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서리나씨랑 친구였다며?
조회 : 376 추천 : 0 글자수 : 5,037 자 2022-12-11
아윤의 시선이 이안의 곧은 눈썹부터 다정한 눈을 지나 살짝 올라간 입술 끝을 향했다.
작은 불빛 사이로 보이는 이안의 모습이 그림같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을 때 이안의 입술이 수평을 그리더니 작게 열렸다.
“미안. 가봐야겠어. 지호한테 연락이 와서.”
“아. 알겠어요.”
몰래 바라보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든 아윤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었던 건지.
아윤이 벌떡 일어나 담요를 툭툭 털었다.
곁에서 이안이 램프를 정리하고 일어서 담요를 건네 받았다.
“갈까요?”
아윤의 말에 이안이 손을 잡았다.
바로 다음 순간 익숙한 나무 아래로 이동한 이안이 아윤을 꼭 안았다.
낮은 목소리가 아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있어. 나도 그렇고. 그래도 그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윤은 서리나에 대해 묻지 않는 이안이 고마웠다.
하고 싶지 않은 얘기였다.
물론 이안이라면 그냥 그랬었구나 하겠지만.
이안의 등을 마주 안으며 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금방 이안이 떨어져 나왔다.
“가볼게.”
짧게 입을 맞추고는 이안이 사라졌다.
잠시 이안이 있던 곳을 바라보던 아윤이 현관으로 향했다.
술집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시끌시끌한 소리를 뚫고 이안이 박팀장의 앞에 앉았다.
“오셨습니까.”
박팀장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옆 테이블에 20대 후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 넷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 오가는 목소리가 꽤 커지더니 주변에 들릴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때 네가 그 공만 잡았어도 우리가 다 이겼는데.”
“네가 잘 던졌어야지. 내가 못 잡아서 그랬다고?”
언성이 높아진 남자 둘 사이에서 다른 친구가 웃으며 친구들을 달랬다.
“왜들 이래. 다음에 잘 하면 되지.”
“아니, 얘 말하는 거 봐봐. 내 탓이래잖아.”
“그럼 내 탓이야?”
언성을 높이는 남자 둘 중 하나를 지켜보던 박팀장이 말했다.
“김지찬. 28세. 지금 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친구들은 야구 동호회 친구들입니다. 20분 전 구슬에 검은 빛이 돌았습니다. 바로 돌아왔지만요.”
“그래.”
비슷한 패턴이었다.
잠깐 색이 변하다 돌아오고 완전히 색이 변해버린다.
그럼 사고를 치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남자 넷은 옆에서 보는 시선이 있건 말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파란 모자를 쓴 해인, 김지찬이 500cc 맥주잔을 부서져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맞은편 남자를 노려봤다.
“이게. 너는 뭘 그렇게 잘했다고?”
“이게? 이게? 한대 칠 기세네, 아주?”
지찬의 말에 맞은편의 짧은 머리 남자도 흥분해서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친구들이 말리듯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지찬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왜 이래. 그만 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거지 다들 왜 그래?”
말리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서로 잘났다는 두 남자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술집의 손님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일어선 네 남자를 바라보고 결국 지찬이 주먹을 뻗었을 때였다.
이안의 머릿속에 모니터링 팀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 김지찬의 구슬이 검정색으로 변했습니다.
남자의 주먹이 친구에게 닿기 전에 빠르게 움직인 박팀장이 손을 잡았다.
“그만하시죠.”
해인, 김지찬의 텅 빈 까만 눈이 박팀장에게 향했다.
노려보는 박팀장의 차가운 시선을 멍하니 바라보다 김지찬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자신의 손과 박팀장을 번갈아 보던 지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대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워하는 지찬의 손을 놓으며 박팀장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술은 적당히 먹는 게 좋겠군요.”
박팀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지찬과 친구들이 조용해졌다.
멍하니 박팀장을 바라보던 친구 하나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래 이런 친구들이 아닌데. 이제 그만 먹고 나가자.”
모르는 척 다시 박팀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이안은 모니터링 팀으로부터 김지찬의 구슬이 푸른색으로 돌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뒤였다.
이안의 가라앉은 시선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서는 지찬의 뒷모습을 향했다.
아마도 또 아무것도 모를 게 뻔하지만.
그래도 일단 얘기는 나눠봐야 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조용히 맥주를 넘기던 이안과 박팀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을 나왔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지찬을 박팀장이 용궁으로 옮겼다.
이안이 지찬의 몸속에 있던 알코올을 날려버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인간에게 폭행을 했을 경우 해인의 처분은?”
낮은 이안의 목소리가 김지찬에게 향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던 지찬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답했다.
“용궁으로 복귀. 본래 태어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소멸입니다.”
“근데 왜 그랬지?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
고요한 이안의 눈이 똑바로 지찬을 응시했다.
“최근에 특별한 일은 없었나?”
지찬이 눈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억을 되짚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지찬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안에게 말했다.
“전혀요. 늘 만나던 친구들입니다. 누구를 따로 만난 적도 없고 오늘이 제일 특이한 날입니다.”
역시나 지찬을 제외하고 거기있던 모두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이전 사건의 해인들처럼 똑같이 말할거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겠지.
“박팀장, 조사해보고 보고해줘.”
이안이 박팀장을 보고 짧게 명령하고는 지호에게 말했다.
“가자.”
말이 끝나자마자 사라진 이안의 뒤로 지호가 자신의 집 거실로 돌아왔다.
“김지찬도 아무것도 없어?”
차분한 이안의 음성에 지호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노트북 잠금을 풀었다.
“없어. 대학원생이었어. 지금 연애하는 중도 아니고. SNS에도 따로 올라온 거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했고. 아무것도 없어. 대체 뭘까. 벌써 여섯 명째야.”
“해인들 사이에 연관은 없고?”
“아직은 모르겠어. 연령대도 생활범위도 겹치는 데가 없어. 지역도 다들 다르잖아.”
“그래. 알겠어. 그래도 한 번 알아봐. 뭐라도 공통점이 있는지.”
“응.”
지호는 짧게 대답하고 노트북에 눈을 고정했다.
그런 지호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안은 눈을 감았다.
해인들을 변하게 한 게 뭘까.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벌써 여섯이었다.
호아라면 뭔가 알지도 몰라.
이리 저리 고민하던 이안이 호아를 떠올렸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이 사라졌다.
이안은 용궁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호아?”
이안의 짧은 부름에 책을 읽던 호아가 일어났다.
“이안 형?”
언제나처럼 책 속에 파묻혀 있던 호아에게 이안이 물었다.
“요새 지상에서 있는 일들. 들었지?”
“응. 자꾸 검은 구슬로 변한다며. 대체 무슨 일이야? 이제까지 이렇게 많이 변한 적 없었잖아?”
맑은 푸른 눈이 걱정스럽게 이안에게 향했다.
“모르겠어. 일을 벌인 해인들도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니까. 짐작도 안 가. 어떻게 그랬는지. 호아, 너라면 혹시 알까 해서.”
조금쯤 기대를 담아 물끄러미 자신을 보는 이안에게 호아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겠어. 찾아봐도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던데.”
“그래.”
그래도 호아라면 실마리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쉬웠지만 그건 그저 자신이 기대했던 것 뿐이었다.
이안이 작게 미소지었다.
서지호가 뭔가를 알아내기를 기대해보거나 아버지를 찾아봐야 하나.
그런 이안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던 호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 오랜만에 연애하는데. 왜 자꾸 이런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지. 일이 그런 거 가리고 생기나.”
이안이 담담히 대답했다.
가만히 이안을 보던 호아가 물었다.
“그 분 많이 좋아해?”
“어?”
갑작스런 호아의 질문에 이안이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아니. 겸이 형이 그러더라고. 형이 정말 다르다고.”
눈을 빛내는 호아를 보다 이안이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를.”
“궁금해서. 때가 이럴 때는 아니긴 한데,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좋아해?”
투명하게 비칠 듯한 푸른 눈이 이안에게 재차 대답을 재촉했다.
“그래. 좋아해.”
이안의 머릿속에 아윤이 떠올랐다.
지금쯤 자고 있으려나.
호아의 말대로 조용하던 해인들에게 왜 지금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건지.
그러지만 않았다면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구나.”
중얼거리는 호아의 목소리가 허탈했다.
짧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형의 대답에 가슴이 쓰렸다.
언제나 용궁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형이 생각보다 그 분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건 그렇고 혹시 뭔가 알게 되면 연락해줘. 지호도 허탕이라.”
이안이 호아의 생각은 짐작도 못한 채 미소지으며 말했다.
마음을 감추며 호아가 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다음 날, 평소처럼 아윤은 제 시간에 출근해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아윤에게 김 과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강 대리, 서리나씨랑 친구였다며? 그것도 절친이었다던데?”
느닷없는 말에 당황한 아윤의 얼굴이 굳었다.
“네?”
“서리나씨가 그러던데? 중학생 때 강 대리랑 친했다고. 전학가는 바람에 멀어졌지만.”
도대체 서리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거지?
아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동창으로 지내기로 했었고, 어제도 분명히 그렇게 못 박아 뒀는데.
굳어있는 아윤을 이상하다는 듯 보다 김과장이 말했다.
“아니야?”
재차 묻는 김과장의 목소리에 아윤이 멍해지는 정신을 잡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런데 중학생 때 이후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어서요.”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는 아윤의 표정을 보다 김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직감적으로 강 대리가 뭔가 불편해 한다는 게 느껴진 김과장이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건율이 아윤의 눈치를 살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보는 강 대리의 얼굴이 낯설었다.
그냥 동료일 뿐인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꾸만 궁금해졌다.
업무상 잠깐씩 마주치고 점심도 한 번 같이 먹어 본 바로 자신이 아는 서리나씨는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서리나씨 얘기만 나오면 강 대리님 표정이 변하는 걸까.
의문이 자꾸 고개를 들 때 건율에게 메시지가 왔다.
- 건율씨, 저녁에 시간 돼요?
작은 불빛 사이로 보이는 이안의 모습이 그림같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을 때 이안의 입술이 수평을 그리더니 작게 열렸다.
“미안. 가봐야겠어. 지호한테 연락이 와서.”
“아. 알겠어요.”
몰래 바라보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든 아윤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었던 건지.
아윤이 벌떡 일어나 담요를 툭툭 털었다.
곁에서 이안이 램프를 정리하고 일어서 담요를 건네 받았다.
“갈까요?”
아윤의 말에 이안이 손을 잡았다.
바로 다음 순간 익숙한 나무 아래로 이동한 이안이 아윤을 꼭 안았다.
낮은 목소리가 아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있어. 나도 그렇고. 그래도 그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윤은 서리나에 대해 묻지 않는 이안이 고마웠다.
하고 싶지 않은 얘기였다.
물론 이안이라면 그냥 그랬었구나 하겠지만.
이안의 등을 마주 안으며 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금방 이안이 떨어져 나왔다.
“가볼게.”
짧게 입을 맞추고는 이안이 사라졌다.
잠시 이안이 있던 곳을 바라보던 아윤이 현관으로 향했다.
술집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시끌시끌한 소리를 뚫고 이안이 박팀장의 앞에 앉았다.
“오셨습니까.”
박팀장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옆 테이블에 20대 후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 넷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 오가는 목소리가 꽤 커지더니 주변에 들릴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때 네가 그 공만 잡았어도 우리가 다 이겼는데.”
“네가 잘 던졌어야지. 내가 못 잡아서 그랬다고?”
언성이 높아진 남자 둘 사이에서 다른 친구가 웃으며 친구들을 달랬다.
“왜들 이래. 다음에 잘 하면 되지.”
“아니, 얘 말하는 거 봐봐. 내 탓이래잖아.”
“그럼 내 탓이야?”
언성을 높이는 남자 둘 중 하나를 지켜보던 박팀장이 말했다.
“김지찬. 28세. 지금 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친구들은 야구 동호회 친구들입니다. 20분 전 구슬에 검은 빛이 돌았습니다. 바로 돌아왔지만요.”
“그래.”
비슷한 패턴이었다.
잠깐 색이 변하다 돌아오고 완전히 색이 변해버린다.
그럼 사고를 치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남자 넷은 옆에서 보는 시선이 있건 말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파란 모자를 쓴 해인, 김지찬이 500cc 맥주잔을 부서져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맞은편 남자를 노려봤다.
“이게. 너는 뭘 그렇게 잘했다고?”
“이게? 이게? 한대 칠 기세네, 아주?”
지찬의 말에 맞은편의 짧은 머리 남자도 흥분해서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친구들이 말리듯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지찬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왜 이래. 그만 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거지 다들 왜 그래?”
말리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서로 잘났다는 두 남자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술집의 손님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일어선 네 남자를 바라보고 결국 지찬이 주먹을 뻗었을 때였다.
이안의 머릿속에 모니터링 팀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 김지찬의 구슬이 검정색으로 변했습니다.
남자의 주먹이 친구에게 닿기 전에 빠르게 움직인 박팀장이 손을 잡았다.
“그만하시죠.”
해인, 김지찬의 텅 빈 까만 눈이 박팀장에게 향했다.
노려보는 박팀장의 차가운 시선을 멍하니 바라보다 김지찬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자신의 손과 박팀장을 번갈아 보던 지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대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워하는 지찬의 손을 놓으며 박팀장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술은 적당히 먹는 게 좋겠군요.”
박팀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지찬과 친구들이 조용해졌다.
멍하니 박팀장을 바라보던 친구 하나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래 이런 친구들이 아닌데. 이제 그만 먹고 나가자.”
모르는 척 다시 박팀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이안은 모니터링 팀으로부터 김지찬의 구슬이 푸른색으로 돌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뒤였다.
이안의 가라앉은 시선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서는 지찬의 뒷모습을 향했다.
아마도 또 아무것도 모를 게 뻔하지만.
그래도 일단 얘기는 나눠봐야 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조용히 맥주를 넘기던 이안과 박팀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을 나왔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지찬을 박팀장이 용궁으로 옮겼다.
이안이 지찬의 몸속에 있던 알코올을 날려버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인간에게 폭행을 했을 경우 해인의 처분은?”
낮은 이안의 목소리가 김지찬에게 향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던 지찬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답했다.
“용궁으로 복귀. 본래 태어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소멸입니다.”
“근데 왜 그랬지?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
고요한 이안의 눈이 똑바로 지찬을 응시했다.
“최근에 특별한 일은 없었나?”
지찬이 눈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억을 되짚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지찬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안에게 말했다.
“전혀요. 늘 만나던 친구들입니다. 누구를 따로 만난 적도 없고 오늘이 제일 특이한 날입니다.”
역시나 지찬을 제외하고 거기있던 모두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이전 사건의 해인들처럼 똑같이 말할거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겠지.
“박팀장, 조사해보고 보고해줘.”
이안이 박팀장을 보고 짧게 명령하고는 지호에게 말했다.
“가자.”
말이 끝나자마자 사라진 이안의 뒤로 지호가 자신의 집 거실로 돌아왔다.
“김지찬도 아무것도 없어?”
차분한 이안의 음성에 지호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노트북 잠금을 풀었다.
“없어. 대학원생이었어. 지금 연애하는 중도 아니고. SNS에도 따로 올라온 거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했고. 아무것도 없어. 대체 뭘까. 벌써 여섯 명째야.”
“해인들 사이에 연관은 없고?”
“아직은 모르겠어. 연령대도 생활범위도 겹치는 데가 없어. 지역도 다들 다르잖아.”
“그래. 알겠어. 그래도 한 번 알아봐. 뭐라도 공통점이 있는지.”
“응.”
지호는 짧게 대답하고 노트북에 눈을 고정했다.
그런 지호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안은 눈을 감았다.
해인들을 변하게 한 게 뭘까.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벌써 여섯이었다.
호아라면 뭔가 알지도 몰라.
이리 저리 고민하던 이안이 호아를 떠올렸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이 사라졌다.
이안은 용궁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호아?”
이안의 짧은 부름에 책을 읽던 호아가 일어났다.
“이안 형?”
언제나처럼 책 속에 파묻혀 있던 호아에게 이안이 물었다.
“요새 지상에서 있는 일들. 들었지?”
“응. 자꾸 검은 구슬로 변한다며. 대체 무슨 일이야? 이제까지 이렇게 많이 변한 적 없었잖아?”
맑은 푸른 눈이 걱정스럽게 이안에게 향했다.
“모르겠어. 일을 벌인 해인들도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니까. 짐작도 안 가. 어떻게 그랬는지. 호아, 너라면 혹시 알까 해서.”
조금쯤 기대를 담아 물끄러미 자신을 보는 이안에게 호아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겠어. 찾아봐도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던데.”
“그래.”
그래도 호아라면 실마리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쉬웠지만 그건 그저 자신이 기대했던 것 뿐이었다.
이안이 작게 미소지었다.
서지호가 뭔가를 알아내기를 기대해보거나 아버지를 찾아봐야 하나.
그런 이안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던 호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 오랜만에 연애하는데. 왜 자꾸 이런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지. 일이 그런 거 가리고 생기나.”
이안이 담담히 대답했다.
가만히 이안을 보던 호아가 물었다.
“그 분 많이 좋아해?”
“어?”
갑작스런 호아의 질문에 이안이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아니. 겸이 형이 그러더라고. 형이 정말 다르다고.”
눈을 빛내는 호아를 보다 이안이 대답했다.
“쓸데없는 소리를.”
“궁금해서. 때가 이럴 때는 아니긴 한데,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좋아해?”
투명하게 비칠 듯한 푸른 눈이 이안에게 재차 대답을 재촉했다.
“그래. 좋아해.”
이안의 머릿속에 아윤이 떠올랐다.
지금쯤 자고 있으려나.
호아의 말대로 조용하던 해인들에게 왜 지금 이런 일이 생겨나는 건지.
그러지만 않았다면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구나.”
중얼거리는 호아의 목소리가 허탈했다.
짧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형의 대답에 가슴이 쓰렸다.
언제나 용궁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형이 생각보다 그 분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건 그렇고 혹시 뭔가 알게 되면 연락해줘. 지호도 허탕이라.”
이안이 호아의 생각은 짐작도 못한 채 미소지으며 말했다.
마음을 감추며 호아가 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다음 날, 평소처럼 아윤은 제 시간에 출근해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아윤에게 김 과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강 대리, 서리나씨랑 친구였다며? 그것도 절친이었다던데?”
느닷없는 말에 당황한 아윤의 얼굴이 굳었다.
“네?”
“서리나씨가 그러던데? 중학생 때 강 대리랑 친했다고. 전학가는 바람에 멀어졌지만.”
도대체 서리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거지?
아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동창으로 지내기로 했었고, 어제도 분명히 그렇게 못 박아 뒀는데.
굳어있는 아윤을 이상하다는 듯 보다 김과장이 말했다.
“아니야?”
재차 묻는 김과장의 목소리에 아윤이 멍해지는 정신을 잡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런데 중학생 때 이후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어서요.”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는 아윤의 표정을 보다 김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직감적으로 강 대리가 뭔가 불편해 한다는 게 느껴진 김과장이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건율이 아윤의 눈치를 살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보는 강 대리의 얼굴이 낯설었다.
그냥 동료일 뿐인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꾸만 궁금해졌다.
업무상 잠깐씩 마주치고 점심도 한 번 같이 먹어 본 바로 자신이 아는 서리나씨는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서리나씨 얘기만 나오면 강 대리님 표정이 변하는 걸까.
의문이 자꾸 고개를 들 때 건율에게 메시지가 왔다.
- 건율씨, 저녁에 시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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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아들과 사랑을 시작할 때
42.42. 내 생각 자주 하더라.조회 : 3,26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55 41.41. 사라진 구슬조회 : 3,3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0 40.40. 누구하나 쉽지 않네.조회 : 3,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21 39.39. 이리와요.조회 : 3,0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16 38.38. 내가 좋았으면 됐죠.조회 : 3,2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01 37.37. 솔직하게 말한다며조회 : 2,9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69 36.36. 저도 싫어해요, 그런 거.조회 : 3,1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80 35.35화. 연애 중이신 거 맞죠?조회 : 2,8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62 34.34화. 미안해.조회 : 3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75 33.33화. 질투라는 감정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80 32.32화. 언제 이렇게 빠져버렸을까.조회 : 1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90 31.31. 내가 왜 싫어해요?조회 : 1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32 30.30. 힘내.조회 : 2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74 29.29. 위로는 많이 했으니까.조회 : 1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50 28.28. 왜 그랬어?조회 : 2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31 27.27. 서리나씨랑 친구였다며?조회 : 3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7 26.26. 여자친구 엄청 예뻐하네.조회 : 7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51 25.25. 형은 아니지?조회 : 1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41 24.24. 너무 귀엽잖아요.조회 : 2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36 23.23. 이안 형 어디가 좋아요?조회 : 1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09 22.22. 형수님이 궁금하네.조회 : 24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91 21.21. 싫은데. 가야돼?조회 : 15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4 20.20화. 보고싶어.조회 : 2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36 19.19화. 곁에 있어준다면 좋을텐데.조회 : 15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4 18.18화. 자꾸 이렇게 좋아지면 큰일인데.조회 : 3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57 17.17화. 혼란스러운 아침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5 16.16화. 욕심조회 : 2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8 15.15화.끌림의 이유조회 : 2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2 14.14화. 이유가 뭘까?조회 : 1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26 13.13화. 입맞춤조회 : 2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6 12.12화. 고백조회 : 4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5 11.11화. 놓아줄 수 있을까?조회 : 2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70 10.10. 마음을 깨달았을 때조회 : 3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69 9.9화. 왜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걸까?조회 : 6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07 8.8화. 영화관에서조회 : 30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0 7.7화. 이안과 아윤조회 : 2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6 6.6화. 그의 집에서조회 : 4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6 5.5화. 해인의 구슬이 깨졌을 때조회 : 2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86 4.4화. 각자의 묘한 기분조회 : 1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5 3.3화. 바닷가에서조회 : 3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1 2.2화. 정체가 뭔지 물어봐도 돼요?조회 : 5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91 1.1. 당신, 운이 좋네.조회 : 3,2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