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하인들의 입소문 네트워크라는 게 무섭긴 무섭다.
황태자가 정식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나의 방에 마음대로 드나드는 거.
그게 건수가 잡혀서 하인들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됐었나보다. 
소문들은 대략 황태자와 내가 어떤 사이가 되느냐에 치중이 되어 있었다. 
근데 문제는 하인들이 나랑 황태자를 그냥 운동 친구로 안본다는게 문제다.
내가 황태자의 비가 되는 것이 아니느냐는 김칫국 마시는 뜬소문도 유행이다.
아니, 뭐라구요? 그 망나니 황태자랑 결혼 안해! 이 결혼 반댈세!
그리고 실비아는 순수하게 그 소문이 진짜인지 궁금해서 물어봤다더라.
"실비아, 다 헛소리다! 그 개자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나 할까?"
"세상에, 말조심하세요! 지금 저희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을 지 어떻게 알아요!"
"그말은 네가 여태까지 그자식과 나와의 대화를 다 엿들었다는 것이렸다?"
"아, 아니에요?!"
실비아는 아쉬워하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긴, 나도 내가 당사자만 아니었어도 팝콘을 씹었을 화두이긴 했다.
이 세계에는 연예인도 없고 예능도 없으니까, 우리 사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
팬서비스라도 좀 해줄까?
"그런데 말이지, 실비아."
"네, 넵?"
"황태자 전하께서 나에게 하시는 행동이 또 예사롭지가 않더라고."
들어왔다, 실비아의 호기심 스위치가! 귀를 쫑긋 세우고, 두 눈이 온전히 나를 바라본다. 이건 좋은 신호다.
"은근쓸쩍 내 어깨를 만지시고,"
자세 교정을 위해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시고,"
 내 체력을 말이야.
"오래토록 함께하자 약조하셨다."
살 빼는게 오래걸리니까.
"꺄아악!"
실비아는 흥분한 얼굴로 비명을 지르다가 이내 자신의 입을 막았다.
"소, 송구합니다!"
그래봤자 이미 늦었는걸.
"나는 황태자 전하가 죽어도 싫지만 이 점을 역이용할 셈이다."
운동 파트너로 말이다.
내 오해를 부르는 말에 실비아가 코피를 좌악 뿜었다. 아마 실비아가 듣기에는 너무 자극적인 말이었나보다.
"소, 송구합니다!"
실비아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졌다. 나는 크게 웃었다.
또 어떤 소문이 돌지 기대가 돼서 말이야.