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조회 : 1,056 추천 : 0 글자수 : 5,401 자 2022-12-12
사람은 뒤늦게 후회한다.
그때 와서 후회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뚱뚱한 햄스터 씨의 말이 가슴속에 박혔다.
“예은이는?”
진은희가 가리킨 쪽으로 천처히 걸어 나갔다.
괴물들은 날 적이라 인지하지 않은 듯, 내가 옆에 지나가도 딱히 날 건드리지 않았다.
“예은아···?”
바닥에 차갑게 시신이 되어 누워있는 이예은이 보였다.
“어째서? 이번에는···, 반드시···. 모두를···.”
난 단순히 그냥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좋을 뿐인데.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인데···.
-이게 네가 지키려던 세상이야.
눈을 감자 깊은 바닷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말을 거는 익숙한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아직도 같은 마음이야?
붉은 하늘의 세상.
그곳에 있는 수많은 ‘나’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남은 교복을 입은 나.
“있었구나···.”
그는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이예은이 원하는 건너와 같아.
“알고 있어.”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 세상.
옆에서 거슬리게 쫑알쫑알 거리는 교복을 입은 날 노려보았다.
-지쳤으면 들어가. 너답지 않은 연기하지 말고.
그의 말에 온몸이 정지된 내게 보여주듯. 환경이 바뀌며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것은 하연과 이예은. 나까지 셋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장면이다.
각자의 목표로 성인이 돼서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 그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뚝.
그 영상에 빠져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거짓된 세상이란 것은 알지만 너무 달콤하다.
남은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지쳐버린 구현진은 빠져나올 수 없는 환각 속에 빠졌다.
***
“미안해···.”
달라진 구현진의 에너지에 진은희는 그의 안색을 살폈다.
“너···, 누구야?”
“나? 나도 모르겠어. 수많은 날 만들어내었고, 그들이 전부 하나로 합쳐졌어. 그리고 내가 되었어.”
내 말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는지 진은희가 의문을 표하였다.
“가자.”
그런 진은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 그래.”
난 수많은 내 자신을 만들며 이예은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그들을 퍼트렸다.
저번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진 검은 연기 덕분에 두려울 것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너희는 괜찮은 거니?”
진은희는 구현진의 뒤를 보며 말하였다.
그녀가 모은 원한을 가진 영가들은 그녀와 구현진, 서로 믿는 쪽을 향해 두 개의 집단으로 흩어졌다. 진은희의 질문에 한번 흩어진 영가들은 다시 한번 뭉치기 시작했다.
“너희도 우릴 따라와 주는 거구나.”
그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는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다.
검붉은 에너지를 온몸에서 뿜어내며 걸어가는 구현진을 향해 군인들은 폭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도시 한복판에 전차까지 대동해서 거대한 검은 괴물과 구현진을 향해 폭격하자 검붉은 안개를 이용해 그들을 무력화 시켰다.
“신기하군요.”
구현진이 만들어낸 분신이 전차에 올라타 군인들을 끄집어냈다.
“알파, 멈추세요.”
난 거대한 검은색의 괴물을 보고 말하였다.
그러자 괴물은 날 적으로 받아들인 듯, 날 향해 손을 휘둘렀다.
“멈춰!”
그에 맞춰 진은희가 그의 눈앞까지 올라가 그를 말렸다.
“이제 우리 편이야.”
진은희의 말에 검은색 괴물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난 크게 개의치 않고 그의 몸 위로 올라갔다. 원래라면 이 생물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겠지만 검붉은 에너지를 대량으로 다룰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나라에서 우릴 막을 존재는 없어.”
내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알파. 그러나 그를 계속해서 베어나가는 영웅이 우릴 막았다.
“갑자기 왜 그래?! 재앙! 인제 와서 배신이야?!”
영웅의 말은 합당하다. 조금 전의 내 인격이었다면 아마 그의 말을 믿고 그편을 들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당신이 알던 난 망가져 버렸어요."
"뭐?“
“원래 저의 목적은 제 친구들을 지키는 거예요. 그러나 이제···, 지킬 친구가 사라져 버렸어요.”
“무슨 소리야?! 아직 네 동료라면 남아 있잖아?!”
그의 말에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신 차리고 그들을 지키라고?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뒤에 있는 진은희를 보았다. 그녀는 의문을 가득 품은 얼굴로 날 보았다.
이미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옆에 있다 해도 숨을 멈춘 자는 모든 걸 잃는다. 가족도 장래도 그 무엇도 이제 얻을 수 없다.
“의미가 없다고요···.”
조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검을 만들어내었다.
“네 가족도 전부 죽을 거야.”
“제 가족은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죽여야 될 건 저희를 버린 이 국가입니다.”
검을 들고 영웅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그러자 붉은 피를 토하며 몸이 멈춰버린 그를 검붉은 하늘의 세계로 보내었다.
“제 판단을 달라졌습니다. 하연이를 부탁드릴게요.”
세계의 색은 점점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은 본래의 색을 읽고 검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고민했어. 과연 우린 옳은 것일까.”
진은희는 도망치는 사람을 가리켰다.
“저것들은 악일까?”
“모르겠어. 지하에 숨어있는 사람은 공격하지 마. 우리가 상대해야 될 건 시민들이 아니야.‘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우릴 향해 달려왔다.
그는 손에 이상한 장갑을 끼고 우릴 향해 섰다.
“죽어! 악마들아!”
그러자 그 장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에너지는 거대한 몸의 알파에게 직격타를 먹였다.
“으아아악!”
그러자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알파. 알파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검붉은 에너지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몸을 하늘로 띄울 수 있었다.
“뭡니까?”
빨간색의 옷을 입은 남성에게 다가갔다.
“히익! 악마! 죽어!”
남성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날 향해 장갑을 낀 손을 쫙 폈다.
푹!
그러자 강한 바람을 내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게로 에너지 덩이가 날아왔다.
“이건···.”
날아오는 그것을 손으로 받아쳤다. 그러자 손에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먹혔어. 히히!”
남성의 거슬리는 웃음소리. 그러나 난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 아프지 않은 거야?!”
그의 질문에 답하였다.
“전 악몽을 꾼 적이 있습니다. 그거랑 비교하면 조금도 아프지 않습니다.”
말을 끝낸 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제 말, 궁금하시죠. 체험시켜 드릴게요.”
난 남성에게 김현준의 능력인 [악몽]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남성.
“1분도 버티지 못하는 겁니까?”
그의 육체는 심장을 멈추었다.
“저기다!”
우릴 찾아다녔다는 듯, 검은색의 제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남성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당신은 뭡니까?”
내 질문에 그들의 사이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오랜만에야.”
살이 찐 남성. 내 친구들을 죽인 남성. 날 이렇게 만든 남성.
그것은 홍연기였다.
“우리도 참 악연이야.”
“그동안 열심히 찾았습니다. 매일 당신을 죽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을 저주하였습니다.”
난 떨리는 손을 붙잡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나 같은 참스승을 만나도···, 아, 역시 근본이 악마이니 어쩔 수 없나.”
“근본? 아, 뚱뚱한 햄스터 씨도 그러셨습니다. 인간은 본인의 근본을 거역할 수 없다고.”
난 칼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네놈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나. 너만 없으면···, 이런 재앙 속에서도 난 웃을 수 있어.
미소가 사라진 표정으로 그의 눈앞까지 다가갔다.
그를 지키던 신자로 보이던 놈들은 검붉은 안개가 폐로 들어가자 몸의 세포와 조직을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제 앞에 나타났군요.”
“네가 칼로 찌른 배···, 아직도 아파. 악마 따위가···, 신의 대리인인 날···, 내 배를?!”
갑자기 이마에 주글주글 올라오는 핏줄. 홍연기는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바닥에 던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다. 그것이 깨지는 순간, 방금까지 내 몸을 감싸던 검붉은 액체가 전부 사라졌다.
“뭐야?”
당황한 날 홍연기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들고 내 머리를 내리쳤다.
덕분에 바닥에 쓰러진 내 몸 위에 올라가 주먹으로 몇 번이고 머리를 쳤다. 그의 주먹에는 쇳덩이의 너클이 있었다. 덕분에 안면의 살이 전부 찢기고 벗겨져 치아가 외부로 보일 정도다.
“후~ 오랜만에 훈계는 지치네.”
몸을 풀며 일어나는 홍연기.
또 다른 날 빨리 불러내야 되는데 나오지 않는다. 마치, 평범한 인간이 된 듯, 무력하다.
중학교 때의 그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프냐?”
“고통에는···, 익숙합니다.”
시야가 떨리고 정신이 나갈 거 같지만 겨우 붙잡고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궁금한 거?”
“왜 저희한테 그러셨나요?! 어째서! 우린 왜 죽였냐고! 돈벌레 같은 놈아!”
내 외침에 홍연기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왜 그랬냐고? 그거야 악한 너희를 교육하기 위해서야.”
“악해?”
“어. 만약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너희는 어떻게 될 거 같았냐?”
“그거야 잘 지내겠죠.”
“아니. 공공의 적이 없다면 너흰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할 거야.”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게 무슨···?”
“하~ 이래서 머리 나쁜 놈들한테 설명하는 건 힘들어. 내 덕분에 너희 학교에는 학교 폭력이 없던 거야.”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말입니까?”
“가해자라니?! 난 너희를 지도해준 거야. 조금의 훈계를 했을 뿐.”
“전부···, 저희를 위해···.”
지금 당장 눈앞의 이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 그런데 어째서 힘이 들어가지 않은 거야.
움직이지 않은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나 힘은 돌아오지 않고 내 몸은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퍽!
홍연기의 발이 내 머리를 강타하였다.
덕분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난 거리를 벌렸다. 그를 밀쳐내고 뒤를 돌아 뛰었다.
“또 도망치냐?! 역시 악마가 아닐까 봐 또 도망쳐?! 하, 아쉬워. 이예은을 죽이면 안 됐는데. 죽이기에는 너무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는 날 도발하는 것이다. 저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데 이예은이란 이름만 들어도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른다. 그녀와 같이 지냈던 추억이.
“정했습니다. 오늘 당신을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뒤를 돌아 너덜너덜한 몸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홍연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판을 내자! ‘희망 중학교 집단 자살 사건’의 긴 여정을 마치자!”
그의 말의 주위의 풍경은 바뀌었다.
방금까지 괴물이 서성이던 도시가 아닌 아무도 없는 학교의 운동장.
그곳에 홍연기와 난 서 있다.
그때 와서 후회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뚱뚱한 햄스터 씨의 말이 가슴속에 박혔다.
“예은이는?”
진은희가 가리킨 쪽으로 천처히 걸어 나갔다.
괴물들은 날 적이라 인지하지 않은 듯, 내가 옆에 지나가도 딱히 날 건드리지 않았다.
“예은아···?”
바닥에 차갑게 시신이 되어 누워있는 이예은이 보였다.
“어째서? 이번에는···, 반드시···. 모두를···.”
난 단순히 그냥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좋을 뿐인데.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인데···.
-이게 네가 지키려던 세상이야.
눈을 감자 깊은 바닷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말을 거는 익숙한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아직도 같은 마음이야?
붉은 하늘의 세상.
그곳에 있는 수많은 ‘나’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남은 교복을 입은 나.
“있었구나···.”
그는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이예은이 원하는 건너와 같아.
“알고 있어.”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 세상.
옆에서 거슬리게 쫑알쫑알 거리는 교복을 입은 날 노려보았다.
-지쳤으면 들어가. 너답지 않은 연기하지 말고.
그의 말에 온몸이 정지된 내게 보여주듯. 환경이 바뀌며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것은 하연과 이예은. 나까지 셋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장면이다.
각자의 목표로 성인이 돼서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 그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뚝.
그 영상에 빠져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거짓된 세상이란 것은 알지만 너무 달콤하다.
남은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지쳐버린 구현진은 빠져나올 수 없는 환각 속에 빠졌다.
***
“미안해···.”
달라진 구현진의 에너지에 진은희는 그의 안색을 살폈다.
“너···, 누구야?”
“나? 나도 모르겠어. 수많은 날 만들어내었고, 그들이 전부 하나로 합쳐졌어. 그리고 내가 되었어.”
내 말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는지 진은희가 의문을 표하였다.
“가자.”
그런 진은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 그래.”
난 수많은 내 자신을 만들며 이예은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그들을 퍼트렸다.
저번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진 검은 연기 덕분에 두려울 것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너희는 괜찮은 거니?”
진은희는 구현진의 뒤를 보며 말하였다.
그녀가 모은 원한을 가진 영가들은 그녀와 구현진, 서로 믿는 쪽을 향해 두 개의 집단으로 흩어졌다. 진은희의 질문에 한번 흩어진 영가들은 다시 한번 뭉치기 시작했다.
“너희도 우릴 따라와 주는 거구나.”
그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는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다.
검붉은 에너지를 온몸에서 뿜어내며 걸어가는 구현진을 향해 군인들은 폭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도시 한복판에 전차까지 대동해서 거대한 검은 괴물과 구현진을 향해 폭격하자 검붉은 안개를 이용해 그들을 무력화 시켰다.
“신기하군요.”
구현진이 만들어낸 분신이 전차에 올라타 군인들을 끄집어냈다.
“알파, 멈추세요.”
난 거대한 검은색의 괴물을 보고 말하였다.
그러자 괴물은 날 적으로 받아들인 듯, 날 향해 손을 휘둘렀다.
“멈춰!”
그에 맞춰 진은희가 그의 눈앞까지 올라가 그를 말렸다.
“이제 우리 편이야.”
진은희의 말에 검은색 괴물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난 크게 개의치 않고 그의 몸 위로 올라갔다. 원래라면 이 생물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겠지만 검붉은 에너지를 대량으로 다룰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나라에서 우릴 막을 존재는 없어.”
내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알파. 그러나 그를 계속해서 베어나가는 영웅이 우릴 막았다.
“갑자기 왜 그래?! 재앙! 인제 와서 배신이야?!”
영웅의 말은 합당하다. 조금 전의 내 인격이었다면 아마 그의 말을 믿고 그편을 들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당신이 알던 난 망가져 버렸어요."
"뭐?“
“원래 저의 목적은 제 친구들을 지키는 거예요. 그러나 이제···, 지킬 친구가 사라져 버렸어요.”
“무슨 소리야?! 아직 네 동료라면 남아 있잖아?!”
그의 말에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신 차리고 그들을 지키라고?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뒤에 있는 진은희를 보았다. 그녀는 의문을 가득 품은 얼굴로 날 보았다.
이미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옆에 있다 해도 숨을 멈춘 자는 모든 걸 잃는다. 가족도 장래도 그 무엇도 이제 얻을 수 없다.
“의미가 없다고요···.”
조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검을 만들어내었다.
“네 가족도 전부 죽을 거야.”
“제 가족은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죽여야 될 건 저희를 버린 이 국가입니다.”
검을 들고 영웅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그러자 붉은 피를 토하며 몸이 멈춰버린 그를 검붉은 하늘의 세계로 보내었다.
“제 판단을 달라졌습니다. 하연이를 부탁드릴게요.”
세계의 색은 점점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은 본래의 색을 읽고 검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고민했어. 과연 우린 옳은 것일까.”
진은희는 도망치는 사람을 가리켰다.
“저것들은 악일까?”
“모르겠어. 지하에 숨어있는 사람은 공격하지 마. 우리가 상대해야 될 건 시민들이 아니야.‘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우릴 향해 달려왔다.
그는 손에 이상한 장갑을 끼고 우릴 향해 섰다.
“죽어! 악마들아!”
그러자 그 장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에너지는 거대한 몸의 알파에게 직격타를 먹였다.
“으아아악!”
그러자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알파. 알파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검붉은 에너지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몸을 하늘로 띄울 수 있었다.
“뭡니까?”
빨간색의 옷을 입은 남성에게 다가갔다.
“히익! 악마! 죽어!”
남성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날 향해 장갑을 낀 손을 쫙 폈다.
푹!
그러자 강한 바람을 내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게로 에너지 덩이가 날아왔다.
“이건···.”
날아오는 그것을 손으로 받아쳤다. 그러자 손에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먹혔어. 히히!”
남성의 거슬리는 웃음소리. 그러나 난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 아프지 않은 거야?!”
그의 질문에 답하였다.
“전 악몽을 꾼 적이 있습니다. 그거랑 비교하면 조금도 아프지 않습니다.”
말을 끝낸 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제 말, 궁금하시죠. 체험시켜 드릴게요.”
난 남성에게 김현준의 능력인 [악몽]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남성.
“1분도 버티지 못하는 겁니까?”
그의 육체는 심장을 멈추었다.
“저기다!”
우릴 찾아다녔다는 듯, 검은색의 제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남성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당신은 뭡니까?”
내 질문에 그들의 사이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오랜만에야.”
살이 찐 남성. 내 친구들을 죽인 남성. 날 이렇게 만든 남성.
그것은 홍연기였다.
“우리도 참 악연이야.”
“그동안 열심히 찾았습니다. 매일 당신을 죽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을 저주하였습니다.”
난 떨리는 손을 붙잡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나 같은 참스승을 만나도···, 아, 역시 근본이 악마이니 어쩔 수 없나.”
“근본? 아, 뚱뚱한 햄스터 씨도 그러셨습니다. 인간은 본인의 근본을 거역할 수 없다고.”
난 칼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네놈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나. 너만 없으면···, 이런 재앙 속에서도 난 웃을 수 있어.
미소가 사라진 표정으로 그의 눈앞까지 다가갔다.
그를 지키던 신자로 보이던 놈들은 검붉은 안개가 폐로 들어가자 몸의 세포와 조직을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제 앞에 나타났군요.”
“네가 칼로 찌른 배···, 아직도 아파. 악마 따위가···, 신의 대리인인 날···, 내 배를?!”
갑자기 이마에 주글주글 올라오는 핏줄. 홍연기는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바닥에 던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다. 그것이 깨지는 순간, 방금까지 내 몸을 감싸던 검붉은 액체가 전부 사라졌다.
“뭐야?”
당황한 날 홍연기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들고 내 머리를 내리쳤다.
덕분에 바닥에 쓰러진 내 몸 위에 올라가 주먹으로 몇 번이고 머리를 쳤다. 그의 주먹에는 쇳덩이의 너클이 있었다. 덕분에 안면의 살이 전부 찢기고 벗겨져 치아가 외부로 보일 정도다.
“후~ 오랜만에 훈계는 지치네.”
몸을 풀며 일어나는 홍연기.
또 다른 날 빨리 불러내야 되는데 나오지 않는다. 마치, 평범한 인간이 된 듯, 무력하다.
중학교 때의 그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프냐?”
“고통에는···, 익숙합니다.”
시야가 떨리고 정신이 나갈 거 같지만 겨우 붙잡고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궁금한 거?”
“왜 저희한테 그러셨나요?! 어째서! 우린 왜 죽였냐고! 돈벌레 같은 놈아!”
내 외침에 홍연기는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왜 그랬냐고? 그거야 악한 너희를 교육하기 위해서야.”
“악해?”
“어. 만약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너희는 어떻게 될 거 같았냐?”
“그거야 잘 지내겠죠.”
“아니. 공공의 적이 없다면 너흰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할 거야.”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게 무슨···?”
“하~ 이래서 머리 나쁜 놈들한테 설명하는 건 힘들어. 내 덕분에 너희 학교에는 학교 폭력이 없던 거야.”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말입니까?”
“가해자라니?! 난 너희를 지도해준 거야. 조금의 훈계를 했을 뿐.”
“전부···, 저희를 위해···.”
지금 당장 눈앞의 이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 그런데 어째서 힘이 들어가지 않은 거야.
움직이지 않은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나 힘은 돌아오지 않고 내 몸은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퍽!
홍연기의 발이 내 머리를 강타하였다.
덕분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난 거리를 벌렸다. 그를 밀쳐내고 뒤를 돌아 뛰었다.
“또 도망치냐?! 역시 악마가 아닐까 봐 또 도망쳐?! 하, 아쉬워. 이예은을 죽이면 안 됐는데. 죽이기에는 너무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는 날 도발하는 것이다. 저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데 이예은이란 이름만 들어도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른다. 그녀와 같이 지냈던 추억이.
“정했습니다. 오늘 당신을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뒤를 돌아 너덜너덜한 몸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홍연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판을 내자! ‘희망 중학교 집단 자살 사건’의 긴 여정을 마치자!”
그의 말의 주위의 풍경은 바뀌었다.
방금까지 괴물이 서성이던 도시가 아닌 아무도 없는 학교의 운동장.
그곳에 홍연기와 난 서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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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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