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조회 : 1,164 추천 : 0 글자수 : 5,343 자 2022-12-07
웃음신의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갔다.
“현진. 손을 잡지 않을래?”
그런 염씨는 내게 손을 뻗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싫어.”
거부당한 염씨는 좌절하였다.
“왜 싫다는 거야? 우리가 손을 잡으면 세상을 얻는 건 시간문제라고. 네가 원하는 세상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세상···, 확실히 진짜 내가 세웠던 계획보다 더 좋을지도.
“확실히 너무나 좋은 계획이지만 됐어.”
차분하고 단호히 말하였다.
그러자 염씨도 단념한 듯, 미소를 지었다.
“많이 변했네.”
“그럼요.”
더 이상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
복수나 절망 따위 하지 못하게 된 느낌이다.
그것은 진짜인 내가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지금이 더 보기 좋다.”
“그건 상당히 고마운 말이군요.”
염씨가 만든 사이비 종교는 나쁜 것일까?
난 그 물음에 확답을 할 수 없다.
전에 그의 신자들은 그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든 좋으니까 사람이 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돼.
***
하연과 오랜만에 그녀의 언니가 운영하는 학원으로 도착하였다.
“오랜만입니다.”
내 인사에 그녀의 언니인 이하은이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주었다.
“군대 갔었다면서.”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내 여유 가득한 미소에 이하은은 말하였다.
“군대 다녀왔더니 사람이 변했네.”
과거의 나와 그 정도로 다른 건가.
“요즘 사건사고가 많으니까, 달라졌네요.”
“진짜 요즘은 밖에 나가기도 무서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감염자란 존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그들을 제거할 방법을 찾은 듯, 감염자에 대한 목격 정보는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하연과 배우로 온 것은 점자다.
수어는 어느 정도 익숙해서 괜찮은데 점자는 배워본 적이 없다.
“오랜만이네.”
하연의 말에 나 또한 추억에 잠겼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나 소심하고 연약했다.
“그러게. 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
“현진아, 내 대학에 들어가 보려고.”
이제 귀에서 보청기도 뺀 하연은 자신감을 얻었다.
저에도 스스로를 이겨내려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에게 이제 핸디캡은 없다.
“좋다고 생각해.”
“현진도 같이 가자!”
제법 진심인 것 같다.
“친구하고 같이 대학 생활해 보고 싶었어.”
자신의 꿈인 마냥 하연은 말을 이었다.
“같이 사회복지사가 돼서 사람을 돕자. 분명 우리가 지금 배워둔 것들도 임상에 나가면 모두 도움이 될 거야.”
그녀의 말에 주위를 살폈다. 학원에는 청각장애인 또한 많이 있었다.
수어라는 언어를 배우게 된다면 그들에게 누구보다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다.
“알겠어.”
과거 김대현과 계약한 게 있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효력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쪽에서 연락이 와도 무시하니까.
수업이 끝나고 같이 영화도 보았다.
카페에 가서 수다도 떨고 케이크도 먹었다.
“이거 맛있네."
이런 걸 파는 줄 처음 알았다.
“응, 현진 이제 우리 평범하게 살 수 있겠지?”
하연은 김대현과의 계약을 끊었다. 더 이상 엮이기 싫다는 전달하였다.
“걱정 마. 네가 그걸 원한다면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인생의 목적은 이미 정해뒀다.
더 이상 사람을 구한다는 거창한 목적 따위 없다. 그저 내 주위의 친구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현진아, 내일은 어디 갈래?”
“내일···, 그러게.”
놀아본 적이 없으니까.
밖에서 검은색의 에너지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진아, 밖에···.”
그것을 이하연도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줄 거?”
내 질문에 하연은 의문을 품었다.
“당연히 도와야지.”
“역시 하연은 좋은 사람이네.”
사람의 본질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타인을 도우려는 사람과 타인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
하연아, 이 세상은 후자인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럼에도 넌 사람을 돕는 걸 선택하는 거니?
밖으로 나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했다. 이건 이예은이 뿌린 저주의 기운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감염자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여기야, 현진!”
그녀는 서둘러 현장으로 달렸다. 그때, 하연에게 무언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연아!”
난 서둘러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내 뒤로 숨겼다.
그러자 날아오는 무언가는 빠른 속도로 내 명치를 관통하였다.
“쿠억!”
“현진아!”
하연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날 붙잡았다.
“어째서···.”
입에서 피를 토하며 미소를 지었다.
진은희가 있었다면 굳이 찔리지 않고도 막았을 텐데···.
“죽지 마!”
“난···, 죽지 않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닥에 검붉은 하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나와 동일한 인격을 가진 내가 나왔다.
“수고했어, 나.”
“하하, 이제 좀 쉴게···.”
나의 인생은 끝났다. 그래도 뭐,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의지를 이어준다면 상관 없지.
***
싸늘하게 죽은 내 시체를 검붉은 하늘의 세계로 넣었다.
“하연아, 내 뒤에 있어.”
하연의 미묘 복잡한 표정을 뒤로한 채, 우릴 공격한 적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 박수를 치며 의문의 남성이 등장했다.
“역시 신의 대리인님! 대단해!”
마르고 키가 큰 처음 보는 남성이다.
“그건 뭡니까?”
겉보기에는 돌연변이도 감염자도 아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있는 이상한 무기, 창으로 보이는 무기에 묘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거? 이건 성스러운 무기야. 그리고 다음은 네가 이 무기가 되는 거고.”
이해할 수 없다.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네. 너희 같은 악마를 갈아 넣으면 성스러운 무기를 신께서 하사하는 거야. 우리 같이 신한테 기도하지 않을래?”
전과 같이 거대한 에너지로 싸우는 건 현재의 나한테 무리다. 붉은 하늘의 세상이 아닌 이상. 진은희가 옆에 없는 이상, 난 적은 에너지로 싸워야 된다.
최악의 상황에는 이하연을 붉은 하늘의 세상으로 보내면 되나.
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에게 물었다.
“신을 본 적이 있습니까?”
“어딜! 우리 같은 하천한 것이 신님을 눈에 담을 수 있나?!”
내 물음에 격노하는 남성.
“보지도 않은 걸 신뢰하다니, 참으로 멍청하군요.”
“지금 신을 우롱할 셈이냐?!”
“아까 말한 신의 대리인은 뭡니까?”
“후, 후훗, 너희도 아는 사람이야.”
우리도?
“죽어.”
말을 할 거면 끝까지 하지.
남성은 다시 한번 창을 던졌다. 눈에 보이는 궤도이기에 가볍게 피하자 남성은 빈손으로 달려왔다.
“이 정도입니까?”
푹!
분명 손에 없던 창이 갑자기 손에 생성되었다.
“또?”
배에 또 한 번 구멍이 났다. 난 내 배를 관통한 창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내 주위 지면에서 나와 같은 인물 둘이 나와 그에게 손을 뻗었다.
“어이쿠!”
손에 얼마든지 재생하는 창을 남성은 과감히 버리고 거리를 두었다.
“열 받게···, 하시는군요.”
상당히 성가신 상대다. 창의 거리 때매 근거리 공격을 할 수가 없다.
“현진아···.”
뒤를 돌아보자 하연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의도를 확신한 난 남성에게로 달렸다.
“포기한 거냐?!”
세 명의 내가 달리자 남성은 손에 생성된 창을 돌리기 시작했다.
“뭐야?”
그러던 와중, 하연의 눈 색이 검붉게 물들며 그를 노려보자 그가 잡고 있던 창이 감촉같이 사라졌다.
“이런 건 못 들었어···.”
당황한 남성이 허둥지둥거리는 동안 내 손은 그의 머리에 닿았다.
휘이이익!
강렬한 바람.
감정을 점점 잃어가는 나한테 진은희가 붙지 않은 이상 강한 힘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대체···, 여긴···.”
남성의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지금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붉은···, 하늘···.”
그가 하늘을 보며 말하였다.
그는 이곳을 들은 적이 있는 듯, 외쳤다.
“날 당장 꺼내! 이 지옥에서 꺼내라고!”
“알고 계셨던 겁니까?”
“성경에 나와 있어! 지옥은 검붉은 하늘이 떠 있는 세상이라고.”
“성경? 그 성경을 준 사람은 누구죠?”
남성은 좌절했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눈으로 셀 수 없는 구현진의 수.
수천 명의 구현진이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후~ 말하지 않아 주는 겁니까? 어쩔 수 없죠. 여기서 같이 노는 수밖에.”
내 말에 멀리서 다가오는 한 남성.
“저놈은 뭐냐?”
이미 싸움을 포기한 영웅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역겨운 걸 만들어 낸 모양입니다."
그가 들고 있는 창을 영웅은 뺏어서 확인하였다.
“이건···!”
몹시 당황한 듯, 머리를 붙잡고 두통을 호소하였다.
“결국 여기까지 타락한 건가.”
난 그의 말뜻을 알 수 없었다.
“설명 좀 해주세요.”
“어? 어. 이건 폭주한 돌연변이의 몸으로 만든 무기야. 우리가 폭주하면 저주를 남긴다는 건 들었지? 그 저주를 이용하다니···.”
혐오스럽다는 표정. 생각해보니 김현준 사건 때도 그랬다. 그는 폭주하고 시간이 지나 소멸하였다. 그러나 그가 남긴 저주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지금은 그 저주를 내가 가지고 있지만.
“바캉스를 즐기세요.”
작게 한숨을 쉬고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악몽]이 시작되었다.
남성은 몸을 부들 떨며 빠져나올 수 없는 악몽 속으로 들어갔다.
“재앙, 날 여기서 꺼내.”
“그건 곤란합니다.”
“너희 방해는 안 하지.”
“전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전 약해져서 이곳에서 당신이 나간다면 다시 막을 힘이 없습니다. 당신은 너무 강합니다.”
아직 그를 꺼낼 수는 없다. 이곳에 [영웅]을 가둬두고 느낀 게 있다.
그의 정직한 마음을 더럽힐 수 있는 건 없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강인한 마음은 어떤 저주가 와도 전부 정화하겠지.
“하연이 기다리겠군요. 전 가보겠습니다.”
***
이예은은 집안에 틀어박혀 집에 있는 곤충들의 사육에 전념했다.
하루아침에 목적을 잃은 느낌에 좌절했다.
“현진···, 난···.”
그녀의 책사에는 구현진과 둘이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현진과 둘이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진은 변했다.
“변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그는 예전에도 그러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면서 누구보다 먼저 나서 사람을 돕고, 다 같이 웃는 걸 누구보다 행복해하였다.
예은은 손에 거대한 에너지를 형성하였다. 더 이상 누구도 의지할 수 없다. 나 혼자다.
“그런다고 세상은 멸망하지 않아.”
괴물을 끊임없이 소환하는 하연의 뒤에 진은희가 있었다.
“나가.”
“싫어.”
“그럼 힘이라도 빌려줄래?”
이예은의 물음에 진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의외네.”
진심으로 당황했다. 항상 현진의 뒤에서 그만을 지키던 진은희가 나한테 힘을 빌려주다니···.
“현진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갈 거야. 그한테서 분노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아.”
“몇 년을 공들였을 텐데, 아쉽겠네.”
“아쉽지. 그래서 현진에게 알려주려고.”
알려준다니?
의문을 품은 이예은. 하지만 진은희는 답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진, 너한테 다시 한번 재앙이 올 거야.”
“현진. 손을 잡지 않을래?”
그런 염씨는 내게 손을 뻗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싫어.”
거부당한 염씨는 좌절하였다.
“왜 싫다는 거야? 우리가 손을 잡으면 세상을 얻는 건 시간문제라고. 네가 원하는 세상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세상···, 확실히 진짜 내가 세웠던 계획보다 더 좋을지도.
“확실히 너무나 좋은 계획이지만 됐어.”
차분하고 단호히 말하였다.
그러자 염씨도 단념한 듯, 미소를 지었다.
“많이 변했네.”
“그럼요.”
더 이상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
복수나 절망 따위 하지 못하게 된 느낌이다.
그것은 진짜인 내가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지금이 더 보기 좋다.”
“그건 상당히 고마운 말이군요.”
염씨가 만든 사이비 종교는 나쁜 것일까?
난 그 물음에 확답을 할 수 없다.
전에 그의 신자들은 그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든 좋으니까 사람이 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돼.
***
하연과 오랜만에 그녀의 언니가 운영하는 학원으로 도착하였다.
“오랜만입니다.”
내 인사에 그녀의 언니인 이하은이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주었다.
“군대 갔었다면서.”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내 여유 가득한 미소에 이하은은 말하였다.
“군대 다녀왔더니 사람이 변했네.”
과거의 나와 그 정도로 다른 건가.
“요즘 사건사고가 많으니까, 달라졌네요.”
“진짜 요즘은 밖에 나가기도 무서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감염자란 존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그들을 제거할 방법을 찾은 듯, 감염자에 대한 목격 정보는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하연과 배우로 온 것은 점자다.
수어는 어느 정도 익숙해서 괜찮은데 점자는 배워본 적이 없다.
“오랜만이네.”
하연의 말에 나 또한 추억에 잠겼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나 소심하고 연약했다.
“그러게. 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
“현진아, 내 대학에 들어가 보려고.”
이제 귀에서 보청기도 뺀 하연은 자신감을 얻었다.
저에도 스스로를 이겨내려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에게 이제 핸디캡은 없다.
“좋다고 생각해.”
“현진도 같이 가자!”
제법 진심인 것 같다.
“친구하고 같이 대학 생활해 보고 싶었어.”
자신의 꿈인 마냥 하연은 말을 이었다.
“같이 사회복지사가 돼서 사람을 돕자. 분명 우리가 지금 배워둔 것들도 임상에 나가면 모두 도움이 될 거야.”
그녀의 말에 주위를 살폈다. 학원에는 청각장애인 또한 많이 있었다.
수어라는 언어를 배우게 된다면 그들에게 누구보다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다.
“알겠어.”
과거 김대현과 계약한 게 있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효력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쪽에서 연락이 와도 무시하니까.
수업이 끝나고 같이 영화도 보았다.
카페에 가서 수다도 떨고 케이크도 먹었다.
“이거 맛있네."
이런 걸 파는 줄 처음 알았다.
“응, 현진 이제 우리 평범하게 살 수 있겠지?”
하연은 김대현과의 계약을 끊었다. 더 이상 엮이기 싫다는 전달하였다.
“걱정 마. 네가 그걸 원한다면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인생의 목적은 이미 정해뒀다.
더 이상 사람을 구한다는 거창한 목적 따위 없다. 그저 내 주위의 친구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현진아, 내일은 어디 갈래?”
“내일···, 그러게.”
놀아본 적이 없으니까.
밖에서 검은색의 에너지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진아, 밖에···.”
그것을 이하연도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줄 거?”
내 질문에 하연은 의문을 품었다.
“당연히 도와야지.”
“역시 하연은 좋은 사람이네.”
사람의 본질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타인을 도우려는 사람과 타인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
하연아, 이 세상은 후자인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럼에도 넌 사람을 돕는 걸 선택하는 거니?
밖으로 나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했다. 이건 이예은이 뿌린 저주의 기운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감염자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여기야, 현진!”
그녀는 서둘러 현장으로 달렸다. 그때, 하연에게 무언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연아!”
난 서둘러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내 뒤로 숨겼다.
그러자 날아오는 무언가는 빠른 속도로 내 명치를 관통하였다.
“쿠억!”
“현진아!”
하연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날 붙잡았다.
“어째서···.”
입에서 피를 토하며 미소를 지었다.
진은희가 있었다면 굳이 찔리지 않고도 막았을 텐데···.
“죽지 마!”
“난···, 죽지 않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닥에 검붉은 하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나와 동일한 인격을 가진 내가 나왔다.
“수고했어, 나.”
“하하, 이제 좀 쉴게···.”
나의 인생은 끝났다. 그래도 뭐,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의지를 이어준다면 상관 없지.
***
싸늘하게 죽은 내 시체를 검붉은 하늘의 세계로 넣었다.
“하연아, 내 뒤에 있어.”
하연의 미묘 복잡한 표정을 뒤로한 채, 우릴 공격한 적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 박수를 치며 의문의 남성이 등장했다.
“역시 신의 대리인님! 대단해!”
마르고 키가 큰 처음 보는 남성이다.
“그건 뭡니까?”
겉보기에는 돌연변이도 감염자도 아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있는 이상한 무기, 창으로 보이는 무기에 묘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거? 이건 성스러운 무기야. 그리고 다음은 네가 이 무기가 되는 거고.”
이해할 수 없다.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네. 너희 같은 악마를 갈아 넣으면 성스러운 무기를 신께서 하사하는 거야. 우리 같이 신한테 기도하지 않을래?”
전과 같이 거대한 에너지로 싸우는 건 현재의 나한테 무리다. 붉은 하늘의 세상이 아닌 이상. 진은희가 옆에 없는 이상, 난 적은 에너지로 싸워야 된다.
최악의 상황에는 이하연을 붉은 하늘의 세상으로 보내면 되나.
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에게 물었다.
“신을 본 적이 있습니까?”
“어딜! 우리 같은 하천한 것이 신님을 눈에 담을 수 있나?!”
내 물음에 격노하는 남성.
“보지도 않은 걸 신뢰하다니, 참으로 멍청하군요.”
“지금 신을 우롱할 셈이냐?!”
“아까 말한 신의 대리인은 뭡니까?”
“후, 후훗, 너희도 아는 사람이야.”
우리도?
“죽어.”
말을 할 거면 끝까지 하지.
남성은 다시 한번 창을 던졌다. 눈에 보이는 궤도이기에 가볍게 피하자 남성은 빈손으로 달려왔다.
“이 정도입니까?”
푹!
분명 손에 없던 창이 갑자기 손에 생성되었다.
“또?”
배에 또 한 번 구멍이 났다. 난 내 배를 관통한 창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내 주위 지면에서 나와 같은 인물 둘이 나와 그에게 손을 뻗었다.
“어이쿠!”
손에 얼마든지 재생하는 창을 남성은 과감히 버리고 거리를 두었다.
“열 받게···, 하시는군요.”
상당히 성가신 상대다. 창의 거리 때매 근거리 공격을 할 수가 없다.
“현진아···.”
뒤를 돌아보자 하연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의도를 확신한 난 남성에게로 달렸다.
“포기한 거냐?!”
세 명의 내가 달리자 남성은 손에 생성된 창을 돌리기 시작했다.
“뭐야?”
그러던 와중, 하연의 눈 색이 검붉게 물들며 그를 노려보자 그가 잡고 있던 창이 감촉같이 사라졌다.
“이런 건 못 들었어···.”
당황한 남성이 허둥지둥거리는 동안 내 손은 그의 머리에 닿았다.
휘이이익!
강렬한 바람.
감정을 점점 잃어가는 나한테 진은희가 붙지 않은 이상 강한 힘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대체···, 여긴···.”
남성의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지금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붉은···, 하늘···.”
그가 하늘을 보며 말하였다.
그는 이곳을 들은 적이 있는 듯, 외쳤다.
“날 당장 꺼내! 이 지옥에서 꺼내라고!”
“알고 계셨던 겁니까?”
“성경에 나와 있어! 지옥은 검붉은 하늘이 떠 있는 세상이라고.”
“성경? 그 성경을 준 사람은 누구죠?”
남성은 좌절했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눈으로 셀 수 없는 구현진의 수.
수천 명의 구현진이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후~ 말하지 않아 주는 겁니까? 어쩔 수 없죠. 여기서 같이 노는 수밖에.”
내 말에 멀리서 다가오는 한 남성.
“저놈은 뭐냐?”
이미 싸움을 포기한 영웅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역겨운 걸 만들어 낸 모양입니다."
그가 들고 있는 창을 영웅은 뺏어서 확인하였다.
“이건···!”
몹시 당황한 듯, 머리를 붙잡고 두통을 호소하였다.
“결국 여기까지 타락한 건가.”
난 그의 말뜻을 알 수 없었다.
“설명 좀 해주세요.”
“어? 어. 이건 폭주한 돌연변이의 몸으로 만든 무기야. 우리가 폭주하면 저주를 남긴다는 건 들었지? 그 저주를 이용하다니···.”
혐오스럽다는 표정. 생각해보니 김현준 사건 때도 그랬다. 그는 폭주하고 시간이 지나 소멸하였다. 그러나 그가 남긴 저주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지금은 그 저주를 내가 가지고 있지만.
“바캉스를 즐기세요.”
작게 한숨을 쉬고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악몽]이 시작되었다.
남성은 몸을 부들 떨며 빠져나올 수 없는 악몽 속으로 들어갔다.
“재앙, 날 여기서 꺼내.”
“그건 곤란합니다.”
“너희 방해는 안 하지.”
“전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전 약해져서 이곳에서 당신이 나간다면 다시 막을 힘이 없습니다. 당신은 너무 강합니다.”
아직 그를 꺼낼 수는 없다. 이곳에 [영웅]을 가둬두고 느낀 게 있다.
그의 정직한 마음을 더럽힐 수 있는 건 없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강인한 마음은 어떤 저주가 와도 전부 정화하겠지.
“하연이 기다리겠군요. 전 가보겠습니다.”
***
이예은은 집안에 틀어박혀 집에 있는 곤충들의 사육에 전념했다.
하루아침에 목적을 잃은 느낌에 좌절했다.
“현진···, 난···.”
그녀의 책사에는 구현진과 둘이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현진과 둘이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진은 변했다.
“변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그는 예전에도 그러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면서 누구보다 먼저 나서 사람을 돕고, 다 같이 웃는 걸 누구보다 행복해하였다.
예은은 손에 거대한 에너지를 형성하였다. 더 이상 누구도 의지할 수 없다. 나 혼자다.
“그런다고 세상은 멸망하지 않아.”
괴물을 끊임없이 소환하는 하연의 뒤에 진은희가 있었다.
“나가.”
“싫어.”
“그럼 힘이라도 빌려줄래?”
이예은의 물음에 진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의외네.”
진심으로 당황했다. 항상 현진의 뒤에서 그만을 지키던 진은희가 나한테 힘을 빌려주다니···.
“현진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갈 거야. 그한테서 분노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아.”
“몇 년을 공들였을 텐데, 아쉽겠네.”
“아쉽지. 그래서 현진에게 알려주려고.”
알려준다니?
의문을 품은 이예은. 하지만 진은희는 답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진, 너한테 다시 한번 재앙이 올 거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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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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