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오셨다고요?”
의사는 환자를 보며 물었다.
“네, 아무래도 악성 종양인 것 같은데 애가 사람 얼굴처럼 생겨서요. 불쾌해서 때어내려고 왔습니다.”
“좋아요, 다무드 씨? 지금부터 마취제를 투여할 거고요 외부에 있는 종양을 때어낸다고 했으니까 부분 마취제를 쓸 겁니다. 아셨죠?”
다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긴장됐는지 땀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의사는 다무드의 팔에 난 종양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종양은 입을 열어 말하기까지 했다.
[절대로 이 수술을 진행하면 안 돼! 도둑놈이라고!]
“이게 말씀하신 그 종양인가요?”
“네, 맞습니다. 제가 정신병이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좋습니다. 빨리 수술을 속행하죠.”
의사는 마취가 퍼진 시간에 맞춰 종양을 조심스럽게 도려냈다.
이때 떨어져 나간 종양이 말하기를.
[내가 정말 다무드야. 이 녀석은 내 육체를 빼앗은...]
의사는 종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피부를 때어냈는데도 피 한방울도 나지 않은 다무드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쫑알 쫑알 시끄럽군.”
“장신은 누구죠? 정말 다무드가 맞는 건가요?”
‘슈욱-!’
수술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목은 바닥을 뒹굴렀다.
다무드는 그런 그들의 남은 몸을 보며 자신의 신체를 도려내 그들의 목에 이어붙였다.
“이렇게 하면 살인죄는 피할 수 있는 건가? 인간의 몸에 적응 단계라 많이 힘드네.”
***
“네? 동아리에 가입해야 한다고요?”
나는 아침부터 선생님께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원래 가입되어있던 축구 동아리가 체육 선생님의 전근으로 인해 해체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해체되면 약간 애매하지 않나요? 차라리 다른 선생님을 담당 선생님으로...”
그러나 통할 일은 없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반으로 돌아갔다.
고등학교 2학년, 내 파란만장한 축구 선수 생활은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수소문해 편하게 자거나 자습할 수 있는 동아리를 구하던 중 미스터리 동아리에 관해 듣게 되었다.
모든 활동이 100% 자율이라는 것이었다.
잠을 편하게 자도 된다, 자습을 편하게 해도 된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수요일 동아리 시간 미스터리 동아리가 쓰고 있는 3동 4층 구석진 방에 신청서를 들고 찾아갔다.
그러나 나를 반기는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단 한 명뿐인 동아리실.
내게 인사를 건넨 학생은 신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였다.
“겨우 한 명인데 동아리가 운영될 수가 있어?”
“미안한데 여기 담당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시라서.”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은 학생에게 신경을 안 쓰시는 걸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원이 한 명인 이 동아리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안 쓰는 교실이라 악취나 먼지 등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정반대였다.
“혹시 찾아온 이유가 동아리 가입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찾아오지 않았을까?”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오늘 새로운 사람이 온다고 했는데 정말이었잖아!”
“저기... 그래서 면접이나 이런 건 안 보는 거야?”
빨리 마치고 쉬고 싶었기 때문에 할 일들을 신비에게 재촉했다.
신비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동전을 하나 던져 앞뒷면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앞면이라며 동아리 부장 란에 싸인을 했다.
“혹시 그 동전으로 내 합격 여부를 판단한 거야?”
“물론이지! 여기가 어떤 동아리인데. 미스터리 동아리에 대해 좀 설명을 해 줄게.”
-미스터리 동아리에 관해
미스터리 동아리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괴한 일들을 찾아내고 해결해서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그런 동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특성상 자유롭게 밖을 나가도 되고 동아리 활동 기록장은 담당 선생님이 아닌 교장 선생님께 직접 보내지게 된다.
“그럼 뭐가 100& 자율이라는 거야?”
“미스터리 동아리 활동이 자율이라는 거지.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반에서 뛰쳐나가도 돼!”
나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이 동아리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신청서를 찢으려고 했지만 사라지고 없었다.
“설마 신청서를 찾는 거야? 늦었어. 여기서 서류를 책상 저 벌어진 틈에 넣으면 바로 교장실로 직행하거든. 우리 할아버지가 여기 교장 선생님이라서 개조를 시켜주셨지.”
이런 망할 늙은이.
손녀가 해달라는 걸 다 해주다가 이런 이상한 동아리를 창설시키다니 아까운 학교 예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김돈영.”
“좋아, 돈영아 너는 니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은 어떻다고 생각해?”
“그냥 맨날 똑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애들이랑 노는 그런 게 현실이지.”
신비는 내 팔목을 붙잡고 밖으로 나갔다.
교문을 지나쳐 동네 중심에 있는 공원 분수대까지 나가게 되었다.
“여기서는 너가 평소에 보이는 것들만 보이지?”
“당연한 거 아니야?”
“근데 이 수풀을 잘 뒤져보면 이렇게 작은 레버가 보여.”
놀랍게도 작은 레버가 우리 둘을 반겨주고 있었다.
나는 믿을 수 없어서 신비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신비는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레버를 당기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신비는 레버를 당겼고 이어 분수대에서 나오던 물들이 멈추기 시작했다.
주변이 멈춘 듯 고요해졌고 분수대 중심에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왔다.
신비는 앞장 섰고 나는 머뭇거렸다.
어떻게 확인되지 못한 곳에 발을 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신비는 어서 오라며 재촉했고 마지 못해 분수대 중앙의 지하로 걸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여러 사람들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나는 이들에 대해 물었고 신비는 앞선 동아리 회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거대한 문이 나왔는데 신비는 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너 비밀번호는 1222이야. 옆에 있는 키패드에 입력하면 문이 열릴 거야.”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신비의 말대로 1222를 입력했다.
그러자 이 거대한 문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나를 내부로 들여보내 주었다.
내부는 엄청 깔끔한 호텔의 로비처럼 되어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갔고 대형 스크린에서는 괴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믿을 수 없었다.
지하에 이런 고급진 곳이 있었다니.
“다시 한번 환영 인사를 할게. 우리 미스터리 동아리에 잘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