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조회 : 922 추천 : 0 글자수 : 5,455 자 2022-12-09
“안녕하십니까, 수원시장 리이겸이라 합니다.”
편안한 복장의 남성.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 때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전 구현진이라 합니다.”
남성이 건넨 명함을 받았다. 그는 호쾌한 미소를 지었다.
염씨는 수원시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시장님 덕분에 우리 웃음 교가 더 발전했어.”
“아이고! 웃음 신님, 감사합니다.”
그는 맹렬한 신자였다. 허리를 몇 번이고 숙이며 굽신거렸다.
인자한 얼굴로 손을 들고 시장의 어깨를 두드리는 염씨.
“웃음 교에 대한 지원은 하겠습니다. 부디,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계를···.”
이걸로 된 걸까?
염씨는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난 오늘도 웃음 교에 찾아와 기도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기, 형···.”
알파가 데려온 아이 중, 한 명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왜?”
난 자세를 낮춰 아이의 시선에 눈을 마주쳤다.
“아직, 돌연변이 시설에 제 친구들이 나오지 못했어요.”
전부 나온 게 아니었나···.
“미안···.”
그들을 구할 수는 없어.
아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싸움은 시작될 것이다.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
하늘을 보았다.
사라진 진은희와 이예은의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 그녀는 어린 구현진이 세웠던 계획을 또 한 번 실행하려는 게 아닐까.
불길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돌연변이 격리소.
“오늘부터 네가 새로운 ‘알파’다.”
연구원 옷을 입은 20대의 젊은 여성이 아이들을 보며 말하였다.
그녀의 옷에는 박지나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알파?”
그래.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남학생에게 여성은 ‘알파’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린 남학생은 박지나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잡아.”
그러나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성인 남성 둘이 알파라 불린 소년의 양팔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야?! 놔!”
그의 말에 남성이 더욱 강하게 붙잡았고, 준비를 마친 박지나는 작은 케이스에 담긴 주사기를 꺼내 소년의 목에다가 푹하고 찔러 넣었다.
“욱~”
아이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 덕분에 반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다.
“알파야, 넌 꼭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렴.”
여성은 변태 같은 웃음을 지었다.
작은 감옥. 이곳이 아이들이 지네는 공간이다.
알파란 이름을 부여받은 소년의 방에는 소녀가 있었다.
“누구야?”
소녀는 겁에 먹어 소년을 경계하였다.
“김진승. 내 이름이야.”
소년의 말에 소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전기]라 해.”
“전기? 그게 이름이야?”
“응.”
“하~”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이상한 이름을 붙인다.
그걸 가볍게 수긍하는 애들을 보며 소년은 상당히 짜증이 났다.
“그러냐, 잔다.”
조그마한 방에 침대가 두 개 놓여있다. 빈자리의 침대에 누워 눈을 붙였다.
턱! 턱! 턱!
문을 강하게 치며 경비원들이 외쳤다.
“기상! 전부 일어나 앞으로 나온다. 실시!”
그들의 말에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빨리 안 나와?!”
초등학생 정도의 작은 아이들을 냉정히 들고 있던 경찰봉으로 때리는 남성들.
그들을 보며 아이들은 절망에 물들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먹어.”
식판에 차갑고 오래된 위생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음식들을 담아둔다.
“딱딱해···.”
밥과 국. 빵이 전부.
빵은 너무나 차갑다. 냉동을 한 것인지 딱딱해서 제대로 먹을 수 없다. 거의 대부분 남은 음식.
퍽!
경비원의 주먹이 머리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윽···.”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약해지면 안 된다.
난 일어나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다시 담았다.
“어서 대열로 가.”
“네···.”
차분히 대열로 이동해 방으로 이동할 준비 하였다.
“기다려.”
그런데 십 분이 지나도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빨리 안 나와?!”
식사가 늦은 건 소년과 같은 방을 쓰는 [전기] 때문이었다.
“꺄앗!”
경비원은 소녀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그러더니 밟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몇 번이고 짓밟았다.
“알파!”
경비원은 소년을 불렀다.
“네.”
“네 룸메이트 업고 간다.”
고개를 기울이며 소녀의 상태를 살펴봤다.
심한 충격으로 인해 기절한 모양이다.
“네···.”
귀찮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등에 업었다.
“가벼워.”
가까이서 보니 정말 말랐다.
뭐, 이런 음식을 먹고 살이 찐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겠지.
방에 들어가 소녀를 침대에 눕혔다.
“미안.”
“일어났냐?”
사과하는 소녀를 보았다.
떨리는 눈과 목소리. 그러나 힘이 없었다.
“됐어.”
옆에서 챙겨줘야 되는 건 상당히 귀찮고 짜증 나지만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니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 같은 조야.”
10시부터 수업이 있다.
“응. 같이 힘내자.”
힘없는 미소를 짓는 소녀의 모습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힘낼 필요 없어···.”
***
“쿠억!”
방패와 경찰봉을 든 남성이랑 싸우는 것.
그것이 이곳에서 가리키는 수업이다.
배를 붙잡고 피를 토하였다. 그러나 남성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자, 그만.”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게 뚱뚱한 체형의 남성이 걸어왔다.
그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장갑.
“알파. 어째서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능력?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소년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각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싸우고 있다.
“너도 다른 악마들처럼 어서 초기 수업을 맞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이리 주세요.”
남성은 소년을 학대하던 남성에게서 경찰봉을 뺏었다.
“난 과거 학생들을 가리키던 교사였어. 내 이름 기억해. 난 홍연기. 널 구원해줄 존재야.”
퍽!
시야가 어두워진다. 홍연기라는 남성의 공격은 다른 남성들과는 전혀 달랐다.
몸의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떨리는 느낌이다.
“벌써 쓰러진 건가. 이건 불량품이네.”“하지만, 높은 에너지 수치량이···.”
“정신이 나약해. 됐어요! 다음!”
짜증 가득한 홍연기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정신을 차린 건 내 방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전기. 아무래도 날 여기까지 이끌고 온 모양이다.
“괜찮아?”
나보다 눈앞의 여성이 더 문제였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아, 누가 봐도 위급해 보였다.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응!”
소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 덕분이 마음속, 깊이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기분이다.
***
저녁은 정신의 수업을 할 시간이다.
“윽!”
온몸이 타들어 가는 열기.
숨 쉬는 것조차 고통이다.
아이들은 밀폐된 열기가 높은 장소에 일정 시간 버티는 수업을 받았다.
“으아악!”
발에서 연기가 났다.
신발이 약간씩 녹기 시작했고, 살점 또한 녹아들었다.
“꺼내주세요!”
아이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 또한 한계가 다다랐다.
“진승아.”
이런 고통에도 소녀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어째서?”
“괜찮을 거야. 괜찮아···.”
본인이 더 괴로우면서 소녀는 날 위로하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 깊이에서 목까지 단숨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와.”
이제야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들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나 또한 잡고 있는 소녀의 손을 붙들고 나가려 하였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소녀가 움직이지 않는다.
“빨리 나가자.”
“아···, 미안···, 몸이 안 움직여.”
“하···.”
낸 온 힘을 다해 소녀의 몸을 업고 밖으로 나아갔다.
“미안···.”
“사과하지 마.”
이걸로 오늘은 저녁만 먹고 일과 끝이다.
소녀는 방안에서 정신 줄을 놓은 듯,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시하려 했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아, 응. 그냥, 언제 끝날까 생각 중이야.”
“끝?”
저들이 우릴 잡아서 고문하는 것에 끝이 오기는 하는 걸까?
나 또한 절망에 물들어갔다.
“저기, 진승아. 넌 나가면 뭐하고 싶어?”
“나가면···, 그러게. 일단 엄마부터 만나야지.”
“살아계시는구나.”
“물론이지. 지금쯤 날 걱정하고 계실 거야.”
“우릴 여기로 데려온 사람은 누굴까?”
돌연변이란 이유로 사람들은 우리를 맘대로 격리시켰다.
부모와의 면회도 금지.
아마 세상이 이런 참혹한 현장을 보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난 말이야, 이곳에서 나간다면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
“학교?”
“응. 몸이 아픈 이후로 학교에 가본 적이 없거든.”
“학교란 괴로운 곳이야. 싫어도 억지로 공부해야 되고. 뭐, 여기에 비교하면 천국이지만.”
소녀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럴수록 소년의 기분은 좋아졌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소녀의 웃음에 반응하여 텐션이 올라갔다.
“내일도 이런 일상이겠지?”
지쳤다는 소녀의 목소리.
난 그녀가 어두워지는 게 보기 싫다.
“분명 언젠가, 버티다 보면 같이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때, 같이 학교에 다니자.”
내 말에 소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돌연변이 격리소?”
이예은은 진은희에게 그곳의 참사를 들었다.
“사람이란 참으로 어리석네.”
예은의 다음 목표는 정해졌다.
돌연변이 격리소. 그곳을 제거하는 것.
“기다려, 이예은.”
금방이라도 괴물 대군을 끌고 쳐들어갈 기세인 예은을 진은희가 막았다.
“왜?”
“정면 돌파는 위험해. 그곳에는 조금 꺼려지는 게 있어.”
돌연변이를 이용한 인간의 무기.
그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상식을 뛰어넘은 기능이다.
“계획 있어?”
“어. 그들이 아무리 돌연변이를 이용해 무기를 만든다고 해도 일반인. 영가를 볼 수 있는 존재는 한정적일 거야.”
진은희는 손가락으로 격리소를 가리켰다.
“침입은 나 혼자 할게. 넌 안전한 곳에서 지원만 해줘.”
“그걸로 괜찮겠어?”
“어. 그곳에 있는 모든 돌연변이와 폭주자들을 해방시킬 거야. 세상에 저주도 풀 거고.”
구현진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미 현진은 달라졌다.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이상의 그가 아니다.
“돌연변이들이 그쪽에 붙으면 어떻게?”
예은의 걱정에 진은희는 손을 저었다.
“그건 걱정 마. [영웅]만 아니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리고 네가 보낸 괴물에 모두 신경이 쏠릴 거고.”
귀신이란 잠입하는데 너무나 편하다.
육체가 없는 것 빼고는 전부 완벽한 몸이다.
“간다.”
이예은이 소환한 수많은 괴물들이 진은희를 쫓아 바다로 들어갔다.
“다음 세대의 구현진을 찾아야겠어.”
진은희는 계획하였다.
다음의 재앙을.
편안한 복장의 남성.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 때로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전 구현진이라 합니다.”
남성이 건넨 명함을 받았다. 그는 호쾌한 미소를 지었다.
염씨는 수원시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시장님 덕분에 우리 웃음 교가 더 발전했어.”
“아이고! 웃음 신님, 감사합니다.”
그는 맹렬한 신자였다. 허리를 몇 번이고 숙이며 굽신거렸다.
인자한 얼굴로 손을 들고 시장의 어깨를 두드리는 염씨.
“웃음 교에 대한 지원은 하겠습니다. 부디,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계를···.”
이걸로 된 걸까?
염씨는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난 오늘도 웃음 교에 찾아와 기도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기, 형···.”
알파가 데려온 아이 중, 한 명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왜?”
난 자세를 낮춰 아이의 시선에 눈을 마주쳤다.
“아직, 돌연변이 시설에 제 친구들이 나오지 못했어요.”
전부 나온 게 아니었나···.
“미안···.”
그들을 구할 수는 없어.
아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싸움은 시작될 것이다.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
하늘을 보았다.
사라진 진은희와 이예은의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 그녀는 어린 구현진이 세웠던 계획을 또 한 번 실행하려는 게 아닐까.
불길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돌연변이 격리소.
“오늘부터 네가 새로운 ‘알파’다.”
연구원 옷을 입은 20대의 젊은 여성이 아이들을 보며 말하였다.
그녀의 옷에는 박지나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알파?”
그래.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남학생에게 여성은 ‘알파’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린 남학생은 박지나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잡아.”
그러나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성인 남성 둘이 알파라 불린 소년의 양팔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야?! 놔!”
그의 말에 남성이 더욱 강하게 붙잡았고, 준비를 마친 박지나는 작은 케이스에 담긴 주사기를 꺼내 소년의 목에다가 푹하고 찔러 넣었다.
“욱~”
아이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 덕분에 반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다.
“알파야, 넌 꼭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렴.”
여성은 변태 같은 웃음을 지었다.
작은 감옥. 이곳이 아이들이 지네는 공간이다.
알파란 이름을 부여받은 소년의 방에는 소녀가 있었다.
“누구야?”
소녀는 겁에 먹어 소년을 경계하였다.
“김진승. 내 이름이야.”
소년의 말에 소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난 [전기]라 해.”
“전기? 그게 이름이야?”
“응.”
“하~”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이상한 이름을 붙인다.
그걸 가볍게 수긍하는 애들을 보며 소년은 상당히 짜증이 났다.
“그러냐, 잔다.”
조그마한 방에 침대가 두 개 놓여있다. 빈자리의 침대에 누워 눈을 붙였다.
턱! 턱! 턱!
문을 강하게 치며 경비원들이 외쳤다.
“기상! 전부 일어나 앞으로 나온다. 실시!”
그들의 말에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빨리 안 나와?!”
초등학생 정도의 작은 아이들을 냉정히 들고 있던 경찰봉으로 때리는 남성들.
그들을 보며 아이들은 절망에 물들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먹어.”
식판에 차갑고 오래된 위생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음식들을 담아둔다.
“딱딱해···.”
밥과 국. 빵이 전부.
빵은 너무나 차갑다. 냉동을 한 것인지 딱딱해서 제대로 먹을 수 없다. 거의 대부분 남은 음식.
퍽!
경비원의 주먹이 머리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윽···.”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약해지면 안 된다.
난 일어나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다시 담았다.
“어서 대열로 가.”
“네···.”
차분히 대열로 이동해 방으로 이동할 준비 하였다.
“기다려.”
그런데 십 분이 지나도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빨리 안 나와?!”
식사가 늦은 건 소년과 같은 방을 쓰는 [전기] 때문이었다.
“꺄앗!”
경비원은 소녀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그러더니 밟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몇 번이고 짓밟았다.
“알파!”
경비원은 소년을 불렀다.
“네.”
“네 룸메이트 업고 간다.”
고개를 기울이며 소녀의 상태를 살펴봤다.
심한 충격으로 인해 기절한 모양이다.
“네···.”
귀찮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등에 업었다.
“가벼워.”
가까이서 보니 정말 말랐다.
뭐, 이런 음식을 먹고 살이 찐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겠지.
방에 들어가 소녀를 침대에 눕혔다.
“미안.”
“일어났냐?”
사과하는 소녀를 보았다.
떨리는 눈과 목소리. 그러나 힘이 없었다.
“됐어.”
옆에서 챙겨줘야 되는 건 상당히 귀찮고 짜증 나지만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니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 같은 조야.”
10시부터 수업이 있다.
“응. 같이 힘내자.”
힘없는 미소를 짓는 소녀의 모습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힘낼 필요 없어···.”
***
“쿠억!”
방패와 경찰봉을 든 남성이랑 싸우는 것.
그것이 이곳에서 가리키는 수업이다.
배를 붙잡고 피를 토하였다. 그러나 남성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자, 그만.”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게 뚱뚱한 체형의 남성이 걸어왔다.
그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장갑.
“알파. 어째서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능력?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소년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각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싸우고 있다.
“너도 다른 악마들처럼 어서 초기 수업을 맞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이리 주세요.”
남성은 소년을 학대하던 남성에게서 경찰봉을 뺏었다.
“난 과거 학생들을 가리키던 교사였어. 내 이름 기억해. 난 홍연기. 널 구원해줄 존재야.”
퍽!
시야가 어두워진다. 홍연기라는 남성의 공격은 다른 남성들과는 전혀 달랐다.
몸의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떨리는 느낌이다.
“벌써 쓰러진 건가. 이건 불량품이네.”“하지만, 높은 에너지 수치량이···.”
“정신이 나약해. 됐어요! 다음!”
짜증 가득한 홍연기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정신을 차린 건 내 방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전기. 아무래도 날 여기까지 이끌고 온 모양이다.
“괜찮아?”
나보다 눈앞의 여성이 더 문제였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아, 누가 봐도 위급해 보였다.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응!”
소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 덕분이 마음속, 깊이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기분이다.
***
저녁은 정신의 수업을 할 시간이다.
“윽!”
온몸이 타들어 가는 열기.
숨 쉬는 것조차 고통이다.
아이들은 밀폐된 열기가 높은 장소에 일정 시간 버티는 수업을 받았다.
“으아악!”
발에서 연기가 났다.
신발이 약간씩 녹기 시작했고, 살점 또한 녹아들었다.
“꺼내주세요!”
아이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 또한 한계가 다다랐다.
“진승아.”
이런 고통에도 소녀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어째서?”
“괜찮을 거야. 괜찮아···.”
본인이 더 괴로우면서 소녀는 날 위로하였다.
그럴수록 더욱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 깊이에서 목까지 단숨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와.”
이제야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들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나 또한 잡고 있는 소녀의 손을 붙들고 나가려 하였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소녀가 움직이지 않는다.
“빨리 나가자.”
“아···, 미안···, 몸이 안 움직여.”
“하···.”
낸 온 힘을 다해 소녀의 몸을 업고 밖으로 나아갔다.
“미안···.”
“사과하지 마.”
이걸로 오늘은 저녁만 먹고 일과 끝이다.
소녀는 방안에서 정신 줄을 놓은 듯,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시하려 했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아, 응. 그냥, 언제 끝날까 생각 중이야.”
“끝?”
저들이 우릴 잡아서 고문하는 것에 끝이 오기는 하는 걸까?
나 또한 절망에 물들어갔다.
“저기, 진승아. 넌 나가면 뭐하고 싶어?”
“나가면···, 그러게. 일단 엄마부터 만나야지.”
“살아계시는구나.”
“물론이지. 지금쯤 날 걱정하고 계실 거야.”
“우릴 여기로 데려온 사람은 누굴까?”
돌연변이란 이유로 사람들은 우리를 맘대로 격리시켰다.
부모와의 면회도 금지.
아마 세상이 이런 참혹한 현장을 보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난 말이야, 이곳에서 나간다면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
“학교?”
“응. 몸이 아픈 이후로 학교에 가본 적이 없거든.”
“학교란 괴로운 곳이야. 싫어도 억지로 공부해야 되고. 뭐, 여기에 비교하면 천국이지만.”
소녀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럴수록 소년의 기분은 좋아졌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소녀의 웃음에 반응하여 텐션이 올라갔다.
“내일도 이런 일상이겠지?”
지쳤다는 소녀의 목소리.
난 그녀가 어두워지는 게 보기 싫다.
“분명 언젠가, 버티다 보면 같이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때, 같이 학교에 다니자.”
내 말에 소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돌연변이 격리소?”
이예은은 진은희에게 그곳의 참사를 들었다.
“사람이란 참으로 어리석네.”
예은의 다음 목표는 정해졌다.
돌연변이 격리소. 그곳을 제거하는 것.
“기다려, 이예은.”
금방이라도 괴물 대군을 끌고 쳐들어갈 기세인 예은을 진은희가 막았다.
“왜?”
“정면 돌파는 위험해. 그곳에는 조금 꺼려지는 게 있어.”
돌연변이를 이용한 인간의 무기.
그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상식을 뛰어넘은 기능이다.
“계획 있어?”
“어. 그들이 아무리 돌연변이를 이용해 무기를 만든다고 해도 일반인. 영가를 볼 수 있는 존재는 한정적일 거야.”
진은희는 손가락으로 격리소를 가리켰다.
“침입은 나 혼자 할게. 넌 안전한 곳에서 지원만 해줘.”
“그걸로 괜찮겠어?”
“어. 그곳에 있는 모든 돌연변이와 폭주자들을 해방시킬 거야. 세상에 저주도 풀 거고.”
구현진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미 현진은 달라졌다.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이상의 그가 아니다.
“돌연변이들이 그쪽에 붙으면 어떻게?”
예은의 걱정에 진은희는 손을 저었다.
“그건 걱정 마. [영웅]만 아니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리고 네가 보낸 괴물에 모두 신경이 쏠릴 거고.”
귀신이란 잠입하는데 너무나 편하다.
육체가 없는 것 빼고는 전부 완벽한 몸이다.
“간다.”
이예은이 소환한 수많은 괴물들이 진은희를 쫓아 바다로 들어갔다.
“다음 세대의 구현진을 찾아야겠어.”
진은희는 계획하였다.
다음의 재앙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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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재앙의 생존자는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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