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다녀오세요
조회 : 741 추천 : 0 글자수 : 7,187 자 2022-12-15
# 29화. 다녀오세요
소년은 가족들의 품에서 한을 풀어냈다. 복받쳐 울다가 더듬더듬 사과하고, 두서없이 친구들 얘기를 늘어놓다가도 어리광을 부렸다.
그 사이, 백민과 유오연은 이 기적을 조금이나마 길게 이어주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했다. 세 개체가 형태를 온전하게 갖추도록 이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던 백민은 티 나지 않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반면에 그 개체들을 각각의 특징에 맞춰 개별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유오연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는 백민보다 타고난 이능의 크기가 작았다. 섬세하고 노련한 제어로 어떻게든 그 격차를 메워보려고 했지만, 먼저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오연 팀장님, 괜찮으세요? 땀이 엄청난데요.”
백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과한 이능의 사용은 그만큼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배웠다. 두통, 현기증, 오한부터 심하면 의식불명에 이른다고 들었는데 유오연은 중간 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았다.
“후우, 아직 20분 정돈, 괜찮습니다. 녀석에게 미안해서 그렇죠. 실망할 텐데…….”
5시간을 약속했다. 그런데 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능력 부족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웠다. 유능한 인형술사인 유오연이라 그나마 셋을 동시에 조종하며 디테일까지 맞출 수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죠. 제가 미리 언질을 주겠습니다.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인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유오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턱 끝으로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백민은 귀에 건 작은 헤드셋으로 고운비에게 연락을 취했다. 고운비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민이 언니, 우선은 김선위에게 리미트를 전해줘요.]
이번 작전의 연출을 담당한 고운비는 유오연과 김선위가 펜션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2층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맡은 바는 전부 처리한 후였다.
고운비는 백민이 그림구현능력을 쓸 소재를 점검하고 인형이 편히 움직일 수 있게 주변을 정돈했다. 요리 재료는 반조리 형태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며, 백민과 함께 밑 준비를 한 사람도 그녀였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몽환적으로 사라지는 편이 낫겠죠? 더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주세요.]
“어느 쪽이든 미련이 덜 남게 해주고 싶네요.”
[감정이 해소돼서 어느 쪽이든 나쁘지는 않겠지만, 현실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죠. 언니가 평소에 하듯 먼지처럼 흩어지게 하면 되겠어요.]
고운비는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흐려져 일상생활에 혼란이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생동감이 너무 넘쳐서 생기는 문제였다.
“사라지는 시점은 상황을 봐 가면서 유오연 팀장님과 상의해서 맞추겠습니다.
[좋아요. 민이 언니. 끝까지 힘내주세요.]
사무실 밖에서 보는 고운비는 의외로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였다.
백민은 고운비와 논의를 끝내고 유오연 옆에 와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그다음 김선위에게 귓속말로 남은 시간을 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선위가 몸을 굳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가 선 자리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이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겠지…….’
문득, 어깨에 얹어진 책임감을 실감하였다. 이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백민은 마음을 가다듬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백민의 능력이 더 개발되었더라면 구현체에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유오연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을 터. 백민은 미안해하고 있는 만큼 그가 탈진하지 않게 조심하며 타이밍을 쟀다.
두 이능반 직원이 땀을 쏟는 동안, 김선위는 가슴 깊은 곳에 숨겨뒀던 비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나 말이에요. 사실은 따라가고 싶었어요. 몇 번이나 시도했었어요. 수면제를 조금씩 모아도 봤고 손목도 그어봤고 아파트 옥상에도 몇 번이나 올라섰었어요. 단 한 걸음이면 엄마랑 아빠, 윤위를 만날 수 있었다고요. 그런데, 차마 내디딜 수 없더라고요.”
자조적인 목소리가 고요한 펜션 내부를 울렸다. 백민은 숨죽이며 소년의 속내를 들었다.
“아빠가 언젠가 드라마를 보다가 그런 얘기 하셨죠. 죽은 사람을 핑계로 세상을 등지는 것보다 못된 짓은 없다고요. 죽어서까지 멋대로 이용당하는 그 심정을 생각해보라고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가는 게 그 사람의 흔적을 세상에 새기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매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아빠 말 틀리지 않더라고요. 내 나약함을 이기지 못해서 목숨을 버리는 일을, 가족들이 날 두고 떠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시키고 있었어요…….”
“난 아직 나약해요. 아직 어리단 말이에요. 스무 살이 됐지만 난 여전히 열다섯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의욕도 없고 살아갈 희망도 잃어버렸어요. 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미아가 되어버린 기분이라고요.”
중년의 남성은 아들이 늘어놓는 하소연을 입을 다문 채 경청했다. 이해하는 눈빛을 하지도 않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하며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다. 그러다 투박한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김선위. 넌 지금 발밑이 불안한 거다. 널 지탱해줄 익숙한 기반을 잃어버렸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네가 가족에게만 의지하면서 살진 않았지.”
아빠는 그 인연에 기대 심장을 녹이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우리가 헤어져야 했을 때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데 정신 팔렸던 거 다 아니까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라. 그리고 나머지 정신은 보나 마나 예쁜 여자애에게 몽땅 쏠려있었겠고. 아니냐?”
김선위가 발끈하며 일어나려고 하자 그는 손아귀에 힘을 줘 다시 앉혔다.
“친척들, 친구들, 선생님과 이웃들……. 어떤 식으로든 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럴 거다. 인마, 너를 구성하는 전부가 우리는 아니야. 지금은 비어버린 공간이 허전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자리는 새로 채우면 되는 거다.”
식은 죽 먹기보다 간단하지 않으냐고 아빠가 눈짓으로 동의를 구했다. 한쪽 컵이 비었다면 다른 곳에서 덜어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새로운 꿈이라도 가져. 아직 이르긴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도 좋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일찍 사고 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물론 여자 쪽과 합의한 후에. 유산도 한몫 쥐여줬겠다, 번듯한 집도 있겠다, 뭐가 문제야? 애 대여섯은 낳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네.”
“아빠……!”
이런 순간에까지 장난을 치다니! 김선위는 그게 너무 아빠다워서 헛웃음이 났다. 심각한 분위기가 되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는 아빠였으니 실제로도 이런 식이었으리라.
“그리움은 그리움에서 끝내. 어딘가 허전함이 있다면 그걸 채울 일을 하고, 그걸 채워줄 사람을 만나는 거야. 그게 뭐라도, 누구라도 상관없어. 정 외로우면 애교 많은 애완동물이라도 키우든지.”
갑자기 아빠 입매가 불퉁해졌다. 김선위는 저 표정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집 마당에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키우는 게 아빠의 로망이었다. 엄마가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던 꿈이었지만 말이다.
“나 점점 추억도 기억도 잊어가고 있어요. 이러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 혼자 행복하게 지내면 억울해서 어쩌려고요?”
눈물이 쏙 들어간 김선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과연 억울할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흐뭇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 답은 금방 나올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네가 우리를 완벽하게 잊을 수는 없다고 본다. 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너를 사랑했던 이들의 존재는 기억하겠지. 그 정도면 만족한다.”
“하……. 진짜 아빠였어도 이랬겠죠.”
씩 웃는 모양이 영락없이 아빠였다. 어디 하늘에서 아빠의 쌍둥이라도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쌍둥이라도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김선위는 엄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던 소년의 엄마는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다음에 천천히 만나자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다음에 만나면 할 일들을 나열했다.
바닷가에서 조개 줍기, 식물원 가기,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기, 아이스크림 먹기……. 레퍼토리가 위화감이 없었다. 전부 엄마가 자주 같이하자고 조르던 일들이었다. 동생 윤위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쌔근쌔근 잠들었다가 방금 깨서 칭얼칭얼 잠투정했다.
과거 언젠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광경. 김선위는 왜 고민했나 싶었다. 죽음이 여행과 동의어라도 된 것 같았다. 자신만 두고 가족들이 긴 여행을 떠나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였다. 허탈한데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김선위는 슬픔을 걷어내며 씩씩하게 말했다.
“이번엔 웃는 얼굴로 헤어져요.”
“그래. 전엔 엄청 얄미운 얼굴이었다. 나중에 한 대 쥐어박아야지 했는데 하필!”
이별이 이별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이젠 하늘에서 지켜본다는 말도 믿음이 갔다. 그리고 김선위가 남겨진 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으니 그들이 악몽에서처럼 원망을 품을 리도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하면 모를까. 나중에 만나게 될 테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집 잘 지키고 있어. 문단속 잘 하고. 며느리 생기거든 재깍재깍 보고하고!”
그의 아빠는 아쉬움이 남는지 마지막까지 며느리 타령을 했다.
“며느리 생기려면 멀었거든요? 서둘러보겠지만 신중해져야 하는 문제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반려자는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법이다. 네가 나만큼 안목이 뛰어나기를 바란다. 아들.”
“어련히 잘 하겠죠. 누구 아들인데요.”
김선위가 은근히 아빠의 안목을 칭찬하자 그는 빼는 일 없이 인정하며 콧대를 세웠다. 덕분에 김선위의 눈가에는 웃음기가 어렸다. 이런 유쾌한 분위기가 그리웠었다.
“선위야, 밥 잘 먹어야 해. 너무 인스턴트만 먹으면 안 돼! 요즘엔 요리하는 남자들이 인기가 많다니까 이번 기회에 배우는 게 좋겠다! 응? 알았지? 잠도 잘 자고, 아프지 말고…….”
엄마는 엄마였다. 걱정만으로 탑을 쌓을 정도였다.
“엄마, 나 그동안 요리 많이 늘었어요. 잘 먹고 다니니까 걱정 마요. 잠은……, 뭐 그렇지만 건강하고요.”
엄마를 안심시키자 그다음 타자가 남아있었다. 김선위는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상으로 살가운 가족이라서 그 관심에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화시켜버린 과거를 재확인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머릿속에는 친근하지만 든든한 아빠와 소녀같이 연약한 엄마와 귀여운 동생이 있었는데…….’
김선위가 얼굴을 식히기도 전에 동생 윤위가 팔을 잡고 흔들었다.
“오빠, 내 나무 잘 지켜줘야 해! 알았지?”
어쩐지 가슴 어림이 뜨끔했다. 옛날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데, 윤위가 태어났을 땐 은목서를 마당에 심었다. 자신 몫의 금목서와 함께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시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이야!”
“어. 알았어…….”
흐리멍덩한 대답에 윤위가 오빠를 노려봤다. 소년은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래 봤자 7살 꼬마라 무섭진 않지만, 저런 눈을 할 때마다 들들 볶였던 기억이 몸에 배어 있어서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하하.”
눈물은 멎은 지 오래였다. 그냥 웃음이 났다. 가족들의 영혼이 잠시 자신을 만나러 잠시 내려온 것 같았다.
“이젠 가야 하죠?”
엄마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김선위를 꼬옥 껴안았다. 윤위는 오빠의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다시 보자. 인마. 네게 손자, 증손자 생긴 후여야 한다.”
김선위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엄마와 윤위는 미적미적 움직여서 아빠 옆에 섰다. 세 명과 마주 보고 선 소년은 이 장면이 오래도록 선명하길 바랐다.
가족들의 인사는 ‘잘 있어.’였다. 셋이 시골에 내려가느라 혼자 집이라도 지키게 된 상황에서 할 법한, 일상적인 인사였다. 뒤에 ‘또 보자.’라는 말이 생략되었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았다.
“……다녀오세요!”
소년이 그 인사를 받은 그들은 은은한 미소와 함께 눈 깜빡할 사이에 먼지처럼 흩어졌다. 소년은 손을 내밀어 그 잔해를 잡으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응시할 뿐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던 백민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도 한계 직전까지 몰렸었다.
리허설과 연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유지 시간도 큰 폭으로 단축된 것 같았다. 백민은 이 감각을 몸에 새겨두려고 노력했다. 한계를 알아야 자유자재로 이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오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벽에 기댔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고꾸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추한 모습은 되도록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애써 태연한 척했다.
“마지막 인사가 인상적이더라.”
그는 소감을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선위에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옳은 인사였네요.”
“그렇구나.”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가 있죠? 제가 아무리 자세히 얘기했더라도 상상력에 한계가 있잖아요. 아빠는 너무 똑같아서 소름까지 돋을 뻔했어요.”
“아 그거……. 우리가 너희 집에서 보물을 발굴했거든.”
유오연이 눈을 가늘게 접으면서 대답했다.
“보물이요?”
김선위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대답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유오연은 바로 김선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매년 아들, 딸에게 영상편지를 남기셨더라고. 아버님께서 말이야.”
“……네? 그런 게 있었어요? 전혀 몰랐는데……. 아, 혹시 아까 했던 말도?”
“그래. 녹화된 영상에서 아버님이 네게 하셨던 말이다.”
“아 진짜……! 아빠 진짜 못 말린다니까. 하, 하하하. 으하하하!”
소년은 퉁퉁 부은 눈두덩을 하고서 그간의 아픔을 털어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이 펜션에서의 처음과 끝은 사뭇 달랐다. 백민은 그 차이를 빚어내는 데에 자신이 한 몫 도왔다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유오연은 땀에 젖어 흘러내린 앞머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2층에서 그 상황을 중계방송으로 듣고 있던 고운비의 입가에도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불가능하다고만 단정 지었던 바람이 현실이 되었다.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꿔버렸다는 걸, 모두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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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심장에 새살이 돋고 있었다. 김선위는 진심 어린 헌신을 해준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세 명에게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다.
소년이 펜션 2층에 있었던 한 명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해서 한 명은 쏙 빠뜨려버렸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날 밤.
백민, 도은강, 유오연은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선명하지 않아서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남은 그 꿈의 잔상은 온종일 그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소년은 가족들의 품에서 한을 풀어냈다. 복받쳐 울다가 더듬더듬 사과하고, 두서없이 친구들 얘기를 늘어놓다가도 어리광을 부렸다.
그 사이, 백민과 유오연은 이 기적을 조금이나마 길게 이어주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했다. 세 개체가 형태를 온전하게 갖추도록 이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던 백민은 티 나지 않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반면에 그 개체들을 각각의 특징에 맞춰 개별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유오연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는 백민보다 타고난 이능의 크기가 작았다. 섬세하고 노련한 제어로 어떻게든 그 격차를 메워보려고 했지만, 먼저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오연 팀장님, 괜찮으세요? 땀이 엄청난데요.”
백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과한 이능의 사용은 그만큼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배웠다. 두통, 현기증, 오한부터 심하면 의식불명에 이른다고 들었는데 유오연은 중간 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았다.
“후우, 아직 20분 정돈, 괜찮습니다. 녀석에게 미안해서 그렇죠. 실망할 텐데…….”
5시간을 약속했다. 그런데 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능력 부족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웠다. 유능한 인형술사인 유오연이라 그나마 셋을 동시에 조종하며 디테일까지 맞출 수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죠. 제가 미리 언질을 주겠습니다.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인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유오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턱 끝으로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백민은 귀에 건 작은 헤드셋으로 고운비에게 연락을 취했다. 고운비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민이 언니, 우선은 김선위에게 리미트를 전해줘요.]
이번 작전의 연출을 담당한 고운비는 유오연과 김선위가 펜션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2층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맡은 바는 전부 처리한 후였다.
고운비는 백민이 그림구현능력을 쓸 소재를 점검하고 인형이 편히 움직일 수 있게 주변을 정돈했다. 요리 재료는 반조리 형태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며, 백민과 함께 밑 준비를 한 사람도 그녀였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몽환적으로 사라지는 편이 낫겠죠? 더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주세요.]
“어느 쪽이든 미련이 덜 남게 해주고 싶네요.”
[감정이 해소돼서 어느 쪽이든 나쁘지는 않겠지만, 현실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죠. 언니가 평소에 하듯 먼지처럼 흩어지게 하면 되겠어요.]
고운비는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흐려져 일상생활에 혼란이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생동감이 너무 넘쳐서 생기는 문제였다.
“사라지는 시점은 상황을 봐 가면서 유오연 팀장님과 상의해서 맞추겠습니다.
[좋아요. 민이 언니. 끝까지 힘내주세요.]
사무실 밖에서 보는 고운비는 의외로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였다.
백민은 고운비와 논의를 끝내고 유오연 옆에 와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그다음 김선위에게 귓속말로 남은 시간을 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선위가 몸을 굳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가 선 자리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이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겠지…….’
문득, 어깨에 얹어진 책임감을 실감하였다. 이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백민은 마음을 가다듬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백민의 능력이 더 개발되었더라면 구현체에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유오연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을 터. 백민은 미안해하고 있는 만큼 그가 탈진하지 않게 조심하며 타이밍을 쟀다.
두 이능반 직원이 땀을 쏟는 동안, 김선위는 가슴 깊은 곳에 숨겨뒀던 비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나 말이에요. 사실은 따라가고 싶었어요. 몇 번이나 시도했었어요. 수면제를 조금씩 모아도 봤고 손목도 그어봤고 아파트 옥상에도 몇 번이나 올라섰었어요. 단 한 걸음이면 엄마랑 아빠, 윤위를 만날 수 있었다고요. 그런데, 차마 내디딜 수 없더라고요.”
자조적인 목소리가 고요한 펜션 내부를 울렸다. 백민은 숨죽이며 소년의 속내를 들었다.
“아빠가 언젠가 드라마를 보다가 그런 얘기 하셨죠. 죽은 사람을 핑계로 세상을 등지는 것보다 못된 짓은 없다고요. 죽어서까지 멋대로 이용당하는 그 심정을 생각해보라고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가는 게 그 사람의 흔적을 세상에 새기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매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아빠 말 틀리지 않더라고요. 내 나약함을 이기지 못해서 목숨을 버리는 일을, 가족들이 날 두고 떠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시키고 있었어요…….”
“난 아직 나약해요. 아직 어리단 말이에요. 스무 살이 됐지만 난 여전히 열다섯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의욕도 없고 살아갈 희망도 잃어버렸어요. 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미아가 되어버린 기분이라고요.”
중년의 남성은 아들이 늘어놓는 하소연을 입을 다문 채 경청했다. 이해하는 눈빛을 하지도 않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하며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다. 그러다 투박한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김선위. 넌 지금 발밑이 불안한 거다. 널 지탱해줄 익숙한 기반을 잃어버렸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네가 가족에게만 의지하면서 살진 않았지.”
아빠는 그 인연에 기대 심장을 녹이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우리가 헤어져야 했을 때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데 정신 팔렸던 거 다 아니까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라. 그리고 나머지 정신은 보나 마나 예쁜 여자애에게 몽땅 쏠려있었겠고. 아니냐?”
김선위가 발끈하며 일어나려고 하자 그는 손아귀에 힘을 줘 다시 앉혔다.
“친척들, 친구들, 선생님과 이웃들……. 어떤 식으로든 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지금도 그럴 거다. 인마, 너를 구성하는 전부가 우리는 아니야. 지금은 비어버린 공간이 허전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자리는 새로 채우면 되는 거다.”
식은 죽 먹기보다 간단하지 않으냐고 아빠가 눈짓으로 동의를 구했다. 한쪽 컵이 비었다면 다른 곳에서 덜어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새로운 꿈이라도 가져. 아직 이르긴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도 좋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일찍 사고 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물론 여자 쪽과 합의한 후에. 유산도 한몫 쥐여줬겠다, 번듯한 집도 있겠다, 뭐가 문제야? 애 대여섯은 낳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네.”
“아빠……!”
이런 순간에까지 장난을 치다니! 김선위는 그게 너무 아빠다워서 헛웃음이 났다. 심각한 분위기가 되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는 아빠였으니 실제로도 이런 식이었으리라.
“그리움은 그리움에서 끝내. 어딘가 허전함이 있다면 그걸 채울 일을 하고, 그걸 채워줄 사람을 만나는 거야. 그게 뭐라도, 누구라도 상관없어. 정 외로우면 애교 많은 애완동물이라도 키우든지.”
갑자기 아빠 입매가 불퉁해졌다. 김선위는 저 표정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집 마당에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키우는 게 아빠의 로망이었다. 엄마가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던 꿈이었지만 말이다.
“나 점점 추억도 기억도 잊어가고 있어요. 이러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 혼자 행복하게 지내면 억울해서 어쩌려고요?”
눈물이 쏙 들어간 김선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과연 억울할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흐뭇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 답은 금방 나올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네가 우리를 완벽하게 잊을 수는 없다고 본다. 잊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너를 사랑했던 이들의 존재는 기억하겠지. 그 정도면 만족한다.”
“하……. 진짜 아빠였어도 이랬겠죠.”
씩 웃는 모양이 영락없이 아빠였다. 어디 하늘에서 아빠의 쌍둥이라도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쌍둥이라도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김선위는 엄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던 소년의 엄마는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다음에 천천히 만나자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다음에 만나면 할 일들을 나열했다.
바닷가에서 조개 줍기, 식물원 가기,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기, 아이스크림 먹기……. 레퍼토리가 위화감이 없었다. 전부 엄마가 자주 같이하자고 조르던 일들이었다. 동생 윤위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쌔근쌔근 잠들었다가 방금 깨서 칭얼칭얼 잠투정했다.
과거 언젠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광경. 김선위는 왜 고민했나 싶었다. 죽음이 여행과 동의어라도 된 것 같았다. 자신만 두고 가족들이 긴 여행을 떠나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였다. 허탈한데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김선위는 슬픔을 걷어내며 씩씩하게 말했다.
“이번엔 웃는 얼굴로 헤어져요.”
“그래. 전엔 엄청 얄미운 얼굴이었다. 나중에 한 대 쥐어박아야지 했는데 하필!”
이별이 이별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이젠 하늘에서 지켜본다는 말도 믿음이 갔다. 그리고 김선위가 남겨진 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으니 그들이 악몽에서처럼 원망을 품을 리도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하면 모를까. 나중에 만나게 될 테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집 잘 지키고 있어. 문단속 잘 하고. 며느리 생기거든 재깍재깍 보고하고!”
그의 아빠는 아쉬움이 남는지 마지막까지 며느리 타령을 했다.
“며느리 생기려면 멀었거든요? 서둘러보겠지만 신중해져야 하는 문제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반려자는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법이다. 네가 나만큼 안목이 뛰어나기를 바란다. 아들.”
“어련히 잘 하겠죠. 누구 아들인데요.”
김선위가 은근히 아빠의 안목을 칭찬하자 그는 빼는 일 없이 인정하며 콧대를 세웠다. 덕분에 김선위의 눈가에는 웃음기가 어렸다. 이런 유쾌한 분위기가 그리웠었다.
“선위야, 밥 잘 먹어야 해. 너무 인스턴트만 먹으면 안 돼! 요즘엔 요리하는 남자들이 인기가 많다니까 이번 기회에 배우는 게 좋겠다! 응? 알았지? 잠도 잘 자고, 아프지 말고…….”
엄마는 엄마였다. 걱정만으로 탑을 쌓을 정도였다.
“엄마, 나 그동안 요리 많이 늘었어요. 잘 먹고 다니니까 걱정 마요. 잠은……, 뭐 그렇지만 건강하고요.”
엄마를 안심시키자 그다음 타자가 남아있었다. 김선위는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이상으로 살가운 가족이라서 그 관심에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화시켜버린 과거를 재확인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머릿속에는 친근하지만 든든한 아빠와 소녀같이 연약한 엄마와 귀여운 동생이 있었는데…….’
김선위가 얼굴을 식히기도 전에 동생 윤위가 팔을 잡고 흔들었다.
“오빠, 내 나무 잘 지켜줘야 해! 알았지?”
어쩐지 가슴 어림이 뜨끔했다. 옛날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데, 윤위가 태어났을 땐 은목서를 마당에 심었다. 자신 몫의 금목서와 함께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시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이야!”
“어. 알았어…….”
흐리멍덩한 대답에 윤위가 오빠를 노려봤다. 소년은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래 봤자 7살 꼬마라 무섭진 않지만, 저런 눈을 할 때마다 들들 볶였던 기억이 몸에 배어 있어서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하하.”
눈물은 멎은 지 오래였다. 그냥 웃음이 났다. 가족들의 영혼이 잠시 자신을 만나러 잠시 내려온 것 같았다.
“이젠 가야 하죠?”
엄마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김선위를 꼬옥 껴안았다. 윤위는 오빠의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다시 보자. 인마. 네게 손자, 증손자 생긴 후여야 한다.”
김선위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엄마와 윤위는 미적미적 움직여서 아빠 옆에 섰다. 세 명과 마주 보고 선 소년은 이 장면이 오래도록 선명하길 바랐다.
가족들의 인사는 ‘잘 있어.’였다. 셋이 시골에 내려가느라 혼자 집이라도 지키게 된 상황에서 할 법한, 일상적인 인사였다. 뒤에 ‘또 보자.’라는 말이 생략되었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았다.
“……다녀오세요!”
소년이 그 인사를 받은 그들은 은은한 미소와 함께 눈 깜빡할 사이에 먼지처럼 흩어졌다. 소년은 손을 내밀어 그 잔해를 잡으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응시할 뿐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던 백민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도 한계 직전까지 몰렸었다.
리허설과 연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유지 시간도 큰 폭으로 단축된 것 같았다. 백민은 이 감각을 몸에 새겨두려고 노력했다. 한계를 알아야 자유자재로 이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오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벽에 기댔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고꾸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추한 모습은 되도록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애써 태연한 척했다.
“마지막 인사가 인상적이더라.”
그는 소감을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선위에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왔어요. 그런데 그게 옳은 인사였네요.”
“그렇구나.”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가 있죠? 제가 아무리 자세히 얘기했더라도 상상력에 한계가 있잖아요. 아빠는 너무 똑같아서 소름까지 돋을 뻔했어요.”
“아 그거……. 우리가 너희 집에서 보물을 발굴했거든.”
유오연이 눈을 가늘게 접으면서 대답했다.
“보물이요?”
김선위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대답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유오연은 바로 김선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매년 아들, 딸에게 영상편지를 남기셨더라고. 아버님께서 말이야.”
“……네? 그런 게 있었어요? 전혀 몰랐는데……. 아, 혹시 아까 했던 말도?”
“그래. 녹화된 영상에서 아버님이 네게 하셨던 말이다.”
“아 진짜……! 아빠 진짜 못 말린다니까. 하, 하하하. 으하하하!”
소년은 퉁퉁 부은 눈두덩을 하고서 그간의 아픔을 털어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이 펜션에서의 처음과 끝은 사뭇 달랐다. 백민은 그 차이를 빚어내는 데에 자신이 한 몫 도왔다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유오연은 땀에 젖어 흘러내린 앞머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2층에서 그 상황을 중계방송으로 듣고 있던 고운비의 입가에도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불가능하다고만 단정 지었던 바람이 현실이 되었다.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꿔버렸다는 걸, 모두는 깨달았다.
#
너덜너덜해진 심장에 새살이 돋고 있었다. 김선위는 진심 어린 헌신을 해준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세 명에게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다.
소년이 펜션 2층에 있었던 한 명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해서 한 명은 쏙 빠뜨려버렸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날 밤.
백민, 도은강, 유오연은 아주 행복한 꿈을 꾸었다. 선명하지 않아서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남은 그 꿈의 잔상은 온종일 그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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