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사라진 구슬
조회 : 894 추천 : 0 글자수 : 5,000 자 2022-12-24
“장난하는 겁니까?”
건율의 싸늘한 말에 당황스러운 건 오히려 남자였다.
화를 내는 걸 보니 뭔가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데 뭘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전 분명 아까 길을 건넜는데 왜 다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 억울한 목소리에 아윤이 물었다.
“제 손목을 잡으셨던 건 기억하세요?”
“네?”
아윤을 보고있던 남자의 몸이 멈췄다.
자기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남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내 커진 목소리가 많은 말들을 뱉어냈다.
“제가요? 제가 그랬다고요? 저 여자친구도 있어요. 제가 왜요?”
놀란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윤은 할 말을 잃었다.
아픈 손목이 아니었다면 꿈일까 의심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 남자가 하는 말과 행동이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
“모르는 척 하면 없었던 일이 됩니까?”
남자가 발뺌하는 거라고 생각한 건율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남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제가 그런 게 맞아요? 정말요?”
상황이 자꾸 반복되는 것 같았다.
자기가 한 일을 되묻는 남자와 화가 난 건율을 지켜보던 아윤은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어냈다.
좀 전의 일로 놀라서 그런 건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아까부터 미세하게 떨려오던 손이 멈추지를 않았다.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달래며 아윤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만하죠. 사실이 어쨌건 기억이 안 난다니 각자 가던 길 가요.”
“하지만 강대리님.”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됐어요. 가죠, 건율씨.”
뭘 더 말하고 싶어하는 건율을 두고 아윤은 바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내가 없으면 건율도 거기 있을 이유가 없어질 거였다.
예상했던 대로 건율이 뒤를 따라 오는 게 느껴졌다.
적당히 걷다 편의점이 나오자 아윤은 안에 들어가 물을 손에 들었다.
“건율씨도 뭐 먹을래요?”
“괜찮습니다.”
“내가 살게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뭐든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건율은 눈앞에 보이는 커피를 대충 손에 집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아윤은 냉수를 들이켰다.
조금 걷고 시원한 걸 마시고 나니 그제야 속이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고마웠어요. 도와준 거.”
“손목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덕분에요. 그나저나 건율씨 어디 가던 길 아니에요?”
“좀 늦어도 괜찮습니다. 동기 모임을 하기로 한 것 뿐이라서요.”
“빨리 가봐요. 내일 아침에 커피라도 살게요.”
아윤은 애써 웃었다.
그러고보니 또 건율이었다.
사적인 일은 보이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만 나타나는지.
도와줬는데 사실 반갑지가 않았다.
며칠 전 이상한 질문과 어두운 표정도 아직 마음에 걸렸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당연하죠.”
아윤이 옅게 웃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싶었다.
괜찮지 않아도 건율에게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안을 보고 싶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고.
그저 집에 가서 씻고 좀 쉬다가 퇴근한 오빠랑 한 잔 하고 푹 자고 싶었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뭔가를 고민하던 건율이 입술을 떼었을 때 건율의 벨소리가 울렸다.
아윤이 적당히 인사를 건넸다.
“동기들이 찾나봐요. 그럼 주말 잘 보내요.”
애매한 표정으로 아윤을 바라보다 건율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 건율을 뒤로 한 아윤은 택시를 찾아 걸었다.
오늘의 운세를 봤다면 분명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나왔을 게 분명했다.
호아씨에 이상한 남자에 건율까지.
밖에 나오자 가는 곳마다 지뢰밭이었다.
도로변에 도착해 가까워지는 택시를 발견한 아윤의 얼굴에 반가움이 스쳤다.
한편 이안이 모니터링 팀에 도착했을 땐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다들 분주하게 뭔가를 찾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서늘한 이안의 음성에 지호가 다가왔다.
“구슬이 없어. 세 개나.”
“뭐?”
“없어졌어. 그리고 모니터링 팀원 하나도 사라졌어.”
여기저기 뒤지던 모니터링 팀장도 지호의 옆에 섰다.
“교대를 하려고 들어갔던 팀원 하나가 빈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구역을 확인해보니 구슬도 세 개나 비어 있습니다. 도시우 씨도 구슬도 어디 갔는지 없어졌어요.”
구팀장은 처음 겪는 사태에 흥분해있었다.
해인이 일하던 중에 말없이 없어지는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구슬까지 분실되다니.
깊게 가라앉은 이안의 눈이 주변을 훑어봤다.
구팀장을 포함한 모두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오늘 조용하다 했더니 구슬을 훔쳐 갈 줄이야.
“구팀장. 모니터링팀은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도록 해. 여긴 흔들리면 안 돼. 알지?”
“네. 알겠습니다.”
차분한 이안의 지시에 구팀장이 대답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하나, 둘 제 업무로 복귀하는 해인들을 보다 이안이 지호에게 말했다.
“언제 사라진 거야?”
“입구의 기록장치에는 오후 5시쯤 여기서 나간 걸로 확인돼.”
“사라진 해인의 집에는 가봤어?”
“아직. 좀 전에 구팀장이 알자마자 연락했고 나도 몇 분전에 왔어.”
“박팀장 팀 빼고 추적팀 세 팀 불러서 구슬 셋의 주인부터 찾아봐. 괜히 가져가진 않았을 거야.”
이안의 말에 지호가 바로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그걸 보고 이안도 박팀장을 호출했다.
이안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마자 박팀장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모니터링 팀원이 사라졌어. 구팀장. 도시우의 집은 어디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구 팀장이 앞장 서자 이안과 박팀장이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곳은 정갈한 공간이었다.
소박한 침실과 책꽂이, 그림 도구가 전부인 집은 고요했다.
“구팀장은 이제 팀원들 안정시키는 데 힘써줘. 잊지마. 구팀장이 불안해하면 다들 불안해져.”
아직 불안정해보이는 구팀장에게 이안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혹시 더 없어진 구슬이 있는지 조용히 확인해봐.”
흔들림없는 이안의 까만 눈을 보고 있으니 구팀장의 마음도 차분해져왔다.
잃어버린 구슬도 중요하지만 다른 많은 해인들도 중요했다.
“네.”
그러는 동안 이미 박팀장은 집안을 뒤지고 있었다.
별 게 없어 보여도 뭐라도 단서가 있을지도 몰랐다.
구팀장을 보낸 이안도 같이 찾기 시작했다.
정황상 구슬을 가지고 사라진 해인이라.
또 조종을 당한 건지, 아니면 도시우라는 이름의 이 방의 주인이 범인인지 일단 유력한 용의자가 된 건 분명했다.
“이안님.”
한창 침대 주변을 샅샅이 보던 박팀장이 책 한권을 손에 들었다.
언뜻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안이 책을 건네받아 펼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책장을 넘기던 이안은 꿈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자 손을 멈췄다.
이건.
“박팀장, 여길 좀 더 찾아봐줘. 조사가 끝나면 팀원들이랑 정보팀이랑 도시우라는 해인을 찾아.”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박팀장을 본 이안이 바로 그 곳에서 사라졌다.
다시 푸른 머리카락으로 돌아온 호아는 서고에서 느긋하게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호아야. 이 책 언제 빌려간 거야?”
늘 그렇듯 이안은 갑자기 나타나 설명없이 물었다.
멍하니 건네는 책을 받아든 호아가 대출 장부가 있는 쪽으로 갔다.
“왜 그러는데?”
“최근의 사건과 관련이 있어 보여서. 빨리 알아봐 줘.”
재촉하는 이안의 목소리에 호아도 책을 확인했다.
최근에 본 책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요새 빌려간 것 같진 않은데.”
가지런히 꽂혀있는 장부 중 하나를 꺼내며 호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책을 좋아하는 해인들답게 장부가 엄청 많았다.
대답없이 이안은 장부를 꺼내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나서야 호아는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이 책은 도시우라는 해인이 2년 전 빌려간 거야.”
“2년 전이라고?”
“여긴 대출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보통 일주일이면 다들 반납하고, 인기 있는 책은 내가 회수하니까 문제는 없었는데.”
해인들이 책을 꿀꺽하는 일은 없었기에 이런 운영이 가능했다.
이런 장기 대출자는 흔하지 않았다.
“이렇게 반납 안 된 책이 있었다니. 몰랐네.”
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원하는 정보를 얻은 이안은 책을 챙겨 서고에서 빠져 나왔다.
- 서지호, 어디야?
- 모니터링 팀. 더 없어진 구슬은 없는 것 같아. 구슬 셋의 주인은 아직 못 찾았고.
지호의 답변에 이안도 그 쪽으로 이동했다.
모니터링 팀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일단 지상으로 돌아가야겠어. 여긴 박팀장한테 맡긴거지?”
“그래.”
“구슬이 없는 이상 해인을 인간들처럼 찾아야 되니까. 이거 빨리 찾긴 힘들겠는데.”
어두워지는 서지호를 보며 이안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스러웠다.
대체 왜 이런짓을 벌이는 건지.
이안의 눈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세 팀으로 나뉘어 해인들을 찾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다들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셋 다 혼자 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들이었고, 집에도 이렇다 할 게 없었다.
밤 부터 비어있었던 건지 집엔 온기 조차 없었고 따로 짐을 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집 주인만 없었다.
마치 잠깐 외출한 것처럼.
세 군데를 다 둘러 본 이안이 성과없이 지호의 집으로 돌아왔다.
“뭐 있었어?”
“아니. 그냥 몸만 빠져나간 것 같아.”
“어제부터 카드를 쓴 흔적도 전혀 없어.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핸드폰도 꺼진 채로 각자의 방에 있었어.”
“일단 주변부터 찾아봐야지. 아, 정말 범인 누군지 애 먹이네. 구슬만 있었어도 바로 찾는데.”
지호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이안은 가만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누굴까.
정말 도시우가 범인일까?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런 중요한 책을 일부러 남겨두고 가다니.
마치 범인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범인인지 또 다른 피해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시우부터 찾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꽉 채워가던 때였다.
복잡한 이안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말이 흘러들어왔다.
- 아, 보고 싶다. 이안은 아직도 일하나. 오늘은 정말 동네북이 된 것 같네.
힘없는 아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안은 시계를 봤다.
거의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근데 동네북은 뭐지?
- 아까 그 남자는 뭐였을까. 이상했는데.
남자?
강아윤이 누굴 말하는 거지?
계속되는 아윤의 독백에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올게.”
말을 함과 동시에 밖으로 나온 이안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짧은 통화대기음 뒤로 아윤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아윤, 어디야?”
건율의 싸늘한 말에 당황스러운 건 오히려 남자였다.
화를 내는 걸 보니 뭔가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데 뭘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전 분명 아까 길을 건넜는데 왜 다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 억울한 목소리에 아윤이 물었다.
“제 손목을 잡으셨던 건 기억하세요?”
“네?”
아윤을 보고있던 남자의 몸이 멈췄다.
자기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남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내 커진 목소리가 많은 말들을 뱉어냈다.
“제가요? 제가 그랬다고요? 저 여자친구도 있어요. 제가 왜요?”
놀란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윤은 할 말을 잃었다.
아픈 손목이 아니었다면 꿈일까 의심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 남자가 하는 말과 행동이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
“모르는 척 하면 없었던 일이 됩니까?”
남자가 발뺌하는 거라고 생각한 건율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남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제가 그런 게 맞아요? 정말요?”
상황이 자꾸 반복되는 것 같았다.
자기가 한 일을 되묻는 남자와 화가 난 건율을 지켜보던 아윤은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어냈다.
좀 전의 일로 놀라서 그런 건지,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아까부터 미세하게 떨려오던 손이 멈추지를 않았다.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달래며 아윤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만하죠. 사실이 어쨌건 기억이 안 난다니 각자 가던 길 가요.”
“하지만 강대리님.”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됐어요. 가죠, 건율씨.”
뭘 더 말하고 싶어하는 건율을 두고 아윤은 바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내가 없으면 건율도 거기 있을 이유가 없어질 거였다.
예상했던 대로 건율이 뒤를 따라 오는 게 느껴졌다.
적당히 걷다 편의점이 나오자 아윤은 안에 들어가 물을 손에 들었다.
“건율씨도 뭐 먹을래요?”
“괜찮습니다.”
“내가 살게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뭐든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건율은 눈앞에 보이는 커피를 대충 손에 집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아윤은 냉수를 들이켰다.
조금 걷고 시원한 걸 마시고 나니 그제야 속이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고마웠어요. 도와준 거.”
“손목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덕분에요. 그나저나 건율씨 어디 가던 길 아니에요?”
“좀 늦어도 괜찮습니다. 동기 모임을 하기로 한 것 뿐이라서요.”
“빨리 가봐요. 내일 아침에 커피라도 살게요.”
아윤은 애써 웃었다.
그러고보니 또 건율이었다.
사적인 일은 보이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만 나타나는지.
도와줬는데 사실 반갑지가 않았다.
며칠 전 이상한 질문과 어두운 표정도 아직 마음에 걸렸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당연하죠.”
아윤이 옅게 웃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싶었다.
괜찮지 않아도 건율에게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안을 보고 싶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고.
그저 집에 가서 씻고 좀 쉬다가 퇴근한 오빠랑 한 잔 하고 푹 자고 싶었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뭔가를 고민하던 건율이 입술을 떼었을 때 건율의 벨소리가 울렸다.
아윤이 적당히 인사를 건넸다.
“동기들이 찾나봐요. 그럼 주말 잘 보내요.”
애매한 표정으로 아윤을 바라보다 건율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 건율을 뒤로 한 아윤은 택시를 찾아 걸었다.
오늘의 운세를 봤다면 분명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나왔을 게 분명했다.
호아씨에 이상한 남자에 건율까지.
밖에 나오자 가는 곳마다 지뢰밭이었다.
도로변에 도착해 가까워지는 택시를 발견한 아윤의 얼굴에 반가움이 스쳤다.
한편 이안이 모니터링 팀에 도착했을 땐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다들 분주하게 뭔가를 찾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서늘한 이안의 음성에 지호가 다가왔다.
“구슬이 없어. 세 개나.”
“뭐?”
“없어졌어. 그리고 모니터링 팀원 하나도 사라졌어.”
여기저기 뒤지던 모니터링 팀장도 지호의 옆에 섰다.
“교대를 하려고 들어갔던 팀원 하나가 빈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구역을 확인해보니 구슬도 세 개나 비어 있습니다. 도시우 씨도 구슬도 어디 갔는지 없어졌어요.”
구팀장은 처음 겪는 사태에 흥분해있었다.
해인이 일하던 중에 말없이 없어지는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구슬까지 분실되다니.
깊게 가라앉은 이안의 눈이 주변을 훑어봤다.
구팀장을 포함한 모두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오늘 조용하다 했더니 구슬을 훔쳐 갈 줄이야.
“구팀장. 모니터링팀은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도록 해. 여긴 흔들리면 안 돼. 알지?”
“네. 알겠습니다.”
차분한 이안의 지시에 구팀장이 대답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하나, 둘 제 업무로 복귀하는 해인들을 보다 이안이 지호에게 말했다.
“언제 사라진 거야?”
“입구의 기록장치에는 오후 5시쯤 여기서 나간 걸로 확인돼.”
“사라진 해인의 집에는 가봤어?”
“아직. 좀 전에 구팀장이 알자마자 연락했고 나도 몇 분전에 왔어.”
“박팀장 팀 빼고 추적팀 세 팀 불러서 구슬 셋의 주인부터 찾아봐. 괜히 가져가진 않았을 거야.”
이안의 말에 지호가 바로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그걸 보고 이안도 박팀장을 호출했다.
이안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마자 박팀장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모니터링 팀원이 사라졌어. 구팀장. 도시우의 집은 어디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구 팀장이 앞장 서자 이안과 박팀장이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곳은 정갈한 공간이었다.
소박한 침실과 책꽂이, 그림 도구가 전부인 집은 고요했다.
“구팀장은 이제 팀원들 안정시키는 데 힘써줘. 잊지마. 구팀장이 불안해하면 다들 불안해져.”
아직 불안정해보이는 구팀장에게 이안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혹시 더 없어진 구슬이 있는지 조용히 확인해봐.”
흔들림없는 이안의 까만 눈을 보고 있으니 구팀장의 마음도 차분해져왔다.
잃어버린 구슬도 중요하지만 다른 많은 해인들도 중요했다.
“네.”
그러는 동안 이미 박팀장은 집안을 뒤지고 있었다.
별 게 없어 보여도 뭐라도 단서가 있을지도 몰랐다.
구팀장을 보낸 이안도 같이 찾기 시작했다.
정황상 구슬을 가지고 사라진 해인이라.
또 조종을 당한 건지, 아니면 도시우라는 이름의 이 방의 주인이 범인인지 일단 유력한 용의자가 된 건 분명했다.
“이안님.”
한창 침대 주변을 샅샅이 보던 박팀장이 책 한권을 손에 들었다.
언뜻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안이 책을 건네받아 펼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책장을 넘기던 이안은 꿈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자 손을 멈췄다.
이건.
“박팀장, 여길 좀 더 찾아봐줘. 조사가 끝나면 팀원들이랑 정보팀이랑 도시우라는 해인을 찾아.”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박팀장을 본 이안이 바로 그 곳에서 사라졌다.
다시 푸른 머리카락으로 돌아온 호아는 서고에서 느긋하게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호아야. 이 책 언제 빌려간 거야?”
늘 그렇듯 이안은 갑자기 나타나 설명없이 물었다.
멍하니 건네는 책을 받아든 호아가 대출 장부가 있는 쪽으로 갔다.
“왜 그러는데?”
“최근의 사건과 관련이 있어 보여서. 빨리 알아봐 줘.”
재촉하는 이안의 목소리에 호아도 책을 확인했다.
최근에 본 책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요새 빌려간 것 같진 않은데.”
가지런히 꽂혀있는 장부 중 하나를 꺼내며 호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책을 좋아하는 해인들답게 장부가 엄청 많았다.
대답없이 이안은 장부를 꺼내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나서야 호아는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이 책은 도시우라는 해인이 2년 전 빌려간 거야.”
“2년 전이라고?”
“여긴 대출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보통 일주일이면 다들 반납하고, 인기 있는 책은 내가 회수하니까 문제는 없었는데.”
해인들이 책을 꿀꺽하는 일은 없었기에 이런 운영이 가능했다.
이런 장기 대출자는 흔하지 않았다.
“이렇게 반납 안 된 책이 있었다니. 몰랐네.”
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원하는 정보를 얻은 이안은 책을 챙겨 서고에서 빠져 나왔다.
- 서지호, 어디야?
- 모니터링 팀. 더 없어진 구슬은 없는 것 같아. 구슬 셋의 주인은 아직 못 찾았고.
지호의 답변에 이안도 그 쪽으로 이동했다.
모니터링 팀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일단 지상으로 돌아가야겠어. 여긴 박팀장한테 맡긴거지?”
“그래.”
“구슬이 없는 이상 해인을 인간들처럼 찾아야 되니까. 이거 빨리 찾긴 힘들겠는데.”
어두워지는 서지호를 보며 이안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스러웠다.
대체 왜 이런짓을 벌이는 건지.
이안의 눈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세 팀으로 나뉘어 해인들을 찾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다들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셋 다 혼자 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자들이었고, 집에도 이렇다 할 게 없었다.
밤 부터 비어있었던 건지 집엔 온기 조차 없었고 따로 짐을 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집 주인만 없었다.
마치 잠깐 외출한 것처럼.
세 군데를 다 둘러 본 이안이 성과없이 지호의 집으로 돌아왔다.
“뭐 있었어?”
“아니. 그냥 몸만 빠져나간 것 같아.”
“어제부터 카드를 쓴 흔적도 전혀 없어.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핸드폰도 꺼진 채로 각자의 방에 있었어.”
“일단 주변부터 찾아봐야지. 아, 정말 범인 누군지 애 먹이네. 구슬만 있었어도 바로 찾는데.”
지호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이안은 가만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누굴까.
정말 도시우가 범인일까?
그런데 그렇게 보기에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런 중요한 책을 일부러 남겨두고 가다니.
마치 범인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범인인지 또 다른 피해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시우부터 찾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꽉 채워가던 때였다.
복잡한 이안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말이 흘러들어왔다.
- 아, 보고 싶다. 이안은 아직도 일하나. 오늘은 정말 동네북이 된 것 같네.
힘없는 아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안은 시계를 봤다.
거의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근데 동네북은 뭐지?
- 아까 그 남자는 뭐였을까. 이상했는데.
남자?
강아윤이 누굴 말하는 거지?
계속되는 아윤의 독백에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올게.”
말을 함과 동시에 밖으로 나온 이안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짧은 통화대기음 뒤로 아윤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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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용왕의 아들과 사랑을 시작할 때
42.42. 내 생각 자주 하더라.조회 : 1,0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55 41.41. 사라진 구슬조회 : 90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0 40.40. 누구하나 쉽지 않네.조회 : 9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21 39.39. 이리와요.조회 : 9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16 38.38. 내가 좋았으면 됐죠.조회 : 9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01 37.37. 솔직하게 말한다며조회 : 7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69 36.36. 저도 싫어해요, 그런 거.조회 : 93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80 35.35화. 연애 중이신 거 맞죠?조회 : 9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62 34.34화. 미안해.조회 : 2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75 33.33화. 질투라는 감정조회 : 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80 32.32화. 언제 이렇게 빠져버렸을까.조회 : 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90 31.31. 내가 왜 싫어해요?조회 : 1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32 30.30. 힘내.조회 : 13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74 29.29. 위로는 많이 했으니까.조회 : 1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50 28.28. 왜 그랬어?조회 : 1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31 27.27. 서리나씨랑 친구였다며?조회 : 20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7 26.26. 여자친구 엄청 예뻐하네.조회 : 29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51 25.25. 형은 아니지?조회 : 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41 24.24. 너무 귀엽잖아요.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36 23.23. 이안 형 어디가 좋아요?조회 : 1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09 22.22. 형수님이 궁금하네.조회 : 1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91 21.21. 싫은데. 가야돼?조회 : 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4 20.20화. 보고싶어.조회 : 1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36 19.19화. 곁에 있어준다면 좋을텐데.조회 : 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4 18.18화. 자꾸 이렇게 좋아지면 큰일인데.조회 : 2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57 17.17화. 혼란스러운 아침조회 : 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05 16.16화. 욕심조회 : 1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8 15.15화.끌림의 이유조회 : 13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2 14.14화. 이유가 뭘까?조회 : 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26 13.13화. 입맞춤조회 : 1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6 12.12화. 고백조회 : 32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05 11.11화. 놓아줄 수 있을까?조회 : 15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70 10.10. 마음을 깨달았을 때조회 : 22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69 9.9화. 왜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걸까?조회 : 2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07 8.8화. 영화관에서조회 : 18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0 7.7화. 이안과 아윤조회 : 2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6 6.6화. 그의 집에서조회 : 27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6 5.5화. 해인의 구슬이 깨졌을 때조회 : 1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86 4.4화. 각자의 묘한 기분조회 : 1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5 3.3화. 바닷가에서조회 : 22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21 2.2화. 정체가 뭔지 물어봐도 돼요?조회 : 3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91 1.1. 당신, 운이 좋네.조회 : 1,1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