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조회 : 996 추천 : 0 글자수 : 5,498 자 2022-12-08
참으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영웅을 풀어줘도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만든 나와 동일한 인격체.
그들 중, 한 명은 항상 영웅의 옆에 있었다.
그런 영웅에게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는 다른 나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겁니까?”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수많은 내 자신이 의견을 낸 내 자신을 의문을 가득 담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올바른 것이 뭔지 계속 생각했어.”
올바른 것. 그거야 당연,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이지 않나?
“올바른 것이 무엇입니까?”
“올바름이란 사람을 믿는 거야.”
사람을 믿어?
응?
사람을 믿으면 그게 올바른 거야?
“납득하기 힘들군요.”
붉은 하늘의 세계를 등진 많은 구현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저희와 다른 가치관을 깨달은 모양이군요. 계속해서 [영웅]의 관리 부탁드립니다.”
나 또한 상당히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원래의 진짜 나처럼 나 또한 분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것들은 나와 떨어진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해진다.
이미 체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의 나와 만들어진 나와의 목적은 달랐다. 아마 이것도 그것과 같은 의미겠지.
***
마트에 들려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구하였다.
요리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게 맞겠지?
내가 할 요리는 카레다.
가장 무난해 보이고 흔한 음식이니까.
“현진아, 나도 도와줄 테니까 너무 긴장하진 마.”
하연의 응원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붙었다.
“재밌겠네.”
난 최대한 인생을 즐겨보려 한다.
싸움과는 멀어지고 나 개인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그런 인생.
하연과는 같은 대학에 가자고 약속했으니까, 슬슬 인생의 제대로 된 계획도 설계해야 된다.
“당근에···, 양파···.”
휴대폰 메모장에 들어가 적어둔 목록을 확인하였다.
대강 전부 골랐으니 이제 구매하고 나가면 끝이다.
“가자, 현진.”
요리를 하는 장소는 하연의 집이다.
나와 그녀는 기대를 가득 품은 얼굴로 집으로 향하였다.
“왜 쳐다보시는 건가요?”
앗···.
집에 가던 중, 익숙한 얼굴의 여성을 발견하였다.
갑자기 어이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니 확신이 들었다.
“알파?”
“네. 맞아요.”
“오랜만이네요.”
“네. 도움이 필요해서 왔어요.”
그녀의 뒤에는 아이들이 7명 정도 보였다.
“자식인가요?”
“농담도···. 돌연변이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에요.”
아~ 생각해보니 그곳에는 어린 학생들도 다녔지.
“근데 애들은 왜 데려온 거죠?”
내 질문에 알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의 그곳은 옛날의 그곳과 많이 달라졌어요. 그곳은 지옥이에요.”
약간 눈가가 촉촉해진 그녀는 말을 이었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돌연변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 스트레스 추치를 높였다.
돌연변이들을 최대한으로 자극시킨 다음 그들을 학살하였다.
“저희의 몸은 무기가 되는 모양이에요. 전 서둘러 남은 애들을 챙기고 도망쳐 나왔어요.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도와주세요.”
음, 한마디로 국가에 쫓기는 몸이니 도와달라.
전의 나 같았으면 아이들을 학살하는 정부에 분노해 맞서 싸웠을 것이다.
내 시선은 서서히 하연이 있는 곳을 향하였다.
그것은 하연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마 우리는 더 이상 남을 위해 감정을 쓰는 것에 지쳤다.
“알파. 우린 누굴 도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내 말에 알파의 눈빛이 달라졌다.
“현진, 아이들이 죽을 거예요. 애들이···.”
하~ 어쩔 수 없나.
그녀의 표정을 보자 과거 김대현에게 들었던 그녀의 과거가 떠올랐다.
청소년의 교통사고로 인해 남편과 어린 자식이 사망한 사건.
“제가 도울 수는 없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
“웃음 신이 우리와 함께하면 우린 그 어떤 위기도 이겨낼 거야!”
30대의 평범한 남성의 연설에 사람들은 일어나 격하게 박수를 쳤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알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게 믿을 만한···.”
“알파,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아무리 염씨가 사이비 종교에 인성에 문제 있는 영가여도 좋은 점도 많습니다.”
알파는 고민에 찬 얼굴로 아이들과 염씨를 번갈아 보았다.
“이제 선택권은 없겠죠···.”
내 예상이 맞다면 군이 함으로 이곳을 습격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일반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급적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 싶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알파의 등장에 내면의 세계가 뒤숭숭해졌다.
난 뒤를 하연한테 맡기고 붉은 하늘의 세계로 넘어왔다.
“영웅?”
검을 든 그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내가 달려들어 그를 제재하려 할 때, 그의 옆을 항시 지켰던 내가 외쳤다.
“모두 그만!”
그의 외침에 구현진들과 영웅까지 멈추었다.
“우리는 싸움으로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건 2년 동안 충분히 겪어서 알잖아.”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모두 동의하는 듯, 조용히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였다.
“그럼으로 난, 서로 이야기를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맞는지, 각 대표들이 서로 나와 얘기해 정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인 난 앞으로 나왔다. 이 얘기를 주장한 나와 영웅. 그리고 음침해 보이는 한 명의 나 또한 나왔다.
“총 4명이 이야기를 해보자.”
난 그를 ‘긍정적인 나’라 칭했다.
긍정적인 나는 먼저 말을 꺼내었다.
“우린 확실히 우리의 친구들만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하지만 저들은 어린아이야. 우리도 우리를 방관한 자들과 똑같이 되는 건 싫잖아.”
그의 말을 거드는 것은 영웅이었다.
“어른은 몰라도 애는 구해야지. 난 네가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다면 당장이라도 저들을 구하려 할 것이라 믿는다.”
영웅의 시선은 내게로 왔다.
“풉, 하하, 정말 어리석네. 그렇게 당하고 몰라? 내가 볼 때, 저것도 함정이다.”
음침한 나. 난 그를 ‘부정적인 나’라고 칭하기로 했다.
부정적인 난 예상대로 반대하였다.
“모두들 들어봐. 세상은 우릴 제거하려 해. 우리의 사지를 갈아 넣어 무기를 만들고. 그런 미친 집단이 무슨 짓을 꾸밀 줄 알고 넘어가. 알파도 결국은 그들의 동료야.”
“뭐라고?!”
열 제대로 받은 영웅이 부정적인 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회의를 조용히 구경하던 수많은 나들이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만!”
이들의 총 통제권을 갖은 내가 말하자 모두들 멈추었다.
“알파와는 인연이 있으니 조금은 믿어보려 해.”
내 말에 반발하는 건 부정적인 나였다.
“알파도 결국 위의 명령에 우릴 죽이려 했던 여자야.”
“그녀도 피해자 중 하나야.”
“그렇게 따지면 답이 없는 거 알잖아.”
“후~ 난 재앙 속 웃으라고 과거의 나···, 친구들한테 배웠어. 내가 웃기 위해서 맞는 행동이 뭘까?”
내 질문에 부정적인 나는 바로 수긍했다.
결국 전부 다 본질은 나한테서 나온 자신들이다.
그들을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 도와주는 건가?”
조금 밝아진 영웅의 목소리. 그러나 난 단호히 말했다.
“가능한 선에서는 도울 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한테 우선은 지규혁이나 이하연. 이예은입니다.”
말이 끝나자 긍정적인 내가 손을 들었다.
“임경훈은?”
“임경훈?”
“우리 중학교 친구···.”“그런 사람이 있었나···, 아···.”
생존자는 한 명 더 있었지···.
***
“애들을 돌보라고?! 내가?! 왜?!”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는 염씨.
“싫나요?”
“그야 당연히···, 너 지금 협박하려는 거지?”
아이들의 얼굴을 노려보는 염씨.
남자아이 둘의 여자아이 5명.
“아직 어린 것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돌연변이가 된 건가.”
그도 결국 과거엔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지옥을 겪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 염씨는 결국 허가해줬다.
“나한테 피해 오지 않게 잘해라 꼬맹이들.”
염씨의 말에 아이들은 겁에 먹은 듯, 알파의 뒤에 숨었다.
“죽일까요?”
그의 태도가 열 받은 알파의 뒤에 소름 끼치게 생긴 인형이 튀어나오려 하였다.
“둘 다 싸우지 마세요. 제 판단에 의하면 두 분은 아주 좋은 사람(?) 입니다.”
“돌봐줄 테니까, 입바른 소리 그만해.”
염씨가 만든 웃음 교에는 숙소도 있고 부지도 넓어 사람이 숨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내가 애들을 맡을 줄이야···.”
이유 모를 절망을 하고 있는 염씨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너, 이거 폭탄 떠넘기기?!”
“그 폭탄을 받아주지 않으면 절 적으로 두게 될 겁니다.”
내 말에 염씨는 소름이 돋은 듯, 몸을 떨며 뒤로 도망쳤다.
“현진아, 애들 괜찮겠지?”
마음씨 착한 하연은 아이들을 걱정스럽게 보았다.
“염씨를 믿어봐야지. 저래 봬도 인생 경험 많은 어른이니까.”
염씨가 아무리 사이비 종교를 만들 정도로 부정의 에너지가 많다 해도 신자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염씨는 날 데리고 손을 뻗어 말을 하였다.
“현진, 저길 봐. 난 저기다가 학교를 만들려고 해.”
“학교?”
“응. 요즘 같은 시대에는 통할 거야. 기독교도 불교도 학교가 있는데 우리 웃음 교가 없다는 건 이상하잖아.”
신이 난 염씨는 자신의 목표를 떠들기 시작했다.
“수원 시장과는 이야기가 끝났어.”
“시장?!”
“어, 전에 자식을 구해줬거든. 그뿐만 아니라 교육부 장관 가족도 구해줬더니 우리 교에 들어오더라.”
난 염씨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대단한 영가였구나.
내 생각을 읽은 듯, 염씨의 코가 높아졌다.
“현진, 전에 말했던 거 기억하지. 같이 동업하자고. 그건 아직도 유용해. 넌 정의로운 방법으로 세계를 좋은 쪽으로 가게 하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그렇기에 난 아마 염씨의 행보를 관찰하는 걸지도 모른다.
“잘 들어. 세상을 좋든 나쁘든 바꾸는 건 재벌가나 정치인이야. 현진, 무작정 세상을 좋게 만든다기 보다는 뚜렷한 계획을 세워야 돼.”
그의 지적에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다.
“혹시 절 세뇌하는 건 아니죠?”
“뭐?! 내가?! 절대 아니지!”“확실히 염씨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획이 뭐죠?”
“훗, 과거 시민들의 지지만으로 탑에 오른 정치인이 있어. 우린 그처럼 되는 거야.”
사람들은 무능한 정부 보다는 확실히 자신들을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더욱 신뢰한다. 그곳에 맞추기 위해 기반을 쌓아둔 염씨.
***
“살, 살려줘!”
총을 든 군인이 도망쳤다.
“난, 의경이라고! 국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제발 살려주세요!”
이예은은 총을 든 군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침을 질질 흘리던 괴물이 군인에게로 달려가 그들의 사지를 무참히 뜯어먹기 시작했다.
“세상이 깨끗해지려면 아직 멀었나···.”
작게 한숨을 쉰 그녀는 자신을 죽이려는 군인들을 손쉽게 죽이고 여유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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