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조회 : 1,065 추천 : 0 글자수 : 5,583 자 2022-12-13
트라우마란 사람의 정신에 타격을 주는 기억들이다.
만약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그 대상을 앞에 두면 어떻게 될까?
“불길한 장소군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과거의 그곳. 희망 중학교다.
“전에도 많이 와보지 않았나? 뭘 그리 놀라?”
그때의 감정이 느껴진다. 홍연기의 한마디에 겁에 먹고 벌벌 떨던 시절. 그의 존재 자체가 우리한테는 공포였다.
“후~”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괴롭네요.”
“흐흐! 괴롭지?! 왜 그런지 알아?! 학교는 배움의 터! 그곳이 괴롭다는 것은 자신이 악마란 것을 입증한 것과 같아!”
눈앞의 내 트라우마의 대상이 잘도 주둥이를 놀린다.
난 저런 것 때매···, 우린 저런 것 때매···.
“30명 중,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내 믿음에 신께서 날 도운 거야! 아쉽게도 5명이나 살아남았네!”
그때였다. 분명 내가 많은 붉은 하늘에 있어야 될 하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연아?”
당황한 하연은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홍연기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 어···.”
말을 잇지 못하고 떨며 뒷걸음을 치는 그녀를 보며 홍연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머지않아 지규혁과 임경훈 또한 이 장소에 불려왔다.
지규혁은 홍연기를 보며 고함쳤다.
“홍연기! 내가 널 죽여버릴거야!”
이성을 잃은 그가 홍연기에게 달려가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나 나와 동일하게 능력은 사용되지 않았고 그는 이내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임경훈은 처음부터 반항할 생각 없다는 듯, 그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보내줄 거 같습니까?”
그의 손짓에 붉은 제복을 입은 남성이 나와서 임경훈의 목을 잡았다.
“윽!”
겁에 질린 임경훈이 발버둥을 치지만 이미 늦었다.
뚝!
그의 경추가 붉은 옷을 입은 남성에 의해 부러져버렸다.
“그만!”
참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난 홍연기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예은이 죽었습니다. 방금 임경훈 또한 죽었습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원망에 찬 목소리. 그런 내 목소리가 기쁜 듯, 홍연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웃는 겁니까?”
“그럼 안 웃냐? 악마가 날 향해 화냈다는 건, 난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악마···.”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악마····. 좋아요. 마음 결정했어요.”
내 말에 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 팔을 붙잡았다.
“현진아···, 도망가자.”
“나 고민했어. 과연 뭐가 옳은 것일까? 이에은과 진은희는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염씨의 방식도 더 옳은 것이 아닐까? 근데 말이야. 왜 자꾸 세상이 날 거부하냐?”
눈물이 났다.
처음이다. 이건 분노 때문일까? 아니다. 내 감정은 더 이상 분노를 느끼기에 너무 지쳤다.
“사라져라! 악마들이여!”
홍연기가 괴성을 지르며 소매에서 당산나무 가지를 들고 내리쳤다.
그것이 머리에 닿은 순간, 내 머리는 그대로 터져 없어졌다.
“현진아!”
어라? 이상하네. 분명 내 머리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죽지 마···. 부탁이야···.”
머리가 없는 내 몸을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하연을 보며 이 감정을 조금 깨달았다.
이건 슬픔이었어.
내 생각이 정리되자 내 몸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연이 놀라 내 몸과 거리를 둔 순간 내 몸이 일어났다.
“뭐야?”
겁에 질린 하연이 뒷걸음질을 쳤다. 분명 머리가 없는데 몸이 움직인다.
구현진의 몸은 소리를 내었다.
“네, 네가····, 무섭지 않아···.”
머리가 없는 몸뚱이가 어떻게 소리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그것은 홍연기의 귀에 들렸다.
“뭐, 뭐야?!”
홍연기가 당황했지만 이미 늦었다.
구현진의 몸은 에너지를 모아 검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하늘에 몸이 뜬 상태로 빠르게 홍연기에게 다가갔다.
“윽! 쏴!”
재빠른 공격은 겨우 피해낸 홍연기가 외쳤다.
그러자 숨어있던 그의 부하들이 총을 들고 구현진을 향해 난사하였다.
“으하하하!”
총격을 그대로 맞은 구현진의 몸은 허름하였다.
이곳저곳에 구멍이 파였고 벌집이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죽지 않아?”
그러나 구현진의 몸은 서 있었다. 손을 서서히 올려 한번 감았다 펴자 구현진의 몸은 홍연기의 뒤로 이동하였다.
“뭐야?”
푹!
들고 있던 검이 홍연기의 등을 베었다.
겨우 몸을 회피해 검이 깊숙이 박히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꽤나 많았다.
“위험해···.”
위기를 감지한 홍연기가 뒤를 돌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구현진의 몸은 다시 한번 손을 올려 순식간의 그의 앞으로 이동하였다.
“저리 가!”
푹! 푹! 푹!
홍연기의 오른쪽 다리에 칼이 깊숙이 찔렸다.
“으아악!”
붉은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의 근육 안에 있는 뼈가 외부로 노출될 정도로 완벽히 절단되었다.
“살, 살려줘.”
그가 애원하지만, 구현진을 설득하기는 무리였다.
이미 구현진은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 구현진은 저주에 걸렸다.
감정 없이 그저 타인을 죽이는 저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으악!”
다음은 왼쪽 다리다. 그다음은 왼쪽 팔. 그다음은 오른쪽 팔. 그다음은 복부. 그다음은 목.
뚝!
마지막을 기점으로 홍연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홍연기를 죽인 구현진의 몸은 한을 푼 듯, 서서히 자연 에너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하연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꿔왔는데, 홍연기 때매 이제 불가능해졌다.
“조심해!”
그때, 지규혁이 온몸으로 이하연을 감싸 안았다. 그녀가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리자 붉은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신음을 내며 지규혁이 하연을 데리고 도망쳤다.
홍연기가 사망했지만, 아직 이곳은 희망 중학교다. 그 말은 이곳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란 것이다.
일단 현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하연은 정신을 차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지규혁의 몸을 붙잡았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하연은 구현진의 말을 떠올렸다. 재앙 속에서도 웃으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눈물 젖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우린, 괜찮을···?”
그러나 상황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규혁의 한쪽 팔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규혁아?”
“어···, 미안···, 하연아···, 앞이 안 보여.”
그의 말에 하연은 지규혁의 눈을 보았다.
현재 그의 눈은 붉은 액체가 되어 녹아내리고 있다.
“안 돼···, 죽지 마···.”
“하연아···, 거기 있어?”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된 듯,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괜찮아, 죽지 않을 거···, 야.”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의 몸은 붉은 액체가 되어 서서히 녹아드렸다. 이제 사람의 형태라 말할 수 없을 정도까지 녹았다. 더 이상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 혼자야?”
그러자 허공에서 진은희가 나왔다.
“전부 끝났어.”
그녀의 말에 이하연은 고개를 돌려 세상을 바라봤다.
거대해진 ‘알파’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의 거대한 분노는 영웅 또한 막을 수 없었다.
정부에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한국의 총 군사력을 동원했지만 무력했다.
“뭐야, 이게.”
허무한 듯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진은희는 말하였다.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야.”
“결과? 우리가 전부 죽은 게 이게 결과야?!”
“그래. 우릴 아무도 돕지 않은 대가.”
세상은 멸망의 길로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통제를 잃은 알파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살해하였다.
당연히 그것은 옳은 게 아니다. 현진도, 예은도, 은희도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구현진이 세상을 바꿔주면 베스트겠지. 하지만 현진은 내 생각보다 강했어.”
“뭐?”
“자신이 살아있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거야.”
진은희의 말에 이하연은 이해가 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구현진은 머리가 없는 몸이 다시 형성화되기 시작했다.
“현진은, 살아있는 거?”
“아니. 죽었어.”
“그럼 어째서?”
“널 지키겠다는 거야.”
형성된 구현진은 자신의 저주(목적)에 의해 움직였다.
그의 몸은 ‘알파’를 향해 뛰었다. 몇천 번이고 죽음과 재생을 반복한 영웅은 구현진의 에너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죽은 자의 마지막 원한.
그것을 사람들은 악귀라 부른다.
그 악귀가 지금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력으로 뛰고 있다.
구현진의 몸은 ‘알파’의 몸을 잡았다. 그러더니 그의 거대한 검은 에너지를 빨아드리기 시작했다.
“으아어엉!”
점점 힘이 빠지는 알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 영웅은 뛰었다. 그의 검이 알파의 몸을 베어나가자, 그의 힘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계속해! 재앙!”
양손으로 그의 살점을 꽉 붙잡고 모든 에너지를 빨아드렸다.
그러자 알파의 내부에 있던 소년이 튀어나왔다.
“비켜!”
검을 든 영웅이 소년을 베려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빛나는 검이 소년의 목을 향한 순간, 구현진이 온몸으로 그 검을 막았다.
“왜?”
의문을 표하는 영웅. 그런 그에게 하연은 다가가 말하였다.
“현진은···, 아이를 죽이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하연의 말을 들은 영웅이 잠시 망설이다 이내 체념한 듯, 검을 집어넣었다.
알파의 소멸과 함께 이예은의 저주 또한 사라졌다.
거리에 무한정 생산되었던 괴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끝난 건가.”
철퍼덕!
힘을 다한 듯, 구현진의 몸이 쓰러지자 하연은 그의 몸을 끌어안고 말하였다.
“수고했어.”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같이 하고 싶은 거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나 혼자잖아.”
하연은 하늘을 바라봤다.
“나 빼고 다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희망을 잃은 눈빛의 하연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하연아.”
그 순간, 구현진의 목소리에 하연은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뒤에는 진은희와 구현진을 포함한 반 친구 전원이 서 있었다.
“혀, 현진아!”
하연은 현진에게 뛰어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현진을 꼭 끌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연아, 웃어.”
“나, 나 너희들 없이···, 혼자···.”
“이걸로 됐어. 이걸로···.”
하연의 어깨를 잡고 거리를 둔 구현진이 손을 흔들었다.
“잠만, 가지 마.”
그것은 진은희도 똑같았다. 나머지 반의 친구들 또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난···, 난···.”
구현진은 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꼬리를 올려주었다.
“웃어! 우리 보여주자! 이렇게 힘들게 자란 우리도 웃으며 지낸다는 것을!"
현진의 마지막 말에 하연은 웃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았다.
그녀의 웃음에 모두 안심한 듯, 서서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나, 혼자구나···.”
하연은 웃었다. 이 재앙 속에서, 현진과의 추억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웃을게.”
만약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그 대상을 앞에 두면 어떻게 될까?
“불길한 장소군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과거의 그곳. 희망 중학교다.
“전에도 많이 와보지 않았나? 뭘 그리 놀라?”
그때의 감정이 느껴진다. 홍연기의 한마디에 겁에 먹고 벌벌 떨던 시절. 그의 존재 자체가 우리한테는 공포였다.
“후~”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괴롭네요.”
“흐흐! 괴롭지?! 왜 그런지 알아?! 학교는 배움의 터! 그곳이 괴롭다는 것은 자신이 악마란 것을 입증한 것과 같아!”
눈앞의 내 트라우마의 대상이 잘도 주둥이를 놀린다.
난 저런 것 때매···, 우린 저런 것 때매···.
“30명 중,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내 믿음에 신께서 날 도운 거야! 아쉽게도 5명이나 살아남았네!”
그때였다. 분명 내가 많은 붉은 하늘에 있어야 될 하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연아?”
당황한 하연은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홍연기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 어···.”
말을 잇지 못하고 떨며 뒷걸음을 치는 그녀를 보며 홍연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머지않아 지규혁과 임경훈 또한 이 장소에 불려왔다.
지규혁은 홍연기를 보며 고함쳤다.
“홍연기! 내가 널 죽여버릴거야!”
이성을 잃은 그가 홍연기에게 달려가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나 나와 동일하게 능력은 사용되지 않았고 그는 이내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임경훈은 처음부터 반항할 생각 없다는 듯, 그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보내줄 거 같습니까?”
그의 손짓에 붉은 제복을 입은 남성이 나와서 임경훈의 목을 잡았다.
“윽!”
겁에 질린 임경훈이 발버둥을 치지만 이미 늦었다.
뚝!
그의 경추가 붉은 옷을 입은 남성에 의해 부러져버렸다.
“그만!”
참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난 홍연기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예은이 죽었습니다. 방금 임경훈 또한 죽었습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원망에 찬 목소리. 그런 내 목소리가 기쁜 듯, 홍연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웃는 겁니까?”
“그럼 안 웃냐? 악마가 날 향해 화냈다는 건, 난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악마···.”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악마····. 좋아요. 마음 결정했어요.”
내 말에 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 팔을 붙잡았다.
“현진아···, 도망가자.”
“나 고민했어. 과연 뭐가 옳은 것일까? 이에은과 진은희는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염씨의 방식도 더 옳은 것이 아닐까? 근데 말이야. 왜 자꾸 세상이 날 거부하냐?”
눈물이 났다.
처음이다. 이건 분노 때문일까? 아니다. 내 감정은 더 이상 분노를 느끼기에 너무 지쳤다.
“사라져라! 악마들이여!”
홍연기가 괴성을 지르며 소매에서 당산나무 가지를 들고 내리쳤다.
그것이 머리에 닿은 순간, 내 머리는 그대로 터져 없어졌다.
“현진아!”
어라? 이상하네. 분명 내 머리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죽지 마···. 부탁이야···.”
머리가 없는 내 몸을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하연을 보며 이 감정을 조금 깨달았다.
이건 슬픔이었어.
내 생각이 정리되자 내 몸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연이 놀라 내 몸과 거리를 둔 순간 내 몸이 일어났다.
“뭐야?”
겁에 질린 하연이 뒷걸음질을 쳤다. 분명 머리가 없는데 몸이 움직인다.
구현진의 몸은 소리를 내었다.
“네, 네가····, 무섭지 않아···.”
머리가 없는 몸뚱이가 어떻게 소리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그것은 홍연기의 귀에 들렸다.
“뭐, 뭐야?!”
홍연기가 당황했지만 이미 늦었다.
구현진의 몸은 에너지를 모아 검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하늘에 몸이 뜬 상태로 빠르게 홍연기에게 다가갔다.
“윽! 쏴!”
재빠른 공격은 겨우 피해낸 홍연기가 외쳤다.
그러자 숨어있던 그의 부하들이 총을 들고 구현진을 향해 난사하였다.
“으하하하!”
총격을 그대로 맞은 구현진의 몸은 허름하였다.
이곳저곳에 구멍이 파였고 벌집이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죽지 않아?”
그러나 구현진의 몸은 서 있었다. 손을 서서히 올려 한번 감았다 펴자 구현진의 몸은 홍연기의 뒤로 이동하였다.
“뭐야?”
푹!
들고 있던 검이 홍연기의 등을 베었다.
겨우 몸을 회피해 검이 깊숙이 박히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꽤나 많았다.
“위험해···.”
위기를 감지한 홍연기가 뒤를 돌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구현진의 몸은 다시 한번 손을 올려 순식간의 그의 앞으로 이동하였다.
“저리 가!”
푹! 푹! 푹!
홍연기의 오른쪽 다리에 칼이 깊숙이 찔렸다.
“으아악!”
붉은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의 근육 안에 있는 뼈가 외부로 노출될 정도로 완벽히 절단되었다.
“살, 살려줘.”
그가 애원하지만, 구현진을 설득하기는 무리였다.
이미 구현진은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 구현진은 저주에 걸렸다.
감정 없이 그저 타인을 죽이는 저주가 되어버린 것이다.
“으악!”
다음은 왼쪽 다리다. 그다음은 왼쪽 팔. 그다음은 오른쪽 팔. 그다음은 복부. 그다음은 목.
뚝!
마지막을 기점으로 홍연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홍연기를 죽인 구현진의 몸은 한을 푼 듯, 서서히 자연 에너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하연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꿔왔는데, 홍연기 때매 이제 불가능해졌다.
“조심해!”
그때, 지규혁이 온몸으로 이하연을 감싸 안았다. 그녀가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리자 붉은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신음을 내며 지규혁이 하연을 데리고 도망쳤다.
홍연기가 사망했지만, 아직 이곳은 희망 중학교다. 그 말은 이곳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란 것이다.
일단 현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하연은 정신을 차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지규혁의 몸을 붙잡았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하연은 구현진의 말을 떠올렸다. 재앙 속에서도 웃으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눈물 젖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우린, 괜찮을···?”
그러나 상황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규혁의 한쪽 팔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규혁아?”
“어···, 미안···, 하연아···, 앞이 안 보여.”
그의 말에 하연은 지규혁의 눈을 보았다.
현재 그의 눈은 붉은 액체가 되어 녹아내리고 있다.
“안 돼···, 죽지 마···.”
“하연아···, 거기 있어?”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된 듯,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괜찮아, 죽지 않을 거···, 야.”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의 몸은 붉은 액체가 되어 서서히 녹아드렸다. 이제 사람의 형태라 말할 수 없을 정도까지 녹았다. 더 이상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 혼자야?”
그러자 허공에서 진은희가 나왔다.
“전부 끝났어.”
그녀의 말에 이하연은 고개를 돌려 세상을 바라봤다.
거대해진 ‘알파’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의 거대한 분노는 영웅 또한 막을 수 없었다.
정부에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한국의 총 군사력을 동원했지만 무력했다.
“뭐야, 이게.”
허무한 듯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진은희는 말하였다.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야.”
“결과? 우리가 전부 죽은 게 이게 결과야?!”
“그래. 우릴 아무도 돕지 않은 대가.”
세상은 멸망의 길로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통제를 잃은 알파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살해하였다.
당연히 그것은 옳은 게 아니다. 현진도, 예은도, 은희도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구현진이 세상을 바꿔주면 베스트겠지. 하지만 현진은 내 생각보다 강했어.”
“뭐?”
“자신이 살아있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거야.”
진은희의 말에 이하연은 이해가 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구현진은 머리가 없는 몸이 다시 형성화되기 시작했다.
“현진은, 살아있는 거?”
“아니. 죽었어.”
“그럼 어째서?”
“널 지키겠다는 거야.”
형성된 구현진은 자신의 저주(목적)에 의해 움직였다.
그의 몸은 ‘알파’를 향해 뛰었다. 몇천 번이고 죽음과 재생을 반복한 영웅은 구현진의 에너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죽은 자의 마지막 원한.
그것을 사람들은 악귀라 부른다.
그 악귀가 지금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력으로 뛰고 있다.
구현진의 몸은 ‘알파’의 몸을 잡았다. 그러더니 그의 거대한 검은 에너지를 빨아드리기 시작했다.
“으아어엉!”
점점 힘이 빠지는 알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 영웅은 뛰었다. 그의 검이 알파의 몸을 베어나가자, 그의 힘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계속해! 재앙!”
양손으로 그의 살점을 꽉 붙잡고 모든 에너지를 빨아드렸다.
그러자 알파의 내부에 있던 소년이 튀어나왔다.
“비켜!”
검을 든 영웅이 소년을 베려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빛나는 검이 소년의 목을 향한 순간, 구현진이 온몸으로 그 검을 막았다.
“왜?”
의문을 표하는 영웅. 그런 그에게 하연은 다가가 말하였다.
“현진은···, 아이를 죽이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하연의 말을 들은 영웅이 잠시 망설이다 이내 체념한 듯, 검을 집어넣었다.
알파의 소멸과 함께 이예은의 저주 또한 사라졌다.
거리에 무한정 생산되었던 괴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끝난 건가.”
철퍼덕!
힘을 다한 듯, 구현진의 몸이 쓰러지자 하연은 그의 몸을 끌어안고 말하였다.
“수고했어.”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같이 하고 싶은 거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나 혼자잖아.”
하연은 하늘을 바라봤다.
“나 빼고 다 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희망을 잃은 눈빛의 하연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하연아.”
그 순간, 구현진의 목소리에 하연은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뒤에는 진은희와 구현진을 포함한 반 친구 전원이 서 있었다.
“혀, 현진아!”
하연은 현진에게 뛰어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현진을 꼭 끌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연아, 웃어.”
“나, 나 너희들 없이···, 혼자···.”
“이걸로 됐어. 이걸로···.”
하연의 어깨를 잡고 거리를 둔 구현진이 손을 흔들었다.
“잠만, 가지 마.”
그것은 진은희도 똑같았다. 나머지 반의 친구들 또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난···, 난···.”
구현진은 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꼬리를 올려주었다.
“웃어! 우리 보여주자! 이렇게 힘들게 자란 우리도 웃으며 지낸다는 것을!"
현진의 마지막 말에 하연은 웃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았다.
그녀의 웃음에 모두 안심한 듯, 서서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나, 혼자구나···.”
하연은 웃었다. 이 재앙 속에서, 현진과의 추억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웃을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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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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