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질없네... 인생"
건물 옥상 난간에 걸터앉은 나.
세상이 울렁울렁 저기 저 불빛이 크게 보였다 작게보였다 한다.
스물여덟해의 인생.
어릴 때 가족이라곤 눈치주며 나를 식모처럼 데리고 있던 이모네가 전부였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란 사람은 없었고, 엄마는 내가 6살 때 먼저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다.
뭐 기억엔 없고, 어쨌든 나는 이모네 집에 맡겨져서 컸다.
이모가 대학진학 대신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라고 압박을 주는 와중에도 기어이 대학을 들어갔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명문대에 진학했다.
장학생이 되어서 억척같이 학교를 다니며 조기졸업을 함과 동시에 바로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대학때도, 장학금 놓칠새라, 알바하는 과외 시간에 늦을까 전전긍긍하며 남자에 눈 돌릴 새 없던 나.
그런 나에게
"서연씨"
내 이름을 불러준 남자가 있었다.
순수하게 나를 보며 웃는 남자,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있는 남자.
그 때 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사랑도 받지 못한 삶, 이 남자에게 이제껏 못 받은 사랑을 다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날 알아봐준 이 남자만을 위해 살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만난지 5개월만에 결혼얘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 너네 회사 직원도 아니고, 협력업체 직원이라며!"
대학동기들은 모두가 말렸다. 내가 아깝다고들 했다.
속물같은 걔네들은 몰랐다. 그 사람의 순수함을.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위하는지.
이모네 집에서 집안 일을 하느라 주부습진인 내 손을 보며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주겠다던 사람인데...
"시발"
그 사람이 오늘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도 모를 건물 옥상 난간에 앉아 깡소주 나발을 불게 만들었어.
회사도 그만두고 2년째 난임클리닉 다니고 있는거 빤히 알면서,
그 새끼는 어떻게 나한테...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모든 걸 바치고 걸었던 것에 대한 댓가가 이런 것이었다니..
내 남편 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를 위해주는 단 한 사람이 이 사람일 거라고.
내게 가족을 주지못한 하느님이 뒤늦게 그를 보내준 거라고.
정확히 7시간 전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