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조회 : 1,017 추천 : 0 글자수 : 5,600 자 2022-12-10
오늘도 불길한 하루가 시작됐다.
“먹어.”
경비원들의 말대로 먹기 힘든 것을 먹어야 했다.
오늘도 힘없이 쓰러진 아이들에 대한 폭행은 이어졌다.
“전부, 죽여버릴 거야.”
한 아이의 폭주.
눈이 이성을 잃은 듯, 공허하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이 괴기한 곳에 있던 결과 어린아이는 결국 미쳐 폭주해 버린 것이다.
“가자.”
쩔뚝거리는 [전기]를 김진승이 어깨동무를 하고 방으로 이동했다.
“오늘 수업 괜찮겠어?”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전기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날이 지날수록 더더욱 지쳐갔다.
“진승아···, 나···, 괜찮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잖아.
눈물이 고이는 소년이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니, 괜찮아.”
탁! 탁!
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와.”
이윽고 문을 연 경비원이 말했다.
“기다려요. 오늘 [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내 말이 소용없었다.
“비켜!”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치며 괴성을 지르는 남성.
그런 남성의 태도에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너···.”
남성은 소년을 향해 총을 들이밀었다.
“죄송해요.”
비틀거리는 소녀가 소년의 앞을 막아섰다.
“치, 빨리 나와.”
그러자 혀를 차며 총을 거두었다.
“어서, 가자.”
소녀의 행동에 소년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괴롭다. 이 정도로 힘이 없는 자신을 원망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는 저들을 없애버리고 싶다.
그러기에는 너무 자신이 무능하다.
“죽여.”
뭐?
십자가의 장갑을 낀 홍연기.
그는 말하였다.
“오늘 수업은 서로 싸워 이기는 자만이 남을 수 있습니다.”
활짝 미소를 짓는 홍연기의 말.
“난 괜찮아···.”
소녀의 마지막 말.
그녀는 칼을 들었다. 그녀의 손은 천천히 자신의 목을 그었다.
“잠깐만···.”
소년의 만류에도 소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어째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우리는 서로 죽고 죽어야 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펑!
여기저기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며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사이 절망에 빠진 소년은 스스로 목을 그은 소녀의 몸을 붙잡았다.
“왜···, 우리한테 그러는 거야?!”
원기를 가득 품은 구현진이 홍연기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행복하다는 듯,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말하였다.
“재밌잖아.”
그의 표정 덕분에 소년의 정신 속,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재미? 재미···, 재미···. 응.”
소년은 생각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산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았어. 내 친구는 사슴벌레를 잡고. 둘이 싸움 붙이는데 너무 재밌더라···.”
소년의 말에 홍연기는 활짝 웃으며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너도 이해해주는구나! 그런데···, 어디 악마가 신의 대리인인 날 이해하는 척해?!”
행복하다는 표정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바뀌고. 홍연기는 손에 든 총으로 소년의 머리에 쐈다.
쾅!
거대한 총소리.
그러나 소년의 몸에는 아무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내 능력을 알겠어.”
그의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부 죽어.”
그러더니 주위에 있던 소년 소녀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사람의 모형. 그러나 거대한 이빨과 거대한 손을 가진 생물.
그 생물은 다른 아이들의 능력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마지막이야.”
경비원들과 아이들의 비명이 이곳저곳에 울려 퍼졌다.
“역시, 너한테는 ‘알파’란 이름이 가장 적합했어!”
“알파?”
“그래, 자네가 다음 세계의 신이 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
소년이 홍연기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건물이 심각히 흔들렸다.
"칫!“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홍연기는 달렸다.
살기 위해 소년에게 무언가를 던지고 달렸다.
“수류탄 따위···.”
소년은 그것을 폭발물이라 생각하고 괴물의 팔로 쳐냈다.
그 순간, 강렬할 빛이 소년의 눈을 봉인시켰다.
“윽!”
그의 시야가 돌아올 쯤, 홍연기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 아···, 악!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 어딨어?!”
소년은 눈에 보이는 인간 전부를 죽이려 돌아다녔다.
아이들을 실험하던 박사들도 손에 잡히는 대로 전부 죽였다.
흰색의 바닥과 벽지가 붉게 물들 만큼 전부 죽이고 죽였다.
“끄윽. 끄으윽.”
“기다려.”
소년의 뒤에 있던 괴물이 이상한 반응을 하였다.
이윽고 그것의 몸에 수많은 사람의 면상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살려줘!”
“아파!"
“괴로워.”
사람의 얼굴은 말을 하였다. 시끄러운 말인데,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홍연기···.”
“헤~ 재밌네.”
그런 소년의 앞에 교복을 입은 여성이 벽을 뚫고 나왔다.
“뭐야? 너?”
여성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년은 물었다.
“나? 그보다 너라니?! 내가 너보다 연상이거든! 요즘 것들은 예의가 없어.”
교복을 입은 여성의 말에 소년은 손을 뻗었다.
“끼이익!”
괴물 같은 소리를 내며 소년의 뒤에 있는 괴물이 여성을 공격하려 한 순간, 지면을 뚫고 이상한 괴물이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진짜!”
격노한 소년은 괴물에게 명령하였다.
“너,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거 맞아?”
“나한테 말 걸지 마.”
“내 이름은 진은희야. 널 도와주러 온 사람···, 죽었으면 귀신이라 하는 게 맞나. 귀신이야.”
뭐?
소년에게 달려든 이상한 괴물을 소년의 지키는 괴물이 찢어 죽였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겼어?”
“귀신이란···, 존재했던 거군···.”
“웬만해서는 안 보일 거야. 나 같이 기운이 강한 귀신만 보일 거. 그보다 이곳에 홍연기가 있는 거구나.”
소년은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여성의 거대한 분노의 에너지.
그것이 소년과 그를 지키던 괴물의 기세를 단숨에 끊어버렸다.
“뭐, 아직은 아닌가. 나중에 천천히 죽이도록 하고, 너 따라와.”
“나?”
***
“어리네.”
이예은 다리를 꼬아 의자에 앉았다.
“그러게, 이런 어린애들한테, 역시 홍연기다워.”
“이 섬을 나갔을까?”
“아마.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아, 이상한 장치라도 한 모양이야.”
소년은 두 명의 여성의 눈치를 보며 멀뚱히 서 있었다.
“이름이 뭐니?”
이예은을 보며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왜 그래?”
“아, 그···, 예쁘시네요.”
소년의 말에 이예은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은희야, 들었어?! 나보고 예쁘데. 그럼 은희는?”
“별로.”
진은희는 매우 열받은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았다.
“윽.”
시선을 피하는 소년.
“내, 이름은, 김진승.”
떨떠름하게 말하는 소년.
“그래, 진승. 좋은 이름이네. 혼자 힘으로 그곳에 있던 군인들을 상대하다니. 대단하잖아.”
“군인?”
“응, 그것들 전부 군인들이야.”
“군인을 움직인다면···.”
“응. 당연히 국가가 관련이 있지.”
소년은 생각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분명, 국가가 아닌 범죄 집단일 거라고.
그런데 그것이 국가였다는 건···.
“난, 어쩌면···. 전기야···.”
앞길이 막막했다. 죽어 사라진 소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화 나?‘
“당연하지.”
김진승의 말에 이예은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도와줄게.”
도와줘? 날?
소년의 표정에 이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린 옛날에 학대받았어. 너희를 괴롭힌 사람들한테. 그래서 뭐, 난 방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 되었고, 이 친구는 더 이상 몸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우린 세상을 바꿔버려 해.”
이예은의 말을 들은 소년의 눈이 달라졌다.
“바꿀 수 있어?”
“물론이지. 세상에는 우리 말고도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 아무렇지 않게 여러 가지의 형태로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법도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어.”
소년의 시선은 떨렸다.
“그래서, 내가 낸 결론은 세상을 한번 청소하자는 거야.”
이예은의 말이 끝나자 그녀가 소환한 괴물들이 사람들을 씹으며 우리에게로 몰려왔다.
“너와 난 통하는 게 많을 거 같아.”
이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소년은 물 흐르듯, 여성의 손을 잡았다.
***
구현진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누워만 있는 생활을 보냈다.
“현진, 나가자.”
“갑자기?”
구현국의 말에 구현진이 의문을 표하자 그는 웃으며 말하였다.
“동생이 제대했는데, 뭐라도 사줘야지.”
구현국의 말에 왠지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까지. 참으로 괜찮은 인생이다.
주위의 건물은 상당히 폐가와 유사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네. 진짜 종말이라도 오려나?”
어머니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어서 오세요.”
유명한 고깃집에 들어갔다.
식당에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요즘 장사 잘 되세요?”
어머니의 질문에 식당 사장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영업을 못 하기는 했는데요, 정보에서도 지원금이 나오니까 어찌어찌 버티고 있어요.”
우리의 계획은 많은 사람을 피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수많은 사람이 재앙을 맛봤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 가족이 죽은 사람.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
“안녕하세요.”
때마침 연락받고 온 이하연이 가게로 들어왔다.
“하연이 왔어?”
어머니는 의미심지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하연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하연이 보고 싶은 거 있어? 아줌마가 다 사줄게.”
“아무거나 괜찮아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붙이는 어머니. 딱히 하연이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하연아, 그거 들었어? 뚱뚱한 햄스터 씨는 웃음의 효과에 대해 이리 말했어. 웃음은 사람을 진화시킨다.”
“그 책 아직 읽고 있구나.”
“응. 다른 시리즈도 많은데 너도 읽어볼래?”
톡. 톡.
가볍게 식탁을 두드린 어머니는 기침하며 내가 말했다.
“현진아, 책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아.”
“네? 이건 매우 훌륭한 책이에요. 뚱뚱한 햄스터의 일상이 담긴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하, 알겠어.”
어머니의 작은 한숨과 가족끼리의 식사는 시작됐다.
“현진아, 너 여자친구 없지?”
“네.”
“하연이도 남자친구 없지?”
어머니의 질문에 하연은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네.”
어머니의 속셈을 알았다. 어머니는 하연과 내가 연애하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큰일이다. 뚱뚱한 햄스터 씨는 아쉽게도 연애 경험이 1도 없는 햄스터. 나한테 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때, 휴대폰으로 기사를 찾아보는 형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바뀌었다.
“지금 이거 먹을 때가 아니에요.”
형은 일어나 자신의 휴대폰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괴물들이 바다에서 올라와 사람들을 잡아먹는 영상.
“시작했나.”
난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 색이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현진, 가자.”
“먹어.”
경비원들의 말대로 먹기 힘든 것을 먹어야 했다.
오늘도 힘없이 쓰러진 아이들에 대한 폭행은 이어졌다.
“전부, 죽여버릴 거야.”
한 아이의 폭주.
눈이 이성을 잃은 듯, 공허하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이 괴기한 곳에 있던 결과 어린아이는 결국 미쳐 폭주해 버린 것이다.
“가자.”
쩔뚝거리는 [전기]를 김진승이 어깨동무를 하고 방으로 이동했다.
“오늘 수업 괜찮겠어?”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전기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날이 지날수록 더더욱 지쳐갔다.
“진승아···, 나···, 괜찮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잖아.
눈물이 고이는 소년이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니, 괜찮아.”
탁! 탁!
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와.”
이윽고 문을 연 경비원이 말했다.
“기다려요. 오늘 [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내 말이 소용없었다.
“비켜!”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치며 괴성을 지르는 남성.
그런 남성의 태도에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너···.”
남성은 소년을 향해 총을 들이밀었다.
“죄송해요.”
비틀거리는 소녀가 소년의 앞을 막아섰다.
“치, 빨리 나와.”
그러자 혀를 차며 총을 거두었다.
“어서, 가자.”
소녀의 행동에 소년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괴롭다. 이 정도로 힘이 없는 자신을 원망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는 저들을 없애버리고 싶다.
그러기에는 너무 자신이 무능하다.
“죽여.”
뭐?
십자가의 장갑을 낀 홍연기.
그는 말하였다.
“오늘 수업은 서로 싸워 이기는 자만이 남을 수 있습니다.”
활짝 미소를 짓는 홍연기의 말.
“난 괜찮아···.”
소녀의 마지막 말.
그녀는 칼을 들었다. 그녀의 손은 천천히 자신의 목을 그었다.
“잠깐만···.”
소년의 만류에도 소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어째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우리는 서로 죽고 죽어야 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펑!
여기저기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며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사이 절망에 빠진 소년은 스스로 목을 그은 소녀의 몸을 붙잡았다.
“왜···, 우리한테 그러는 거야?!”
원기를 가득 품은 구현진이 홍연기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행복하다는 듯,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말하였다.
“재밌잖아.”
그의 표정 덕분에 소년의 정신 속,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재미? 재미···, 재미···. 응.”
소년은 생각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산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았어. 내 친구는 사슴벌레를 잡고. 둘이 싸움 붙이는데 너무 재밌더라···.”
소년의 말에 홍연기는 활짝 웃으며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너도 이해해주는구나! 그런데···, 어디 악마가 신의 대리인인 날 이해하는 척해?!”
행복하다는 표정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바뀌고. 홍연기는 손에 든 총으로 소년의 머리에 쐈다.
쾅!
거대한 총소리.
그러나 소년의 몸에는 아무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내 능력을 알겠어.”
그의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부 죽어.”
그러더니 주위에 있던 소년 소녀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사람의 모형. 그러나 거대한 이빨과 거대한 손을 가진 생물.
그 생물은 다른 아이들의 능력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마지막이야.”
경비원들과 아이들의 비명이 이곳저곳에 울려 퍼졌다.
“역시, 너한테는 ‘알파’란 이름이 가장 적합했어!”
“알파?”
“그래, 자네가 다음 세계의 신이 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
소년이 홍연기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건물이 심각히 흔들렸다.
"칫!“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홍연기는 달렸다.
살기 위해 소년에게 무언가를 던지고 달렸다.
“수류탄 따위···.”
소년은 그것을 폭발물이라 생각하고 괴물의 팔로 쳐냈다.
그 순간, 강렬할 빛이 소년의 눈을 봉인시켰다.
“윽!”
그의 시야가 돌아올 쯤, 홍연기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 아···, 악!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 어딨어?!”
소년은 눈에 보이는 인간 전부를 죽이려 돌아다녔다.
아이들을 실험하던 박사들도 손에 잡히는 대로 전부 죽였다.
흰색의 바닥과 벽지가 붉게 물들 만큼 전부 죽이고 죽였다.
“끄윽. 끄으윽.”
“기다려.”
소년의 뒤에 있던 괴물이 이상한 반응을 하였다.
이윽고 그것의 몸에 수많은 사람의 면상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살려줘!”
“아파!"
“괴로워.”
사람의 얼굴은 말을 하였다. 시끄러운 말인데,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홍연기···.”
“헤~ 재밌네.”
그런 소년의 앞에 교복을 입은 여성이 벽을 뚫고 나왔다.
“뭐야? 너?”
여성은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년은 물었다.
“나? 그보다 너라니?! 내가 너보다 연상이거든! 요즘 것들은 예의가 없어.”
교복을 입은 여성의 말에 소년은 손을 뻗었다.
“끼이익!”
괴물 같은 소리를 내며 소년의 뒤에 있는 괴물이 여성을 공격하려 한 순간, 지면을 뚫고 이상한 괴물이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진짜!”
격노한 소년은 괴물에게 명령하였다.
“너,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거 맞아?”
“나한테 말 걸지 마.”
“내 이름은 진은희야. 널 도와주러 온 사람···, 죽었으면 귀신이라 하는 게 맞나. 귀신이야.”
뭐?
소년에게 달려든 이상한 괴물을 소년의 지키는 괴물이 찢어 죽였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겼어?”
“귀신이란···, 존재했던 거군···.”
“웬만해서는 안 보일 거야. 나 같이 기운이 강한 귀신만 보일 거. 그보다 이곳에 홍연기가 있는 거구나.”
소년은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여성의 거대한 분노의 에너지.
그것이 소년과 그를 지키던 괴물의 기세를 단숨에 끊어버렸다.
“뭐, 아직은 아닌가. 나중에 천천히 죽이도록 하고, 너 따라와.”
“나?”
***
“어리네.”
이예은 다리를 꼬아 의자에 앉았다.
“그러게, 이런 어린애들한테, 역시 홍연기다워.”
“이 섬을 나갔을까?”
“아마.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아, 이상한 장치라도 한 모양이야.”
소년은 두 명의 여성의 눈치를 보며 멀뚱히 서 있었다.
“이름이 뭐니?”
이예은을 보며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왜 그래?”
“아, 그···, 예쁘시네요.”
소년의 말에 이예은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은희야, 들었어?! 나보고 예쁘데. 그럼 은희는?”
“별로.”
진은희는 매우 열받은 눈으로 소년을 노려보았다.
“윽.”
시선을 피하는 소년.
“내, 이름은, 김진승.”
떨떠름하게 말하는 소년.
“그래, 진승. 좋은 이름이네. 혼자 힘으로 그곳에 있던 군인들을 상대하다니. 대단하잖아.”
“군인?”
“응, 그것들 전부 군인들이야.”
“군인을 움직인다면···.”
“응. 당연히 국가가 관련이 있지.”
소년은 생각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분명, 국가가 아닌 범죄 집단일 거라고.
그런데 그것이 국가였다는 건···.
“난, 어쩌면···. 전기야···.”
앞길이 막막했다. 죽어 사라진 소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화 나?‘
“당연하지.”
김진승의 말에 이예은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도와줄게.”
도와줘? 날?
소년의 표정에 이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린 옛날에 학대받았어. 너희를 괴롭힌 사람들한테. 그래서 뭐, 난 방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 되었고, 이 친구는 더 이상 몸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우린 세상을 바꿔버려 해.”
이예은의 말을 들은 소년의 눈이 달라졌다.
“바꿀 수 있어?”
“물론이지. 세상에는 우리 말고도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 아무렇지 않게 여러 가지의 형태로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법도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어.”
소년의 시선은 떨렸다.
“그래서, 내가 낸 결론은 세상을 한번 청소하자는 거야.”
이예은의 말이 끝나자 그녀가 소환한 괴물들이 사람들을 씹으며 우리에게로 몰려왔다.
“너와 난 통하는 게 많을 거 같아.”
이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소년은 물 흐르듯, 여성의 손을 잡았다.
***
구현진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누워만 있는 생활을 보냈다.
“현진, 나가자.”
“갑자기?”
구현국의 말에 구현진이 의문을 표하자 그는 웃으며 말하였다.
“동생이 제대했는데, 뭐라도 사줘야지.”
구현국의 말에 왠지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까지. 참으로 괜찮은 인생이다.
주위의 건물은 상당히 폐가와 유사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네. 진짜 종말이라도 오려나?”
어머니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어서 오세요.”
유명한 고깃집에 들어갔다.
식당에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요즘 장사 잘 되세요?”
어머니의 질문에 식당 사장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영업을 못 하기는 했는데요, 정보에서도 지원금이 나오니까 어찌어찌 버티고 있어요.”
우리의 계획은 많은 사람을 피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수많은 사람이 재앙을 맛봤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 가족이 죽은 사람.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
“안녕하세요.”
때마침 연락받고 온 이하연이 가게로 들어왔다.
“하연이 왔어?”
어머니는 의미심지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하연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하연이 보고 싶은 거 있어? 아줌마가 다 사줄게.”
“아무거나 괜찮아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붙이는 어머니. 딱히 하연이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하연아, 그거 들었어? 뚱뚱한 햄스터 씨는 웃음의 효과에 대해 이리 말했어. 웃음은 사람을 진화시킨다.”
“그 책 아직 읽고 있구나.”
“응. 다른 시리즈도 많은데 너도 읽어볼래?”
톡. 톡.
가볍게 식탁을 두드린 어머니는 기침하며 내가 말했다.
“현진아, 책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아.”
“네? 이건 매우 훌륭한 책이에요. 뚱뚱한 햄스터의 일상이 담긴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하, 알겠어.”
어머니의 작은 한숨과 가족끼리의 식사는 시작됐다.
“현진아, 너 여자친구 없지?”
“네.”
“하연이도 남자친구 없지?”
어머니의 질문에 하연은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네.”
어머니의 속셈을 알았다. 어머니는 하연과 내가 연애하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큰일이다. 뚱뚱한 햄스터 씨는 아쉽게도 연애 경험이 1도 없는 햄스터. 나한테 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때, 휴대폰으로 기사를 찾아보는 형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바뀌었다.
“지금 이거 먹을 때가 아니에요.”
형은 일어나 자신의 휴대폰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괴물들이 바다에서 올라와 사람들을 잡아먹는 영상.
“시작했나.”
난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 색이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현진, 가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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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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