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쿵쾅거리며 들어와선 상황을 파악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진통제들이다. 식사를 안하는거 같더니, 아마 그럴 기력도 없는거겠지 싶었다.

"환자같은거 돌보려고 내가 여깄는줄 아냐? 맨날 집에만 있는데, 식사라도 해야할거 아냐. 시체자식아."

아엔이 어디선가 제대로된 식사를 사오자 슐츠는 고개를 젓다가 결국 받아들었다. 방 안에서 부시럭대며 먹는 소리가 들리자 또 짜증을 냈다.

"멀쩡한 식탁 내버려두고 거기서 왜 먹는데? 다 흘리게?"

...식사까지 하고 나서 아엔이 갑자기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하더니 씻었냐? 하고 물어본 다음 자신을 덥썩 안고 쿨쿨 자기 시작한건 정말로 꿈인가 싶었다. 슐츠는 저릿한 감각 속에서 눈을 감은 척 하며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곤 온기에 숨을 내쉬었다.
이런 시간이 있을수록 끝은 곧 다가온다.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이번에도 똑같은 종말을 맞이할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 온기가, 이 품이 자신의 고통을 나누어가고 있었다. 영혼의 공명은, 생각 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

세계가 이래도 유흥주점은 문을 열고, 아엔은 오래간만에 클럽에 가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뭣같은 녹스 임무를 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리바운드 때문에 슐츠와 스킨십을 하고 나니 어딘가 기분이 싱숭생숭해져서 가만히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있었다. 누군가 지금의 아엔을 본다면 ‘이거 누구야?’ 라고 말할 만 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좋지 않기도 했다. 기묘한 느낌이어서 술을 한잔 깠다. 예전에 선물받은 고급 와인이었다. 자신의 입맛은 이것보다 싸구려지만 뭐 결국 술들이 다 술들이다 싶었다. 아엔은 안주를 씹으며 벽 같은 상대를 향해 말을 시작했다. 혼잣말과도 같았다.

넌 어디 출신이냐? 뭐, 말 안해줄거 알아. 혹시 나랑 비슷한곳 아니냐? 아아, 그래. 어딘지 맞춰볼 수 있겠어? 헤...그래, 제 3 구도시야. 들어봤겠지. 지금은 없는 곳인데 이 지역 최고의 거지같은 도시였지. 인간 말종 아니면 거지들만 가득한 곳이었어. 지옥이었지. 그래서, 어떻게든 살려고 별 짓을 다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