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링또링 또링또링
부엌에서 그이가 좋아하는 게장을 담그고 있는데, 폰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혹시나 잘못 걸린 전화면 곧 끊기지 않을까 싶어 5초간 가만히 있는데도,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린다.
비닐장갑을 벗고 식탁 위에 올려둔 폰을 들어올렸다.
010-3525_####
역시나 모르는 번호네?
"여보세"
"아니, 차를 이렇게 세워두면 어떡해요 진짜?!"
"아니, 그게 무슨 말"
"빨리 차 빼주세요, 지금 뒷 차가 못나가고 있잖아요!"
"아 거기가 어딘데요?"
"홍콩가셔서 제 정신이 없으신가?! 여기 동림모텔이잖아요! 아줌마! 빨리 내려와서 차 좀 빼고 저 옆쪽으로 세워요."
동림모텔... 처음 듣는다.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내가 차를 안갖고 있는 것도 맞아.
주중엔 출근하는 남편이 차를 쓰고, 주말엔 내가 가끔 시댁에나 장보러 가는 용도로 차를 쓴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고. 아 그 때, 차 연락처를 내 걸로 바꿔놓고 다시 남편 걸로 안 돌려놨구나.
손이 이상하게 떨리는데 지도앱을 켜서 동림모텔을 쳐본다.
우리집에서 차로 12분 거리, 그이 직장에선 6~7분 정도 거리네.
왜 하필 이런데다 차를 세우고 어디갔대?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차를 빼라고 하면 될 일인데, 이상하게 몸이 계속 떨렸다.
그래서 차 보조키를 갖고 택시를 잡으러 밖으로 나갔다.
차는 모텔 주차장 안에 세워져 있었다.
내가 모텔 밖에서 등장하니 팔짱을 끼고 기다리던 모텔 주인과 차 주인 커플이 놀라더라.
왜 니가 거기서 나와 라는 표정으로.
앞 뒤로 딱 두 대가 세울 수 있게 되었는데, 내 남편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앞쪽으로 세워놓고 간거였네.
낮에 모텔에 오는 커플이라.
조금은 불경스런 비밀을 공유해서 그런지 빨갛게 볼이 상기되어 있는 저 사람들.
저 차 주인 커플은 딱 봐도 윤리에 어긋난 사람들일 거다.
모텔 안 주차장에 차를 세운 것을 보면 내 남편이란 사람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을까?
기다려나 본다.
누구랑 나오는지.
내가 딱 지켜볼 생각이다. 혹시나 싶어 모텔 앞에서 이 사람 회사전화로 전화도 해봤다.
역시나 협력업체 외근을 나갔다는데...
남편은 내가 다니던 대기업에 협력업체 직원으로 와서 나를 알았는데,
이젠 외근을 모텔로도 가나보네. 대체 누구를 어떻게 알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모텔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까.
너무 궁금해.. 너무 짜릿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