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스킨십과도, 그 어떤 사람과도 달랐다. 왜 이런거야? 어째서야? 자신은 에스퍼가 된 이후로도, 이전에도 이런건 맛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감각을 알고 살아간단말인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 소파에서 몸이 겹쳐져 눕혀졌다. 자신이 밀어 넘어뜨렸다. 헐떡이며 입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자 색이 없던 녀석의 얼굴은 자신을 보며 분명 색을 띄고 있었다. 울렁거렸다. 쿵쾅거렸다. 그리고, 짜릿했다. 녹스를 살육할때도 모르던 기쁨이었다.

“...왜?”

그대로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는 처음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추었다. 손으로 제 몸을 슬쩍 밀었다. 아엔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이성을 가지기로 했다. 이 기묘한 기분 마저도, 어딘가 취해서 그랬을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감정도 판단도 확실치 않은 불확실의 동물이다.

“하나만 묻자. 왜 너냐?”

그는 입술을 뻐끔거렸다. 아엔은 짜증이 나 슬쩍 그의 몸을 꾹 눌렀다. 슐츠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아엔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으로 한 대 후려갈기고 일어서서 떠났다.

“거짓말 하지 마, 새꺄...내게 그런 말 할 새끼는 미친새끼밖에 없어.”

그렇지만 사랑한다 말하는 그 눈은 미친사람이라기에는 텅 비여보여서, 아엔은 방으로 돌아와 몇 번이고 그가 말한 이유를 곱씹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

“피어나스.”
“오, 왠일이야. 이름도 불러주고.”

저번의 큰 임무 이후로 그는 겨우 살아 돌아왔고, 치료가 끝난 지금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고생을 해 얼굴은 반쪽이 되어보였지만 여전히 사람좋은 얼굴이었다.

“시꺼, 왜 온건데.”
“아니, 뭐, 이유 있어서 오나. 같이 밥 먹는거지. 그 일도 있었고...너희가 활약했다면서.”
“딱히 노린건 아니야.”
“왠일이야, 네가.”
“이상한 곳이었잖아.”
“그랬지...나랑 내 가이드도 들어가자마자 헤메고 정신을 잃었다만. 눈 떠보니 이미 끝나있더라. 악몽같았어.”
“녹스 새끼들을 어서 패주러 가야하는데.”
“아하하, 기다려주라. 지금 분석중이시래잖아.”

아엔은 피어나스의 손을 보았다. 붕대투성이었다. 멀쩡한 자신과는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