
“음···, 아직 난 저 안에 있지만.”
“뭐?”
하연의 물음에 현진은 자신의 분신을 만들었다.
“깨달음을 얻은 난 분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
“깨달음?”
“응. 그것은 정말 험난하고 위험한···.”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지자 진은희가 구현진의 등에 올라탔다.
“망할 놈은?”
“망할···, 아, 영웅 씨는 안에 있어.”
“걸리적거리는 놈을 어찌 처분하지.”
“그냥 내버려 두어도 괜찮아.”
“또 나오는 거 아니야?”
진은희는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내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막고 있는 거구나.”
수많은 내 인격들이 그가 절대 나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내 친구들의 앞길을 방해할 순 없지. 이예은은?”
“사려졌어.”
이예은이 사라졌다.
그녀의 생각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혐오하니까.
“현진, 이제 그만하자.”
잠시 망설이는 내 손을 잡는 이하연. 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러고야 싶은데···, 아마 불가능할 거야.”
멀리서 지규혁이 다급히 달려왔다.
“현진아! 왔구나! 넌 정말 왜 자꾸 사라지는 거야?!”
“하하, 오랜만이네. 어? 너 살 빠졌어?”
전에 봤던 지규혁은 살집이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지규혁의 몸은 상당히 말랐다.
“그야···, 그렇지···.”
마음고생 좀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현진아, 임경훈하고 염씨가 사고를 치고 있어.”
응? 임경훈? 염씨? 그게 누구였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지규혁이 화를 내었다.
“우리 같은 반 친구! 염씨는 그 사이비 종교!”
아, 기억났다.
“다시 나쁜 짓을 하려는 거야?”
“그건···.”
지규혁은 복잡한 심경으로 설명해주었다.
염씨는 감염자와 폭주한 돌연변이한테서 사람을 구하였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도운 거라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슨 속셈으로 그 아저씨가 그러는지 모르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야.”
“설마 악심을 품었겠어?”
“염씨라면···.”
아, 그럴지도···.
난 하연을 보고 손을 들었다.
“나중에 보자, 하연아. 염씨 좀 만나보고 올게.”
그러나 하연은 내 손을 잡고 나주지 않았다.
“왜 그래?”
“나도 같이 가.”
“같이? 아마 더러운 꼴 볼 텐데.”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를 신앙하던 신자들이 믿음을 잃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들이.
“이제···, 혼자는 싫어.”
그녀의 검붉은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알겠어.”
하연은 불안한 거구나.
***
“모두들 웃어! 웃으면 저들은 우리의 털 하나 건들지 못할 거야!”
두 손을 든 30대의 아저씨의 모습을 한 염씨가 연설하였다.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웃음 신님! 제 아들을 구해주세요! 감염이 돼서···, 몇 날 며칠 밥도 못 먹고···, 이대로라면 괴물이 되어버릴 거예요!”
어머니의 간절한 애원.
염씨는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아드님을 데리고 앞으로 올라오도록.”
염씨의 말을 들은 여성이 밝아진 표정과 걱정의 표정이 반반 섞였다.
그녀는 서둘러 염씨의 앞으로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으어어어.”
이미 언어능력을 상실한 아들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저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그것은 괴물이 되어 사람을 공격할 것이다.
“모두 기도해줘! 모두의 힘이 모여야 이 아이를 구원할 수 있어.”
말을 끝내자 신자들이 양손을 비비며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도에 답하듯, 염씨는 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를 웃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괴물! 나가지 못할까!”
그의 손이 아이의 머리에 닿은 순간,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아이의 한쪽 얼굴은 이미 붉은 살덩이로 변모하였다.
몸의 이곳저곳에 살구색이 아닌 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엄마···, 아파···.”
방금까지 말을 못 하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영아!”
여성은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가 아이를 껴안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염씨의 손길이 닿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살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성도 되찾은 듯, 아이는 울면서 엄마한테 매달렸다.
“이미 변모한 신체 기관은 되돌릴 수 없네. 정말 미안하네.”
아이의 한쪽 눈은 사라져 있었다.
“살아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돈은···.”“돈은 필요 없어. 나에 대한 믿음이면 충분해.”
“웃음 신님···.”
말을 끝낸 염씨는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같이 재앙 속, 웃어보자! 하하하!”
그의 말이 끝나자 신자들이 미친 듯, 웃어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예요, 염씨.”
수많은 신자 속에 현진이 손을 들어 인사하였다.
그러자 방금까지 환하게 웃던 염씨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져 버렸다.
“현진?!!”
“하하! 오랜만이야! 웃음 신 좋네! 나도 같이 웃자!”
“아니, 응?! 응?!!”
“뭐, 설마 찔리는 짓이라도 한 거야?”
“그럴 리가 있나?! 보고 싶었다 정말···.”
“응, 나도 보고 싶었어.”
사실 염씨의 존재를 까먹었지만···.
“이 총은 악마를 녹여 만든 총입니다.”
그의 말에 다들 협회의 사람들은 당황하며 서로를 보았다.
“구어억!”
감염자의 괴성.
“어디 악마 따위가 신의 대리인 앞에 서느냐?!”
쾅!
거대한 총소리와 함께 감염자의 몸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성스러운 무기.”
김대현은 그가 말한 악마라는 것의 정체를 듣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당신은 누굽니까?”
“전, 한때 아이들이 가리켰던 홍연기라 합니다.”
“홍···, 연기?”
김대현은 과거 구현진의 개인정보를 읽어본 적이 있다.
‘희망 중학교 집단 자살 사건’
세상은 이 사건 이후,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길 원했다.
그러나 가해자 ‘홍연기’는 증거 부족으로 낮은 형량을 살고 나왔다.
“당신이 원흉이었군.”
혐오스러운 얼굴. 그러자 홍연기는 활짝 웃으며 김대현에게 다가가 그의 양어깨를 두드렸다.
“전 신의 뜻을 받아 당신들을 구원하려 왔습니다. 그들은 사람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제 행동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간 것입니다.”
“악마? 넌 미성년에게 성추행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한 쓰레기라고···.”
김대현과 홍연기의 대화 중,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던 군복을 입은 나이 든 남성이 끼어들었다.
“내가 듣기에 이 친구의 말이 맞는 거 같군.”
군복을 입은 남성은 현, 국방부 장관이었다.
“범죄자입니다.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김대현의 충고에 그의 얼굴에 핏줄이 올라섰다.
“국민들을 위협하는 그것들을 사람으로 볼 수는 없어.”
“돌연변이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나? 사람이 저런 재앙을 만들 수 있나?”
바닥에 싸늘한 재가 되어버린 감염자.
김대현은 더 이상 답하지 못하였다.
저런 자의 힘을 빌려야 되는 건가?
“돌연변이를 처리할 수 있는 무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가?”
“악마의 시체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홍연기의 말에 만족하듯, 회의는 종료되었다.
***
“죽어."
칼을 든 영웅이 구현진에게 다가왔다.
“스승님. 오늘은 쉬죠. 피곤해요.”
“누가 스승이야?!”
2년간을 서로 같은 공간에서 온종일 싸웠으면 스승과 제자 아닌가?
빛을 잃지 않은 영웅의 검기. 그것은 구현진의 육체를 몇 번이고 배웠다.
“뭐가 진짜일까요?”
그러나 구현진은 여유로웠다.
지금 그의 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2년을 영웅과 싸우며 자신도 모르던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영웅!”
“여깁니다!”
“스승, 전 뒤에 있어요.”
검붉은 에너지는 구현진과 동일한 인물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을 베면 피고 나고 숨도 멈춘다.
아무리 봐도 죽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구현진의 분신은 아무리 베도 계속 생성되었다.
“힘내요! 스승!”
멀리서 책을 읽으며 응원하는 구현진. 짜증이 난 영웅은 하체에 힘을 줘, 단번에 구현진의 눈앞으로 도약하였다.
쓱!
2년이란 시간은 최강이라 불리던 영웅마저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으악!”
책을 읽던 현진은 방금 죽었다.
그러나
“전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구현진들이 있었다.
“적당히 좀 해! 이게 진짜 악몽이야!”
그에게 [악몽]이란 능력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건 단순한 나와 동일한 인물에 불과하다.
“대체 뭐가 본체인 거야?!”
“몇 번을 말합니까. 모두가 본체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난 과거 구현진이 했듯,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나와 동일한 나 자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면 이길 방법이 없잖아!”
“정말 누가 아니래요? 솔직히 불사의 능력을 가진 건 사기죠.”
그의 말을 그대로 갚아줬다.
나한테는 죽음이 찾아오지만, 영웅이 가진 불사의 능력은 아무리 그를 죽여도 다시 되살아난다.
“후~ 그만하지.”
“왜요?”
“2년 동안 통감했다. 우리의 싸움은 무의미하다고.”
대짜로 누워버린 영웅의 앞에 다가갔다.
“영웅 씨~ 정말 포기하신 겁니까?”
“그래. 네가 사람을 해칠만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
영웅의 매서운 눈이 날 노려보았다.
“밖은 어떤 상황이야?”
그의 질문에 난 눈을 감았다.
“여전하네요.”
“여전하다니?”
“사람은 사람을 해치며 살아가는 거죠.”
내 말이 끝나자 영웅은 배에 힘을 줘, 일어났다.
“재앙.”
“예?”
“네가 만들려는 세상은 대체 뭐야?”
그의 말에 고민하였다.
내가 만들 세상.
옛날 같으면 모두가 웃는 세상이라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말의 모순점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현실적인 답은.
“제 친구들이 행복하게 사는 거요.”
구현진의 웃음에 영웅은 어이없다는 듯, 질문했다.
“모두가 다치고, 사라져도 괜찮다는 건가?”
“물론이죠.”
***
이하연은 감염자와 싸웠다.
“은희야.”
“후~ 이거 꼭 해야 돼?”
“응? 아니, 응. 해야지!”
이하연의 눈은 특별했다.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감염자를 보는 것만으로 무력화시켰다.
그녀가 무력화에 성공하면 진은희는 검붉은 안개를 이용해 괴물을 없애버렸다.
“성공했네!”
“저 정도의 에너지는 별거 없어.”
“에너지?”
“결국 저것도 이예은이 만든 에너지 덩이에 불과하잖아.”
세상은 저들을 감염자라 불렀지만, 진은희는 에너지 덩이라 불렀다.
따분하다는 한숨을 쉬는 진은희의 눈이 갑작스레 커졌다.
“왜 그래?”
하연이 묻자 진은희는 말하였다.
“싸움 끝났네.”
“싸움이···, 현진은 괜찮은 거야?!”
과격해진 하연의 동작에 진은희는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그래.”
“현진이 이겼구나···.”
“이겼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은희가 붉은 하늘의 세상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굳게 닫힌 문이 열리듯 차원의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야.”
“현진아!”
상처투성이의 모습인 현진을 보며 하연은 안겼다.
“이제 나올 수 있구나!”
“음···, 아직 난 저 안에 있지만.”
“뭐?”
하연의 물음에 현진은 자신의 분신을 만들었다.
“깨달음을 얻은 난 분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
“깨달음?”
“응. 그것은 정말 험난하고 위험한···.”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지자 진은희가 구현진의 등에 올라탔다.
“망할 놈은?”
“망할···, 아, 영웅 씨는 안에 있어.”
“걸리적거리는 놈을 어찌 처분하지.”
“그냥 내버려 두어도 괜찮아.”
“또 나오는 거 아니야?”
진은희는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내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막고 있는 거구나.”
수많은 내 인격들이 그가 절대 나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내 친구들의 앞길을 방해할 순 없지. 이예은은?”
“사려졌어.”
이예은이 사라졌다.
그녀의 생각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혐오하니까.
“현진, 이제 그만하자.”
잠시 망설이는 내 손을 잡는 이하연. 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러고야 싶은데···, 아마 불가능할 거야.”
멀리서 지규혁이 다급히 달려왔다.
“현진아! 왔구나! 넌 정말 왜 자꾸 사라지는 거야?!”
“하하, 오랜만이네. 어? 너 살 빠졌어?”
전에 봤던 지규혁은 살집이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지규혁의 몸은 상당히 말랐다.
“그야···, 그렇지···.”
마음고생 좀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현진아, 임경훈하고 염씨가 사고를 치고 있어.”
응? 임경훈? 염씨? 그게 누구였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지규혁이 화를 내었다.
“우리 같은 반 친구! 염씨는 그 사이비 종교!”
아, 기억났다.
“다시 나쁜 짓을 하려는 거야?”
“그건···.”
지규혁은 복잡한 심경으로 설명해주었다.
염씨는 감염자와 폭주한 돌연변이한테서 사람을 구하였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도운 거라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슨 속셈으로 그 아저씨가 그러는지 모르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야.”
“설마 악심을 품었겠어?”
“염씨라면···.”
아, 그럴지도···.
난 하연을 보고 손을 들었다.
“나중에 보자, 하연아. 염씨 좀 만나보고 올게.”
그러나 하연은 내 손을 잡고 나주지 않았다.
“왜 그래?”
“나도 같이 가.”
“같이? 아마 더러운 꼴 볼 텐데.”
옛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를 신앙하던 신자들이 믿음을 잃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들이.
“이제···, 혼자는 싫어.”
그녀의 검붉은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알겠어.”
하연은 불안한 거구나.
***
“모두들 웃어! 웃으면 저들은 우리의 털 하나 건들지 못할 거야!”
두 손을 든 30대의 아저씨의 모습을 한 염씨가 연설하였다.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웃음 신님! 제 아들을 구해주세요! 감염이 돼서···, 몇 날 며칠 밥도 못 먹고···, 이대로라면 괴물이 되어버릴 거예요!”
어머니의 간절한 애원.
염씨는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아드님을 데리고 앞으로 올라오도록.”
염씨의 말을 들은 여성이 밝아진 표정과 걱정의 표정이 반반 섞였다.
그녀는 서둘러 염씨의 앞으로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으어어어.”
이미 언어능력을 상실한 아들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저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그것은 괴물이 되어 사람을 공격할 것이다.
“모두 기도해줘! 모두의 힘이 모여야 이 아이를 구원할 수 있어.”
말을 끝내자 신자들이 양손을 비비며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도에 답하듯, 염씨는 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를 웃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괴물! 나가지 못할까!”
그의 손이 아이의 머리에 닿은 순간, 아이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아이의 한쪽 얼굴은 이미 붉은 살덩이로 변모하였다.
몸의 이곳저곳에 살구색이 아닌 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엄마···, 아파···.”
방금까지 말을 못 하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영아!”
여성은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가 아이를 껴안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염씨의 손길이 닿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살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성도 되찾은 듯, 아이는 울면서 엄마한테 매달렸다.
“이미 변모한 신체 기관은 되돌릴 수 없네. 정말 미안하네.”
아이의 한쪽 눈은 사라져 있었다.
“살아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돈은···.”“돈은 필요 없어. 나에 대한 믿음이면 충분해.”
“웃음 신님···.”
말을 끝낸 염씨는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같이 재앙 속, 웃어보자! 하하하!”
그의 말이 끝나자 신자들이 미친 듯, 웃어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예요, 염씨.”
수많은 신자 속에 현진이 손을 들어 인사하였다.
그러자 방금까지 환하게 웃던 염씨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져 버렸다.
“현진?!!”
“하하! 오랜만이야! 웃음 신 좋네! 나도 같이 웃자!”
“아니, 응?! 응?!!”
“뭐, 설마 찔리는 짓이라도 한 거야?”
“그럴 리가 있나?! 보고 싶었다 정말···.”
“응, 나도 보고 싶었어.”
사실 염씨의 존재를 까먹었지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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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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